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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교훈 벌써 잊었나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0-27 21:18 게재일 2011-10-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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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의 외형 경쟁이 심각하다. 지난해 하나은행에서 하나SK카드가 분사한 데 이어 올해 국민은행에서 KB국민카드가 독립하면서 카드 발급이 `무한경쟁` 양상이다. 적정 마케팅비용을 넘어서 카드를 마구 뿌려대고 있는 것이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 수는 1억2천230만장을 기록했다.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의 1억480만장 보다 1천750만장이 늘어난 규모다.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1인당 신용카드 수는 카드대란 당시 4.6장에서 4.9장으로 증가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들 카드 4개 중 1개는 사용되지 않고 서랍에서 썩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발급비용만 최대 3조원에 달한다. 과열 경쟁이 초래한 엄청난 낭비다.

카드사들의 올해 상반기 카드 모집비용은 3천8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천294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런 증가속도라면 올해 연간으로는 6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회원 모집비용 4천777억원과 비교해 보면 카드사의 외형경쟁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할수 있다. 카드대란 직후 1만7천명으로 급감했던 모집인도 다시 5만명을 넘어섰다.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업계는 아직 카드대란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난 것은 경제활동인구 및 개인가처분소득 증가, 소액결제 증가,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실 카드사태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카드사들이 개인의 대출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돌려막기식 소비 행태도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현재 수익성과 건전성, 자금조달 여건 등이 양호해 부실 재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열 경쟁이 지속된다면 안심할 수 없다. 카드 빚의 상당 부분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소득에 비해 카드 빚이 지나치게 많으면 급작스러운 경제위기시 순식간에 상환불능에 빠질 수 있다.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가계부실과 카드사의 유동성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 카드대란의 교훈이다. 그런 점에서 더 이상 무모한 카드 발급경쟁을 놔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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