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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명함전단지와 풀뿌리 민주주의

강길수수필가출근길마다 사무실 입구에서 하는 일이 있다.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지만 벌써 몇 년째다. 명함전단지(名銜傳單紙)를 한쪽 구석으로 모으는 일이다. 보통 네댓 장, 많은 날은 여남은 장이 될 때가 있다.보기 지저분해 처음엔 투덜대며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일일이 주워 사무실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버려진 명함전단지만 줍는 연로한 분들이 생겨났다. 그 후부터 한쪽 구석진 곳으로 모아둔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손으로 주워 한곳에 모아두거나 어느 날은 발로 툭툭 차 한곳에 모이게 하기도 한다. 점심때 나가면 명함전단지들은 그사이 누가 다 가져가고 없다.어느 날 광고 내용을 한번 보고 싶었다. 모두가 돈을 급전으로 빌려준다는 광고였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도 여전히 급전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널브러진 전단지들이 거리를 너저분하게 하여 보기 좋지 않고 쌓여 부패하면 위생 등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이 일하는 현장이란 것 역시 사실이다. 흔히 하는 말로 제작자, 광고주, 뿌리는 근로자들의 생존권이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약 반 시간 정도 걸어 출근 시간에 명함전단지를 뿌리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위험이 따르는 이 도로 저 도로 가릴 것 없이 내달리며 명함전단지를 뿌렸다. 한 손은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명함전단지를 건물 쪽으로 화살처럼 쏘아대며 달렸다. 꼭 자동기계의 동작 같았다.어떤 날 걷는 내 얼굴 앞으로 휙 소리를 내며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명함전단지를 만나 움찔 놀라기도 했다. 순간 한 손으로 어떻게 던지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갈까 감탄하는 마음이 들다가 이내 ‘무질서의 현장’이란 생각이 밀려들었다. 또, 작은 마케팅 폭력으로 보이기도 하였다.우리 국민은 소위 생존권이란 명분으로 공공질서가 유린 되고 묵인되는 현상을 사회에서 많이 겪으며 살고 있다. 개인의 생존권은 과연 공동체의 질서에 해를 끼쳐도 되는 것일까. 개인이 없으면 공동체도 없다. 역설적으로 공동체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 가야 할까. 이 문제는 유사 이래 줄곧 인류사회가 직면하고 또, 나름대로 해결하며 살아왔다.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의 꽃이랄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되는 것일까. 올곧은 국가 사회는 하늘이 내리는 것도, 다른 나라가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또, 슬로건이나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닐 터다. 풀뿌리의 주인인 주민들과 그 대표들, 공공기관, 여러 시민모임의 구성원들이 말 그대로 풀뿌리처럼 낮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사회의 낮고 구석진 곳들을 잘 살펴 고칠 것은 고쳐 나아가고 지속할 것은 이어나가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명함전단지만 하더라도 위험할 뿐 아니라 거리를 지저분하게 하는 오토바이 뿌리기 대신 방문 전달로 바꾸어 가는 지혜를 사업주와 지역 의회 등 지역사회가 협동하여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길일 테니까.

2021-05-16

5월, 학교에는(中)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5월 학교에는 소설보다 시와 수필이 더 융성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마음엔 시적 감수성이 가득한 시(詩)가, 교사들의 마음엔 깊은 관조(觀照)가 있는 수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학생의 마음에 꼭 시의 강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 강에서 잃어버린 오감을 되찾아 오월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행복 가득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아빠, 느티나무는 늙은 티를 내는 나무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봐요.” 필자는 지난주 사전답사로 백두대간 수목원을 다녀왔다. 거기에는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마음껏 수목원을 활보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질문에 답하느라 바빴다. 위의 말은 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말이다.학생의 창의적 표현을 듣는 순간 필자는 마음이 환해졌다. 학생의 말은 그대로가 시였다. 분명 지금 학생들의 마음에도 엄청난 시적 감수성이 샘솟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시를 배우면 배울수록 학생들에게서 시는 사라졌고, 지금은 멸종 상태다. 그러면서 학교도 사막이 되었다.학생들의 감성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은 교사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관조(觀照)의 자세다. 관조를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혜로 모든 사물의 참모습과 나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봄.” 관조의 대표 문학은 자아 성찰의 수필이다.“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교사의 전신은 스승이다. 스승은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그 옛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스승을 위해 제자들은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스승이 사라지고, 시험을 위한 교과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만 남은 지금 학교에는 스승을 위한 노래 대신 청탁 금지법만 남았다. 학생의 마음이 변했듯이 교사의 마음 또한 변했다. 교사의 마음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교사가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학생이라고 한다면, 믿겠는가? 그런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교사가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학생이라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그 무너진 하늘에 교육도 깔려버렸다.하지만 필자는 이 나라 교사들에게는 스승 DNA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무너진 교육을 일으켜 세울 힘 또한 교사에게 있다.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킨 국민을 길러낸 사람이 바로 이 나라 교사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대로가 수필이었다.5월 학교에는 시험 점수를 걷어내고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긴 학생들의 시(詩)가 노래로 넘쳤으면 좋겠다. 그 전에 교사들부터 스스로 성적을, 시험을 던져버리고 오롯이 학생들의 마음에 시의 씨앗을 심는 수필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스승의 은혜 노래가 교정 가득 행복하게 울려 퍼졌으면 정말 좋겠다.

