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계의 승부조작설이 나온 건 이미 오래됐다고 한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프로야구에도 승부조작이 있다”는 말들로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프로야구계는 진상파악보다는 파문 확산이 두려운 나머지 쉬쉬하고 말았다니 실로 안타깝다. 스스로 바로잡을 수 없는 잘못은 외부에서 강제로 바로잡게 할 수밖에 없어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형국이랄까. 그 사이에 조작은 은폐·확대됐고, 선수들은 무감각해진 죄의식 속에 브로커 등 조작집단과 한통속이 됐다. 투수뿐 아니라 타자도 조작에 가담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니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약점이 잡힌 선수가 브로커가 원하는 대로 질질 끌려 다니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구속된 김성현 선수의 경우 브로커와 한 집에서 동거까지 하며 다른 선수들과의 매개 역할을 하진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경기조작에 실패한 뒤에는 브로커의 협박과 공갈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자신이 받은 사례금에다 집 보증금까지 보태 3천만원을 뜯겨야 했다. 이쯤 되면 선수는 브로커의 하수인이나 다름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가 막전의 주인공이라면, 브로커는 막후의 실력자였던 셈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구단들은 한밤중이었다니 구단의 존재이유를 근본적으로 회의케 한다.
올해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17일에는 LG-삼성전 등 4개의 시범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프로야구계로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랄까.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지라 대잔치를 앞두고 더욱 썰렁한 불안감 속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검찰은 수사확대에 박차를 가해 의혹을 신속히, 그리고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 환부를 깨끗이 도려냄으로써 시범경기 때부터는 프로야구가 새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