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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재인 정부의 초심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가 10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다사다난한 현 정부의 2년간 국정운영을 보며 초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초심을 지키려 노력한 어느 재상의 얘기다. 어느 날 시골 마을을 지나던 임금님이 날이 어두워져 한 목동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이때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이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지혜로운 것이 평소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젊은 목동의 모습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등용했고, 청빈한 생활과 정직성, 남다른 지혜로 왕을 잘 보필했다. 왕은 마침내 그를 재상에 임명했다.재상이 된 목동은 더욱 성실하게 나랏일을 처리해 나갔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일개 목동이 나라의 관리가 된 것도 모자라 재상까지 올랐는 데도 뇌물도 받지않고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해 자신들의 처지가 곤궁했기 때문이었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쫓아내기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됐다.몰래 따라가 보니 그는 창고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고 돌아오곤 했다. 신하들은 임금님께 ‘재상이 청렴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는 것 같다’고 모함했다. 왕은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재상에게 무척 화가 나 직접 사실을 밝히려고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재상의 시골집에 다다른 왕과 일행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열어보게 했다. 항아리 속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가 들어있었다. 재상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목동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유능하고 청렴해야 한다”며 “부처들에 전화를 할 때 등의 상황마다 겸손하게 말부터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의욕에 찬 대통령이 초심으로 당부한 것이 바로 청렴·겸손·유능이었다. 이 가운데 청렴과 겸손은 문 대통령을 대권으로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집권 3년차를 맞은 청와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대통령이나 측근의 권력형 비리가 불거진 적 없으니 청렴이요,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자문을 구할 때나 국가 유공자들을 만날 때 거의 90도로 허리를 낮추고, 어린이들과도 눈높이를 맞추니 겸손의 덕목은 아직도 유효하다.다만 ‘유능’이란 덕목에서 문재인 정부는 도전을 받고 있다.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40%대로 반토막 난 것은 주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이 경제적 불평등 완화 및 일자리 창출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경제정책의 선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사회원로들도 정책의 수정·보완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심을 얘기하다보니 박노해 시인이 쓴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는 시가 던지는 교훈이 와닿았다.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나의 행복은/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나의 불행은/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전문)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지키려면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지말고,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말한 유능의 덕목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

2019-05-09

나방의 아름다운 고통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영국의 유명한 과학자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는 고치에서 빠져 나오는 나방을 관찰·연구했다. 나방은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하나 뚫고 그 틈으로 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썼다. 그렇게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번데기는 나방이 되어 공중으로 훨훨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어느 날 윌리스는 고치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나방이 안쓰러워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칼로 고치의 옆부분을 살짝 째주었다. 나방은 쉽게 고치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구멍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던 나방은 영롱한 빛깔의 날개를 가지고 힘차게 날아오른 반면, 쉽게 고치에서 나온 나방은 날개의 무늬와 빛깔도 곱지 않았고, 몇 차례 힘없는 날갯짓을 하고는 죽고 말았다. 그렇다. 어려운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한낱 나방의 삶도 그럴진 데, 하물며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정치는 말해 무엇하랴.지난 한 주 동안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여야가 난장판을 치른 뒤 패스트트랙 추진에 성공한 여야4당과 저지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의 득실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원내 제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관철·저지로 엇갈렸지만 각각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여야당 모두 자신들의 구성원과 지지층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승화했기 때문이란다.하지만 필자는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더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번 패스트트랙 강행 자체가 현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막고, 시선을 돌리기 위한 집권 세력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또 야당이 법안추진에 항의하고 반대하며 소리를 지르고, 국회 회의장 문앞을 점거해 몸싸움을 벌인 일련의 행위들은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발의한 국회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됐다는 점도 거북하다.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이 ‘광화문 문재인STOP집회’에 3만여명이 모였다며 지지층 결속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는 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다.극우로 치부되는 대한애국당의 ‘박근혜 대통령 살리기 집회’에도 3만여명의 인파가 모이는 광화문이고, 그나마 당력을 기울여 동원한 인파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친박과 비박계로 나뉘어 싸우다가 시위와 농성과정에서 동지애 또는 전우애로 뭉칠 기회가 된 점은 평가할만 하다. 그렇다 해도 소탐대실이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골수 보수나 적극적인 한국당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행보만 거듭해선 전세를 뒤집을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한국당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르는 이유다.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한국당은 중도보수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마련에 올인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소득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 정부와는 차별화된 새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여당과 싸우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추경예산 심의를 보이콧하고, 광화문 집회 등 장외투쟁에 매달리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싸워선 안된다. 포항지진이나 강원도 산불같은 재해추경예산은 하루빨리 심의에 나서 통과시키고, 포퓰리즘 퍼주기 예산이나 불합리한 예산편성은 견제하며, 현안이 되는 법안의 불합리한 점은 국민앞에 낱낱이 반대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대로 국회밖에서 장외투쟁만 일삼다가는 자칫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조차 나눠 짊어질 수 있다.특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한다. 그런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애벌레가 고치를 벗고 나방으로 거듭나듯 제1야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2019-05-02

