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문제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사태가 정치·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한달 전 극적인 노사 협상 타결로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으나 최종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공멸 위기에 몰린 듯한 양상이다. 당시 노사가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내 회사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결국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진중공업과 협력사 임직원, 가족 등 1천500여명은 27일 부산에서 회사 정상화 결의대회를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노사가 이뤄낸 대타협이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무산될 상황에 부닥쳤다며 노사의 자율 해결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정리해고 철회 요구를 지지하는 이른바 `3차 희망버스`의 부산행을 이틀 앞둔 가운데 나온 호소문이다. 비슷한 시간에 3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사 강행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평화로운 민주주의 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경찰은 3차 희망버스 행사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또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부산 범시민협의회라는 연합단체도 실력 저지를 공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칫 희망버스 행사를 기화로 대규모 충돌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어떤 일이 있어도 충돌은 피해야 한다. 혹여 충돌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하고 나중에 네탓 공방을 벌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가 꼬일 대로 꼬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형국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당사자들 모두 중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정부도 팔짱 끼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전임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처럼 정부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현직 노동부 장관은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와 대화 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민주당 대표에게 다짐했다고 한다. 절대 빈말로 그쳐선 안 된다. 그리고 중재에 나서려면 서둘러주길 바란다. 또 국회 청문회 참석을 피하려고 40여일째 외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진중공업 회장은 이유를 떠나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회사 측의 추산으로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총파업 이후 이런저런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이른다면 경영상 사유로 불가피했다는 정리해고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짚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