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토종 OS` 개발, 효율성 따져봐야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8-24 21:12 게재일 2011-08-24 23면
스크랩버튼
정부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함께 개방형 토종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미국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국내 IT업계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앞뒤 순서상 맞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IT부문 기술이 하루아침에 개발해 실용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위기감이 돌자마자 이런 대응조치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용 OS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웹 기반 OS 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개방형 토종 OS라고 한다. 빈약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는 것이 지경부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라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 주도라는데서 그 효율성은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우리 IT산업은 개인형컴퓨터(PC)나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를 얻어쓰다 보니 경쟁관계에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남 좋은 일만 하는 모양새이다. 그래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가 우리 IT업계에 가한 충격은 더더욱 크다. 삼성과 LG 등은 안드로이드OS를 도입하고 있어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한단계 격상시킨 운영체계를 적용한 단말기 제조에 나선다면 단말기 시장에서 그 만큼 경쟁력을 잃을 것이 뻔하다. 우리 업계는 구글의 OS 자체가 개방형이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한다. 삼성은 자체개발 OS인 `바다`를 꺼집어 내 대항마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할 만큼 다급해진게 사실이다. 무한 경쟁 체제의 생태계에서 점점 외곽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의견 결정 과정에서의 불만으로 보인다. 이번 일 만해도 관련 업체들과의 사전 조율은 없었던 것 같다. 지경부도 `삼성·LG 등과 사전 합의는 없었다`며 이런 점를 인정했다. 업계와의 사전조율을 통해 글로벌 IT 환경을 분석하고 진정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이 우선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범용 OS 개발의 필요성은 누구보다도 업체들이 더 절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생사까지 걸어야할 정도다. 정부가 지극히 제한적인 역할만 해도 되는 이유이다.

유영희의 마주침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