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권군의 투신 사건 이후 해당 학교는 침울, 권군이 살던 아파트 주민은 난색, 경찰은 모르쇠의 반응을 보이는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이 노출됐다.
제 2의 권군 사건이 언제라도 우리 주변에서 또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학교
27일 대구 수성구 중학교. 떠들썩해야 할 운동장에는 학생은 보이지 않고 배드민턴과 축구, 농구 등을 하는 고교생들만 보였다.
교실은 여느 중학교 수업시간과 같지만 분위기는 왠지 가라앉아 있다. 교무실은 외부인의 출입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교사들의 얼굴에서 긴장된 모습과 함께 최근 사건과 관련 지친 기력이 역력했다. 10여 명의 교사들은 지난 사건 이후 1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고 일부 교사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눈치다.
학교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서모 교감이 학교 전체 업무를 맡고 있지만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은 물론이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사건 추이를 보고하라는 탓에 피곤한 기색이면서도 `업무 때문에 미안하다`며 연신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다 수시로 `우리 아이를 전학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학생 지도를 어떻게 했기에…` 등 학부모로부터 걸려오는 우려 섞인 항의 반 걱정 반에서 질타에 이르는 전화까지 받는다. 마치 학부모가 앞에 있는 양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합니다”로 응대하는 모습이다.
교사들 역시 평소처럼 학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업 중간에 상담을 하는 등 정상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이슈가 된 사건으로 인해 긴장감 속에 묵묵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빈 시간에 교무실을 찾은 교사들도 삼삼오오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외부 인사의 기척에 곧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 버려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권군이 살던 아파트
권군이 살았던 수성구 신매동 C아파트.
워낙 유명세를 타서인지 아파트 입구 경비실에서 `어디서 오셨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취재 왔다”는 말에 지나가던 40대 후반 주부 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파트 값 떨어지게 왜들 호들갑인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자신의 자식이었다면 아파트 가격을 운운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지니고 있던 권군의 유서를 건네주고 싶은 심정 간절했다.
또다른 한 주민은 “권군의 아파트가 어디냐”는 질문에 “터가 나쁜지 올 한해에만 3명이나 떨어졌으니 고사라도 지내야지…”라고 동문서답을 하면서 긴 한숨을 내쉬며 손사래를 쳤다.
귀찮다는 표정의 주민은 그 후 아무런 말 없이 자기 갈 길을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감식을 위해 표시한 사고 지점을 찾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권군의 부모는 사건 이후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아파트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여 더이상 사고 현장을 보기 싫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현장에 서니 투신하는 순간 너무나 많은 생각을 했을 권군 생각에 착잡하고 울적한 심사가 왈칵 쏟아졌다.
□경찰의 모호한 태도
권군이 자살하지 않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경찰이 어떻게 대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경찰 수사 태도다. 가해 학생 부모인 서씨의 항의는 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지만 경찰은 끝내 `가해 학생 부모의 항의는 없었다`고 발뺌하며 여전히 이미 알려진 내용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사를 하는 것인지 감추기 위해 브리핑을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경찰의 태도는 모호하다.
심지어는 이 정도에서 사건을 덮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별 사건이 아닌데 기자들이 너무 확대 보도했다는 것이다. 권군의 유서를 본 기자들이 이성을 잃고 감정에 북받쳐 기사를 올리다 보니 사건 자체의 사안보다 커져 버렸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언론의 밀어붙이기 식 보도로 가해자의 부모에게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엉뚱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경찰의 태도는 더 있다.
혐의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물고문`과 `라디오 전깃줄`부분에만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구속수사를 하지 않는 점이다. `청소년이기에`라는 변명만으로는 더 이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제 2의 권군 사건을 막을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지난 23일 개설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해 학생 강력처벌 청원이 목표인 1만명을 넘기고 27일 현재 1만2천444명에 달한 상태다.
경찰이 참고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