패스트트랙, 한국당의 딜레마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여야4당이 밀어붙이는 패스트트랙을 홀로 맞서 장외투쟁이란 극단적인 투쟁으로 막고 있지만 힘겹고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갑작스레 협상으로 자세전환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국회 밤샘농성과 사무실점거 등 초강경 대응책으로 바쁘다. 극한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재난대처 및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심의가 어려워진 것도 여야 모두에게 곤혹스런 일이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재난대처 강화, 미세먼지 저감,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해 편성된 이번 추경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경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무총리 시정연설 후에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환경노동위 등 12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패스트트랙 추진을 놓고 여야4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안 심사가 언제 시작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여야가 이같은 극한대치국면에 빠져들게 된 데는 여당이 패스트트랙을 놓고 협상을 제안할 때 한국당이 별 생각없이 반대한 것이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현상유지편향’이 한국당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것이다.현상유지편향은 자신에게 특별한 이득이 되지 않는 한 어지간해선 자신의 행동이나 상태를 바꾸려 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성향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환경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확실한 현재만이 안전을 보장하고 위안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편향성은 생명과 재산이 걸린 중대 사안과 관련된 경우엔 나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들은 원시 시대 인류가 처한 환경이 현상유지편향을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다.원시인들에게 잠자리로 쓸 동굴을 결정하는 것과 어떤 버섯을 먹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선택이다. 자칫 낯선 동굴에 들어가면 맹수를 만나거나 잠자는 동안 독충에게 쏘여 죽을 수도 있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못 보던 버섯을 함부로 먹었다가는 독버섯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시인들이 특별한 변화나 확실한 정보가 없을 때 기존에 해왔던 검증된 선택지만 고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옷을 고르고, 버스를 탈 때 자리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특정 정당이나 법안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생명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현상을 보여왔다. 자유한국당이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당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반대를 일삼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충돌국면에서 보인 현상유지편향은 한국당을 곤경에 몰리게 한 요인이 됐다. 한국당 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의 움직임을 안이하게 지켜보다가 이같은 사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민주당이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등을 놓고 민주평화당 등과 전격 합의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선거제, 공수처, 검경수사권 등 다른 당의 협상제의에 응하지 않다가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한국당은 선거법 등 혁신법안에 대해 다른 야3당과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고 여당을 견제하거나 여당과 좀더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하는 자세를 견지하며 실리를 챙기는 유연한 협상전략을 구사하는 게 옳았다. 어떻든 싸움만 일삼는 정치를 누가 좋아할까. 이제 정부여당의 잘못된 정책에는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되 올바른 국정운영에는 힘을 보태주는 건전한 야당을 보고싶다.

2019-04-25

미리 본 총선판세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요즘 사람들이 몇몇만 모이면 내년 4월 총선판세를 두고 화제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TK지역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 판세가 어떨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 의원은 현재의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당선을 자신한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함께 자리했던 대다수 기자들은 회의적이었다. 필자도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당선이란 좋은 성적을 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우선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너무 어려워져 경제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노동정책에 전향적이고,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다. 그러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노조의 강경한 노동운동 및 과도한 임금 및 사원복지정책에 떠밀려 제대로 항변조차 못한 채 경쟁력을 잃어가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가들이 열심히 기업을 키워야겠다는 열정을 잃어버리고 있고, 고용환경이 열악한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궁리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또 현 정부가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면서 기업들을 압박해 일자리를 늘릴 것을 종용하고, 공무원을 늘리는 등 일자리 증가 정책을 펴나가고 있지만 그 실적이 너무 미미하고,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고용통계에서도 일자리는 늘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33만8천명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2만7천명 늘어난 것은 일자리쪼개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전문직에 대한 증세로 전문직 종사자들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매우 커져있다는 데 있다. 이같은 정황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브레인들을 많이 배출한 경제정의실천연합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잘 나타났다. 경실련이 경제·정치·행정·법률 등 전문가 31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5.1점의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사실만 봐도 내년 총선 결과가 여당에 그리 유리할 게 없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보인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정책은 인사정책으로 3.9점이었고, 그 다음이 일자리 정책(4.2점)이었고, 부동산 정책(4.3점)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 중 ‘대규모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3.9점을 받아 인사정책과 더불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재벌개혁 정책도 평균 4.6점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남북·한미 관계는 6.1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다음으로 적폐청산이 5.5점이었다. 경실련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2년의 주요 정책에 대해 평균 5.1점으로 평가한 것은,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기대는 높았으나 성과가 낮고,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러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리란 기대는 무망해보인다. 이대로라면 여당 대선후보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도 대구지역에서 재선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지역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민심의 이반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나머지 의석을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을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당은 친박과 비박계 등으로 분열된 당 내부를 단단히 추스르고, 보수야권의 제 정파들을 통합해 보수대통합으로 새롭게 당을 정비해야 한다. 연후에 정부여당에 대한 합리적인 견제와 나라경제를 새롭게 살릴 방책들을 새 비전으로 내세워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필요하다.

2019-04-18

동북항일운동 현장 탐방기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공동주최한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체험연수’로 중국 하얼빈과 대련을 찾았다. 3박4일간 조린공원(구 하얼빈공원), 하얼빈역, 안중근 기념관, 동북열사기념관, 731부대, 여순감옥,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으로 이어진 항일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은 체험은 우리 독립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하는 시간들이었다.우선 일제가 중국을 침략한 이후 인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를 복원해놓은 현장을 둘러보면서 일제가 저지른 전쟁범죄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목도했다. 전시장 입구의 ‘비인도적 잔학행위’란 말 그대로였다. 일본 731부대원들은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의 배를 갈라 장기샘플을 만들고, 조선족과 중국인들을 무차별로 붙잡아서 세균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으며, 이같은 참혹한 만행이 사진과 자료등으로 증언되고 있었다. 식민지 조국의 참상을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또 하나는 일본 초대 내각총리대신이자 초대 한국통감으로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저격한 안중근(1879-1910)의사의 행적을 되짚어보면서 가슴깊은 감동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됐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 독립운동 역사에서 최초로, 가장 큰 쾌거를 거둔 독립운동가다. 조선이 일제의 부당한 침략을 받았으며, 조선은 일본의 통치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직접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 저격 직후 ‘코레아 후라(대한민국만세)’를 외치며 러시아군에 체포돼 일본군에 넘겨졌으며,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의 6차 공판끝에 사형을 언도받고 31세의 나이에 순국했다. 여순일본관동법원 전시관에서 해설을 자청한 조선족 출신 정춘매 부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장렬한 안 의사의 행적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법정에서 이토가 조선반도를 침략하고 동양평화를 파괴한 죄상을 15가지로 조목조목 설명했으며, 사형판결후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상소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도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너는 나라를 위해,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는 말을 안 의사에게 전했다고 한다.마지막으로 중국은 우리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조선독립운동을 바라본다는 점을 알게됐다. 실제로 일제에 맞서 조선독립운동을 했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중국내 50여 민족중 하나인 조선족으로 분류돼 항일열사로 추앙받고 있었다. 한 예를 들면 중국의 항일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경북 선산출신 허형식(1909-1942)은 동북인민혁명군으로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항일열사다. 중국에서는 그를 조선족출신 항일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추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독립운동가로 서훈하지 않고 있어 최근에 포상서훈을 신청중이다. 이는 흑룡강성·길림성·요녕성 등 중국 동북3성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이들이 대부분 공산당과 함께 항일운동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똑같이 일본으로부터 제국주의적 침략을 받았으면서도 좌우이념에 따라 항일독립운동가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은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동북항일운동과 북한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정창현 평화연구소장은 “1945년 해방이전에 항일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조선족 독립운동가들은 좌우이념과 상관없이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편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북삼성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다 해방 이전에 숨진 이들은 해방 이후 북한정권 수립을 도왔던 좌파 항일운동가들과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수탈 아래 신음하다 강대국의 신탁통치, 그리고 이념에 의해 남북분단이 됐다면 동북항일운동은 분단 이전에 일제의 침탈에 맞서 싸운 역사다. 이런 동질감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서 통일시대를 맞이하기란 참으로 요원하다.

