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엄청난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분단과 6·25 전쟁, 군부 독재와 민주화, 민중 항쟁과 촛불혁명은 오늘의 분열된 정치 지형을 낳았다. 흔히 우리는 아시아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를 받는다. 샤츠 슈나이더가 말하는 정당간의 정권 교체로 아시아 최고의 정치의 발전을 이룬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상호 부정과 거부라는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문빠’와 ‘태극기’라는 사이비 보수와 사이비 진보간의 왜곡된 이념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태극기 부대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박근혜 탄핵을 극력 반대하면서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절대 신뢰하고 현재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이 나라의 두 번의 군부 쿠데타까지 정당시하고, 선독(善獨)의 당위성을 주창한다. 지역적으로 영남을 주축으로 연령적으로는 60대 이후 세대가 많다. 이들은 반공에 철저하고 진보 정권을 좌파 용공 정권으로 간주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거듭 주장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 옹호하는 세력을 ‘문빠’라고 부른다. 보수 진영은 그 중 ‘대깨문’을 친문 보위 세력의 핵심으로 본다. 이들은 이 나라를 망친 장본인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이라 보고 이들을 극히 혐오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적극 지지한다. ‘문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지를 무조건 존중하고 추종한다. 대통령을 향해 ‘인이 마음대로 해’라는 맹목적 정서가 깔려 있다. 이들은 보수가 재집권하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촛불정권의 주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위의 ‘태극기’ 부대도 ‘문빠’ 집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참 보수도 참 진보도 아닌 사이비 이념의 맹신자들이다. 이들 중엔 보수나 진보의 참뜻도 모르면서 상대를 감정적으로 비난 거부한다. 보수주의 원조 에드먼트 버크는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을 반성하면서 자유라는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자고 주장하였다. 진보는 정치 개혁이나 혁명을 통해 인권을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태극기’나 ‘문빠’는 본질에서 너무 이탈해 진영 프레임에 빠져 있다. 모두 이성적이지 못하여 상대에 대한 적대감만 노출하고 있어 이 나라 정치 발전에는 백해무익한 세력들이다.
이러한 적대적 세력 간에는 화해할 수 없는 장벽이 있다. 서로 자신은 애국자이고 상대는 매국노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상대를 적대시 하는 감정 프레임의 노예가 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목전의 이익 때문에 이들을 교묘히 정치에 이용한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의식 수준은 낮으나 정치에 과잉 동조하는 세력이다. 우리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 시킬 뿐이다. 이제 친박과 친문에 기생했던 ‘태극기’와 ‘문빠’는 퇴장할 시간이다. 그 시점은 내년 대선이 끝나는 지점이며 빠를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