2021-05-12

연두색 신록 예찬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필자가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 ‘신록예찬’이라는 수필이 있었다. 시험에도 잘 나오는 작품이었다. 그때는 시험공부였으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몰랐다.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생각했다.어떤 계절을 좋아합니까? 누가 필자에게 물으면 필자는 봄 또는 가을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신록의 계절이라고 말할 것이다.30대와 40대는 미친듯이 수업만 하다가 60살이 되던 어느날 벚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 선배들한테 물어보니까 주변의 자연경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 먹은 것이다. 50대 이후부터 필자는 1년 중 바로 지금, 신록의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작은 씨눈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색 초록으로 온세상이 물들기 시작해서 하나의 잎으로 만들어질 때까지의 아름다움을 신록예찬이라 한다.“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수필 ‘신록예찬’중필자는 지난주 보경사와 내연산에 가서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보았다.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맑은 신록의 숲속에서 올려다본 푸른 잎사귀들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아름다운 신록을 보며 번잡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떠나 순수하고 맑은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흉중에도, 안전에도 신록이다. 자연 현상에서 느낀 정서적인 체험에 충분한 사색을 통하여 인생에 대한 깊고 확고한 태도와 자연에 대한 심미안적 통찰력을 느꼈다.시간은 흘러도 행복한 기억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몸과 마음 부지런히 놀리면 행복이 가까이 온다. 세월은 빠르고 걸음은 더디니 쌈지에 고이 모신 오롯한 기억들 하나씩 풀어 세월 바람에 날려본다.물길 산길 바람길 따라 이어지는 사람 길 그 길 따라 웅숭깊은 인정 길어 올린다.필자는 자연이 주는 혜택과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오월의 신록 내연산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눈과 마음과 가슴을 씻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일체감을 가지면서 신록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싶다.신록의 봄이 가고 초하의 여름이 다가온다. 1년 이상 벗지 못하는 마스크가 날씨가 더워지니 귀찮고 힘들다. 사람들이 어디서나 멀리 떨어져야 한다. 몇몇 나라는 마스크를 벗을 정도 단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우리도 곧 오겠지. 힘내자. 저 신록을 보면서!

2021-05-11

보경사군립공원의 새 이름은?

박창원수필가내연산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고찰 보경사가 있고, 삼십 리에 이르는 긴 계곡을 따라 발달한 12폭포와 선일대를 비롯한 빼어난 경승지가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내연산보경사를 찾아가다 보면 보경사군립공원이란 표지판을 만난다. 사람들은 이 표지판을 보고 포항시가 군(郡)이 아닌데, 웬 군립공원이냐고 의아해 한다.보경사가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38년 전이다. 당시 연간 30만 명 이상이 찾을 만큼 동해안 최대의 관광지였던 내연산보경사는 1983년 10월 1일 영일군에 의해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1995년 포항시·영일군이 통합된 후에도 여전히 군립공원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시·군이 통합됐으면 당연히 시립공원으로 고쳐야지, 통합된 지 27년이 된 지금도 왜 군립공원으로 놔두고 있느냐는 의문을 갖는다.법 조항 때문이다. 종전의 자연공원법에는 “자연공원이란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 및 지질공원을 말한다.”고 해 놓고, 이 중 군립공원은 시·군 및 자치구의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지정·관리하는 공원이라고 정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자연공원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군립공원은 군수가, 시립공원은 시장이, 구립공원은 자치구 구청장이 각각 지정·관리한다.”로 바뀌었다. 그래서 최근 포항시는 시립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키로 하고, 시립공원에 어울리는 새 이름을 정하기 위해 5월 14일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설문조사의 공원명칭 선택항목에는 보경사시립공원, 내연산시립공원, 내연산보경사시립공원, 진경산수시립공원, 내연산폭포시립공원 등이 올라 있다. 보경사가 들어간 이름이 2개나 되는데, 1983년 군립공원을 지정할 때의 명칭이 보경사군립공원이어서 자꾸 사찰명을 염두에 두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국의 자연공원 중 사찰명이 들어간 경우는 거의 없다.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가야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팔공산도립공원, 선운산도립공원, …. 유명한 사찰을 낀 명산들이지만 그 어디에도 사찰명이 들어간 곳은 없다. 그러기에 보경사군립공원을 대체할 새 이름에 ‘보경사’는 넣지 않는 게 맞다.내연산은 사실 도립공원 급이다. 과거 역사가 그렇고 현재의 자연경관과 문화적 요소가 그렇다. 내연산을 전국에 알린 것은 조선시대 명사들의 글과 그림이었다. 울진의 선비 해월 황여일은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을 통해, 우담 정시한은 ‘산중일기(山中日記)’를 통해 내연산의 명성을 알렸다. 그림으로써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한 사람은 겸재 정선이다. 정선은 1733년부터 2년 간 청하현감을 지내는 동안 ‘내연삼용추도’ 등 내연산을 소재로 4점의 그림을 그려 남겼다. 이렇듯 현재의 12폭포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명소와 문화재, 관광객 수 면에서도 보경사는 도립공원 급이다. 차제에 내연산을 도립공원으로 격상시키는 게 어떨까?

2021-05-10

혁신, 기업 성장의 무기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사를 분석했던 지브랏(Gibrat)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생존의 비결은 바로 유연한 적응력, 즉 변화라 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과 도약을 위해 우수기업의 혁신활동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전문 컨설턴트를 초빙하여 변화를 시도하지만 무늬만의 혁신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은 기획하고 추진하기는 쉬워도 꾸준히 실행하여 열매를 맺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최근의 산업현장은 잦은 인명사고에 따른 부실한 안전관리와 환경사고에 따른 문제 등으로 상당히 심각한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적당주의 관행이나 능률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의 방향성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아서 사고가 빈발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기업체 내에서의 혁신과 변화만 제대로 추진하고 정착하게 된다면 재해나 사고를 상당 부분 방지하고 근절시킬 수 있다고 본다.이른바 혁신이란 생산활동의 현장에서 불합리를 찾아 시정 보완하고, 인적·물적인 결함과 낭비를 없애고 환경과 안전, 생산 기반을 효율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유지해가는 전방위적인 개선활동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혁신활동을 어떻게 펼쳐나가는 것이 좋을까? 모든 일에는 순서와 경중완급이 있듯이 표준화되고 정례화된 매뉴얼이나 성공사례를 표본으로 한 혁신활동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 단계적, 주기적인 활동과 반복 확인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면 된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개선현장의 현업에서 약 15년 간 기업의 성장과 생존의 중요 요소인 혁신활동 컨설팅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긴요한 노하우와 체험담을 공유하여 기업체와 공공업체는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사고와 재난을 예방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데 적으나마 도움을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첫번째 소개할 테마는 5S활동이다. 5S란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로, 혁신활동의 바탕이 되는 다섯가지의 활동유형을 일본어 영어식으로 표기했을 때 첫 자가 모두 S로 시작하기에 5S라 한다. 이러한 5S활동은 생산현장을 명랑하고 쾌적한 분위기로 바꾸는 기본활동이며, 기업의 숨쉬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10여 년 전 알루미늄 생산공장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공장 곳곳에 쌓여 있는 분진과 널브러진 자재들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고, 일 보다는 매일매일 청소하는 것에 지쳐 있었다. 가장 먼저 5S활동을 통해 먼지 발생원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자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결과, 현장이 깨끗해지고 안전해짐은 물론 품질과 생산도 좋아지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였다.5S활동이 바탕이 되는 혁신활동은 몇몇 사람의 솔선이나 참여가 아닌, 모두가 합심해서 한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고 행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처럼 금세 꺼져버리는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는 변혁의 횃불처럼 앞길을 환하게 밝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2021-05-09