2019-04-11

귀 닫은 대통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최근 대통령이 나라 살림살이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혹은 알고도 모른 체 하는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문직 종사자나 일반 가정, 기업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하소연하는데도 대통령은 최저임금제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보완을 요청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지속을 천명했다.그 이유도 명확히 했다. ‘1대 99 사회’또는‘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의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란다. 이에 따라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고,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대로 계속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을 통해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을 늘리고, 의료, 보육, 통신 등의 필수 생계비를 줄일 수 있었고,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라고 진단했다.경제현실과는 다른 대통령의 인식에 언론도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이 냉랭하다. 그럼에도 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그 자신감의 근거를 알고 싶다”고 따져물었고,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우리 사회가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 기자회견 30분 내내 말씀 드렸다”고 짧게 답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회견직후 김 기자와 경기방송의 SNS가“질문이 지나쳤다”와 “사이다 발언”이란 반응으로 마비될 지경이었다니 먹고사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다.대통령의 보편적이지 못한 경제인식은 여전하다. 지난 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 들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활동 측면에서 생산, 소비, 투자증가와 경제심리 지표 개선, 벤처투자와 신설 법인수 증가, 2월 취업자 수 전년대비 증가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보라. 대통령이 이처럼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이 나온 이후 보름도 안된 지금 정반대 지표가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급기야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진보·보수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경제계 원로 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물론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촛불혁명에 의해 태어난 정권’이라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청와대 참모진과 격의 없는 오찬을 하고,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모습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타운미팅홀 방식의 연두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등에서도 그런 소통행보를 볼 수 있다.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통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 하기 어렵다. 소통이란 용어를 쓰려면 서로 다른 의견, 정강 정책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견해차이를 좁혀나가는 행보라야 한다.문 대통령의 행보는 권위적이거나 불통이었던 전 정권에 비해 여론을 중시하는 정치적 추임새를 잘 보여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경제 원로들의 고견을 들으면 뭘 하나. 한결같이 문제있다고 지적해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일점 일획도 변함없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닫은 대통령의 귀가 ‘심봉사 눈 뜨듯’ 열려지길 바란다.

2019-04-04

걱정스런 부동산투기 억제정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어느 정권이든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투기를 차단하는 일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꼽는다.열심히 일해 버는 게 아니라 불로소득에 가까운 투기소득을 방치했다가는 국민적 반발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나름대로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특히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해온 정부다.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투기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주무부처가 청와대 및 관계부처와 협의·조율 과정을 거쳐 투기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다.그러나 지난 28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들여다본 국민들은 현 정부가 과연 부동산 투기억제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러운 정황을 맞게됐다.부동산 정책을 기획하거나 추진하는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다주택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우선 청와대 참모 중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13명이었다.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서초구 우면동 아파트를 부부 명의로 신고했다.부동산 정책을 맡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도 강남 논현동과 세종시에 아파트 1채씩 갖고 있다.청와대 참모 중 가장 많은 148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주현 중소벤처비서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아파트를 갖고 있다.강성천 산업정책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과 세종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박진규 통상비서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된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와 본인 명의로 된 세종시 어진동 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를 신고했다. 참모들의 다주택은 부모 부양, 퇴직 후 실거주 목적 등의 이유였지만 군색한 변명이다.주택입법을 맡는 국회의원들 중에도 다주택자가 많았다.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국회의원 286명(갑부의원 3명 제외) 가운데 113명(39.1%)이 다주택자였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강남 3구에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4채를 갖고 있고,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의 서울 시내 소유 주택은 6채에 달했다.이번 재산공개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바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었다.김 대변인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복합건물을 배우자 명의로 국민은행에서 10억2천만원을 빌려 25억7천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당 대변인인 민경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셋값 대느라 헉헉 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는다’고 한탄하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드디어 16억 빚내서 재개발지역에 25억짜리 건물을 사며 꿈을 이뤘다”며 “격하게 축하한다”고 비꼬았다.민 의원은 이어 “국민들한테는 집값 100% 폭락하니 절대 사지 말라더니…”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결혼 후 30년 가까이 집 없이 전세 생활을 했고, 지난해 2월 (대변인 임명 뒤에는) 청와대 관사에서 살고 있다”며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재개발 뒤 아파트와 상가를 각각 하나씩 받는데 아파트에선 노모를 모시고 살고 상가 임대료는 노후생활비이기 때문에 전형적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하지만 대통령의 뜻을 알리는 청와대 대변인이 노후대비 방법을 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재개발되는 부동산에서 찾으려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다주택자를 모조리 투기꾼으로 몰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대책을 마련해야 할 각료, 청와대 비서진, 국회의원들이 떳떳한 이유 없이 집을 2채 이상 갖는 것은 국민들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야 주택정책에 관한 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않겠나.

