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 범인, 범죄사실,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키로 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지금도 경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는 사건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하지만, 경찰이 원하던 대로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법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검찰청법 53조에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키로 한 것도 경찰 입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사실 경찰은 이 조항의 `복종`이란 용어에 특별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국가 기관 사이에 상하 관계를 명시하는 의미가 있어,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 측 주장이었다. 엄밀히 보면 변화한 현실에 맞춰 법조항을 개정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경찰 입장에서는 `숙원`을 푼 셈이 됐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는 대신 경찰 수사권의 과도한 행사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 조항들도 마련됐다. 같은 형소법 제196조에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법경찰관리가 따라야 하는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나중에 정하기로 한 것은 이번 합의안의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청와대가 나서 중재한 꼴이 됐지만 검경이 합의의 모양새를 찾아간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검경 모두 자성하는 마음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지 말고 원만하게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