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다 보니 지반이 약한 곳에서 산사태 피해가 컸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에서는 한밤중에 빗물에 휩쓸린 토사가 펜션을 덮쳐 인하대 학생 10명과 주민 등 모두 13명이 숨졌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전원마을에서도 가옥 20여 채가 산사태로 매몰돼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춘천 펜션에서 사고를 당한 대학생들은 대학 내 발명동아리 회원들로서 초등학생 대상의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냥 천재지변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의 산사태도 무심히 봐 넘기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그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의 주택가에서 그런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났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 인프라`가 취약하고 안전불감증이 고질적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이든 자연재해와 안전사고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특히 태풍,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사회적 인프라가 발달된 선진국에도 큰 피해를 안겨 준다. 하지만 천재지변이 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히 인간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집중호우는 우리의 자연재해 대비가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자연재해 대비는 평소 안전할 때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을 당하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는` 호들갑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과속질주`의 관성도 이제 버릴 때가 됐다. 대신 국민의 생활안전 제고와 관련 사회 시스템의 확충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후진적 안전관리와 후진적 안전사고가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