2019-03-28

다시 보는 포항지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지진조사연구단의 발표결과가 나오자 범시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연구단을 향해 큰 절로 고마움을 표했다.그는 취재를 하러 온 기자들과 결과 발표를 보러 온 300여 명의 포항지역민들을 향해서도 큰 절을 올렸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지역주민들의 읍소와 하소연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전년 9월 경북 경주(규모 5.8)에 이어 한국 지진 중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13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공식 재산피해만 850억 원에 달했다. 이 지진으로 비틀려 부서진 필로티 건물 기둥과 통째로 기울어진 아파트를 보며 지역민들은 엄청난 지진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지진 발생후 9일이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포항지진’피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액상화 문제가 얼마나 위험성 있는 것인지 잘 살펴보고,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미치는 영향도 중앙정부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셈이다.하지만 당시 대통령의 지진피해 현장 방문을 주선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지진피해 수습과 예방대책에 열심이었던 김부겸 의원은 지열발전과 포항지진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포항의 지열발전소가 지진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상용화된 지열발전소가 아니다. 규모가 제법 큰 지진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100만t 이상의 물을 쭉 주입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3천t 정도 물을 주입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전국에 진동이 전달될 만큼 그런 큰 지진을 유발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지역에서는 “대구 출신 국회의원이자 행정안전부장관인 김부겸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과 관계 있다’는 학계의 주장을 부정한 것은, 정부의 무대책을 옹호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지난 해 9월에는 ‘지열발전과 관련한 국가배상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린 정부 내부보고 문건이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 북구) 의원에 의해 공개돼 지역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보고’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산업부 내부보고 문건이었다. 이 문건에서는 △직무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인과관계 등 4가지 국가배상 요건에 대한 검토를 통해 “국가배상책임 요건 중 일부 요건의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내리고 있었다. 정부조사단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런 내부문건이 나도는 데 대해 지역민들은 크게 분개했다. 정부가 조사단에 가이드라인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추긴 사건이었다. 이런 우여곡절속에 정부지진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정부가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영구 중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원상 복구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평가할만 하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포항지열발전이 정부기관에서 추진한 사업인 만큼 정부 배상책임을 묻는 질문에 “현재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혀 피해보상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포항지진의 발생과 피해수습, 원인조사 과정 등을 짚어보노라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목도하게 된다.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2월 당시 산업부에서 예산을 지원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니 말이다.포항지역 출신 대통령이 ‘선물’로 안긴 지열발전소가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으랴. 사려깊지 못한 국가정책의 강행은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반면교사다.

2019-03-21

국가원수모독죄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야당 의원이 정부나 여당의원을 향해 비판발언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용인되는 폭이 상당히 넓다. 여야가 서로 견제·비판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라는 우리 정치 풍토상 야당 의원이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경우에는 적지않은 풍파가 일곤 했다.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김대중(DJ) 정부 때엔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모욕과 고소·고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빈민ㆍ노동 운동가 출신의 제정구 전 한나라당 의원이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이부영 의원이 “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억장이 터져‘DJ 암’에 걸려 사망했다”고 했고, 김홍신 의원은 “김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모욕죄로 기소돼 대법원 유죄 판결(벌금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때는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일본 순방을 마치고 온 노 대통령을 향해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으로, ‘등신 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즉각 “정상외교 중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도 출범 직후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일찌감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대통령의 생김새를 비하한 ‘쥐박이’ 등의 신조어가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땅박이·2MB”라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해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야당의원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란 뜻의 ‘귀태’ 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을 빚었다. 2013년 7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주국의 귀태(鬼胎)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비판해 ‘귀태’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쓰자 민주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그러나 우리 형법에는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죄명이 없다. 다만 과거에 국가모독죄란 죄명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죄목이다. 1975년 3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형법을 개정해 신설했던 것으로, 그 내용은 내국인이 대한민국이나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형법 제104조 2항에 규정한 것이다. 한 마디로 유신체제나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형사처벌하자는 독소조항이었던 이 조항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폐지 논의가 일었고,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되자 여야 4당은 ‘국가모독죄 삭제와 정치풍토쇄신법 폐지’의 여야단일안을 상정했고, 같은 해 12월 국가모독죄 조항은 삭제됐다. 특히 헌재도 폐지 27년 만인 2015년에 국가의 위신 등의 불명확한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형법개정 당시 초선의원으로서 국가모독죄 폐지에 동참했던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를 거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어쨌든 야당의원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형법에도 없는 ‘국가원수모독죄’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리액션이다. 오히려 4월 보궐선거와 일년 앞둔 총선을 의식한 여야가 힘겨루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입맛이 씁쓸하다.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한판 씨름은 ‘우습지 않은 억지 춘향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2019-03-14

전(前) 대통령의 보석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뇌물·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 등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아마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사례가 처음인 데다 15년형이란 중형을 선고받은 피의자에게 보석결정이 내려진 것 자체도 이례적이기 때문일게다.전직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의식한 듯 재판부는 보석에 엄격한 조건을 붙여 허가했다.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은 변호인과 배우자, 직계 혈족들에게만 허용하고, 통신도 엄격히 제한했다. 사실상 ‘자택구금’상태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 제도가 국민의 눈에는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자택 구금에 상당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인 것”이라면서 “구속 만기가 다가오는 점에서 보석을 할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금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어쨌든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허용되자 구속수감중인 박 전 대통령도 MB처럼 풀려날 수 없을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은 불가능하다. 왜냐 하면 현행법상 보석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불법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이 전 대통령처럼 보석 석방이 될 가능성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아직 항소심 판단을 받지 않았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 2018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 만료(10월 16일)를 앞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받은 70억 원과 최태원 SK 회장에게 89억 원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기 위해 추가 구속 영장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오는 2019년 4월 16일이면 끝나지만 구속기간이 만료돼도 풀려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징역 형이 집행된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려면 형집행정지나 사면이 확정돼야 한다. 다만 사면이나 형집행정지의 경우도 형이 확정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사면이나 형집행정지 대상에도 들지 않는다.이 전 대통령 이외에 구속된 전직 대통령은 세 명이다. 군사 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 씨와, 같은 혐의로 17년형이 확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전직 대통령 얘기를 하다보면 이 나라의 정치풍토가 부끄럽다.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4명 모두 쿠데타나 권력형 비리, 국정농단 등의 이유로 감방생활을 했거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수반이다. 그런 대통령들이 재임후 모두 감방으로 끌려가는 비극을 매번 겪어야 했던 국민들의 심경은 마냥 참담하다.

