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유로존 재정위기 중심에 선 독일의 고민

등록일 2012-03-07 21:36 게재일 2012-03-07 19면
스크랩버튼
▲ 김철현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해부터 지속된 긴축의 영향이 실물경기에 반영되면서 유럽이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진입하고 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이미 2분기 연속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독일과 영국도 지난해 4분기에 들어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한 가운데 상반기 유로존 채무집중, 그리스 및 포르투갈의 디폴트 리스크 지속 등으로 올해 유로존 재정위기는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 유로존 재정위기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이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운영 실패에 따른 국가부실문제로 대표된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독일과 그 외 나라들 간의 구조적 무역 불균형, 서로 다른 17개 국가의 통화당국이 유로라는 공통통화권으로 묶이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 최후의 대부자 역할이 없는 유럽중앙은행(ECB), 독일 외 국가들의 성장동력 상실에 따른 저성장 지속 등의 구조적 문제가 유로존 재정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수 차례에 걸친 유럽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주요 쟁점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럽안정화기구(ESM) 등의 구제기금의 확장에 대한 논의였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돌파구를 위해 지난해 독일 메르켈 총리는 재정, 경제 나아가 정치 통합을 통한 보다 강력한 `유로존2.0`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재정적자 및 채무 기준 위반시 EU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를 골자로 하는 신재정협약을 EU 정상회담에서 관철시켰다. 비록 신재정협약이 국가 부실재정 방지를 위한 중장기적인 원칙 마련에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 경기부양이라는 측면에서는 득 보다는 실이 많다.

메르켈의 유로존 구제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부채해결을 통한 시장의 신뢰회복과 이를 기초로 한 경기부양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유로존 부채해결의 방안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유로본드와 같은 통합채권을 발행하여 유로존 국가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ECB가 재정위기국의 부실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는 (`최후의 대부자 역할`) 방법이다. 사실상 모든 유로존 국가가 두 가지 안 중 최소 한 가지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가운데 독일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반대에는 정치적, 역사적 이유가 있다. 유로화 도입 당시 독일 국민의 55%는 독일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했다. 동서독 통일을 이끌고 EU의 기틀을 마련했던 당시 독일의 쾰 총리는 이러한 국민들의 반대를 독일이 결코 다른 나라의 재정부실에 대해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하였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로 독일의 부채책임론이 부각되자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76%가 유로본드 반대, 70% 이상이 EU 체제가 독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독일국민의 반EU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요컨데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는 부채해결을 통한 시장신뢰 확보가 먼저인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부채해결안 고려는 내년 9월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EU의 재정통합은 회원국의 경제주권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가까운 미래에 달성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유럽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재정위기의 구체적 해결방안이 미흡한 상황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등으로 유로존이 무질서하게 붕괴하기 전에 `유로존 2.0`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지 메르켈의 위험한 줄다리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