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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양성 관리의 시대

등록일 2012-02-29 21:27 게재일 2012-02-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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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근포스코경영연구소 HR컨설팅실 연구위원
지난 1월 한국에서도 영업하고 있는 파파존스피자는 대대적인 사과를 해야 했다. 뉴욕의 한 매장 직원이 한국계 20대 여성의 주문 영수증에 `찢어진 눈의 여성(lady chinky eyes)`이라고 쓴 것이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금이 간, 찢어진`이라는 뜻의 `chinky`는 서양인이 동양인의 작은 눈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어서, 회사는 이번 일이 자칫 미국 내 동양인 이민사회나 한국 영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회사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직원의 성이나 인종 차별적인 태도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다양성과 관련된 이 같은 이슈는 꼭 해외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2010년 여성 인력은 2001년에 비해 1.6배, 외국인 인력은 4배로 증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세대, 지역, 학력 등에 대한 다양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나 단체들은 기존의 다양성 이슈와 함께 인종이나 성 등에 대한 다양성 이슈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성 관리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인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주로 고용평등법규 준수나 사내 차별요소 철폐를 주로 수행한다. 이는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 요건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법규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이를 소홀히 하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미쓰비시의 경우 미국 현지 고용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40세 이상인 근로자를 해고했다가 피소 당해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했다. 반면 IBM은 해외 법인별 다양성 관리 전담팀을 운영하여 이러한 실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둘째, 다양성의 차이를 사업에 활용하는 단계다. 주로 창의적 문화를 구현하거나 소수자가 가진 장점을 사업에 활용하는 차원이다. 다양성을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경우 다양한 시장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데, 미국의 디자인회사인 아이데오의 경우 인류학자, 엔지니어,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인력의 다양성에서 발휘된 창의성을 발판으로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가 되었다.

셋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목적인 단계로, 이 단계에서 기업은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거나 상생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양성 관리는 이제 더 이상 기업 내부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이슈임에 주목해야 한다. 월마트는 2001년 여성 진급 및 급여 차별 혐의로 피소 당한 후, 2011년에 대법원에서 승소하기는 했으나, 10년간의 소송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반면 구글은 시각장애인인 라만 박사를 채용하고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웹검색 기술을 개발하여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웹을 검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줌으로써 좋은 사회적 이미지를 쌓았다.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마트폰인 애플의 i-Phone과 삼성의 Galaxy S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각 제품과 연관된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기기 개발 업체들이 함께 네트워크 경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경쟁환경에서는 소수의 천재성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재들의 집단지성이 더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여성임원 비율을 현재의 1.4%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한국 IBM도 게이, 레즈비언 등 소수자 채용 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여건을 고려할 때 다양성 관리로 법률적 위험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공생의 기업 철학을 추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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