2019-03-07

한국당의 딜레마, 태극기 부대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가 ‘박근혜’‘탄핵’‘계파갈등’, ‘5·18’ 등 과거 이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태극기부대가 한국당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해 두 차례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일명 ‘태극기 부대’가 수백여 명씩 몰려와 김진태 후보 지지와 함께 집단적인 야유와 고성으로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는가 하면 합동연설회장 밖에서 ‘아스팔트 국민 여론은 김진태·김순례’라고 소리높여 외쳐대 기대했던 컨벤션효과마저 날려버렸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한국당 입장에서 태극기부대를 마냥 비토하지도 못할 처지다. 우선 태극기부대에 대한 국민여론 조차 찬반양론으로 갈린다. 2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집계됐다.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6.1%였고, 모름·무응답은 16.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단절 36.9%·포용 43.8%)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과 연령에서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포용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높았다. 정치성향별로는 중도층(단절 65.8%·포용 18.7%)과 무당층(단절 45.2%·포용 16.7%)에서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고, 한국당 지지층(단절 13.5%·포용 64.8%)과 보수층(단절 32.3%·포용 52.7%)에서는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태극기부대 포용여부는 탄핵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여부를 따지는 ‘배박’ 논란과도 맞닿아있어 간단치 않다. 설령 태극기부대를 포용하려해도 기존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이 곤란하다.탄핵 복당파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아있던 친박·비박의원들 역시 찬반입장을 분명히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모양새다. 또 특정 계파의 ‘보스’나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낡은 보스정치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부담스럽다.또 태극기부대가 박 전 대통령 탄핵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여부가 전대 TV토론에서도 주요 논쟁 포인트가 되고 있다. 입당 이후 박 전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선 되도록 언급을 삼갔던 황 후보가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았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다”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해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탄핵후 구속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비록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상태지만 한국당의 정치지형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도 크다. ‘옥중정치’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정농단과 탄핵의 책임 소재를 거론할 때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질 정도다. 더구나 지난달 15일 입당 후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후보에게 따라붙은 게 ‘탄핵총리’‘배박’(背朴·박근혜를 배신했다) 이란 꼬리표란 점은 이번 전당대회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치러지고 있다는 방증이다.무엇보다 한국당의 전대에서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전략 등 미래 담론은 부각되지 못한 채 ‘문재인 탄핵’과 같은 선동적인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 입장에서는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다툼과 분열의 장으로 바꿔놓고 있는 태극기부대가 마냥 원망스러울 법 하다. 그렇다해도 그게 한국당이 뿌린 원죄에서 비롯됐으니 어찌하랴.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정신으로 작은 이익은 버리고 큰 이익을 취할 밖에.

2019-02-21

균형발전과 예타면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예타면제로 알려진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투자사업은 결코 선심성 사업이 아니다. 이 좁은 나라에서 군산·전주에서 포항으로 어떻게 가는 지 아나. 무주·진안·장수에 막혀 못넘어간다. 포항에 경조사 있어도 못 간다. 강릉에서 목포로 바로 가는 길이 없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지난 12·13일 이틀동안 전북 전주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에 참석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송 위원장은 또 “수도권에서 돈의 사용량 80%, 저축의 65%, 고용의 65%가 이뤄지고, 인구의 절반이 서울에 몰려있다. 어떤 후진국도 인구의 절반이 수도에 몰려있는 곳은 없다”고 수도권 집중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지역이 비면 서울도 불쌍해진다. 서울시민들은 무슨 죄가 있나. 혼잡한 교통, 치솟는 아파트값을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제일 잘한 곳이 독일인 데, 못사는 도시가 잘사는 도시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으로 제정돼 있다. 그래서 동독이 오늘의 서독 수준으로 빨리 (경제수준이)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바로 이런 재정조정 역할을 우리는 예타면제로 한다”고 설명한 뒤 “인구가 없으면 예타가 안된다. 사람이 없으니 수익성이 없다. 수익성을 맞추라면 말이 안된다. 그래서 예타를 울고 울어도 못넘는 벽이라 해서 통곡의 벽이라고 한다”고 예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제도 고치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제도를 고치기 전에 각 시도마다 꼭 필요한 사업을 먼저 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게 바로 예타면제사업의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끝으로 송 위원장은 “이번 공공투자사업은 지방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아프고 힘든 사람을 위한 처방”이라면서 “예타면제 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2차, 3차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지난달 2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대상에 대해 경북지역에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경북도가 요청한 동해안고속도로(7조원)와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4조원)사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2순위로 신청한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을 축소한 단선전철화사업으로 생색만 내는 정도에 그쳤고, 사업비도 4천억원으로 줄었다. 경북도는 경남도의 김천~김해간 남부내륙철도 사업(4조7천억원)의 일부 구간(고령~성주~김천 60㎞)의 사업비 1조6천억원을 확보한 셈이어서 선방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지역민심은 싸늘했다.그 와중에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지역별 예타면제 사업 선정을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 아니냐며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 김두관 의원) 주최로 ‘2019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정부가 예타면제사업을 선정 발표함에 따라 시도별 의견수렴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혁신의 성장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장은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업들을 선별해 균형발전차원에서의 예타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처럼 예타면제사업을 일회성으로 할 게 아니라 정례화하거나 절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필자는 경북지역의 경우 경북도가 예타면제사업으로 신청한 사업이 모두 무산되고, 4천억원 규모의 단선전철화사업만 선정돼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성공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처한 경북지역에도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제2, 제3의 예타면제사업이 선정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9-02-14

판도라의 상자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알아 봤자 좋을 게 없거나 위험한 비밀을 가리키는 말이 ‘판도라의 상자’다. 그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다. 신들의 우두머리였던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불을 준 것을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를 이용해서 인간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로 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으로 여자를 빚으라고 명령했다. 그 여자에게 제우스는 생명을,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헤르메스는 말솜씨를, 아폴론은 음악의 재능을 주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 바로‘판도라’였다. 판도라를 본 에피메테우스는 첫눈에 반했다. “신들이 주는 선물을 좋아하지 마라. 반드시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거야.” 형 프로메테우스가 이처럼 주의를 주었지만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했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보내면서 작은 상자 하나를 주었다.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절대로 열어 보면 안 된다.”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판도라는 문득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절대 열어 보지 말라는 말 때문에 더더욱 궁금했다.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의 재앙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닫았을 때 그 안에 남은 것은 딱 하나, 희망이었다. 그것을 안 판도라는 희망을 꺼내 주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희망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사람들은 알아 봤자 좋을 게 없거나 위험한 비밀을 가리켜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르게 됐다.정치권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으로 비견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모두 발칵 뒤집혔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따라서 이날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된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초기버전의 시연을 본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조작을 충분히 인식했으며, 더 나아가 작업할 기사목록, URL 등을 주고받으며 댓글 조작을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일명 ‘촛불혁명’으로 새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현 정권의 정당성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야권은 벌써부터 특검을 요구하며 정국주도권을 휘두를 태세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였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31일 자신이 최대 피해자임을 웅변하면서 드루킹사건 추가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에 김 지사는 판결 직후 변호인을 통해 “재판장이 양승태와 특수관계”라며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말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사법농단 세력’으로 규정하고, 일각에서는 판사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으로 국정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드루킹 사건은 결코 열려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가 느닷없이 열린 꼴이 됐다.

