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10억원대 금품 비리 의혹에 휘말린 신재민 전 문화부차관에 대해 검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할지 여부이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하루 전날 신 전 차관에 대해 수사할 생각이 없다는 뉘앙스로 언론에 `애드벌룬`을 띄웠다. 신 전 차관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언론에 밝힌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해봤더니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팩트`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검찰에서 신 전 차관이 썼다는 해외법인 카드 내역서 등 구체적인 증거물을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신 전 차관에게 수사할 만한 범죄 혐의가 없다는 식으로 말을 흘린 것은 부적절했다. 이 회장의 진술만 듣고 그런 말을 하니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게다가 친인척과 측근을 더 엄격히 수사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고 보니 검찰이 눈치 없이 `엇박자`를 낸 꼴이 됐다. 이제 와서 `대통령 지시를 받고 다시 들여다보니 신 전 차관한테 범죄 혐의가 있는 것 같다`고 할 것인지 검찰의 후속 행보가 궁금하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식의 얄팍한 처신과 무관치 않다. 이번 경우처럼 국민적 의혹이 쏠린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정성이 의심되는 자의적 `호흡 조절`로 불신을 자초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