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는 2010년 성금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신뢰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직원 인건비 인상률을 일반 공공기관의 그것보다 크게 높임으로써 전체예산에서 임직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나 됐다. 나아가 온갖 명목의 부정과 비리가 횡행해 국민 성금을 쌈짓돈 삼아 자기들끼리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까지 따갑게 들어야 했다. 어느 공공기관보다 도덕적으로 더 엄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운영과 예산집행은 방만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는 처음부터 정부 관여를 배제한 가운데 출범하다 보니 공동모금회 조직을 견제하거나 감시할 기관이 거의 없었다는 데 근본원인이 있었다. 공동모금회로서는 한 차례 호된 홍역을 치른 셈이다.
국민들은 과거의 실수를 안타까워하면서 공동모금회가 다시는 그 같은 오점을 남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용서를 통해 새출발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기부하는 손길은 한없이 아름답다. 타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주는 행위여서다. 그 온정을 모아 전하는 모금 주체 역시 기부자 못지 않게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기부자의 사랑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재생산됐을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진다. 사랑 없이는 하루도 행복하게 살기 힘든 게 인간이어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기도 하다. 그 욕망은 탐욕이 돼 순수와 사랑을 종종 파괴하곤 한다. 초심의 순수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동모금회가 지난날의 악몽을 떨치고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일로매진해주리라 믿는다. 사랑의 온도도 해마다 높아져 세상에 희망이 한껏 넘쳐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