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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警 수사권 조정, 아직 갈길 멀다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6-21 21:16 게재일 2011-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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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진통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부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이귀남 법무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막판 조율을 벌여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의 골격은,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계속 행사하되 경찰도 독자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검경 양측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한 모양새다. 국회 사개특위 `5인 소위`가 지난 13일 대검 중수부 폐지 등 4대 쟁점의 논의를 중단한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법개혁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 만큼 검경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혔고 조금이라고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사개특위에서 조율이 어려워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결국 청와대가 교통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합의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범인, 범죄사실,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키로 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지금도 경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는 사건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하지만, 경찰이 원하던 대로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법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검찰청법 53조에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키로 한 것도 경찰 입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사실 경찰은 이 조항의 `복종`이란 용어에 특별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국가 기관 사이에 상하 관계를 명시하는 의미가 있어,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 측 주장이었다. 엄밀히 보면 변화한 현실에 맞춰 법조항을 개정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경찰 입장에서는 `숙원`을 푼 셈이 됐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는 대신 경찰 수사권의 과도한 행사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 조항들도 마련됐다. 같은 형소법 제196조에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법경찰관리가 따라야 하는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나중에 정하기로 한 것은 이번 합의안의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청와대가 나서 중재한 꼴이 됐지만 검경이 합의의 모양새를 찾아간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검경 모두 자성하는 마음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지 말고 원만하게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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