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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미봉책으로는 안된다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2-01-12 21:17 게재일 2012-0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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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 2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은 성인 폭력배 이모씨(21)와 그의 지시를 받고 50여명의 학교폭력배들로부터 상납을 받은 김모군(18) 등 모두 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피라미드식 조직으로 학교폭력배들을 연결해 모두 70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현금과 명품의류, MP3 플레이어 등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도사범 출신이라는 이씨는 학교 후배인 직속부하 김군 등을 폭행하며 상납을 강요했으며, 김군 등은 다시 자기 후배들을 불러 폭행하면서 학생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해오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교내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학교폭력에 이제는 외부 성인 폭력배까지 개입한 것이다. 폭력배가 피라미드 조직까지 만들어 어린 학생들의 금품을 갈취하는 지경이 됐는데, 그동안 교육당국과 수사당국은 뭐했는지 모를 일이다. 경찰은 이들처럼 서울시내 3-4개구를 `관리`하며 학생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는 폭력배들이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폭력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중에는 자살 충동을 느낀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과 갈취가 잠재적 자살학생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0일 학교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추모관에는 아직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학교 폭력사건이 불거질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교 폭력은 사라지기는 커녕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좀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책은 없는 것인가. 정부가 종합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와중에도 학생 폭력 문제는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제는 미봉책으로는 안된다. 사회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 학생들이 폭력배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당국은 직시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교하고 종합적인 학생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하는 제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 지 살펴보면 그 국가의 품격을 알 수 있고, 그 국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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