5월, 학교에는(上)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린 5월이다. 그래서인지 5월만 되면 설렌다. 이런 필자를 보고 지인들은 5월을 탄다고 놀린다. 다음은 필자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의 시다.“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곳으로/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겨울 함박눈처럼/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따사로운 햇살에/오래 잠겼던 마음의 문 활짝 열고 집먼지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 (안재동 ‘5월’)지면 관계상 시 전문을 인용하지 못함이 아쉽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특히 선생님께 꼭 작품의 전문을 읽어보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올해 5월에는 시인의 생각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5월, 이 좋은 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고개 한 번 바로 들지 못하고, 그래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 숨어 있을 희망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희망의 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는 희망의 문이 좀 더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불행한데 부모가 행복할 리 없다. 부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신의 힘듦 정도야 거뜬히 이겨낸다. 그게 바로 부모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같은 부모 DNA다. 그 유산으로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어찌 되었든 부모님과 이 나라를 위해서 5월 한 달만이라도 학생들이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 웃음 속에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을 친구들과 나누고 나누어 학교 전체가 즐거움으로 충만했으면 좋겠다.학교만 생각해도 즐거운 웃음꽃이 피는 나라, 그 웃음꽃의 결실로 모두가 행복한 나라의 바탕이 올해 5월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그러기 위해서 5월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단순히 교육과정 채우기식 체험학습이나, 또 의미 없는 학생 동원 행사 따위는 제발 계획조차 하지 말자. 그리고 성적 따위로 학생들을 겁주는 비겁함에서 벗어나자. 교과 진도와 같은 교사 중심의 구시대적 핑계 따위는 생각지도 말자. 이 나라 교육의 종착지인 대학교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5월 한 달만은 모든 것을 철저히 학생들의 측면에서 생각하자. 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5월 학교생활을 설계하도록 하자. 만약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서 이것이 어렵다면, 교과 수업에서만큼이라도 이것을 실천해보자. 또 5월 한 달이 어렵다면, 정말 단 한 시간만이라도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발 좀 주자.5월 학교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인 “자기관리 역량, 심미적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라도 학생들이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05-05

청년들의 취업을 보장하라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국어사전에 캥거루가 미숙한 상태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른 짐승에게는 없는 주머니 속에 새끼를 넣어 젖을 먹이고 보호한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대학을 졸업해 취직할 나이가 됐어도 취직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취직을 했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들을 캥거루족이라 한다.우리나라가 IMF 때 대학가에서 신조어로 유행하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젊은 미혼 30대가 50% 이상이 캥거루족으로 부모와 함께 산다. 이들은 직장이 없는 미취업자다. 당연히 집을 구입 할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산다.2021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개발원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의 세대 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연령집단별로 보면 30∼34세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57.4%, 35∼39세는 50.3%로 각각 집계됐다. 40∼44세의 경우 미혼 인구의 44.1%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다.코로나19 1일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젊은 청년들의 올해 취업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구직급여 수급자는 75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2020년 7월의 73만1천명을 뛰어넘었다.2021년과 같은 상황이라면 취업의 기회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구직자가 넘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캥거루족의 부모님 탈출은 언제 될까? 우리 모두 사회적 책임이 아닌가 싶다. 함께 힘을 합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술과 춤으로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남의 자식이 아닌 내 자식의 일이다. 우리의 일이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해야 청년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자. 내로남불 나의 일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말자.통계청 조사대상 미혼인구(20∼44세)를 통틀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의 비율은 62.3%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미혼 인구의 경우 42.1%가 미취업 상태이다. 취업자 비율은 57.9%에 해당된다. 우린나라 경제적 자립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청년들의 취업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미혼의 인구가 62.3%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캥거루족에서 벗어나 취업하고, 결혼해야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주택문제와 취업이 핵심이다. 청년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의 외침을 듣자. 언제까지 코로나19 탓만 할 것인가. 청년들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다. 청년들에게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 나, 너,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2021-05-03

죽비소리

류영재포항예총 회장이른 봄꽃이 필 무렵부터 시작하여 산천에 녹음이 짙어진 지금까지 주말마다 대구에 다녀오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피치 못할 일로 가는 먼 길이지만 고속도로 주변은 넘쳐나는 연초록의 물결로 ‘신록예찬’이 절로 떠오르는 황홀한 풍경이라 이를 매주 감상하는 것은 행운이다. 돌아오는 길, 무심히 차창 밖을 보다 깜짝 놀랐다. 온통 누렇게 색이 변한 대나무 숲을 만났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도 변함없이 푸름을 자랑함으로써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여 사군자의 하나로 불리는 대나무가 이 초록의 계절에 어찌 저리 되었는가.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백년에 한 번 핀다는 ‘대 꽃’이 핀 것일까?대나무는 평생에 한 번 꽃을 피운다. 대나무는 여느 식물들과 달리 꽃가루 번식이 아니라 뿌리로 번식한다. 더 이상 뿌리로 번식할 수 없을 때 꽃을 피우는데, 그러니까 죽기 전에 마지막 의식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대나무의 죽음이 특별히 장엄한 까닭은 죽음을 무릅쓰고 꽃을 피워 종족보존의 본분을 다하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죽음공부’를 하는 지인이 있다. 죽음이란 것이 살아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피해 다니다가 어느 날 막다르고 후미진 곳에서 강도에게 급습 당하듯 맞닥뜨려야 하는 험악한 얼굴이 아니라 가능한 한 ‘살아서’ 죽음의 순간을 실감하고 싶어서라 한다. 그의 지인 중에는 죽음이 완전 소멸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한다. 죽음 후에 아무것도 없다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죽는 걸로 끝이라면 구태여 착하게,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사람답게 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고작 몇 십 년 사는 거, 나 위주로 살면 그 뿐이다. 그렇지 않고 잘 죽을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 죽음공부다.‘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란 묘비명을 남기며 모든 이로부터 추앙받던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 소식은 인간의 생명이 유한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였다. 각막기증으로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남김없이 주고 떠난 고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치러진 명동성당에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자들이 모여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별다른 조각 장식이 없는 삼나무로 짠 관 위에는 성경책 한 권만 놓여 있는 소박하여 더욱 엄숙한 장례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추모사,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지 알려주셨다.”처럼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고층아파트 불빛을 등지고 한 구비만 돌아들면 산골마을로 변하는 우리 마을의 초입에는 길 좌우로 키 큰 왕대나무들이 즐비한 구간이 있다. 마치 대나무 열병식이나 대나무 터널을 연상케 하는 이곳을 통과하며 이웃에 사는 선배는 여기가 마치 인간계와 자연계의 경계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굳이 그 말이 아니더라도 필자 역시 그곳을 지날 때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전생과 현생, 혹은 현생과 내생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을 느끼곤 한다.군더더기 없이 살기 위해 속을 비운 대나무, 하늘 향해 곧게 자란 성깔 있는 존재, 대쪽 같은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죽비소리 ‘타닥!’, 굽은 등줄기를 내리친다.

