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지금처럼 부실금융기관이 된 데는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라는 엉뚱한 업무에 전력을 쏟은 데서부터 출발했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을 외면하게 된 데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지난 2000년 1월 정부가 저축은행의 예금보호 한도액을 시중은행과 같은 5천만원으로 올리면서 저축은행은 서민이 아니라 부자들이 애용하는 금융사가 됐다. 부자들의 돈이 몰리자 저축은행들은 늘어난 예금을 서민에게 대출하는 대신 부동산 PF 대출에 활용했다. 부동산 PF 대출은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이 크지만 돈벌이에 혈안이 된 저축은행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2008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로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영업정지 다음날인 19일 영업정지 대상이 아닌 토마토2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는 이런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사례다. 결국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 지점을 찾아 각각 정기예금 2천만원을 들면서 예금자 안심시키기에 나서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또 다른 6개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위가 대주주 증자나 자산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셈이다. 만일 시장에 추측성 명단이라도 나돌게 되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축은행 사태가 이처럼 커진 데는 감독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구조조정을 미뤄온데다 저축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한시빨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해 서민들의 피땀어린 예금을 고스란히 되돌려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런 발표를 할 때 마다 추가조치는 없다고 하는데, 이런 발표를 번복하는 것은 금융당국, 나아가 정부의 신뢰만 무너뜨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