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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심이 가는 길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광화문 집회와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집회가 국론분열양상으로 흐르자 사회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조국은 감옥 가라”,“문재인은 퇴진하라”는 구호 소리가 쉼 없이 울려퍼졌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주변은 물론 세종로 사거리에서 숭례문 앞, 서대문 방면까지 도심지역은 집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그러나 정작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국론분열로는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뒤 “특히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굴절된 상황 인식과 국민 무시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한 것은 대통령의 인지부조화”라며 “절대 다수 국민에 맞서 대한민국을 70년 전의 해방정국으로 돌려놓은 장본인은 바로 대통령과 한줌 친문세력이 아닌가”라며 비난했다. 바로 강대국의 신탁통치를 놓고 벌어진 찬탁과 반탁시위의 국론분열상을 빗댄 것이다. 광화문 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은 서초동(집회 참가자들)만 국민으로 보이나 보다”, “광화문에 운집한 사람들은 국민도 아니라는 뜻이냐”라는 반발도 터져나왔다.다만 ‘검찰개혁 촉구’ 서초동 집회와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광화문 집회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국민 주권 발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온 것은 의외였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6%포인트)한 결과 서초동·광화문 대규모 집회가 ‘정치권의 무능력을 보완하는 국민주권의 발현’이라는 응답은 61.8%로 집계됐다. ‘국론을 분열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답변은 31.7%였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정치권의 무능력을 보완하는’이란 표현 뒤에 ‘국민주권 발현’항목이 있어 왠지 국론분열이란 응답을 피해갈 수 있도록 구성한 문항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어떻든 보수와 진보진영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맞서는 대규모집회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바로 민심이 나아가는 길로 나라가 운영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팩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사태의 본질을 직접민주주의로 오도하고, 검찰개혁이란 이슈로 덮으려 하고 있다. 민심이 가는 길과 점점 멀어지면 끝내 파국을 맞게될 뿐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9-10-10

자기확신의 오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로 가는 기차안에서 있었던 일화다. 한 승무원이 기차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표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큰일났군, 큰일났어.”이윽고 기차의 한 칸을 모두 검사하고 나서 승객들을 향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승객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반대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셨으니 다음역에서 내려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차의 안내방송에 의하면 분명 브뤼셀로 가는 기차가 맞았다. 그렇다. 사실은 기차를 잘못 탄 것은 승객이 아닌 승무원이었다. 보통사람 같으면 승객 모두가 브뤼셀로 가는 기차표를 지니고 있었다면 “내가 기차를 잘못탔나?”하고 생각했겠지만 이 승무원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나 강한 확신을 지닌 나머지 이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기차였기에 망정이지 그 승무원이 운전하는 차였다면 승객 모두는 브뤼셀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게됐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신은 우리의 삶이나, 역사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교훈이다.수많은 국민들이 조국 사태를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최초’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장관 후보자 임명·철회 청와대 청원, 장관 후보자 청문회 전후 아내 기소, 검찰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제1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투쟁, 대학생들의 임명 반대 촛불집회, 검찰개혁 주장 촛불집회 등 장관 한 명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교수의 말 처럼 ‘청와대가 조국 장관을 손절매하는 시기를 놓친’ 것일 수 있다. 조국 사태는 당초 ‘평등·공정·정의’를 강조해 온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인 조국 장관이 평소 언행과 달리 가족 문제와 관련해 특권과 특혜를 아무렇지 않게 누려온 듯한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비롯됐다. 특히 조 장관 아내의 사모펀드 투자나 자녀 입시와 관련된 일부 의혹은 위법시비에 휘말렸다. 이쯤되면 예전의 인사청문회였다면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추천을 철회하는 조치로 마무리되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장관임명을 강행하면서 온 나라가 진영논리로 갈라졌다.‘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지역 언론사 특강에서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는데 지금 기회가 평등한가. 안 그렇다. 과정이 공정했나. 아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그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나. 이게 뭐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에서 자기확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실망스러운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평화를 말하는데, 갈등이 심해지고, 청렴을 말하는데, 부정부패가 심해지고, 민생을 말하는데 생활이 어려워진다. 정치현실에 흔히 나타나는 모순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내가 믿고있는 확신이 과연 옳은 지 되짚어보는 성찰이 꼭 필요하다.

2019-10-03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2019년 대한민국균형발전박람회가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동안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04년 부산을 시작으로 해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역박람회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열리기는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특히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멤버들 가운데 국장급 3명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조만간 위원회를 떠난다고 해 환송회를 치렀다. 경북 경산에 출마 예정인 전상헌 국장, 경기도 김포에 박진영 국장, 전라남도 광주에 조오섭 국장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전성헌·박진영 국장은 대구·경북출신이어서 자주 만나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사이였고, 조오섭 국장 역시 광주 출신이지만 지역균형발전위원회에 몸담은 동안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여러 제안을 함께 고민했던 사이인지라 무운을 빌어주었다.그들과 내년 총선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대구·경북이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 여러 상념이 떠올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지라 행정부처에 대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했다. 실제로 지역의 현안사업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집권여당 소속인 이들의 입김과 영향력이 적지않게 작용하는 듯 했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식견도 상당하고, 처신도 반듯한 이들이 각자 원하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정치현실은 필자의 바람과는 다르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이 거의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서 당선됐고, 홍의락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에 입당한 경우다. 나머지 대구 10곳, 경북 13곳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당선돼 ‘자유한국당 텃밭’으로 불리는 게 대구·경북의 실상이다. 최근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지역 공략을 위해 젊고 참신한 당료나 공무원 출신들을 차출해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채비를 하고 있다. 또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대구시당 예산정책 간담회’를 열고, 대구시에 대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대구 민심 구애에 나섰다. 대구·경북지역 내년 현안사업 예산을 당지도부가 직접 나서 챙겨주겠다니 약속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어쨌든 우리나라는 정치가 사회·경제·문회 모든 분야를 끌어가는 정치과잉이 문제다. 필자는 정치는 정치인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역민을 대표해 일할 일꾼을 뽑는 총선에서는 무슨 당소속이냐가 아니라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당별로 패거리를 나눠 싸움박질이나 하는 정치꾼들을 배제할 수 있다. 또 그런 민주적인 표심의 발현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믿는다.