2019-01-31

여당보다 딱한 야당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광화문 대통령시대, 탈원전정책,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들이 순차적으로 파기되거나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새해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인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지자 가운데서도 “광장으로 집무실을 옮겨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파기하고 공식 사과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의 숨통을 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공약의 파기에 “한숨돌렸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았다.이에 앞서 2017년 10월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종합권고안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음을 확인하면서도 공약의 기본 정신과 정책기조만큼은 확고히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새해들어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론이 제기되자 탈원전정책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기술력,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기자재,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가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침체된 원전산업에 대한 지원방침을 강조했다.달리 해석하면 탈원전정책이 원전산업에 미친 악영향을 일정부분 인정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침체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지역민들은 “아직도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반응이다.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조건 지키라고 해선 안된다. 공약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잘못됐다 생각하면 빨리 결정을 내려 철회하고, 새롭게 방향을 잡아나가는 게 옳다는 것이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으로 매우 곤혹스런 지경에 처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민주당도 다를 게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인돼 이전 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넘어선다.이처럼 문 대통령의 잇따른 공약파기와 여당 의원의 볼썽사나운 실태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탈하는 민심을 제대로 받아챙기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당권의 향방을 가르는 전당대회에 온신경이 쏠려있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에게 줄을 서야하나가 최대 관심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자 당내외가 시끌시끌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나’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경제실정에다 잘못된 처신으로 욕 얻어먹는 여당보다 더 딱한 야당이다.

2019-01-17

‘내로남불’의 정치학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현직언론인이 청와대에 바로 오는 걸 비판한다면 비판을 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론인 가운데 공정한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온 분들은 하나의 공공성을 살려온 분들이라 생각하며, 이런 분들이 청와대로 와서 공공성을 잘 지킬수 있게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신년기자회견이 열린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 인사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궁색한 답변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권언유착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자부하고 있고, 청와대의 정신이 늘 이렇게 긴장하면서 살아있기를 바라며 유능한 인재들을 모신 것이라고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야당이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 참모로 영입한 것을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나름 근거가 뚜렷하다. 특히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이 낸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출신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참담하다’는 제목의 논평이 화제다. 이 논평이 한겨레신문의 2014년 2월 7일자 ‘KBS 앵커 출신 청와대 대변인, 참담하다’는 사설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민경욱 의원의 청와대 입성을 놓고 “권력에 대한 감시를 가장 큰 본업으로 삼아야 할 현직 언론인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곧바로 ‘권력의 입’으로 말을 바꿔 타는 행태는 일그러진 언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번 일로 그와 그가 속했던 한국방송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가 욕을 얻어먹게 된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되받아서 김 대변인은 “권력에 대한 감시를 가장 큰 본업으로 삼아야 할 현직 언론인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곧바로 ‘권력의 나팔수’를 자청하는 행태는 일그러진 언론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신년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이들도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내로남불의 정치학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내놨다. 그런 와중에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을 첫 인사말로 내놓은 것은 매우 공교롭다 못해 기이한 일이다. 춘풍추상은 중국의 명언집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대하고, 나 스스로에겐 서릿발처럼 엄하게 대하라)’란 말에서 나온 사자성어로 내로남불과는 정반대다. 노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을 둘러보니 방마다 춘풍추상 액자가 걸려 있더라. 그런 생각으로 일하자”고 했지만 ‘내로남불’시비로 시작한 2기 청와대가 얼마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까.지난달부터 유튜브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 지시 등을 폭로한 뒤 자살을 기도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만 해도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지난 정부 시절 민주당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요건을 완화시키자고 주장했는데, 이제 정권을 쥐니까 엄격하게 해석을 하고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정권을 비판하는 제보는 비밀누설이고 전 정권에 대한 제보만 공익제보로 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에는 묵묵부답이다.설을 앞두고 이뤄질 개각에서도 한바탕 몸살이 예상된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선해 내놓은 입각대상자들에게 민주당이 야당시절 결정적 하자로 꼽았던 각종 문제들이 적지않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내로남불 행태가 계속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내년 총선에서 큰 역풍을 맞게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더구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정책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포용경제로 체질을 바꾸는 과도기라며, 경제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불통 역시 매우 걱정스런 대목이다. 불통과 내로남불이 판을 친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가슴 답답한 하루다.

2019-01-10

같은 사안 다른 해석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정치권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새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둘러싼 해석이 바로 그렇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아가려는 것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라고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미국이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 일방적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강온양면의 화법을 구사했다.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있을 북미고위급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했다”고 호평했고, 청와대 역시 1일 오후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환영입장을 내놨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마치 대단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핵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의 제재해제와 같은 선제적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제재가 지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협박성 엄포까지 내놨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려 한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매개로 한미관계를 이간하려는 시도도 보였다”고 혹평을 내놨다. 특히 한국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국가비전미래특위 위원장은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이란 간담회에서 “핵무기는 대외에 알리고 굳히기로 들어가는 신년사란 느낌을 받았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핵 폐기에 대해 2018년과 달라지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이라고 환영 일색인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에 초청받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거나 제재 완화를 노리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제재 해제와 한국전쟁 평화 협정이 비핵화의 전제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전 청와대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나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관여’및 ‘적자 국채 발행 강요의혹’을 내부고발 형식으로 폭로한 기재부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입장도 여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어쨌든 정부여당이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검찰고발 등 강경대응에 나선 데 대해 ‘공익제보자 보호강화’를 공약한 것과는 배치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도 부정부패 근절 방안으로 ‘공익 제보자 보호 강화’를 공약했고, 2017년 6월 현 정부 출범 직후엔 대통령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익 신고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전 정권때 부터 내부고발자를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예를 들면 2014년 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관천 당시 경정의 폭로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은 “박관천 경정에게 얼마나 무서운 회유와 협박이 있을지 참으로 걱정된다”고 옹호했다. 또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땐 최순실씨 관련 사항을 폭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후원금 모금에 나선 적도 있다. 그랬던 민주당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입장을 내놓는 정치권에 그저 의아하기만 하다. 겉다르고 속달라서 그렇다고 해야할까. 아님 그게 정치권의 속성이라고 치부해야 할까. 불편한 진실이 마냥 궁금한 신년벽두다.

