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지만 오는 4월 국가직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족)’ 2천여 명으로 강의실을 가득찼다.
각 강의실에는 중앙선관위, 행안부, 법원행정처 등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으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미(25·여)씨는 “2009년도 공무원 인원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 발표에 시험준비를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9급 국가직 공채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났다는 소식에 다시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실에도 빈자리는 없다.
이 학원은 600석 규모의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빈자리가 없어 인근 독서실과 제휴해 300석을 확보했지만 빈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독서실 분위기도 여느 독서실과는 사뭇 달랐다.
빈좌석이 날 때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기 일쑤다.
면학분위기도 같은 공시족만 모여 있어 경쟁자 간 열기가 뜨겁다.
박경훈(29)씨는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강의가 끝나면 자습실에서 동영상강의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밤에도 학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시족들은 대학 최악의 취업난 속 지난해 43만 명이 휴학하고 올해 60여만 명의 졸업생이 쏟아지는 등 4월 9급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바늘구멍 시험이 예상돼 열공에 매달리고 있는 것.
그러나 공시족들의 마음이 ‘좌불안석(坐不安席)’ 일거란 예상과 달리 다소 안정을 찾은 분위기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청년실업문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선호직업인 공무원 채용인원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에서 개최한 합격전략 설명회에서 최근 3년부터 공무원 수험생이 줄고 있어 현재 상황이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합격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에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한국공무원학원 이유석(35) 부원장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채용인원을 줄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반면 수험생은 3년 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올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 도서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년백수들의 취업준비 열기로 뜨거웠다.
각 대학 열람실에는 공무원 시험과 각종 자격증 취득 등 취업준비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면서 최근 극심한 취업난을 실감하게 했다.
또 내년부터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시험 연령 제한(현 7급 35세, 9급 32세)이 폐지되면서 만학도 공시족들이 도서관에 몰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아침부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김호현(28)씨는 “요즘은 전공을 불문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대세다”며 “취업시장이 줄어든 만큼 취업목표를 공무원으로 정한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기자 dj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