2019-09-26

삭발투쟁 뒷담화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국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투쟁을 벌여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19일에도 김석기·송석준·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 등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 5명이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황교안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한 이후 현역 의원만 8명이 릴레이 삭발했다. 이로써 릴레이 삭발에 동참한 의원은 이주영·심재철·박인숙·강효상 의원을 비롯해 9명이 됐다. 원외에서도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송영선 전 의원이, 18일 차명진 전 의원, 19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삭발했다. 황 대표보다 먼저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과 전직 의원까지 포함하면 한국당에서 이날까지 총 14명이 삭발했다.하지만 며칠째 삭발이 이어지면서 아이스버킷챌린지 같은 이벤트로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원내투쟁을 이끄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삭발을 않고 있는 것을 겨냥, “언제 삭발하는지 두고보겠다”며 릴레이 삭발을 ‘조롱’하는 글마저 올라오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삭발을 ‘공천용 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한국당의 길거리‘쇼 정치’”라고 비판했고,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에)‘공천 눈도장’을 찍기 위한 행위 아닌가”라고 대놓고 야유를 퍼부었다. 가장 적나라한 비판을 내놓은 것은 바로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황교안 대표가 삭발한 이유를 세가지로 들었다. 우선 조국 대전으로 얻은 게 없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당대표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동됐을 것이고,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정기국회가 다가옴에 따라 삭발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 마이크를 잡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두번째다. 세번째 이유로 이미 몇몇 여성의원들이 감행한 삭발이지만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별달리 뾰족한 투쟁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삭발은 패착이라고 평가절하했다.‘삭발(Tonsure)’은 ‘큰 가위’라는 뜻의 라틴어‘Tonsura’에서 유래됐으며, 중세에 성직자와 세속인을 구별하는 기준이었다. 사제가 세속적인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승려로 입문하는 의식을 치를 때 삭발을 하며, 그 후에 자격을 제대로 갖춘 승려가 될 때 다시 삭발식을 거행한다. 불교의 출가 수행자가 머리를 깎는 것에는 하나는 다른 종교의 출가 수행자와 모습을 다르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단절함을 뜻한다.그런 면에서 보면 정치권에 부는 삭발열풍은 종교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의식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떻든 삭발투쟁은 야당답지않게 뜨뜻미지근한 대여투쟁으로 맥빠져 있던 자유한국당이 그나마 결의에 찬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정치투쟁 방식으로 자리잡게 된 듯 싶다.

2019-09-19

서일필(鼠一匹) 청문회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증인채택을 둘러싼 이견으로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지 않고 버티자 조 후보자가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로서는 전무후무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해명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그제서야 한국당이 뒤늦게 청문회를 열자고 요청해 6일 하루동안 청문회를 열게 됐다. 도대체 장관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자는 건지 여야 힘겨루기에 청문회가 수단이 됐는 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자유한국당의 심사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버무려 추석 밥상에 비빔밥처럼 올리고 싶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인들 야당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 데 그리 무력하게 따라갈리 없지않나.오히려 민주당이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속에 6일까지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함으로써 ‘청문회 없이 임명강행’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했고, 패를 읽힌 자유한국당은 ‘청문회도 못여는, 존재감 없는’ 야당이 되지 않기 위해 여당에 끌려가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상대방이 어떤 방식으로든 추석 전에 청문회 정국을 끝내려는 전략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야당은 거기에 맞춰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조율하면 됐을 일이다. 어차피 정부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장관임명의 요식행위가 된 게 이미 열여섯번이나 되고, 이제 열일곱번째를 맞은 들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5년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17명이고, 박근혜 정부 10명, 노무현 정부 3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현 정부의 인사행태는 비판받을 만하다. 더구나 정부 출범 당시 협치와 권력기관간 견제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그런 정부가 정작 여야합의로 이뤄지는 청문보고서 없이 이렇듯 자주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적이다. 그나마 어렵게 합의돼 진행될 청문회가 6일 하루동안 진행되고, 증인은 조 후보자의 가족을 제외한 11명으로 결정이 났다.다만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조 후보자 딸 표창장 관련해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밝혔는 데도 여당이 조 후보자 의혹과 직접 연관이 없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에 반대해 증인명단에서 빠진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더구나 증인을 부르려면 법적으로 최소한 닷새 전에 통보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청문회에 증인들이 꼭 나와야 할 의무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이번 청문회가 조국 후보자의 셀프 청문회 형식이었던 기자간담회와 다른 것은 선서하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위증죄로 처벌받게 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거짓말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한 증인들이 나오지 않게되면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가 나타난 모양새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말처럼 이번 청문회는 오락가락, 갈팡질팡 청문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일필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서글프다.

2019-09-05

머나먼 사법개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핵심실세로 꼽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름으로써 인사청문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조국 후보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된 20여곳에 대해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나설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주장에서부터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라는 추측까지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치열한 논쟁끝에 9월 초 청문회 일정을 가까스로 합의한 여야 정치권도 그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야당이 비록 조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는 했지만 인사청문회 전에 검찰이 갑자기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한 듯 하다. 청와대는 물론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장관도 사전에 협의나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20년이 다된 국회청문회 역사에서 검찰이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니 구구한 해석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조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규명은 청문회가 아니라 검찰수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 것 아닌가 싶다. 국민의 관심도 청문회가 아니라 검찰 수사에 쏠리고 있다. 조국 후보자가 청문회가 아닌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권 입장도 당황스럽다.물론 검찰 수사를 주장해온 야권으로선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을 탓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만 하필이면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을 벌여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킨 검찰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실제로 조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청문회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에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진실을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9월 초 청문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청문회에 출석한 후보자나 증인들이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버티어도 어쩔 수 없다.더 중요한 것은 조 국 후보자를 더 이상 고집하다가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어하는 사법개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에 취임한다해도 검찰개혁을 제대로 주도할 수 있을리 없고, 검찰개혁을 외쳐봐야 호응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란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조 후보가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든 못마치든 법무부장관으로서 맡은 소임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워보인다. 문재인 정부에는 조국 후보자 이외에 사법개혁을 추진할 인물이 전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 그 길은 너무 멀고도 멀어 보인다.