2021-05-02

학교 외딴섬, 시험도(試驗島)의 비극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선생님, 저 영어 90점 맞을 거예요! 이거 복사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서울에 사는 학생이 월요일 등교하자마자 영어 선생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고 종이 파일을 건네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부탁한다.“90점! 그래, 열심히 해봐. 그런데 이번 시험 쉽지 않을 거야. 괜찮겠어.”“그럼요, 걱정 없어요. 주말 동안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이게 그 증거에요.”영어 선생님께서는 학생이 건넨 종이들을 찬찬히 살펴보셨다. 종이가 넘어갈 때마다 선생님 얼굴에는 미소가 피었다. 그리고 몇몇 부분을 수정해 주셨다. 학생은 선생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궁금한 것은 바로 질문했다. 선생님께서는 반갑게 답해 주셨다.“친구들과 시험 범위를 나눠서 요약하기로 했는데, 큰일 날뻔했어요. 감사합니다.”학생은 너무 즐거워했다.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저렇게 즐거울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 학생을 필두로 교무실 앞에는 정리한 자료의 복사를 부탁하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밝은 모습에 주말 내내 무겁기만 하던 필자 마음이 조금 밝아졌다.주말, 필자는 시험공부에 몸살을 앓는 학생들을 보았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앞에는 독서실이 있는데, 밤이면 간혹 어린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아파트 놀이터로 나온다. 뭔가에 잔뜩 화가 난 그들의 모습은 필자를 늘 불안하게 만들었다.“시험 포기했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혼잣말만 하고 나가버리고, 인터넷 강의는 들어도 모르겠고, 엄마한테 그냥 학원 보내달라고 했어. 학교가 왜 있는지 모르겠어.”비록 필자와 거리는 있었지만, 학생들의 한숨과 원망 가득한 말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렸다. 학원에 가기 위해 일어서는 학생을 붙잡고 필자는 말해 주고 싶었다.“얘들아, 모르는 것은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쭈어봐.”하지만 필자는 돌아올 답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내 포기했다. 일요일 늦은 밤, 학교 시험을 위해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성난 그림자가 필자를 노려보았다. 그 학생이 떠나고 남아 있던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향했다. 그들이 가는 곳이 집과 독서실이 아님을 필자는 직감으로 알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그들을 필자는 잡아주지 못했다.죄책감으로 시작한 월요일, 어느 학생의 하소연을 듣는 순간 필자는 더 큰 죄인이 되었다.“오늘 시험 치는데, 선생님들이 틀린 문제 수정한다고 하도 다니셔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다 못 풀었어요. 근데 선생님들은 시험 방해한 거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세요.”시험에 갇힌 4월 학교는 의사소통이 단절된 섬이다. 그 섬 안에서 일어나는 비극에 대해 세상은 코로나19를 핑계로 귀를 닫았다. 5월 함성보다 더 큰 학생들의 원성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거듭 부탁하지만, 그 파도가 학교를 휩쓸기 전에 시험에 대해 제발 다시 생각하자.

2021-04-28

‘문빠’와 ‘태극기’는 언제쯤 퇴장할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엄청난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분단과 6·25 전쟁, 군부 독재와 민주화, 민중 항쟁과 촛불혁명은 오늘의 분열된 정치 지형을 낳았다. 흔히 우리는 아시아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를 받는다. 샤츠 슈나이더가 말하는 정당간의 정권 교체로 아시아 최고의 정치의 발전을 이룬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상호 부정과 거부라는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문빠’와 ‘태극기’라는 사이비 보수와 사이비 진보간의 왜곡된 이념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태극기 부대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박근혜 탄핵을 극력 반대하면서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절대 신뢰하고 현재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이 나라의 두 번의 군부 쿠데타까지 정당시하고, 선독(善獨)의 당위성을 주창한다. 지역적으로 영남을 주축으로 연령적으로는 60대 이후 세대가 많다. 이들은 반공에 철저하고 진보 정권을 좌파 용공 정권으로 간주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거듭 주장한다.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 옹호하는 세력을 ‘문빠’라고 부른다. 보수 진영은 그 중 ‘대깨문’을 친문 보위 세력의 핵심으로 본다. 이들은 이 나라를 망친 장본인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이라 보고 이들을 극히 혐오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적극 지지한다. ‘문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지를 무조건 존중하고 추종한다. 대통령을 향해 ‘인이 마음대로 해’라는 맹목적 정서가 깔려 있다. 이들은 보수가 재집권하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촛불정권의 주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그러나 위의 ‘태극기’ 부대도 ‘문빠’ 집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참 보수도 참 진보도 아닌 사이비 이념의 맹신자들이다. 이들 중엔 보수나 진보의 참뜻도 모르면서 상대를 감정적으로 비난 거부한다. 보수주의 원조 에드먼트 버크는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을 반성하면서 자유라는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자고 주장하였다. 진보는 정치 개혁이나 혁명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태극기’나 ‘문빠’는 본질에서 너무 이탈해 진영 프레임에 빠져 있다. 모두 이성적이지 못하여 상대에 대한 적대감만 노출하고 있어 이 나라 정치 발전에는 백해무익한 세력들이다.이러한 적대적 세력 간에는 화해할 수 없는 장벽이 있다. 서로 자신은 애국자이고 상대는 매국노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상대를 적대시 하는 감정 프레임의 노예가 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목전의 이익 때문에 이들을 교묘히 정치에 이용한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의식 수준은 낮으나 정치에 과잉 동조하는 세력이다. 우리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 시킬 뿐이다. 이제 친박과 친문에 기생했던 ‘태극기’와 ‘문빠’는 퇴장할 시간이다. 그 시점은 내년 대선이 끝나는 지점이며 빠를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2021-04-28

