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초도 안 되는 순간어떤 벽에 뚫린 구멍은벌어졌다 오므라들었네그녀가 돌아올 때마다그녀가 돌아갈 때마다그에게는 구멍이 하나안에서 밖으로 뚫어졌네이 세상이 쉬 망하지 않는 이유한없이 시간이 더디기 때문이라네참으로 재미난 발상의 시가 아닐 수 없다. 사랑은 반초도 안되는 순간 구멍을 뚫을 정도로 빠르고 순간적이지만 세상사는 한없이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세속적 시간의 느림과 짧고도 강렬한 사랑의 순간들이 만들어 내는 구멍을 대비시키는 시적 발상이 재밌다. 사랑이란 느리고 권태롭지 않고 너무도 강렬하여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순간 순간 치명적인 구멍을 뚫어놓는다는 것이다.시인
2015-05-12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돌아가 고향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 보리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오늘도 물가에서 잠긴 언덕 바라보고밤마다 덮치는 물꿈에 가위 눌리니세상사람 우릴 보고 수몰민이라 한다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나또한 한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 흘러돌아가 고향하늘에 홀로 글썽이리댐 건설로 대대로 이어오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쫒겨나온 수몰민들이 애환을 그린 이 시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온 아픔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원천이었던 고향의 산하를 물려주고 낯선 타향에서의 뿌리 내림이란 참으로 힘들고 어려움이 많다. 언젠가는 물이 되어서라도 그 곳에 가 닿고 싶다는 시인의 애절한 목소리에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을 읽는다.시인
2015-05-11
그 어느날부터이 들녘엔 밟혀도 꺾이지 않는 풀들 피어났습니다하얀 언덕 위로해가 떠오르면불길처럼 댕겨오는 기억하나 데려다놓습니다제복 입은 그들이새벽의 시간을 정지시킨 그 날거친 발 아래서도상처 깁지 못한 고운 손들 움켜잡으며부드다부르다 끝나지 않은 노래도 들렸습니다한 시대의 금이 지워지지 않은고운 사람들 사는 그 남녘지금 노래는 꽃으로 피었겠지요남도 오월의 아픔과 그 한스러움이 어찌 몇 줄 시나 몇 가락 창으로 다 풀려지겠는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가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있는 현실을 시인은 같이 아파하고 있다. 총검에 도륙당하며 끝내 다 부르지 못한 한 맺힌 노래를 다시 듣는 시인의 가슴에도 오월의 남녘에 피어오르던 꽃들이 피어나고 있음을 본다. 아직도 이땅에는 밟아도 꺾이지 않는 풀들이 피어나고 있다.시인
2015-05-08
끝내 우기 속으로 가두어진 나의 하늘무성한 기억의 저편에잡풀로 되산대도속엣말 다 끄집어내듯자술서를 써야한다불면의 눈물방울주저앉는 발걸음에생때 같은 발돋움이슬픈 나무로 일어선대도아득히 저며온 말씀강물처럼 쏟고 있다시인은 부단히 자기에게로 돌아가고자 한다. 참다운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존재적, 실존적 자기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픔이 아닐 수 없다, 내밀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동원된 자술서, 속엣말, 강물 같은 시어들에서 그런 시인의 몸부림이 묻어난다. 자기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도정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5-05-07
앵두꽃이 피면가시내야북한 가시내야너에게 첫 입맞춤을 주랴햇살도 곱디고운조선 청보리 햇살 거두어다바람도 실하디실한남도 산머루 바람 거두어다너의 속살 고운 치마폭에 널어놓고돌산머리 애장터아메리카나 소비에트나팔푼 얼간패 좀 보라고앵두꽃이 피면가시내야북한 가시내야너에게 오천년 조선 머스마의까치동 첫사랑을 주랴통일을 염원하는 시인 정신이 절절한 남북 청춘들의 사랑으로 표출되고 있다. 흔하디 흔한 연애시가 아니다. 민족 동질성은 봄이 오는 이 땅의 산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자연이려니와 우리네 가슴을 타고 흐르는 지울 수 없는 한민족의 원형질, 민족혼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진정한 사랑은 통일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을 절절한 사랑타령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05-06
