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통 방식은 웹에서 앱, 그리고 소셜네트워크로 진화되면서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와 결속해 끼리끼리 무리를 짓는 다중(多衆) 집단이 형성되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이기를 차지하지 못하자 무리를 이룬 다중이 결속하면 공동의 이기를 채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편을 무조건 무차별 공격한다. 이 시대의 사회풍조는 모두 개인의 이기주의에서 출발해 언어폭력의 무풍지대를 만들고 있다.
이기적 다중 집단이 국가발전이나 인간 삶의 증진을 위해 협업(collaboration)한다면 엄청난 지적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터인데 근거없는 공격, 비난, 무고 등으로 더욱 돈독하게 뭉쳐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무차별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이 나라 사람들의 사회적, 지적 미성숙도는 부끄러운 상태이다. 지난 시대는 문자를 읽거나 쓰지 못하면 비문해자(문맹자)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의 비문해자는 0.2%에 지나지 않는다. 이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드리지 않는 사람을 비문해자라고 말한다. 나라의 품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개인이 좀더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IT 최강국이라는 이 나라 사람들이 매체 소통을 통해 쏟아내는 언어의 폭력이나 쓰레기 정보들은 매체 소통의 엄청난 장애물일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를 암울하게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전된 매체를 유용하게 사용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윤택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도리어 언어의 혼란이 가중돼 더욱 피곤해지고 있다. 이기적 다중 집단 가운데 가장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정치적 집단은 합리적 방식과 너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시대가 배태한 좌우 논쟁처럼, 정확한 정보나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채 당리당략 차원에서 무조건 반대편을 공격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주먹이 오가며 욕설이 난무하며,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망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사회적 공인이어야 할 소설가 공지영은 몇 차례 수신거부의 의사를 밝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자의 개인 메일에 끊임없이 특정 정치적 색채를 띤 비방의 글을 날리고 있다. 다중 집단에서는 바른 말을 하면 어제 어느 순간에 왕따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기집단에서 도려내는 발광을 하고 있으니 우리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이 격랑, 이 살벌하고도 무서운 인간의 이기적 집단공격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마음약한 사람은 이러한 공격을 한번쯤 당하면 혼비백산해 자살까지 한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모습을 조롱하듯 즐기는 무리들도 많으니 가관이 아니다. 이런 이기주의적 집단은 정치인뿐만 아니다. 법조계, 기업, 관료사회, 대학, 의약계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전반에까지 만연해 있다.
발전된 소통 매체를 통해 협력하고 공유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더 큰 이익을 내팽개치는 집단이기주의의 공격적인 마력이 어디까지 뻗칠 것인가? 대학에서도 인접 학문의 통섭이 강조된 지 오래됐다. 그러나 학과와 학과 단위의 높은 장벽이 쳐 놓은 공유의 초지는 황무지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나라를 개국한 여진족장 `阿骨他`를 `아골타`, `아쿠타`, `아구타`, `아구다` 등 현대의 한자 음으로 읽는 역사학자들은 언어학 전공자와의 통섭을 통해 당대 여진음의 정확한 표음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IT전공자와 언어학자가 결속하여 지식정보를 디지털화해 지식과 정보의 양극화를 좁혀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통하지 않는 곳에 지식의 사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지식 소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양극화는 부의 양극화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다. 양질의 지식 정보가 새로 난 소설네트워크를 통해 유동되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기가 닥쳐 올 때는 늘 미래를 향한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불량 정보의 글을 올리는 이들이 국가나 사회 발전을 위해 직접 참여하고 가담할 수 있도록 소통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의 차등화를 줄이기 위해 온 나라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국정을 설계하는 새로운 창의적 지식정보의 자본의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