학생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린다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코로나19로 3분의 2만 등교를 한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급별 축구대회를 실시했다. 물론 코로나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진행됐다.점심시간과 저녁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축구를 한다. 이 시간을 기다리는 선수들 모두 이기려는 의지가 모두 강하다. 하지만 한 팀은 이기고 한 팀은 반드시 져야만 한다. 모두 경기를 하는 팀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승리하는 팀은 한 팀뿐이다. 운동장에서 체조를 한다. 사진도 찍는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된다. 어디에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까? 바로 학교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이기는 한 방법이다.예선전에서 필자의 반은 참패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학급별 축구대회는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담임 선생님들도 분주하다. 음료수와 빵과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승패를 떠나 승리를 한 반, 패배를 한 반,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골대를 향해 공을 찰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젊음의 소리를 들어본 사람만이 함성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함성으로 공을 차는 학생, 공을 막는 학생, 응원하는 학생, 가슴 조이는 선생님, 모두가 한마음이다.학급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도 중요하다. 학생들끼리 회의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 학생이 감독이 되어 협의를 통해 포지션에 대한 다양한 선수기용을 배정해 본다. 학생 자치가 스스로 이뤄진다. 참 재미있다. 이렇게 바람직한 학급 회의는 없다. 이것이 살아있는 학교이다. 젊음이 부럽다. 필자도 뛸 수 있을까? 마음뿐이다. 학생들과 마음으로 축구를 하는 것도 가슴이 뛴다. 각각의 반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담임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주먹에 힘을 잔뜩 실어서 꽉 쥐었다가, 아쉬운 한숨을 쉬었다가, 혼자 헛발질을 하다가, 가슴을 치다가, 공이 골대로 들어가면 환한 미소에 함성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경기 중 선수가 넘어지면 “넘어지면 안돼” “안돼 안돼 다치면 안돼” 소리를 치다가 선수가 툭툭 털면서 일어나면 소리친다. “민석아 괜찮아!” 담임 선생님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또한 승부차기의 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가 있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킥이 준비된 선수부터 한 명씩 정해지면 공수 모두 긴장한다. 공을 차는 순간 숨죽여 응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엄청난 함성이 나온다. “와-” 골이 들어가도, 못 들어가도, 골을 막아도, 골을 못 막아도 엄청난 함성이 나온다. 이런 경기를 또 어디서 볼 수 있는가? 학교가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경기이다. 교사 대표와 학생 대표 경기로 대미를 장식한다. 축제 중의 축제였다. “와 - 와 2013 와” 학생의 함성의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면 자연히 극복될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 있고, 학생이 교실에 있고, 학생 앞에 교사가 있으면 학교는 건강하다. 학생은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이다.

2021-04-26

기념일과 시험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잊지 말자고, 잊지 않겠다고,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몸부림치던 4월 학교 이야기!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으며, 또 얼마나 그때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기념일이 야속하다 못해, 원망스럽기 그지없는 4월.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기념일들은 정치인들의 생명 연장 수단이 된 지 오래다. 파란 지붕 집에 들어가는 사람의 색깔에 따라 기념일 색깔도 달라지는 이상한 나라의 기념일! 그런 기념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모든 기념일의 대상은 피해자다. 기념일은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정치가 몹쓸 이유는 그 이유와 원인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것을 조작(造作)이라고 명명했다.한때 조작과 정권은 같이 갔다. 조작 능력은 정권 생명력을 결정했다. 정권은 조작의 달인이 되었다. 조작을 끊기 위한 국민의 외침이 이 나라 기념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이 나라 주인은 분명 국민이다. 그런데 정권은 정의를 외치는 국민의 마음마저 수단시하고 있다.“근원적인 곳에서부터 공정과 정의가 자리 잡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국민은 이 말이 꼭 실현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뿐이었다.이번 정치인들 역시 공정(公正)과 정의(正義)를 자기들 멋대로 해석했다. 그래놓고 자기들은 이 나라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떠들어댄다.그들에게 묻고 싶다, 뭐가 정의롭고, 뭐가 공정한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필자의 책상 앞에는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목록이 붙어 있다. 그중에서 붉은 밑줄을 그은 곳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물론 다른 과제도 다 이루어져야 하지만, 필자는 위의 과제만큼은 꼭 이루어지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필자 또한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중이다. 그런데 4월이면 그 힘은 다 빠지고 만다.그 이유는 의미도 없는 학교 시험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시험의 의미는 뭘까?학생들을 암기 기계로 만드는 시험, 학생들을 학교 부적응 학생으로 만드는 시험,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꿈을 파괴하게 만드는 시험, 교사와 학생 간 불신만 높이는 시험, 희망사다리를 송두리째 끊어버리는 시험, 학교에 남은 마지막 희망까지 깡그리 지워버리는 시험!이 이외에 다른 의미가 있을까! 학교 비극의 주범이 되어버린 시험! 교사들에게 부탁드린다. 시험을 꼭 쳐야 한다면 학생에게 왜 시험을 쳐야 하는가에 대해서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 것을. 특히 자유학년제 최대 피해자인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는 더욱더 자세하게!멀지 않아 새로운 기념일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날은 의미도 없는 학교 시험에 맞서서 국민이 학교 정의를 외치는 날이 될 것이다.

