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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위기 한나라당, 어디로 갈 것인가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2-08 21:10 게재일 2011-1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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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당은 이합집산과 명멸이 숙명인 모양이다. 지난달 창당 14주년을 맞은 한나라당은 유난히 단명인 우리 정당의 수명을 다소나마 늘리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존하는 최장수 정당인 한나라당도 이제 수명이 거의 다된 것 같다. 마침내 당 해산론이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최고위원 3인이 7일 전격적으로 동반사퇴하면서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이날 집단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 홍준표 대표 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당내 최대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수도권 초·재선 의원 10명도 6일 당 해산과 재창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고중진 의원들의 판단은 최고위원 3인의 사표를 반려하자는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사퇴압박을 거부했다. 또 “지금은 예산국회에서 민생현안과 정책쇄신에 전력을 다할 때”라면서 “재창당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소장·쇄신파들이 홍 대표에 대한 사퇴압박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홍준표 체제`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분간 홍준표 체제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갈등과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비상대책위를 꾸리거나 총선 선대위를 조기 발족시킬 수도 있고 아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 4·11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그 과정에서 여권발(發) 정계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정치는 대전환기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새 간판을 내건다고 해서 등 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올 리는 없다. 재창당을 하건 신당창당이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사람들만 다시 헤쳐모이는 형식으론 `도로 한나라당`이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집권여당의 위기는 국정 표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버린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신속하게 위기를 돌파하길 간곡히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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