2019-08-29

‘조국 지키기’ 어려운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국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단법석이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검사출신이 아닌 학계인사로서 민정수석을 맡아 문 정부의 사법개혁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그런 조국 전 수석이 사법개혁을 마무리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 무대에 올려지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집중포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여의도 정치권 인사들은 최근 만나기만 하면 ‘정부여당의 조국 지키기가 과연 성공할까’에 대해 궁금해한다. 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신임이 아직도 두터운 데다 이 정부의 근간을 이루는 세력들과 공동보조를 맞춰온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에 안착시키는 일이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지름길이란 점에서 임명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하지만 조국 후보자의 딸 입시부정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정부여당의 조국 지키기가 성공하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세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 이유의 첫째는 본인이 ‘정의’‘공정’으로 대변되는 가치를 주장해놓고 정작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둘째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에서 보듯이 최순실의 딸 최유라의 부정입학이 문제가 되자 결국 최유라의 이화여대 학위가 취소된 전례에서 보듯 자녀들에 대한 입시부정에 대해서는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항간에는 ‘조유라’나 ‘조로남불’이란 말이 떠돌만큼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로는 촛불집회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자칫 촛불집회에서 퇴진압력을 받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 학생들은 23일 학교 측에 조씨의 학위 취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학생만 2천명에 이른다. 정치권에서 동원한 사람들이 아닌 순수한 대학생들의 촛불집회에서 정부가 지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런 압박을 버티고 입각했다해도 법무장관으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문재인 정부는 이미 16명의 장관급 인사들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강행한 바 있다. 그렇다해도 현 정부가 여론이 어떻든 정권이 바라는 인사를 임명강행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 정부가 국민의 뜻이나 여론을 깡그리 무시한다는 인상을 줘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국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에 어떤 공적을 세워 문 대통령이 그리 신임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여러 차례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야당의 사퇴압박을 받았던 것 역시 간과할 일이 아니다. 또한 사법개혁의 틀을 그린 공은 있을지 모르되 이번 사태로 정작 사법개혁을 제대로 실행할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돌직구 발언으로 명성(?)이 높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국 딸이 시험 한번 안 보고 외고, 고대, 부산대 의전원 간 것에 분노하는 민심을 보면서, 한국 사회를 이렇게 만든 정치인들에게는 분노하지 않는 민심을 보고 한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한국 사회 기득권층, 특권층 자제들의 신분 세습 수단을 어디 조국 딸만 이용했겠느냐”며 “잘못된 제도를 이용하여 병역회피를 하는 사람이 어디 조국 아들만 있겠느냐”고 사회지도층을 싸잡아 질타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한 대학생이 “누군가는 말 위에 올라탔고 누군가는 페이퍼 위에 올라탔지만 내가 올라탔던 건 부모님의 등이 아니었나 싶어 잠을 설쳤다”고 내쉰 탄식이 더욱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평범한 서민들의 자녀들과 부모들 가슴에 못을 박은 ‘조국 지키기’는 더 이상 안 된다.

2019-08-22

대통령은 응답하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조치를 강행한 이후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 강하게 반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기는 시원·통쾌·상쾌할 정도였다.특히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의 선언에는 마치 3.1독립운동 선언때 같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태도는 그 이후에도 한결같이 단호하다.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경제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바로 다음 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쏘는 바람에 평화경제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기는 했지만 말이다.지난 7일에는 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 사태 후 첫 부품소재 생산기업 현장 방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찾은 경기 김포시의 정밀제어용 감속기 생산 전문기업인 SBB테크는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문 대통령은 “수출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SBB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문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고도의 분업체계 시대에 나라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는데,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면서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므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규정한 뒤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대책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반적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장기대책까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대통령의 말잔치에는 우리가 일본에 맞대응할 카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친절한 설명이 없다. 알맹이가 빠져 있다. 그냥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국력도 많이 신장했으니, 맞싸워서 이기겠다는 얘기다. 최근 퇴근 뒤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궁금증은 한결같았다.우리 정부가 일본을 압박해 이길 카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사태를 풀어 나갈지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다는 주문이었다. 필자도 민심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과 청와대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지 열심히 취재해 봤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의 피력만 반복될 뿐 설득력있는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의 조치에 상응해 맞춤형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지는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작전상 알려주지 않겠다니 마구 따지기도 어렵게 됐다.다만 큰 소리는 쳤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일 뿐이다. 이쯤되면 대통령은 응답해야 한다. 일본 수출규제조치는 이런저런 방안으로 헤쳐나갈 작정이고, 단거리미사일 쏴대며 난리치는 북한은 요런저런 방법으로 살살 달래서 협상장에 자리 앉혀 평화경제를 실천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주인의 궁금증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응답하라.