2021-04-21

곡우의 ‘씨앗 비’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오늘이 곡우이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이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는 음력 3월, 양력 4월 20일경이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곡식을 깨우는 비’로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시기를 의미한다.곡우의 곡은 ‘기르다. 양육하다’ 뜻이다. 곡우는 ‘씨앗 비’라는 말과 함께 ‘곡식을 살리는 비’‘곡식을 기르는 비’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한 치 밖에 있는 봄 구경을 제발 좀 하여라/ 단 하루만이라도 봄빛으로 눈 떠 보아라./ 하늘빛이 시리도록 맑고 흰 눈동자를/ 펑, 펑, 펑 꽃 터지듯 떠보아라.”강우식 시인의 ‘봄 기도’를 보면 청각적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펑, 펑, 펑 소리가 난다. 탁!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다. 어느새 차가운 공기 대신 따스한 훈기가 코끝에 닿는 계절이 돌아왔다. 봄이다.봄이 오면 비슬산 천왕봉에서 대견사 방향으로 걸어가면 멋진 참꽃에 발목 잡혀 참꽃군락지 곳곳을 누비며 참꽃 물결의 비슬산에 정신줄을 놓는다.곡우의 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고 붉게 피어난 비슬산의 참꽃이 봄의 색으로 채워가고 있다. 대견사 뒤편엔 비슬산 참꽃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참꽃 군락지 중간 중간으로 이어진 전망대와 데크길 때문에 아름다운 참꽃의 향연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견사 3층 석탑에서 대견봉까지 참꽃으로 이어진 꽃길은 상춘객으로 어우러지고 참꽃과 하나 되니 더욱 아름답다. 또한 자연 암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대견사지 삼층석탑의 모습이 벼랑 끝 간절한 바람의 기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 끝에서 무언가를 빌어보는 듯하다. 누구의 건강과 안녕과 소원을 빌며 봄을 맞는다. 필자도 건강한 봄을 위해 빌어본다.곡우 때가 되면 조기의 살이 두툼하게 오르는 시기라고 한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지인이 있다면 조기를 선물하여 마음을 전한다. 또한 곡우 전후에 채취한 녹차 역시 최상품으로 여긴다. 그리고 곡우 물은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먹는다. 병이 있는 사람이 병을 고치기 위해 그 물을 마신다. 봄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따뜻한 봄은 밝고 희망찬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만큼 나뭇가지의 눈에서 파아란 새싹이 돋아나고 우리의 하루하루도 활기차고 의미 있는 날로 채워진다.2021년 봄은 새싹의 꽃망울이 펑,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더욱 희망차게 들리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얼굴에 그리워진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곡우의 봄비처럼 새로운 ‘씨앗 비’가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도 해 본다.곡우의 ‘씨앗 비’가 희망으로 지금까지의 고난과 역경, 어려움을 잘 극복 해왔던 것처럼 이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고 우리에게 더 아름다운 미래가 있음을 확신한다. 가슴에 조각난 덩어리 모두 씻어버리고 펑, 펑, 펑 꽃 터지듯 새 생명을 꽃피우는 봄과 봄비를 맞는 봄 기도를 하자.

2021-04-19

공황에 휩싸인 당신, 내면 아이를 돌보라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기 이전에는 우울,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어야만 좋은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도 인간의 적응에 필요해서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몸도 환경에 맞게 적응해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공황증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상담센터에 와서 공황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를 호소하는 내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다. 그것은 아마도 약물치료를 좀 더 선호해서일 수도 있고, 처음엔 신체질환으로 오인해서일 수도 있다. 가슴의 답답함이나 통증, 심장박동의 빨라짐, 손발의 떨림,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심한 불안과 관련된 증상이 4개 이상이고, 이런 강렬한 불안을 한번 겪은 뒤 또 겪을까 봐 두려워하고 회피하면 공황장애로 진단된다.공황증상, 즉 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신체적 이상으로 오해하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공황(panic)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도 그렇고, 원인도 알 수 없으며, 갑자기 증상이 왔다가 사라지기에 본인이나 보호자들도 이런 공황 증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며 당황할 수 있다.나의 심리상담 경험을 돌아보면 공황 증상과 관련해서 두 명의 내담자가 떠오른다.상담경험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 만난 분과 최근에 만난 분이다. 초보 심리상담사 시절에는 공황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났을 때, 그에게 심리학 교재에서 배운 대로 명상을 적용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 내담자는 불안과 공포가 심한 상태로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여 명상도 잘 통하지 않았다.최근에 만난 분은 최면기법을 적용했다. 그녀는 이성과의 이별 이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고 쓰러지게 되면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신체적인 이상이 없다고 해서 정신과의 약물치료 이후 나를 찾아왔다.그녀는 나중에 회복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갔는데, 그녀의 갑작스러운 공황의 원인은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와 관련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는 맞벌이했고 할머니 손에서 성장했다. 착하게 행동해야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할머니와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부모가 오면 방긋방긋 웃다가 부모가 가면 다락방에서 숨어서 혼자 숨죽여서 울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가 성인이 되어서 공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었다.우리가 두려워하는 공황, 그것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적응기제인 불안 증상의 하나로, 심해지고 오래 지속되면 마음의 도둑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빗장을 열어 원인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면 치료될 수 있다.공황으로 힘들어하는 그대여!마음속 깊은 속에서 당신의 내면 아이가 울고 있다. 그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라.

2021-04-18

속보입니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속보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지금 바로….”갑작스러운 속보 소식에 제일 놀란 것은 필자이다. 산자연중학교 방송반 학생들은 하루에 3회 정기방송을 한다. 방송 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부터 그다음 수업 시작 예비 종이 울릴 때까지이다. 요일별로 특집 방송 프로그램은 있지만, 속보는 한 번도 없었다.필자는 교무실에서 아침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속보 소식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방송에 온전히 귀를 기울였다. 뭔가에 그렇게 집중하기는 오랜만이었다. 방송반이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 궁금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왜냐면 산자연중학교 방송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에 나가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방송사고라도 나면, 마을 어르신들께서 놀라실 수도 있어 방송반 학생들은 방송 때마다 어휘 하나에도 몹시 신경을 쓴다.그런 방송반에서 예고도 없이 속보를 내보낼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걱정은 조금씩 기대로 변했다. 속보답게 진행 학생 멘트는 빨랐다. 빠르기로 보아서 방송 대본에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 빠르기에 따라 필자의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했다.“지금 하늘에 무지개 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지금 바로 바깥으로 나가서 무지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 주세요. 무지개가 핀 곳은 방송실 바로 위입니다.”진행자의 안내에 학생들이 분주해졌다. 분주한 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놀란 건 며칠간 비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탄성을 지었다. 그 탄성 소리에 지나가던 왜가리가 잠시 날갯짓을 잊었다.분명 무지개였다. 비가 없는 하늘에 무지개가 뜰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선생님, 무지개가 왕관처럼 원을 그리고 있어요. 어떻게 저런 모양이 나올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비도 안 왔는데, 무지개가 생기는 이유가 뭔가요?” 학생 말대로 하늘에 뜬 무지개는 필자가 알던 아치 모양이 아니었다. 반(半)이 생략된 분명한 반원(半圓)이었다. 반원 모양의 무지개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학생보다 더 빨리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모든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도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얘들아, 선생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 선생님과 함께 그 원인을 한 번 찾아볼까!”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학생들과 함께 교무실로 왔다. 필자는 필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다 내어주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역할 분담해 일사천리로 답을 찾았다.“유레카. 일반 무지개가 물에 반사된 것이라면, 우리가 본 것은 얼음에 반사된 거래요.”필자에게 스스로 깨우친 것을 쏟아내는 학생들의 모습은 아르키메데스를 능가하였다. 필자는 발견의 기쁨을 터득한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들을 보면서 필자는 또 다른 속보를 기다렸다. “의미도 없는 학교 시험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021-04-14

