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았던 것처럼 금융시장 불안정이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도 사태까지 갈 수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고, 중소기업 역시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사채시장에서 현금 조달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베어스턴스의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유수의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 도래를 예측하고 현금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다. 유동성 위기에 대해 예측하고 대응한 기본 전략은 유사했지만, 그 결과는 모든 기업들에 동일하지 않았다. GM과 듀퐁(DuPont)이 상반된 결과를 보인 사례다.
1908년 설립되어 100년 이상 미국 대표 제조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던 GM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총 198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네 차례에 걸쳐 지원받았지만 2009년 6월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반면,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퐁(DuPont)은 2008년 3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매출 17% 순이익 66%를 하락하며 연도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는 베어스턴스 파산과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한 대형금융사의 연쇄부도가 이어지면서 미국 투기채 부도율이 1년 사이 10%p 이상 오르는 등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는 GM과 같은 우량기업조차도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게 하는 위기상황이었다. 상황은 듀퐁도 마찬가지였고 설상가상 실적까지 악화되는 위기였는데, 듀퐁은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경제지와 학자들은 듀퐁이 위기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신속한 유동성 확보를 꼽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듀퐁의 분기별 재무보고를 살펴보면, 분기별 순이익과 매출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현금보유액이 연초 대비 3.3배 증가하여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듀퐁이 어떻게 신속하게 조직 내 유동성을 높일 수 있었는지는 3C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최고 경영층의 의지와 그 생각을 신속한 전달이 가능케 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Communication). 듀퐁의 회장 Charles O. Holliday Jr.는 당시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경기불황 원인이 신용경색이라 결론짓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려 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CFO(재무책임자)는 주가 영향 등을 고려해 1,2월에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회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최초 임원회의 시점부터 6주 이내에 실행되었다. 또한 회사의 이런 조치를 종업원까지 전달하기 위해 각 매니저는 모든 종업원에게 일대일로 직접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여 경영층의 생각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식을 높였다.
둘째로, 현금유출을 최소화하도록 모든 부서가 실행했다는 것이다(Cash conserve). 출장 자제 및 내부회의 취소, 외부 컨설턴트 계약 취소, 심지어 매출이 축소됨에 따라 외주계약을 취소함으로써 현금을 최대한 내부에 유보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찾아 즉시 실천했다.
마지막으로, 원가절감에 대한 책임자를 부사장으로 지정함으로써 원가 절감에 대한 실행력을 극대화했다(Cost reduction). 듀퐁의 위기극복은 CEO인 Holliday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취한 조치에 조직 전체가 통일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의 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