2019-08-08

책과 여름휴가

독서를 즐기며 보내는 여름휴가를 북캉스라 부른다. 먼 장거리를 떠나거나 가까운 곳에서 휴양의 시간을 보내든지 책 한권이라도 옆에 끼고 출발해 보자는 독서 권장의 개념이다. 때로는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직장인이 알뜰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것을 두고도 북캉스라 표현한다.올여름도 국립중앙도서관이 ‘올여름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추천하는 등 독서 권장을 바캉스와 연계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도서관에서 1박2일을 함께하는 독서 행사도 열어 피서철 독서문화 확산을 꾀하고 있다.그러나 책 읽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요즘 북캉스가 얼마나 국민의 마음에 파고들지 궁금하다. 하지만 국민에게 책 읽기 등 독서 문화를 권장 혹은 확산시키는 운동은 해볼 만한 일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지식을 얻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피서지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좋은 힐링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독서에 몰입하는 경지에 이르는 말로 독서 삼매경(三昧境)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삼매경은 불교에서 나온 말로 산스크리트어로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한다”는 뜻의 한자 표현이라 한다. 삼매의 세 가지는 마음(心)과 눈(眼), 입(口)을 가르친다. 독서 삼매경이니 일상의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책 읽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마땅하다.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식을 얻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선택이다. 선각자들의 깨달음과 경험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전국의 도서관 등 전문가가 추천한 ‘여름철 읽기 좋은 책’의 목록을 살펴보는 것도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 생활의 여유를 찾는 방법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독서 삼매경에 들어갈 수 있다면 심신의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또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에게도 한 권의 책을 독파하도록 가르침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추억도 없다.휴양과 독서를 겸한 북캉스에 빠져 들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19-08-01

부끄러운 총선보고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총선관련 보고서가 유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그 내용이 지나치게 정략적이어서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 30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동향’이란 제목의 대외비 보고서를 보냈다. 문제가 된 보고서에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다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일본의 무리한 수출규제로 야기된 한일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많다”라며 “원칙적, 단호한 대응을 선호하는 응답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높게 나타났다. 원칙적 대응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보고서 내용의 공개로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나서서 민주연구원 대표인 양정철 원장에게 ‘주의’를 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자칫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도 보고서 유출논란이 터진지 하루만에 입장문을 내고 즉각 사과했다. 연구원은 “당내 의원들에게 발송한 보고서는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충분한 내부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여당내 총선전략을 논하는 상당수 의원들이 ‘반일 대 친일’구도로 총선을 치르는 것을 호재로 반기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적으로 매우 위태롭지만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을 감안하면 반일쪽에 선 현재의 민주당 입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들이 적지않다.야당들은 일제히 “국익에 상관없이 총선 유불리 계산을 두드릴 때냐”며 여당이 총선을 위해 안보를 팔았다고 맹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총선을 위해 안보를 팔고,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나라가 기울어도 경제가 파탄나도 그저 표만 챙기면 그뿐인 저열한 권력지향 몰염치정권의 추악한 민낯”이라고 질책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살든 죽든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면서 “반일감정을 만들어 총선의 재료로 활용하는 민주당은 나라를 병들게 만드는 박테리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사실 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선 자체 싱크탱크에서 국가적 현안에 대한 대응방향을 가늠해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고,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 지를 연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분석이 총선에서의 지지만을 겨냥해 대응방식을 제안하고 있기에 문제다. 단호한 대응이 총선에서 지지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해서 단호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가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실현될 경우 입게될 국가적 피해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략이라면 정략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한마디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탐욕으로 눈 먼 권력의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보고서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돌리고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내용이 나갔다”는 변명으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민주당의 태도 역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양정철 원장은 부끄러운 총선 보고서 사태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2019-08-01

때아닌 친일공방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때아닌 친일공방이 한창이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친일파로 낙인찍으려 안간힘이다. 논란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서 비롯됐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죽창가 등을 언급하며 반일, 일제불매운동을 선동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자 자유한국당은 한일관계를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정부를 외교무능으로 몰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석상에서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친일적 행각이라고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일본 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행위를 하는데도 일본 정부를 견제할 생각은 않고 친일적 언동을 하는 것은 참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이런 비상시국에 자유한국당은 추경 처리는 물론이고 일본에 대해서도 친일적 행각을 계속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의 친일적 언동이 무엇인지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 집착하는 어린애 정치를 그만두라’고 했는데, 부당한 경제보복에 당당히 대응하는 것을 철없다고 하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고 했다. 전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는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만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는 그만 멈추고 제발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한국당의 백태클은 신(新) 친일”“한국당은 일본을 위한 엑스맨”“한국당은 자책골 쏘는 팀킬” 등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며 한국당을 비난했다.친일공방에 불이 붙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황 대표는 당 차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에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황 대표는 “우리 당이 언제 일본에 굴복하자고 했냐. 특사 보내서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하는데 지적할 사항이냐”면서 “문제를 풀 고민은 없이 야당 비난에만 골몰하는 것은 참으로 치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친일 프레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친일-반일 편가르기에 대비해 국민 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황 대표의 고민은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로 우리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마당에 자칫 ‘친일 VS 반일세력’으로 편가르기를 할 때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성적인 판단이 앞서게 된다는 점 때문일게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분명히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이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판단으로는 죽창가를 부르짖는 조국 수석의 선동정치에 비해 이목을 끌기 어려운 현실의 딜레마는 분명하다.이쯤되자 나경원 원내대표와 민경욱 대변인이 함께 반격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친일 몰이나 하는 한심한 청와대”, “정부야말로 신 친일파”, “얼빠진 정권의 얼빠진 안보정책” 등으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는 “친일파 후손들은 민주당에 더 많더라”며 민주당을 겨냥한 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게 따지면 친일파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한 재산환수 소송 변호사도 하셨더라”며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싸잡아 친일파라고 비난했다. 민경욱 의원은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 뒤, 자신의 SNS에 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까지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친일파로 몰아세웠다. 일국의 대통령까지 친일파로 몰아가는, 끝간 데 없는 친일파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여야가 서로에게 친일파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치혐오를 불러올 뿐이고, 정치적 자살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이 된 친일파 공방, 여야 모두 자제하길 바란다.

