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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로비몸통` 밝혀야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08-30 22:50 게재일 2011-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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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4개월여 만에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그룹은 지난해 방만한 자금운용과 부실대출 누적으로 퇴출위기에 몰리자 정·관계 구명 로비를 목적으로 박 씨를 끌어들였다고 한다. `명성`대로 박 씨는 탁월한 로비 능력을 발휘해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때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각각 500억원씩 모두 1천원을 출자토록 했다. 실제로 이 그룹의 구명 로비 가운데 큰 건은 모두 박씨 손을 거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박씨는 이런 일들을 봐주고 17억여원의 로비자금을 갖다썼다고 한다. 당연히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 로비자금의 흐름에 맞춰져 있다. 박 씨를 도와준 것으로 소문에 오르내린 정치권 인사들한테 돈이 흘러갔는지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돌아온 박씨의 입에 세상의 이목이 온통 쏠려 있는 이유다.

박 씨는 정확한 나이와 출생지, 직업을 놓고 사람들 사이에 말이 엇갈릴 정도로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정·관·재계와 언론계에 두루 발이 넓고, 두터운 인맥을 토대로 한 로비 능력이 뛰어나다는 데는 대체로 평가가 일치한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 캐나다로 도피할 때도 `마당발` 정보망을 과시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4월11일인데 박 씨는 절묘하게 바로 그 다음날 출국했다. 검찰의 수사 동향을 손바닥처럼 읽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짜고친 것처럼 박씨가 해외로 빠져나가자 야당 쪽에서는 검찰이 박씨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제로 검찰은 당시 박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쳐 4개월 넘게 버티던 박씨가 `자진 귀국` 형식으로 검찰 앞에 나타난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박씨가 스스로 귀국해 공항에서 기다리던 검찰 수사관한테 잡힌 것이니 사실 자수나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정황상 박씨의 귀국을 순수한 자의로 해석하기는 어렵고, 검찰의 압박과 회유에 손을 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하여튼 박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은 사회적 부조리를 척결하는 차원에서 박씨를 철저히 조사해 로비의 `몸통`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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