윤석열, ‘윤서결’ 혹은 ‘윤성녈’

박창원수필가지난달 4일, 갑작스레 사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19년 7월 25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제43대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 사퇴하기까지 1년 8개월, 역대 검찰총장 중 이 사람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총장직을 수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임명됐음에도 임명의 이유이기도 했던 바로 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때문에 문재인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재임 기간 내내 권력 핵심과 대립했고, 종종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사퇴 압력을 받았다.그러다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따른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에 반발하여 ‘검수완박’이라는 신조어를 남기며 검찰을 떠났다. 떠나는 순간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었고, 지금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그래선지 이곳저곳에서 내가 국어 선생을 했으니까 묻는다면서 윤석열은 [윤성녈]로 읽어야 하는지, [윤서결]로 읽어야 하는지 답해 보란다. 나는 바로 [윤서결]로 발음하는 게 맞다 한다. 왜 이런 논란이 생겼을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은 대게 [윤성녈]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방송에서 자꾸 [윤서결] 하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윤석열의 한자명은 尹錫悅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을 [윤서결]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말은 연음 법칙이 적용되어, 모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은 앞 음절의 끝소리(받침)를 이어서 소리내기 때문이다. 즉 모음으로 시작되는 ‘열’은 앞 음절 ‘석’의 끝소리 ‘ㄱ’을 이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결] 발음이 되는 것이다.이 경우 서울말에 익숙한 사람들은 [윤서결]로 발음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경상도 방언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발음이 어색하여 곧잘 [윤성녈]로 발음한다. 경상도 방언권의 사람들은 ㅑ, ㅕ, ㅛ, ㅠ 같은 이중모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의 앞 음절에 끝소리가 있을 경우 이어서 소리를 내기보다는 이 이중모음 앞에 ‘ㄴ’을 첨가시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단열[다녈]을 [단녈]로, 금요일(그묘일)을 [금뇨일]로, 산유국[사뉴국]를 [산뉴국]으로 발음하게 된다. ‘석열’도 예외가 아니어서 ‘열’에 ‘ㄴ’을 첨가시켜 ‘녈’로 읽는 것이다.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석렬(石烈)’이라는 이가 있다. 이 경우에는 뒤 음절의 원음이 ‘렬’이어서 [성녈]로 읽는 게 맞다. ‘석렬’이 [성녈]로 되는 것은 ‘석’의 끝소리 ‘ㄱ’과 ‘렬’의 첫소리 ‘ㄹ’이 만나면서 자음동화현상을 일으켜 ‘ㄱ’은 ‘ㅇ’이 되고, ‘ㄹ’은 ‘ㄴ’이 된다. ‘매울 렬(烈)’ 자를 쓰는 병렬, 억렬, 삼렬 같은 이름들은 이런 현상을 거쳐 [병녈], [엉녈], [삼녈]로 발음되는 것이다.사퇴 후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선두 그룹에 올라 선 윤석열.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여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그룹도 있고, 한사코 그의 등장을 막아 보려는 그룹도 있다. 정치활동 찬성편이든 반대편이든 그는 현재, ‘[윤서결]이냐 [윤성녈]이냐’ 하는 논란만큼이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2021-04-13

학생은 학교가 답이다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코로나속보] 2020년 3월 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총 확진자 3천526명(하루 새 +595), 사망자 17명(+1) 2020년은 학교가 참 어수선한 한해였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4월 11일 확진자 614명 서울 2단계 지방 1.5단계를 유지하고 있다.일선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한다. 원격수업의 장기화로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학생들은 밤과 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문화가 생겼다.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가정의 학부모님은 학부모님대로 어려움을 겪는 이중적 고충을 겪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이 한때 유행을 했을 정도이다. 고충을 알만하다.비대면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침 조·종례를 줌으로 하고 교과수업은 EBS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서 선생님이 동영상 수업을 올리거나, 줌을 통해 쌍방향 수업을 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쌍방향 수업은 많은 선생님이 선택하지 않은 수업방식 중 하나이다.필자 또한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모든 수업을 직접 해본 경험을 비추어보면 그중에서 줌을 통하여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하지만 이것 또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비대면 수업이 아니라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이다. 등교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 아니 전면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 학교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학생과 학교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하다.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텅 빈 운동장이 아닌, 텅 빈 교실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운동하고 수업하기를 바란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과 함께 하고 싶다.학교 현장은 어느 곳보다 방역을 준수하고, 등교 전 건강상태의 자가진단, 식당 청결상태, 사회적 거리두기 줄서기, 식당 테이블 인원 줄이기, 학생과 교사 마스크 착용하기 등 의심환자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등교 수업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방법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학교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현재 유치부·초등학교 1·2학년·고3학년 학생은 매일 등교하기로 발표를 했다. 하지만 집에 혼자 남아 있는 학생은 안전한지 그리고 학력 격차는 누가 해소 해 줄 것인가. 이제는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방법의 하나가 철저한 방역을 통해 학생은 학교로 등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학생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은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이 최고이다.변화를 좇아가지 말고 미래로 앞서가야 한다. 현재만 바라보지 말고 역발상을 통해 행동하고 극복하자. 과감하게 그리고 변화에 도전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자.