2019-01-03

의료복지 사각지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국회 의원회관에 들렀다가 월간지에서 부장직을 맡고 있는 언론사 후배를 만났다. 경남지역 시·군지역의 민원사항인데, 군 지역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부산까지 혈액투석을 하러다니는 게 너무 힘들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국회를 오랫동안 출입한 경력을 가진 후배인지라 친하게 지내는 국회의원들과 보건복지부쪽 인맥을 통해 민원해결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는 요지였다. 시장·군수와 지역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넣어도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소식이 없어서 후배에게 재차 부탁하는 것이라며 시장·군수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무신경에 무척 분개하더라는 것이었다. 민원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던 경북지역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런 민원은 비단 경남지역 특정 시·군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나서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의료지원대책을 시급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후배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지역 연고가 있는 보건복지부 고위 간부 연락처를 받아 정부측에도 대책마련을 건의해보겠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후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의료지원서비스를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실상을 알만한 국회의원들이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경우 왜 이런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제기된 민원의 해답은 어렵지 않다. 낙도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병원선을 정기적으로 방문토록 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의료지원을 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즉, 혈액투석이 가능한 의료진과 설비를 갖춘 병원차를 권역별로 묶어 순회하게 하면 예산부담도 크지 않고, 혈액투석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에게는 큰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시골마을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차가 순회하도록 하는 시군이 적지않은 데, 혈액투석은 제때 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점에서 더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어쨌든 의료서비스 관련 민원을 받은 차에 지방의료의 열악한 실정을 챙겨보던 그 후배는 마침 국회의원회관에 들어오다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료서비스 개선, 초고령사회 지방의료 확충을 위한 토론회’(부제 2018 상주시 발전을 위한 제안) 자료를 챙겨왔다며 “지방의료 서비스 기사를 쓸 때 참고하시라”며 내게 넘겨줬다. 토론회는 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상주출신의 민주당 서영교(서울중랑갑) 의원, 예천 출신 임이자(비례) 의원 등이 주최하고, 황천모 상주시장이 주관하는 토론회였다. 토론회 주최측의 면면을 보니 지방의료 서비스의 열악한 실태를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날 토론회서 감 신 경북대 의대 교수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료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한 내용중 지역별 건강 불균형 실태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조사한 기대수명 격차가 서울특별시 83.3세, 전라남도 80.7세로 그 격차는 2.6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군·구의 경우 수도권인 경기 과천시의 경우 86.3세인 반면 경북 영양군은 78.9세로 그 격차가 7.4년에 이르렀다. 또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 ‘2015년 기준, 치료가능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을 보면 서울은 44.6명, 충북은 58.5명에 그치지만, 시·군·구의 경우 서울 강남구 29.6명에 불과한 반면, 경북 영양군은 107.8명에 이른다. 이러니 지역균형발전을 아무리 외쳐도 무슨 소용이랴.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라고 외치는 정부라면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2018-12-27

세상을 보는 눈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으로 세상이나 남을 바라보는 ‘청안’과 눈의 흰자위가 나오도록 남을 업신여기거나 부정적으로 흘겨보는 ‘백안’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무학대사와 태조 이성계의 일화를 꼽을 수 있다. 무학대사가 기거하는 도봉산의 절을 찾은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곡차를 마시며 격의없이 지내자고 말한 끝에 문득 대사에게 농담을 걸기 시작했다.“요즘 대사께서는 살이 뚱뚱하게 쪄서 마치 돼지같소이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승이 돼지처럼 보이십니까? 전하께서는 언제 보아도 부처님처럼 보이십니다.” “아니, 격의없이 서로 농을 즐기자고 해놓고, 대사께서는 과인을 부처님같다고 하면 어쩝니까?”무학대사의 설명이 정곡을 찌른다. “돼지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오직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오직 부처로 보이는 법이지요(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 이 태조는 크게 한방 먹었다며 껄껄껄 웃고 말았다는 얘기다.불교 경전에는 일수사견(一水四見)이란 말이 나온다. 같은 물이라도 천계에 사는 신은 보배로 장엄된 땅(天見是寶嚴地)으로 보고, 인간은 마시는 물(人見是水)로 보고, 물고기는 보금자리(魚見是住處)로 보고, 아귀는 피고름(餓鬼見是膿血)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싶은 것만 믿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보는 시각대로 세상을 보고 살아간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는 것 역시 사람들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좋은 사례다. 탄핵을 외친 사람과 죄가 없다며 탄핵기각을 주장한 사람의 견해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직을 잃고, 영어의 몸이 된 지금도 광화문 태극기모임에 나오는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다시한번 되짚어봐야 할 이유가 있지않나 생각을 해보게 된다.최근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인 김태우 수사관과 청와대간에 벌어지고 있는 진실게임 역시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청와대는 이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냉정하고 차분한 팩트위주의 논평을 내오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언론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말미에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청와대의 결백을 강조하려 했는지 몰라도 낮은 자세로 소통해야 할 사안에 오만하게 대응한다는 반발을 샀다. 이에 앞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후 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논란에 대해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언론도 이제 더이상 급이 맞지 않는 일 하지 말자”고 목청을 높여 언론의 눈총을 샀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내 첩보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했다. 그는 민간인 사찰논란이 되는 첩보를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특감반원들도 청와대 첩보양식에 맞춰 많이 썼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지만 진실게임의 승패가 가려질 지는 의문이다.어쨌든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눈은 내가 옳고, 상대가 그르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똑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일 때,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치가 아닐까.

