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국회는 너무 심하다. 엊그제 법사위 무산은 소속 의원들이 `지역 일정`을 이유로 들어 법안 심사 자리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야기되지 않았던가. 입으로는 국리민복을 외치지만 몸으로는 자기안위를 도모하기 급급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물론 총선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제 코가 석 자라는 현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백보 양보하더라도 제게 주어진 일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마땅하다. `지역 일정으로 바빠서`라면 국회 내 의정활동은 부차적인 일일뿐이라는 얘기인가. 그동안 약사법 개정안 상정에 마뜩지 않은 듯 미적지근한 자세를 취해오던 의원들이 애초부터 처리할 뜻이 없었던 것 같다는 의심과 푸념은 그래서 나온다.
누차 강조하거니와 국회는 국민의 의사와 이익, 편의를 무엇보다 우선하여 고려해야 한다. 민의존중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날 때 국회는 자기존재를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 되고 만다. 실제로는 민생을 외면하면서 길거리에서는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면 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요 면후심흑(面厚心黑)이다.
제 할 일을 제대로 한 연후에 다시 한번 밀어 달라고 요청하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겠는가. 정부의 예정대로 오는 8월부터 가정상비약을 국민들이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국회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