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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기부, 나눔문화 확산과 정치적 의미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1-16 20:38 게재일 2011-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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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안철수 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지분의 절반(약 1천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1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순수한 기부임을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그의 사재 출연이 정치활동 본격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통 큰 양보`에 이어 `나눔`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안철수식 정치`를 위한 출사표를 낸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이번 기부는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서울시장 보선 이후 일단 사그라졌던 안철수 바람이 더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그 바람에 크게 휘청거렸던 정치권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 원장의 예상치 못한 `기부 이벤트`를 지켜보는 여야 정치권의 심사는 일단 복잡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는 이번 발표가 야권의 `통합신당 참여` 요청과 `독자신당 창당설`이 쏟아지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부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그렇게 될 때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속내야 어찌 됐든 이번 기부가 여야 정치권에 민생 돌보기에 더 올인하는 등 쇄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안철수 바람이 거셀수록 기성 정치권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뼈를 깎는 쇄신으로 희망의 싹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더 기대할 게 없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기부가 정치적 해석과 관계없이 나눔의 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특히 기업가들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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