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재판부가 조 모씨가 벤츠 차량 수입 판매업체인 (주)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사고 차량과 동일한 벤츠 차량 1대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지난해 7월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려고 우회전 하던 중 차량이 굉음을 내며 30여m를 질주, 빌라 외벽과 충돌해 벤츠 차량 앞면 덮개와 엔진 부분이 파손되자 차량에 결함이 있다며 소송을 냈었다.
재판부는 “기술 집약 제품의 경우 일반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 어렵다”며 제조업자 측에서 제품결함이 아닌 다른 사고 발생 원인을 입증하지 못했다면 제품 결함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상급심이라는 최종 판결이 아직 남아 있어 결과는 속단키는 어려우나 상당히 진일보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했었으나 그때마다 운전자가 고스란히 모든 책임을 져야 했던 것이 관행이었다. 사고조사를 담당하는 경찰이나 보험회사 등에서도 판례를 내세우며 보상을 거부했고, 소송에서도 운전자들이 대부분 패소했던 것이다.
이번 판결은 최근의 의료사고의 판결 경향과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충분하다. 법원은 의료사고 경우 종전에는 환자가 사고 원인을 입증해야 했으나 수년전부터 병원과 의사 측에서 과실이 없었다는 부분을 입증토록 하고 있다.
전문 용어가 수두룩한 의료사고 경우 일반인들이 사고 원인을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차량 급발진도 사실은 그와 다름없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이번 급발진 사고나 의료사고처럼 일반인들이 입증이 어려워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잣대로만 해석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급발진 사고 원인을 제조 판매업체가 입증, 대항해야 한다고 한 판결은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