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공사는 전국 최초로 턴키공사에 중소기업제품 직접구매촉진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여서 다른 도시에서도 적용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계 등 위임 사업 시행부터 `대기업 편들기` 논란
대기업 공사비 부풀려 부당이익… 턴키공사의 폐해
■ 왜 논란이 일어났나?
이 사업은 대구시가 2012년까지 7개 하수처리장 등에 2천여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수질악화의 주 요인이자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총인(T-P)`의 방류수질(2.0㎎/ℓ)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0.3㎎/ℓ)으로 낮추는 공사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3개 공구의 총인처리시설 설치공사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에 의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이라며 직접구매품목 예외 여부는 중소기업청과 협의결과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직접구매 대상품목으로 확정된 자재는 발주처가 직접 구매해 공급한다며 입찰안내서와 현장설명 시 각각 공지했다.
공고대로라면 직접구매 대상품목은 대구시에서 직접 구매해 공급하고 그 금액은 계약금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직접구매 대상품목은 총 109품목으로 약 6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시공사에게 설계와 구매를 모두 위임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유착 의혹 등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시는 60여 품목을 제외한 자재에 대해 대기업이 구매하도록 해 달라며 지난 5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직접구매 예외를 중기청에 협의했다.
이에대해 중기청은 모두 예외사유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직접구매를 시행하라고 결정했다.
관련 조합에서도 시설공사에 소요되는 프로세서 제어반 및 유량계 관련 계측기기들을 관련 법규와 입찰공고서에 따라 직접구매를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시 이재욱 건설관리본부장은 “지난 8월에 중소기업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그러나 중기청에 예외품목 협의는 대기업의 요청에 따라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으며 대상품목인 109개 품목을 시에서 직접 구매할 계획이다”고 27일 해명했다.
■대기업 공사비 부풀리기는
이번 사업에서 대기업에서 직접구매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자재비는 줄여 직접 구매제도 회피를 통해 부당이익을 올리려는 의혹이 불거졌다.
총인처리시설 3공구인 최초 전기·계측제어 공사비 예산서에서는 서부하수처리장은 공사비 18억3천200여만원과 자재비 36억9천여만원, 현풍하수처리장은 공사비 2억1천800여만원, 자재비 5억1천100여만원으로 설계됐었다.
그러나 관련 조합의 정보공개청구에 제출된 실시설계 확정예산서에서는 서부하수리장은 공사비가 51억2천900여만원으로 33억9천700여만원이 늘어났고 자재비는 9억1천900여만원으로 27억7천100여만원이 줄어들었다. 공사비가 3배 가까이 늘면서 자재비는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재욱 본부장은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데이터는 어디서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실시설계 확정예산에서는 공사비가 19억 원, 자재비가 39억원으로 돼 있다”며 “자재비를 줄여서 공사비에 전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의회 권기일 의원은 “총인처리시설 공사에서 직접구매를 이행할 경우 총 600여억 원의 자재구입 가운데 약 100억 원의 혈세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에서 실시설계 자료와 추정금액(순공사금액 제외)을 넘겨 받아 직접 예정가격을 작성하고 계산해서 잔여금액을 귀속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턴키공사 문제점 없나
턴키 입찰방식은 시공업자가 건설공사에 대한 재원 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발주자를 위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사발주자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책임소재의 명확성, 공사기간의 단축, 시공관리의 용이 등이 턴키 입찰 방식이 갖는 장점이다.
그러나 세금낭비는 물론 지역업체 참여 한계, 각종 로비 의혹 등 부작용이 많다며 이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다.
통상적으로 설계가격 대비 낙찰률은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결정된 공사의 경우 평균 70% 내외인 반면, 턴키 방식의 경우 통상적으로 95% 내외다. 일반경쟁입찰 보다 약 25%가 높아 세금 낭비 우려가 많다.
이번 대구시의 총인처리시설 공사도 턴키입찰에서 일반경쟁입찰로 했을 경우 대략 1천600억원으로 약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공사 관계자는 추산했다.
지역 모 건설사 관계자는 “턴키 발주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은 실제 공사비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시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에게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시켜 시장가격 이하 수준으로 하청 계약을 맺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이 실제 공사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이 계약 차액을 통해 부당한 이득으로 챙기는 구조가 되는 것이 턴키공사의 폐해라는 지적이다.
/이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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