응달, 고개 숙인 것들 사이로햇살의 회초리 바람의 종아릴 칠 때흙살 촉촉이 밟으며졸음을 코에까지 건연둣빛 어린 물기둥들이 솟아오른다들리지 않는 환한 소리가사물의 실핏줄 속푸르고도 여린 문(門)들을 연다가벼워지는 법 생각하며 가로수들이발꿈칠 지그시 들어햇살 쪽으로 걸음 옮겨본다재재거리며꺼멓게 죽은 지난 계절의 대궁일 흔드는시궁쥐 같은 햇살,반쯤 내려왔던 하늘 한 자락이속죄처럼슬쩍 다시 올라간다연둣빛 어린 물기둥들이 솟아오른다고 표현한 시인의 봄에 대한 인상적인 표현이 선명하게 와 닿는 생명감이 넘치는 봄 예찬의 시다. 사물의 실핏줄 마다 봄의 기운이 치고 오를 것 같은 느낌은 겨울 내내 꼭꼭 닫혔던 우주의 모든 문, 자연과 인간 세상의 모든 문들이 활짝 열림에 가 닿는다. 차갑고 무거웠던 시간들이 가벼워지는 봄날이다. 희망 크다.시인
2015-05-04
마당 끝에는느티나무 한 그루알맞게 그늘 드리우고그 앞에는 조그마한 연못도하나 있었으면 좋겠지연못가에는 찔레꽃 피고벌들 윙윙거리면 좋겠지그 아래 가끔씩눈이 까만 어린 뱀 한 마리나타나기도 하고멀리서 뻐꾸기 울고강아지 길게 하품을 하고나는 거기에있어도 좋고없어도 그만이 시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그야말로 우리들 누구나 염원하고 기다리는 평화경이요 이상적인 풍경이 아닐까. 사실은 이런 풍경이 사시사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런 풍경을 이상적인 것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어떠하냐에 달려있는 것이리라. 어떤 마음의 눈으로 그 풍경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시인
2015-05-01
사월에산 뻐꾹새절규뚝 떼어산 빛 좋은 마루에널었더니녹음 몰래분단장한 계집이이산 저산 막 타네이 산 저 산 붉게 터지는 진달래꽃 천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땅 어느 산모룽지를 돌아나가더라도 붉은 울음으로 타오르는 참꽃 천지를 볼 수 있다. 분단장한 계집이 이 산 저산 막 타오른다고 표현한 시인의 가슴도, 시를 읽는 독자들의 가슴도 붉게 붉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진달래 산천의 봄이다.시인
2015-04-30
소나무는 제 사투리로 말하고콩밭 콩꽃 제 사투리로 흔드는 대궁이김 매는 울 엄니 무슨 사투리로 일하나김 매는 울 올케 사투리로 몸을 터는 흙덩이울 엄니 지고 가는 소쿠리에출렁출렁 사투리 넌출울 올케 사투리 정갈함이란갈천 조약돌 이빨 같아야소나무도 콩꽃도 자기만의 사투리로 서로 소통하며 짧은 생을 이어간다고 믿고 있는 시인은 땡볕 아래 김 매는 엄니와 올케의 사투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들의 사투리, 소통의 도구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땡볕 아래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며 건너가는 한 많은 여인네들의 가슴에 묻힌 말들에 대한 언급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이 땅의 여인들은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거칠고 엉뚱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는 것이리라.시인
2015-04-29
나는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았다물소리 바람소리 다 말라버린 가뭄을 건너슬픈 남루를 액자에 담아 거는 극지의 노을까지농사짓는 일이 명부전 같다나는 그것이 분하다탁란을 마친 뻐꾸기는 어딜 갔는가파란만장의 책, 경(經)아,사무치면 고요에 닿는가나는 이제 나의 경전을 얼음 감옥에 가두어야겠다신에게 들키지 않을꽃 한 송이 불끈 피우겠다정직하게, 하늘의 뜻에 따라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농부의 업은 신성한 것이다. 쉰이 넘도록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온 시인은 논과 밭을 그의 경전이라 일컬을 정도로 천리대로 무욕의 자세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이 시에 말하듯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를 해서 날아가버리는 뻐꾸기에 빗대어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와서 우리의 농촌이 피폐해지고 망가지는 현실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우리네 농부들의 눈물겨운 삶을 느낄 수 있는 시다.시인
2015-04-27
