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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위기감 직시해야 할 때다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0-26 20:17 게재일 2011-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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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간판급 대기업들 조차 현금흐름 악화로 회사채 발행규모를 대폭 늘리거나 단기차입을 확대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 등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런 실물경제의 위기감은 금융시장 불안이 그 원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만들면서 수출과 소비를 위축시켰고 세계 경기의 둔화를 불러온 것이다. 그리스 등 유럽 국가와 미국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놓았지만 대부분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만 관심을 가질 뿐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유럽발 위기로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간판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계획된 투자를 취소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중소기업들은 유탄에 맞아 허덕이는 양상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83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는 지난 13일 현재 42조9천902억원으로 지난 7월 말보다 무려 42.3%가 줄었다. 불과 2개월 여만의 일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제외해서 산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7월 말 이후 이런 전망치가 적자로 전환하는 대기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CJ제일제당, 현대상선, 삼성물산, 한화 등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전망치가 증가세를 보인 기업은 83곳 가운데 15.7%인 13곳에 불과하다고 하니 10개 기업 가운데 8개 이상은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이거나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올 3.4분기 회사채발행액은 18% 증가했고 CP발행잔액은 지난 13일 현재 63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거의 16조원이 급증했다고 한다. 차입이 늘어나면 신용이 떨어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그 만큼 증가해 자칫 부도나 워크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을 그르치고 난 뒤 수습에 나선다면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큰 법이다. 유럽 재정 위기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감을 제대로 직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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