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졌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그런 검찰에서도 중앙수사부는 청와대와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을 수사 기획 조정하는 검찰총장 직할 조직이다. 과거 5공비리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비롯해 수서사건, 김현철 비리 등 대형 사건 수사를 통해 성역없는 수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사건에서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고 그것이 중수부 폐지 논란의 단초가 됐다.
현재 중수부는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명이 투입돼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7조원대 경제범죄혐의와 정관계로비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시작된 중수부의 수사는 현재까지 28명을 검거해 기소했다. 지금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해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과 임종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액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지원 민주당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동생 지만씨까지 거론되면서 검찰 칼끝이 어디를 겨냥할 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살얼음판이다.
하필 이런 판국에 여야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으니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고 국민은 의심한다. 저축은행 수사가 정치권으로 비화하자 여야가 방탄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전 국민을 분개하게 만든 저축은행 비리에 대해서는 중수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것이 중수부 폐지론에 맞서는 길이다. 중수부가 일반 서민을 불러 조사한 적이 없었던 만큼 거대악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중수부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을 국민은 믿는다. 검찰은 엄정 수사로 오명을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