2021-04-12

뜻하지 않은 곳에서

최미경동화작가평일 오전 도서관에 갔다. 코로나로 전면 개방은 되질 않지만 대출, 열람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도서관 로비에 전시된 책 한 권 집어 들고 로비에 띄엄띄엄 배치된 소파에 잠시 기대앉았다. 유리천장으로 해가 쏟아낸 빛물이 그대로 쏟아져내려와 나의 무릎과 어깨 그리고 머리가 투명하게 젖어가는 듯 했다. 불쑥 보르헤스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천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책을 천천히 들어 올려 더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조금씩 더 깊게 책에 집중할수록 눈앞에 흐르는 한 줄의 문장과 귓가에 흐르는 맑고 차가운 한 줄의 공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온몸의 세포들이 하나씩 일어나 크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켰다. 마음에 무언가 가득 차올랐다. 행복이었다.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마음은 늘 불안과 걱정을 반복했고 실망과 미움이 지속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대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에 대해 분노하며 잃어버린 것에 대해 화도 나고 예민해져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겠다는 마음에 몸은 항상 몹쓸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 상황’이라는 것이 나 혼자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난관과 마주쳤을 때마다 불안은 더해 졌고 그 불안이 우울을 데려다놓기도 했다.네 개의 계절을 다 보내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아이들은 정상등교를 하지 못하고 사적인 모임도 어렵다. 그렇게 보면 작년 이맘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장치를 우리 몸과 마음은 그 1년의 시간동안 배우고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영위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섬세한 삶의 관찰자 눈이 바로 그것이다.매일 매일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일, 보고 싶은 이와 전화해 점심약속을 잡는 일, 주말이면 아이들과 근처 미술관에 가서 새로 바뀐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떨었던 일, 공원을 거닐며 큰 소리로 웃고 김밥이며 과자를 나누어 먹었던 일, 도서관 3층 쉼터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던 일, 영화관에서 셋째의 팝콘을 집어 먹던 일 등등 정말 아무렇지 않게 했던 모든 일들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1년 동안 깨달았던 것이다.그리고 다시, 봄을 전진하는 이 시공간에서 우리는 감사한다. 가족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고 아이들 뺨에 입 맞출 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한다. 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미술관의 그 공간에 대해 감사하며 띄엄띄엄 순번대로 앉을 수 있는 도서관의 그 공간에 대해 감사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으며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또래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한다.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천천히 하며 책을 덮고 책이 전시된 로비를 돌아서 한껏 충전된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왔다.

2021-04-11

4월 학교에는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내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3월에 피었던 꽃향기와/4월을 기다렸던 꽃향기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눈빛에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향기를 나누며/향기를 즐기며/아름다운 4월을 만들고//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4월에는/한 달 내내 향기 속의 나처럼/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게” (윤보영, ‘내 4월에는 향기를’)최근 필자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시이다. 중간에 생략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전문을 인용한다. 필자가 이 시에 매료된 이유는 필자가 원하는 학교 모습이 이 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또는 나)” 자리에 “학교”를, “당신” 자리에 “학생”을 대입해서 읽어보면 필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4월 학교에 행복이 넘치기를 바라면서 패러디한다.“학교 4월은/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중략) 4월에는 한 달 내내 향기 속 학교처럼/학생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그 웃음이 학교 행복이 될 수 있게”향기가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웃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조차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학교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 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 학교 현장이 얼마나 살벌한지는 잘 알 것이다.“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의 수가 10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략) 학생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한 학생은 2020년 2.75명으로 2.71명을 기록한 2009년보다 높았다.”학생들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워야 할 학교가 어쩌다가 학생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곳이 되었을까! 다음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다룬 언론 자료이다.“극단적 선택 추정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41.8%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우울 등 정신질환(12.8%), 가정불화(12.8%), 성적 문제(7.8%) 순으로 나타났다.”이 자료만 보면,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이 학교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최선을 다해 얻은 자료일 것이다.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순서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음을 안다. 당장 학생들이 우울 등 정신질환을 겪는 이유를 생각해보자.4월 들면서 학원과 독서실에 자리가 없다고 한다. 특히 독서설에 오는 학생의 학년이 많이 낮아졌단다. 그중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독 많다고 한다. 중학교 첫 정기고사에 가위눌린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보면서 학교와 자유학년제의 모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4월을 향기 넘치는 말로 시작하려 했는데 또 실패다. 지금부터라도 4월 학교에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그것도 학생들이 행복한 향기가! 그러기 위해서라도 평가제도를 확 뜯어고치자!

2021-04-07

아기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표어가 생각난다.실패한 정책이다. 2020년 ‘출산율 0.84명’이란 충격적인 저출산 통계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2045년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도된 바도 있다. 같은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늙은 나라’라는 이름이 붙여진다.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저출산 추이가 계속 현재와 같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도 결혼 건수가 갑작스럽게 추락하고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체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또한 지방대학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는 저출산에서 비롯된다. 이미 20여년 전 예견되었던 일이다. 2021학년도 지방대학의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로 어려움에 부딪힌 지방대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학령인구 감소를 살펴보면 2018년 고3으로 학교를 재학한 학생은 54만명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도 고3으로 학교를 재학한 학생은 49만명이다. 2020년도 고3으로 학교를 재학한 학생은 43만명이고 현재 2021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45만명이다. 현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은 41만명으로 줄어든다.이러한 상황에도 대학들이 학생 정원 감축을 하지 못하는 것은 등록금 동결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생의 등록금이 모두 수입이기 때문이다.앞으로 계속해서 더욱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사태로 이어질 것이다.통계청은 2065년이 되면 노인 인구 비중은 47.5%(저위 추계 기준)까지 높아진다. 곧 ‘인구절벽’이 시작되면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노인으로 채워지는 것이다.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방 자치단체인 창원시는 인구 100만명을 유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인 결혼자금을 최대 1억원 대출해서 10년 내 3자녀 출산 시 대출금 전액 탕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보인다.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아기 울음소리가 급속히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지금보다 좋아질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지도층에서 국민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스스로 아이를 많이 낳아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주택·교육 등 다양한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인공지능(AI) 같은 혁신적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혁신을 창출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 모두가 모범을 보이는 자세로 저출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말로 하는 대책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대 변화에 맞게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이 키우는데 걱정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아기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