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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개혁인 `금융감독 혁신안`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8-04 21:18 게재일 2011-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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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총체적 감독부실이다. 부산저축은행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감독체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검사를 미끼로 금품을 뜯어낸 직원들의 비리까지 드러나면서 당국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을 직접 방문해 “여러분의 손으로만 개혁을 하기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겠는가. 근본부터 개혁을 추진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총리실에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라는 것이 설치됐다. TF는 3개월 간의 연구와 논의 끝에 2일 금융감독 혁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TF는 우선 규모가 큰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 검사를 의무화하고 예보의 단독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금감원의 막강한 파워가 약화될 지는 의문이다. 검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예보가 금감원의 독단을 크게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TF는 또 금감원 임직원의 인적 쇄신 방안으로 재산등록 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퇴직자의 금융회사 취업 제한 대상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최근 금감원이 내놓았던 자체 쇄신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금감원 직원들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금감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 것은 개혁의지와 거리가 멀다. 더욱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나 금융회사 검사·제재권 분리 등 핵심 사항을 중장기 과제로 넘긴 것은 이번 금융감독 혁신안이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다. 특히 금감원이 갖고 있는 금융회사 제재권을 금융위원회로 이관해 검사권과 제제권을 분리하는 문제는 금감원의 비대한 권한을 축소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핵심 사항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뤄놓은 것은 TF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TF가 민·관 합동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정부 관료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 TF는 논의 과정에서 한 민간위원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매끄럽게 운영되지 못했다.

수 많은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저축은행사태에 책임이 큰 감독당국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부실 감독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혁신안을 마련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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