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전국적 정전 사태가 `수요예측`과 `공급능력 판단` 잘못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점검반이 사태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이다. 발표 내용을 보면 정전사태 당시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는 실제 전력수요보다 300만㎾ 이상 차이가 났고 공급능력은 319만㎾가 과대 계상됐다고 한다. 전력공급량은 부풀려지고 늦더위 때문에 실제 전기수요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버렸으니 `정전`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자칫 엄청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만들 뻔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 운영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동됐다는 말이다. 위기상황에 따른 후속 조치도 엉망이었다.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거래소 이사장은 단전 후 35분이 지나고 난 뒤, 지경부 장관은 50분 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청와대에는 70분이 지나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대응에 있어 은폐 의혹까지 사고 있는 이유이다. 관계기관의 부실대응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
`사후 약방문`이지만 향후 대책도 나왔다. 핵심은 `대(對)국민 예고시스템` 강화이다. 전력수급상황을 수시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필요하면 협조를 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전사고의 경우 언론을 통한 대국민 홍보 미숙이 문제가 됐다. 국민들에게 사전에 이런 위급 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했더라면 단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협조 하지 않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국민들에 대한 사전 예고가 시스템 자체의 부실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뭔가 숨기려 했거나 `국민적 협조`에 대한 중요성과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하지 못해 순환 정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지금도 전력수요가 절정을 이루는 여름철이면 예비전력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적 협조를 당부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정전사태 직전까지는 이런 행동지침이 가동됐다. 아무리 훌륭한 매뉴얼이 있더라도 실천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민방위 훈련처럼 평시 위기상황에 대비한 실천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 몸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