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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쌀을 홀대해선 안된다

김명득 기자
등록일 2011-09-26 21:29 게재일 2011-0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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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당 804원 주고 수입한 쌀을 229원에 주정용으로 헐값 처분해 5천여억원의 국고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나 농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농민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우리 쌀의 매입은 최소한으로 묶으면서 의무적으로 수입한 쌀로 덤핑을 시도했다는 점이 더욱 화나게 한 것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지난 19일 농림수산식품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의무 수입한 MMA(최소시장접근, 의무수입) 쌀을 주정용으로 매각해 총 4천93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7년 동안 ㎏당 804원(2010년 기준)에 수입한 쌀 156만t 가운데 절반가량인 71만8천t을 주정업계에 ㎏당 229원에 매각한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수입쌀을 쌀 가공 업계에 공급하면 1㎏당 668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물량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처분하기 쉬운 주정업계를 선택해 매각한 점이다.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기만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만약 기업체 였더라면 이미 수십여개의 업체가 도산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는 과도한 쌀값 개입정책으로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비축미를 대거 방출해 쌀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5월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농협에 2009년산 비축미 60만t을 반값에 팔도록 강요해 왔다. 농협이 공매한 비축미는 20㎏ 1포대에 2만 원에 쌀 도매상에 팔려 나갔으며, 판매 경로가 일부 노점에까지 확대될 정도로 많은 양이 방출됐다.

정부가 수확철을 앞두고 비축미를 풀어 물가를 잡아 보겠다는 속셈은 사실상 시장 교란행위나 다름없다. 농민들을 상대로 눈속임 한 것에 불과하다. 임시방편으로 쌀값은 하락시켰겠지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민물가는 어떻게 잡을 것인가.

특히 올해는 경지면적 축소와 기상재해로 인해 30년 만의 최대 흉년이 우려된다. 농식품부마저 올해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3만여t 감소한 426만t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인데도 농민을 상대로 `쌀장난`을 치고 있나.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쌀을 홀대해선 안 된다. 생명줄인 쌀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면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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