들소들의 영혼이 투욱투욱 흙 파는 소리가 들리면적막 구덩이에 옥수수 알갱이가 몇 알 떨어지구요아카시아나무가 반 살다 놔둔 아카시아 가지들그 위에서 첫 우기를 놓친 새끼 새도 한쪽만 살아 있으려나봐이렇게 경사로로 둘러싸인 인생이 구릉을 넘을 때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 있는벗은 나무 하나에 기대어 물어 봤습니다땡볕에 타들어가는 아프리카의 환경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있는 나무를 상상하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황폐하고 엄청난 불모의 땅에서 더 살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그 상상의 나무에게 물어본다는 것인데 이 물은 속에는 극복과 견딤의 강한 의지가 내포되거나 전제되어있는 것이리라. 구원을 꿈꾸는 시인의 간절한 바람이 잘 나타나있다.시인
2015-04-24
아침에 마신 커피가 어제의 쓰디쓴 기억을 달래고저녁에 마신 와인이 오늘의 깊어진 상처를 소독하고한밤중에 마신 맹물이 내일의 불확실한 갈증을 미리 예비하는내 하루가 강물처럼 흘러갔다죽음이 불만인 삶처럼아폴로를 떠나보낸 다이아나의 가슴처럼재회를 약속하지 못한 시간들의 불타는 발자국처럼내 인생이 흘러갔다꽃은 떨어지고 물은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진리이고 자연스러움이다. 쉰에 이른 시인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회억하면서 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아침과 저녁과 어제, 오늘이라는 시간 개념은 모두 강물과 함께 하는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 영원이라는 무한의 시간 앞에서 겸허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어디 지은이의 가슴 뿐이겠는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짙붉게 떨어지는 꽃잎을 본다. 뜨겁고 치열했던 순간들도 허망하게 스러져가는 것, 그게 인생이다.시인
2015-04-23
점빵 할아버지는 깊은 주름살로 웃으시곤우리 강아지 오능가내 입에 쏙 눈깔사탕을 넣어주셨다입에 넣기 무섭게눈송이처럼 사르르 녹아 없어져버리던하얀 눈깔 눈깔사탕세월 지나 망굴제 다시 찾았을 땐그 점빵 어디에도 없었다허허로운 아스팔트길흰 눈만 눈깔사탕처럼 흩날리고 있었다우리들 기억의 아득한 그 너머에는 골목의 점빵과 눈깔사탕과 점빵 할아버지의 주름살과 편안하게 골목으로 흘러가던 기침소리와 웃음소리가 놓여있다. 지금은 마트와 서양식 캔디가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과 맛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우리들 추억의 먼 골목에는 영원히 그 점빵과 눈깔 사탕과 할아버지는 푸르게 푸르게 살아있는 것이다.시인
2015-04-22
입 닫고귀 열어라어떤 노래가 들려오는가누구의 말이 못이 되어 박히는가계곡은함부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두 개의 눈은 빛나지 않아도 좋다시력을 잃어도 좋다손이 말하게 하라발이 말하게 하라입 닫고 귀 열라는 시인의 말에 깊이 동의한다. 허다하게 혹은 실속없게 말이 먼저나가고 말 뿐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 자신이 그 중심에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봄직하다. 입 닫고 귀를 여는 행위는 손과 발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주위의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소통과 존중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시인의 일성에 귀 기울여본다.시인
2015-04-21
너를 따라 묻히고 싶어백 년이고 천 년이고열 길 땅속에 들 한 길 사람 속에 들어너를 따라 들어외롭던 꼬리뼈와 어깨뼈에서흰 꽃가루가 피어날 즈음이면말갛게 일어나 너를 위해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그믈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한 종지 치자 향으로 몸단장을 하고살을 벗은 네 왼팔뼈를 베개 삼아아직 따뜻한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백 년이고 천 년이고오래된 잠을 자고 싶어남아도는 네 슬픔과 내 슬픔이한 그루 된연리지 첫 움으로 피어날 때까지그렇게 한없이 누워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연리지(連理枝)라 한다. 지극한 효성이나 부부애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한 정을 연리지에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이런 연리지가 되어서라도 그대의 사랑에 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 백년이고 천년이고 오래된 잠을 자고 싶다는 시인의 고백에서 진실하고 오롯한,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시인