2019-07-25

죽음에 이르는 병, 우울증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파란만장한 정계의 풍운아 정두언 전 의원의 죽음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왕의 남자’란 칭호를 받을 만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권력 언저리로 밀려난 이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돼 10개월간 수감됐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무죄확정 후 받은 6천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전액기부하고, 여의도에 다시 입성했지만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 와중에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방송활동에 전념하며 보수논객으로 자리잡았고, 지난 해에는 재혼한 뒤 올해 초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와 함께 퓨전 일식집을 개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랬던 그가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는 파란만장한 삶속에서 앓게 된 우울증 때문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지난 해 2월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가정에서 모두 실패했을 때 목을 맸지만 가죽벨트가 끊어져 실패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느냐는 물음에 대해 “인간이 본디 욕심덩어리인데, 그 모든 바람이 수포로 돌아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겠구나’생각이 들때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의미없는 존재가 되는 거다. 급성 우울증이 온거지.”라며 자신의 우울증을 털어놨다.서울대 상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합격한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국회의원이자 4장의 앨범을 낸 대중가수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정 전 의원이 재선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9년 4집앨범을 낸 뒤 국회 기자실에서 직접 기자들에게 앨범을 돌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가 기자들을 대하는 소탈한 모습과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서울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동향같은 친근함을 느꼈고, 그의 올곧은 정치이념에 공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 “권력사유화”라며 비판해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는 내게 선물한 4집 앨범 타이틀곡 ‘희망’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하는 일이 마음처럼 되질 않니/힘들고 지칠 때 나는 안돼 라고 하니/용기를 잃어버린 사자처럼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이제 두 팔을 뻗어 하늘 높이 기지개를 펴/훌훌 털고 멋지게 일어나봐/그래 할 수 있어 그래 날 수 있어/온 세상을 비춰 그대가 희망/바로 당신은 우리의 희망/상처뿐인 거친 가슴과/두 발로 설 수 없는 약한 용기도/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강한 용기로 태어나고/눈물뿐인 거친 가슴과/어두운 하늘 아래 상한 인생도/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강한 용기로 태어나리”겉으로 밝고 화려해 보였던 정 전 의원에게 이 세상 어디에도 희망이란 없어 보였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뿐이다.우울증은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병이다. 이것을 병으로 보지 않고 방치하다가는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고, 그때 후회해봐야 때늦게 된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중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응대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를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우울증으로 환자가 짜증, 무기력, 약속을 지키지 않는 태도를 보이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차분히 대화를 나눠보고, 그의 어려움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섣부른 충고보다는 경청하는 자세로 친구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울증 치료를 받도록 적극 권유하고,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복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자살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즉각 정신과의사의 치료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한다. 육신의 병보다 더 무서운, 죽음에 이르는 병이 우울증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새기게 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9-07-18

인사청문회 유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자 공중파 TV에서 생중계에 나섰다. 그러나 예전의 총리나 장관 청문회나 다를 바 없이 식상하고 실망스런 청문회였다. 여당은 그저 후보자를 감싸며 시간만 떼우려 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야당은 야당대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보다 후보자의 지난 과거 비리와 관련해 명확한 증거없이 의혹만 부풀리는 수준에 그쳤다. 겨우 한 건 했다는 것이 후보자의 위증논란이었다. 야권은 청문회장에서 공개된 2012년 기자와의 전화통화 녹취 내용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발언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위증이라고 몰아세웠다. 윤 후보자는 “7년 전에 어떻게 이남석 변호사에게 이야기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며 “윤 검사가 형 사건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얘기를 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윤 후보자와 기자와의 통화 내용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한다. 설령 소개해줬다고 해도 단순한 소개만으로 변호사법위반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이면 윤석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만 넘어가야 하는 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사퇴를 촉구하고, 수사기관에다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보내주지 않아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 등 야당이 고집스레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옆에서 지켜보기 답답했을까. 홍준표 전 대표가 한마디 했다. 검사출신인 그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때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고발된 점을 거론하며“엉뚱한 짓을 해 약을 잔뜩 올려놨다.지금 임명되면 바로 (한국당 의원들은) 을(乙)이 돼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들이 출석을 거부한다고 기소를 못 할 것 같으냐. 조사 안 해도 기소할 수 있다”며 “동영상이 확보돼 있다. 참고인, 증인 조사를 한 뒤 법정 가서 따지라며 기소하면 당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한국당 지도부의 대응 전략을 비판했다.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고발로 현재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에서 왜 검찰총수로 취임할 사람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느냐는 충고다. 차라리 정치적 중립을 당부하는 게 나았다는 말이다.청문대상자인 사람의 자질을 판단하는 인사청문회가 언젠가부터 후보자의 비리를 파헤치고 재산신고사항이나 주민등록법 위반여부, 논문중복게재 여부 등을 문제삼아 흠집내는 양상으로 변질됐다. 언제부터일까. 이는 ‘5·18민주화운동 청문회’가 ‘청문회 스타’를 만들고, 대통령과 총리를 배출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다. 5·18청문회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포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청문회로서 청문위원들이 군부정권에 대해 공격적으로 진상을 밝히려는 차원이었기 때문에 자질을 판단하는 지금의 청문회와는 다른 성격이었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그 이후 정치권에선 인사청문회를 인지도를 올리는 정치적 쇼로 활용하려는 양상이 늘어난 듯 하다.또 하나 국민들이 인사청문회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가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렵도록 제도를 만들어놓은 채 상대방탓만 한다는 점이다. 예로 들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부가 인사청문안을 국회에 넘기면 20일이란 짧은 기간내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도록 돼 있다. 이후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아도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요청을 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러니 여당은 시간떼우기나 하게 되고, 야당은 자질 검증보다 손쉬운 흠집내기에 골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인사청문회 문화, 정말 바뀌어야 한다.

