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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등록일 2012-03-13 21:57 게재일 2012-03-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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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국제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6·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 때 사람들이 왜 건강했는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당뇨병 환자가 있을 리 없고 병원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들어오면 의사들도 환자를 보러왔다고 한다.

학교 가는 길은 보통 4~6km이다. 학교에 다녀와서는 소먹이 풀을 베고 물을 길러오면 하루 10km 거리를 매일 걷는 셈이다. 요즘은 동네학교가 지척이지만 코앞까지 차로 날라주고 과외교실을 옮겨 다닐 정도이니 5분도 걷지 않는다. 이러니 어린이 당뇨환자에다 비만어린이가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 비만이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인 36.3%로 나타났다. 반면 여자는 사상최저치인 24.8%여서 여성 비만이 떨어지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었다.

그런 여성들도 몸매관리를 놓는 50대 이후엔 남자와 비슷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남성은 비만인구가 1억명이 넘는 미국처럼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 산업의 성장(1970년부터)으로 인해 비만이 만성 질환의 직접원인이 되진 않았다.

반면 스트레스(한국식품연구원 발표)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가장 쉽게 푸는 방법은 걷기다. 걷지 않고 음식으로 화를 풀면 `항아리 배(腹)`가 될 확률이 높다. 은희경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 한다`에서 비만증에 걸린 남자주인공의 힘겨운 살빼기는 눈물겹다.

작가는 인간의 몸은 지방(脂肪)을 철저하게 저장하는 돌도끼 시스템으로 익숙해져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은 빙하기를 지나는 원시인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비유했다.

실제로 영하 30도를 넘는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몽골 사람들은 여름이후부터 지방이 잘 오르는 양고기요리를 즐긴다.

걷기는 모든 운동가운데 기본이 된다. 하루 1만 걸음은 20리 거리에 해당되는 8km, 좀 속도를 내어서 걸으면 1시간 30분쯤 걸린다. 5천보는 45분쯤 걸리니 아침나절에 운동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이다. 일상적으로 걷는 거리까지 합치게 되면 거의 1만 걸음을 걷는 습관이 자신을 살리는 갈이다.

건망증을 없애는데도 걷기가 최고의 약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 이럴 경우 뇌 양쪽 1cm크기, 오이처럼 굽은 `해마`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 있다. 해마의 뇌 신경세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조금씩 파괴되기 시작, 점차 그 속도가 빨라져 1시간에 3천600개의 기억력 세포가 사리질 때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연구팀은 210명에게 1시간씩 빨리 걷기를 시켜 뇌혈류를 증가시키는 실험으로 기억력을 향상시킨 측정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걷기는 신체의 여러 곳을 돕는다.

걷기 효과의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청교도적 마음가짐으로 전기와 자동차를 거부하고 19세기 방식의 삶을 고집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미시(Amish) 공동체에 사는 주민들은 농장 일을 하며 하루 걷는 길이가 1만 4천~1만8천 걸음이다. 미국인 성인의 평균 걸음보다 6배가량 많은 걸음이다. 이곳의 당뇨 발생률은 미국 평균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대이며 치매와 심장병 예방 효과는 물론 치매가 오더라도 아주 늦은 나이에 온다는 것.

구두 굽이 닳는 모양을 보면 그 사람의 `치매 건강`이 보인다고도 한다. 걷기에 편한 낮은 굽을 신거나 운동화 차림이라면 치매와 멀어진 방향이 된다. 기능성 신발이 쏟아지는 이유다. 출근길 5km를 걷는 사람이 늘어나는 원인도 걷기 효과를 일찍 깨달은 직장인들이다. 걷는 일은 이래서 매번 신비롭다. 팔을 힘차게 저으며 겨드랑사이에서 부력 같은 새 힘이 솟는가하면 발바닥은 새벽 풀밭을 기운차게 차고 나가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있는 걸 느끼게 한다.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어준다. 앙칼진 고집으로 묶였던 집착, 욕심으로 묶어 두었던 내 몸을 열고나서면 자신이 보이고 주변이 보이게 하는 것도 걷는데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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