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꺼냈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좌초위기에 처했다.
당초 이 대통령과 박 대표는 지난 4·29 재보선 참패를 디딜 당 쇄신책의 하나로 친박(친 박근혜계)의 전면 등장을 꺼내들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명규 의원 등의 공천 개입 의혹과 친이(친 이명박계)의 정종복 전 의원의 참패를 친박이라는 카드로 상쇄시키려 한 것.
하지만 이 같은 당청 카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대표는 7일 “(당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지요”라며 박 대표 등 지도부가 마련하고 있는 당 쇄신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도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정의화·안상수·황우여 의원 등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에서 이분들을 주저앉히겠다는 얘기”라며 “당헌·당규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앉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반응에 경선출마를 준비중인 정의화·안상수·황우여 의원 등은 이날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우선 안상수 의원은 “계파 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화합 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동감한다”며 “이를 위해 나도 협조 하려고 생각했고, 지금도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의원 역시,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출은 의원들간에 경선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변화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흐트러짐 없이 꾸준히 의원들을 뵙고 소신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위 ‘탕평 정책’을 추진했던 박희태 대표와 청와대는 난감한 상황.
박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마디로 골치 아프다”며 “지난번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도 홍준표 의원하고 다른 사람도 나왔지만 조정을 했는데 그렇게 당헌과 당규까지 들고 나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정치라는 것은 잘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방안도 있는 것”이라며 “좀 기다려주면 신뢰회복 조치도 나올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