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지나갔지만 너무 아프다. 밤새 소동이었지만 금세 맑은 하늘이다. 밖은 거짓말처럼 멀쩡한데, 병든 포항이 되고 말았다. 자연 앞에 약한 게 인간이지만, 이렇듯 깜쪽같이 할퀴고 내뺀 힌남노는 해도 너무했다. 하필 하늘의 비바람이 바다의 만조기와 겹쳐 이 동네만 아수라장이었다. 돌아가신 님들의 명복을 빌고 다친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밤을 꼬박 새운 북새통에서 깨어나 마주친 현실에 지역은 한동안 몸살을 앓을 터이다. 아프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 추석명절이 코 앞이라 더욱 힘들다. 명절 식탁에 올릴 이야기를 만드느라 정치권이 별 소릴 다 하지만, 지역의 추석 밥상은 태풍이 먹어치울 판이다.지난 놈을 어쩌랴. 사람이라면 쫓아가 붙들고 하소연이라도 하겠지만, 자연이 부린 조화에 어쩔 도리가 없다. 회복과 복구, 위로와 공감은 온통 사람의 몫이다. 태풍이 남긴 뒷 소식은 온통 포항소식 뿐이니, 나라가 지역을 또 얼마나 챙길지 두고 보아야 한다. 지역에서 먼저 일어서는 용기를 찾아야 한다. 사람의 사정을 뒤집어 놓고 돌아서면 나 몰라라 하는 게 정말 태풍 뿐일까. 온갖 약속으로 표심을 흔들어 자리를 차지하고는 당선 후엔 나 몰라라라 하는 게 닮지 않았을까. 힘없는 사람들을 힘들게만 하고, 오늘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있는 당신은 반성해야 한다. 자연에는 끝끝내 어찌할 바가 없겠지만, 당신이 쌓았을 거짓과 기만은 속았던 이들이 반드시 갚아줄 터이다. 거센 비바람은 높은 하늘로 표변하지만, 당신 탓에 허물어진 가슴들은 내내 상처투성이가 아닐까.태풍이 저지르고 도망간 걸 보고, 추석 앞에 우리는 마음을 다듬어야 한다. 반드시 지킬 약속만 할 것. 아쉬운 무엇에 건 약속만 남긴 채 돌아서서 사람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믿은 건 당신의 약속이었지 다음에 벌어질 사정이 아니었지 않은가. 정치에서 흔하게 보이는 거짓말이지만, 보통사람도 이따금씩 약속을 쉽게 여기는 실수를 한다. 힘들었을 밤새 했던 이야기가 새파란 하늘 아래서 달라지면 어쩌란 말인가. 약속은 언제나 무거워야 한다.한가위에 가신 어른들을 생각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듯, 태풍 뒤에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아야 한다. 배려와 공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피해와 상처가 오래 남지 않으려면, 공동체의 배려깊은 위로와 회복을 향한 공감어린 협력이 있어야 한다. 포항시는 물론 나라도 힘껏 도와야 한다. 재난지역 선포는 당장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올 추석이 명절 다우려면, 태풍이 남긴 상처를 함께 잘 보듬어야 한다.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어려움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지진이나 태풍이나 낯선 단어들에 포항이 익숙해져 버렸다. 난관을 딛고라도 새롭게 일어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태풍 다음날 푸른 하늘이 야속하긴 했지만, 기대와 희망의 빛줄기를 보여준 건 아닐까. 태풍마저 슬기롭게 이겨내는 지역을 기대한다. 태풍, 갔지만 밉다. 명절, 하필 지금이냐.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