2019-07-11

‘은폐’보다 나은 ‘실패’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의혹투성이에다 앞뒤 안맞는 해명의 연속이다. 북한 소형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과 관련한 국방부의 브리핑은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가 분명히 엿보였고, 이 브리핑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확연해보이는데도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우선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당국이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과 경계근무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영하는 지능형영상감시장비(IVS)와 해경 CCTV 1대, 해수청 CCTV 2대 중 1대, 삼척수협 CCTV 16대 중 1대의 영상에 촬영됐다. 그런데도 해안경계작전에 투입된 병사가 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에 포착된 소형 목선을 주의 깊게 식별하지 못했고, 주간·야간 감시 성능이 우수한 열상감시장비(TOD)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해안감시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계작전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지만, 운용 미흡 등으로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합참이 지난 달 17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 발견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초기 상황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장소를 표현했다”며 “이 표현은 군이 군사보안적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군 당국이 초기 브리핑에서)‘경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이했음을 국방부와 합참의 관계기관들이 조사과정에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이 사건을 대한 청와대의 반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히면서 문책의 사유에 관해서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병환 국무조종실 1차장이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보실은 국민이 불안하거나 의혹을 받지 않게 소상히 설명했어야 함에도 경계에 관한 지난 17일 군의 발표 결과가 ‘해상 경계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대통령도 이 점을 질책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즉, 청와대가 은폐하도록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도록 방치한 데 대해 문책했다는 얘기다.청와대나 정부가 앞뒤 안맞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야당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군 수뇌부 내부 협의 아래 경계작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거짓브리핑을 결정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를 묵과했다”며 “말장난과 책임회피로 가득한 국민우롱”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남의 돈은 훔쳤지만 절도는 없었다는 말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오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가담한 적은 없다’면서 ‘청와대의 자체 조사를 통해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엄중 경고했다’고 하니 청와대와 국방부가 짜고 치는 개그콘서트를 벌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목선 사건과 관련, 국정조사를 미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특히 야당은 이번 북한 목선 삼척항 귀순 과정에서 빚어진 경계 실패가 작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 경계태세 이완에서 비롯된 것이란 심증을 굳히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 군의 단순한 경계실패이기를 바란다.그게 아니라 은폐·허위보고가 진실이라면 우리 군과 정부는 경계실패란 무능에다 도덕성까지 의심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9-07-04

합종연횡, 비방(秘方)아니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秦)과 군소국가인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에 쓰였던 외교 전술이다. 합종과 연횡의 두 외교정책을 합한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쓴 것은 귀곡자의 제자인 소진과 장의였다. 소진은 우선 연을 비롯한 5개국에 남북으로 합작해서 방위동맹을 맺어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이 공존공영의 길이라는 ‘합종책’을 들고 나왔다. 소진은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 6국을 종적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도록 했다. 이것을 합종이라 한다. 그는 육국의 군사동맹을 성공시킨 다음, 그 공로로 육국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자신은 육국의 왕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장 노릇을 하게됐다.위나라 장의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나라와의 연합책만이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6국을 돌며 연합을 설득,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는 데 성공했다. 장의의 책략이 소진의 합종책을 사실상 깨뜨린 셈이다. 이것을 연횡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은 합종을 깬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으니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에 맞서려면 힘을 모으는 게 순리임을 보여준다.우리의 정치상황을 옛 춘추전국시대에 빗대보면 무척 흥미롭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니 당시의 강대국인 진나라에 해당할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이니 군소나라로서 합종책을 통해 나라를 보전하려는 연나라로 볼 수 있겠다, 그외 정당들은 이리저리 휩쓸리는 여러나라에 해당한다. 다만 지금 형국은 군소국들이 힘을 합쳐 강대국에 대항하는 합종의 형세가 아니라 강대국과 몇몇 군소국가간 연횡이 먼저 이뤄진 모양새다. 따라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다른 소수정당과 손을 잡고 합종책을 성사시켜야 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을 위해 먼저 연합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왕따시키면서 지금의 국회파행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돌이켜보면 자유한국당은 지금도 얼마든지 국회에서 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자꾸만 장외로 치닫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는 삶을 살면서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인생의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밖으로 건널목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 멀리 보이는 언덕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떼들, 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줄지어 늘어선 옥수수밭과 밀밭, 평지와 계곡 등을 감상에 젖어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이 온통 쏠려있는 것은 바로 종착역이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역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가 열여덟이 되기만 하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다 갚기만 하면~” 그리고 “직장에서 은퇴하기만 하면, 그때부터 난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거야!”라고 다짐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그런 장소는 없다. 삶은 매 순간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대통합만 되면~”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만 하면~” 그리고 “우리가 정권을 잡기만 하면 이 나라를 더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수 있어!”라고 외친다. 과연 그럴까. 누가 그말을 믿겠나. 오히려 현재 제1야당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쉽다. 파행국회를 접고, 국회안에서 국민의 뜻을 전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자기 환상에 빠져 독주하거나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견제해야한다. 앞뒤 맞지않는 경제정책에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으며 권고하는 모습도 보고싶다. 그런 야당이 되길 바란다.정국구도를 바꾸는 합종연횡이 하나의 수단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이 나라, 이 국민에게 비방이 될 수는 없다.

2019-06-27

4대강 전철 밟는 탈원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이대로 가도 될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12년 4월 22일까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대하천 정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하고 친환경 보(洑)를 설치해 하천의 저수량을 대폭 늘려서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을 주된 사업 명분으로 했다. 노후 제방 보강,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은 부수적 사업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대업이 시작됐다”며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수질개선, 일자리 창출 등 1석7조의 친환경 경제사업으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활기찬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너무 짧은 기간에 전국토를 파뒤집는 토목건설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대목에서 적지않은 문제들을 잉태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 단 몇 개월만에 결정됐고, 전문가들이 반대를 하는 와중에도 법 규정까지 바꾸어 가며 황급히 시행하는 바람에 겪지 않아도 될 온갖 부작용이 뒤따랐다.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 역시 4대강 사업처럼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졸속 결정·추진되고 있다는 심증이 짙다. 대선 당시 문 후보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주장했다. 또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고, LNG는 20%에서 37%, 신재생 에너지는 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공사를 3개월 간 일시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중단·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1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한수원 노조 등 원자력업계의 반발도 있었다. 지난 해 6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 영구중단을 의결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탈원전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TK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인 곽대훈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은 60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폐로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지 2년 만에 한전 등 에너지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전 국토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져 있다”고 지적한 뒤 “원전 관련 기업들은 줄도산에 빠졌고, 근로자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고 탈원전정책의 폐해를 강조했다.옛말에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우정에 금이 가고, 자식과의 약속을 어기면 존경이 사라지며,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내가 나를 믿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면 안된다. 다만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약속은 취임선서의 정신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국민앞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바로 이 선서가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약속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탈원전 정책이라 해도 바로 이 최우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책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급작스런 탈원전정책 실행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으면 새롭게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을 거친 뒤 차근차근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2019-06-20