2018-12-20

자유한국당의 고민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소득주도성장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침체와 일자리축소 등의 부작용을 빚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대구·경북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뭔가 타개책이 필요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자유한국당이 자체 치유할 수 없는 간극을 던져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 친박계는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고, 비박계는 김학용 의원을 지지해 계파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승부는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의 선택으로 갈라졌다. 친박계 잔류파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33표 차이로 압승을 거둠으로써 향후 비박계 복당파보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이 주장하는 ‘반문연대’‘보수 대통합’‘제3지대’ 등의 구호는 어차피 결집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친박계와 비박계는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거대 여당의 공세속에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뼛속깊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깜짝 복당한 데 이어 지난 해 11월에는 김무성 의원 등 8명이 돌아왔고,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슬그머니 복귀했고, 최근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입당했다. 어느새 ‘도로 새누리당’이 돼가고 있는 한국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깊어가는 계파갈등은 보수대통합 등 일사불란한 대오를 형성하기 어렵게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계파별 내부사정을 짚어보자. 지난 달 31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친박계인 4선의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결론내리지 않고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 당을 저주하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탄핵 찬성파, 즉 복당파를 작심비판하며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를 요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으로 지목받으며 ‘폐족’이 되다시피했던 그들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탈환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여전히 ‘박정희·박근혜’부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등 민심이 크게 변화가 없고, 최근에는 태극기 부대가 책임당원으로 대거 가입하는 등 적극 지지층도 크게 증가했다. 친박계가 ‘탄핵재평가’를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된 실질적 배경이다. 친박계가 ‘탄핵재평가’라는 정면승부 카드를 던지며 부활을 꿈꾸는 것은 내년 전당대회 승패에 따라 자신들의 생사여부가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이에 맞서있는 복당파 역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지핀 보수대통합은 당안팎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통합대상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을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로 규정했다. 어떻든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합류해야 복당파의 당내 위상이 올라가고, 탄핵과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덜어낼 수 있지만 그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를 요구하며 보수대통합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자체도 매우 곤혹스럽다. 박 전 대통령 탄핵문제는 복당파에 있어서 아킬레스건이자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를 친박계가 차지할 경우 복당파의 앞길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원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이고, 공천경쟁에서도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전원책 변호사가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고 했던 진단이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2018-12-14

텃밭이 돼선 안되는 이유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국회의원 총선이 벌써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번에도 진보정당 후보보다는 보수당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민들이 더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필자는 ‘특정지역이 특정 정당의 텃밭이 돼선 안된다’고 믿는다. 이유야 천만가지다. 우선 낚시꾼들 사이에 내려오는 속담중에 “잡힌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않는다”고 했다. 정치인들에게 내 표가 됐다는 확신을 줘선 안된다. 이미 지지기반으로 확정됐다고 믿는 순간 정치인들은 새로운 지지기반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집토끼와 산토끼 이야기도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사람들의 선거운동을 보노라면 한결같이 산토끼 잡으러 다니는 모양새다. 그런데도 보수당을 지지하는 지역민들은 사람 자체를 가늠해보지도 않은 채 ‘닥치고’보수당 후보를 지지하니 문제다. 무엇보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이란 인상은 치명적이다. 그랬다간 영원한 ‘호갱’이 된다. 중앙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라 믿는다면 어느 누가 지역민을 위해 일할 생각을 하겠는가. 당 지도부의 눈치나 살피며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이는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지역민을 위한 민생법안을 열심히 만들고, 지역발전을 위한 SOC예산도 많이 따와 지역 발전에 공이 큰 사람을 뽑아줘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약간 다른 얘기지만 동화에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이야기가 있다. 늘 우울한 얼굴을 한 어머니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왜 우울해하느냐?”라고 물어보니 “큰 아들이 우산 장수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우울하다”고 했다. 어느날 비가 몹시 쏟아지는 데도 그 어머니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물었다. “아니 지금 비가 오는데 왜 우울해하느냐?”라고 물어보니 “둘째 아들이 부채장수를 하는데 비가오면 부채가 안팔려서 우울하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어머니에게 “반대로 생각하면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이 좋고, 날이 좋으면 부채장수 아들이 좋으니 비가 오나 날씨가 좋으나 즐거운 일만 가득한 것 아닙니까?”라고 이야기하자 손뼉을 치며 “과연 그렇네요.”라며, 환한 웃음을 짓더란 얘기다.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모두 같은 어머니 아들이니 기쁨도, 근심도 자식걱정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정치판에 빗대 말하자면 여당이나 야당 모두 지역민들의 표심을 먹고 자란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가 어느 한 아들을 편애해서는 안된다. 비 오는 날 우산장수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고, 맑은 날 부채장수 아들의 성공을 기뻐하면 될 일이다. 날씨에 따라 잘 안 풀리는 아들의 불운을 슬퍼하기 시작하면 어머니의 시름은 끝이 없게 된다.이쯤 얘기하면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서 어떤 이를 국민의 대표로 뽑아야 할 지는 분명해진다. 어느 당 후보든 열심히 일하는 아들을 응원하자는 말이다. 우선 국회에서 열심히 입법활동을 한 의원들에게 점수를 더 주는 게 옳다. 일례로 시민단체나 언론단체에서 시상하는 우수 국회의원상을 받은 의원에게 가점을 주는 것도 의미있다. 일부 단체에서 영업이나 대외과시 용도로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는다. 지역민을 위한 대변자 역할로 자주 지역언론에 노출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점수를 더 주는 게 좋겠다. 지역 국회의원이 지역민을 위해 더 많이 뛴다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을 대표하는 선량인 국회의원이 되고도 지역언론과 소원해 일년 내내 법안발의 뉴스나 인터뷰 한 번 제대로 안 나오는 국회의원은 ‘있으나마나한’ 국회의원으로 치부해 배제하는 게 좋을 듯 싶다. 그런 이들은 분명 대구·경북지역을 호갱지역으로 단정, 어떻게 하면 당 지도부의 입맛에 맞춰 공천장을 받아낼까 전전긍긍하는 자가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꾸려면 국민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