2015-04-20
고개 돌려 나의 상처에 귀기울인 동안겨울이 가고 어느새 나뭇잎은 무성해지고누군가는 또 병들었다내 앞의, 내 안의, 또 내 뒤의 고단함에 지쳐병석에서 뱃살만 늘려온 나는죄만 늘려온 나는아니다 아니다 고개만 흔들어온 나는지금 한밤중이다미망의 자의식 속으로 빠져드는 시인은 생을 깊이 관조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시 쓰기에 혼신을 바쳤던 자신의 시간들이 병으로 멈추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병석에서 뱃살만 늘리는 처지에 대한 자의식과 함께 언젠가는 병을 극복하고 나가 더 뜨겁고 치열하게 살아가겠다는 자기응시와 결의가 엿보이는 작품이다.시인
2015-04-17
황혼이다 어두운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물을 본다 사나이는 다시걸음을 옮긴다 어디로?라고말하지도 않는다황혼과 나무, 사나이의 욕망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열되고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각각의 장면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온전하고 아름다운 전체의 풍경을 이루는 참 의미 있는 시적 기법을 본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들에 충실하며 이런 삶들이 모여서 풍요롭고 우리가 꿈꾸는 삶이 아닐까. 내 중심으로 내 욕망대로 이뤄져가기를 바라는 요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시인
2015-04-16
장승백이 삼거리에는, 봉천동 방면과 신림동 방면을 화살표로 갈라놓은 이정표가 걸려 있다. 그 봉천(奉天)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아,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의 두만강을 건너간다. 그 푸른 물, 그 모래바람, 그 갈대밭을 마음으로만 건너간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고향을 버리고 처자식 노부모를 버리고 제 목숨까지 버리고 그 기약 없는 길로 떠났을까봉천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아려오는 시인의 역사인식을 본다. 일본에게 나라는 빼앗기고 그 억압과 궁핍의 세월을 뜨겁게 살아온 선인들의 삶, 처자식과 노부모와 고향을 버리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 봉천으로 떠났던 사내들의 기막힌 가슴을 헤아리는 시안이 깊다. 시안은 갈대밭의 황량함을 바라보면서 망명도생에 거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떠올려보고 있다.시인
2015-04-15
사람 목숨 하나제자리 잡기가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바람에 날려가는 갈대 꽃씨가임진강변 뻘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가이렇게도 어려운 것인가의사로서 진한 서정의 시를 써온 시인의 생명 존중 정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한 생명의 새눈 트임이 어찌 이리도 어려운가를 느낄 수 있다. 요즘 같이 사람 목숨을 경시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이러한 시대에 사람 목숨 하나가 제 자리를 잡는데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가를 역설하고 있다. 생명존중 정신, 생명에 대한 외경감이 시 전반에 깊이 스며있다.시인
2015-04-14
국수를 먹으면어린 날 힘겹게 당기던 못줄 생각이 난다그 여름함께 풍덩거리던 개구리들 생각이 난다이 짧은 시에서 우리는 많은 그림을 본다. 가난이 닥지닥지 붙어있어서 배고프고 힘겨웠던 유월의 고향 풍경이 여러 장 정겹고 순수한 느낌으로 눈앞에 어른거린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질퍽거리는 논바닥에서 엎드려 어른들은 모를 심고 아이들은 힘차게 못줄을 당기던 시절, 그 힘겨운 시간들 속에 몸도 마음도 유월 땡볕 아래 지쳐갈 즈음 논둑으로 새참이 온다. 보리로 만든 국수다. 꿀 같은 그 맛을 어찌 잊겠는가. 그리 오래 전의 풍경이 아니다.시인
201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