추경예산 공방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여당이 ‘시시비비를 알기힘든’ 일자리예산 공방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주장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정부여당은 통계청의 통계와 각종 경기지표 등을 제시하면서 추경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예산 관련 토론회에서 야당 성향의 경제학 교수과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을 앞장세워 “선거용 예산”이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해댄다. 어쨌든 문제의 공방이 시작된 곳은 청와대부터다.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당에서는 늘 경제 파탄이니 경제 폭망 이야기까지 하면서 정작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안 해 주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이어 “미중 무역 갈등도 있고 대외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적으로도 하강 국면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추경”이라면서 “추경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들이 있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들도 있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들도 있어 그야말로 경기 활력과 수출을 위한 예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추경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산불·지진으로 피해 입은 주민, 미세먼지 없는 봄을 기다리는 주민, 미·중 경제전쟁 여파로 예고된 수출 먹구름, 경제침체에 직면한 위기의 자영업자, 중소기업, 청년 등 경제가 어렵다”면서 “적재적소에 정확한 규모로 타이밍을 맞춰 추경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번 추경을 ‘선거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추경 5대 불가론’을 펼치면서 추경을 반대했다. 미세먼지 등은 엄밀히 말해 추경 대상이 아니고, 추경의 고용 효과가 불분명하며, 선심성 사업이 다수 포함된 만큼 한국당이 추경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나경원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진단하는 ‘경제 실정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의원은 이번 추경에 대해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한,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을 벗어난 ‘재정 퍼줄리즘’이라고 비판했고,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추경호 의원 역시 “이 정부는 증세 아니면 빚더미에 앉는 길로 가고 있다”며 “결국 빚잔치하고 ‘먹튀’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시절 4대강사업 때도 정치권은 이처럼 여야가 확연하게 엇갈리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찬반으로 엇갈린다.필자의 견해로는 4대강 사업 자체는 훌륭한 국토개발사업이라 생각한다. 다만 5년이란 단기간에 전 국토를 갈아엎는 토목사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일부 대기업의 주머니만 불렸고, 4대강 환경문제도 막지 못한 채 나라 곳간이 말라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중소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나라경제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전례를 보면 정치권의 공방은 정답을 찾기 힘든 주장의 향연일 수 있다.어쨌든 요즘같으면 민초들의 주름살을 제대로 펴주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정부여당보다 경제정책의 선회를 주장하는 야당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오니 ‘누가 옳고 그른가’보다 ‘누가 잘할까’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즘이다.

2019-06-13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힘겨루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정국타개를 위해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KBS 대담에서 대통령과 여야대표 회동을 제안했다.그러나 참석 정당의 범위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며 논의는 한달 가까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일대일 면담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야간 대치가 길어지자 청와대에서는 지난달 31일 한국당에 ‘대통령-5당 대표 회동 직후 대통령-황 대표 일대일 회동’을 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했으나 한국당은 이를 거부했다.그후 한국당은 이달 2일 ‘대통령-교섭단체 3당대표 회동 직후 일대일 회동’이라는 역제안을 내놨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거부했다.청와대는 협치를 위해 출범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5당 대표의 전원 참석이 필수라는 입장이다.국민들은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힘겨루기 속에 국회가 공전되고 있는데 대해 양측 모두에게 매우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물론 막힌 물꼬를 트는 키를 쥔 것이 정권을 잡은 청와대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손학규 대표에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뺀 4당 대표와 정국타개 논의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했다가 손 대표가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헤프닝에서 청와대가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도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강 수석이 비록 이런저런 말로 해명은 했지만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청와대내에 자유한국당을 빼고 야4당과 정국을 헤쳐나가면 안되느냐는 강경 기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런 와중에 “야4당 대표와 논의” 운운한 것은 일종의 ‘간보기’가 이뤄졌다는 심증이 짙다. 정무수석으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패착이다.정치권과 청와대간 의견을 조율해서 국정을 매끄럽게 이끌고 나가야 할 정무수석이 청와대의 강성기류에 휘둘려서 제1야당 패싱 가능성을 가늠해본 사건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 수석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어떤 제안을 하고, 물밑접촉을 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게 됐다.이에 앞서 강 수석은 자유한국당이 추경예산이나 법안심의마저 올스톱시켜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떤 조건을 받아들이더라도 하루빨리 국회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청와대에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옳았다.즉,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이 ‘3당대표 회동 직후 일대일 면담’으로 역제안을 해왔을 때 못이기는 체 받아들이도록 적극 설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마저도 국정상설협의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5당 대표가 만나야 한다는 시답쟎은 이유로 거부하고 말았으니 이제 어쩔 것인가.일단 국회정상화를 위해 대통령과 3당 대표회동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 이후에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해도 되지않나.양보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원리원칙 따지듯 꼬치꼬치 따지기 시작하면 쉽게 풀 문제도 풀리지 않는 걸 왜 모르나 싶다. 사실 여야가 협치해야 할 국회 정상화의 키를 청와대가 쥐게 된 것도 보기좋은 모양새가 아니다.청와대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정부부처를 컨트롤하는 타워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어떻든 국회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이 길어진 만큼 이제라도 청와대가 마음을 고쳐먹고, 국회 정상화에 필요하다면 당 대표 회동형식에 관계없이 한국당의 제의를 받아들여 막힌 물꼬를 틔었으면 한다. 국민들은 소통과 협치의 국회를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답답한 마음뿐이다.청와대나 여야 정치권 모두 국가 경제가 힘들고, 서민들 살림살이가 쪼그라드는 이때, 힘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가도 시원찮은 데, “때아닌 힘겨루기가 웬말이냐”고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안들리는 모양이다.

