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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백화점-공정위의 기싸움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0-12 20:31 게재일 2011-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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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벌이는 백화점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공정거래위는 누구나 납득할 만큼 속 시원한 수수료 인하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백화점들은 성의를 보일 만큼 보였으므로 더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 봐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 접점을 찾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들은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호응하겠다며 지난달 30일 판매수수료율을 3-7%포인트 내리는 내용의 인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기대에 못미친다`며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백화점측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급기야 공정위는 지난 5일 백화점 `빅3`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대표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한차례 압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말은 중소납품업체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달라는 것이지만 공정위가 원하는 수준에 맞추라는 반강제적인 요구인 셈이다. 백화점들의 맞대응도 만만치않다.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으므로 공정위의 요구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10일 밝혔다고 한다. 한수 더떠 `빅3` 대표들은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소비업자대회 참석을 이유로 보란듯이 출국해버렸다. 더 이상의 협의는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의외의 일이다. 관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공정위는 같은 시기에 주요 백화점 입점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관을 루이뷔통 등 8개 업체 사무실에 보내 백화점 계약관련 서류, 유관부서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하고 대면조사 등을 통해 입점업체와 백화점 간의 판매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분담 등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조사했다고 한다. 불공정 사례 수집은 공정위의 고유 업무이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칫 업계 `길들이기` 모습으로 비쳐질 사안이다. 백화점과 공정위의 기싸움이 점점 도를 높이다 감정싸움으로 비화될까 우려된다.

자기방어에 총력인 백화점이나 공생발전의 기치를 내건 공정위 모두 싸움의 명분은 충분히 갖고 있다. 다만 진정성의 문제이다. 격한 갈등은 협상 테이블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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