2019-06-06

끊이지 않는 경제정책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경제보고서의 왜곡인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요지는 OECD 공식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오자 기획재정부가 국내 번역본에서 이 내용을 통째로 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재부가 국제기구 보고서를 번역해 언론과 대외에 제공하면서 정부 정책에 유리한 내용만 선별해 보고서 ‘왜곡’이란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기재부가 지난 22일 번역해 발표한 ‘OECD 경제전망 보고서’ 원문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9~2020년 사이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는 국내 수요와 국제무역의 약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이 OECD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OECD는 이어 “낮아진 경제성장은 고정투자 감소와 낮은 일자리 창출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며 “이는 제조업 분야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더불어 2018~2019년 사이의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을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OECD는 특히 “노동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도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큰 폭의 인상이 고용과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언론의 보도편의를 위해 요약·정리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정부가 강조하고 싶은 확장적 재정정책 부분은 고스란히 번역본에 포함돼 있어 ‘아전인수’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니 국가 재정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꾸려야 할 기재부가 앞장서서 재정건전성을 포기하고 총선 캠프로 변신한 민주당 정권의 재정집사 노릇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보고서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했다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강변했으며,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자마자 1분기에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면 그건 소설”이라고 주장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경제정책을 바꾸려 하지 않는 정부를 보며 이런 일화가 떠올랐다.어느 주막집에 드러누운 게으른 개가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그 개는 같은 자리에 드러누워서 끙끙 앓았다. 주막에 올 때마다 개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어느 선비가 주모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저 개 어디 아픈 거 아니요?” 주모가 대답했다. “아, 못이 박힌 나무 위에 누워서 아프다는 거에요.” 당황한 선비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왜 다른 곳에 누워서 쉬지 않는거죠?” 주모가 대답했다. “아직 덜 아픈거죠.”이미 힘든 민초들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아파야 한다면 미련하거나 무모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국민들은 마냥 답답하다. 정부 보고서에서도, 국제기구의 경제보고서에서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보완 내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청와대의 대응은 ‘마이동풍’‘오불관언’이기 때문이다. 야당의 주장처럼 현 정부가 추진중인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자기최면이나 희망고문에 그칠 경우 그 후환은 누가 감당하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결로 선택한 결과이니 마땅히 받아들이라 한다면 참으로 분통터질 일이다.

2019-05-23

대통령의 자신감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대통령이라면 의당 그래야한다. 수많은 정치역정속에서 가까스로 가다듬은 자신의 국정철학에 확신을 갖고, 초지일관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일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어야 한다. 전세계 주요 강대국에 둘러싸인 반도라는 지형적 특수성에다 자원빈국으로서 수출주도형 국가이자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통령이란 역할이 그리 쉬울 리 없다.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국왕이 통치하는 봉건제 국가를 유지해오다 우리에 비해 서양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제국주의의 침탈을 받고 식민지 국가로서 온갖 설움을 겪었다. 일제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피땀어린 독립운동이 이어졌고, 그런 노력끝에 제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의 공습을 받은 일본의 항복으로 끝난 이후 민주주의 국가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지 1백년도 채 지나지 않은 나라다. 그러니 산업혁명을 거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아래 1백년 이상 나라살림을 꾸려온 서구 열강이나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이제 겨우 밥술이나 뜨는 수준이지 정면승부할 정도의 국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란 직책은 어쩌면 고난과 고뇌의 세월을 보내야할 숙명이 예정된 직책일 수 밖에 없다.오늘의 이 나라를 그나마 유지하려면 분단국가이자 정전국가인 이 나라의 평화를 확보해야 하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해 성사시켜야 했을 것이고, 별다른 지하자원 하나 없는 자원빈국이자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사정을 생각하면 어떡하든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서 수출을 늘려나가야 한다. 국내문제는 더욱 속시끄럽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은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정책 하나하나에 제동을 걸고, 개혁입법 하나 하려해도 과반을 넘는 의석을 갖고도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옴짝달싹하기 힘들다. 그나마 요즘은 여야4당이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패스트트랙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지만 궁여지책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몽니정치’에 가로막혀 적시돌파를 하지 못한다.제일 큰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다. 구호가 아무리 좋아도 먹고살기 힘들면 정치는 ‘말짱 황’이란 건 이미 학습이 끝난 명제다. 그런데 그게 쉽지않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으며 탄생한 촛불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란 경제정책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올림으로써 소비를 진작시켜 궁극적으로 국민소득을 올리겠다는 이상론적인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2년간에 걸친 정책추진 결과 여러 경제학자나 국가원로들의 진단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대통령이 최고 핵심과제로 꼽은 청년 고용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걸 잡지 못하고 있으니 방향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성과가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안착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통계와 현장의 온도차도 물론 있을 것이지만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상황인식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낡아빠진 사회주의 경제에 심취해있다”라고 비난했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 대통령을 가리켜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문 대통령이 이대로 내달릴 경우 임기내내 자신감이 충만하게 넘친 대통령이란 평판을 받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럴 경우 문 대통령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아마, 반드시 기자들의 이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집권 3년차에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대통령이 강조하던 청년고용지표도 나빠졌을 때 경제정책 변화를 거부하고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한 자신감의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었습니까” 이러니 어쩌랴. 힘겹고 어려운 이 나라 대통령에게 자신감은 꼭 필요하지만 ‘과유불급’이란 금언에 한 수 접어주길 바랄 뿐이다.

201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