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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필(鼠一匹) 청문회

등록일 2019-09-05 18:58 게재일 2019-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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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증인채택을 둘러싼 이견으로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지 않고 버티자 조 후보자가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로서는 전무후무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해명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그제서야 한국당이 뒤늦게 청문회를 열자고 요청해 6일 하루동안 청문회를 열게 됐다. 도대체 장관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자는 건지 여야 힘겨루기에 청문회가 수단이 됐는 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자유한국당의 심사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버무려 추석 밥상에 비빔밥처럼 올리고 싶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인들 야당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 데 그리 무력하게 따라갈리 없지않나.

오히려 민주당이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속에 6일까지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함으로써 ‘청문회 없이 임명강행’의사를 강력하게 표출했고, 패를 읽힌 자유한국당은 ‘청문회도 못여는, 존재감 없는’ 야당이 되지 않기 위해 여당에 끌려가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상대방이 어떤 방식으로든 추석 전에 청문회 정국을 끝내려는 전략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야당은 거기에 맞춰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자세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조율하면 됐을 일이다. 어차피 정부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장관임명의 요식행위가 된 게 이미 열여섯번이나 되고, 이제 열일곱번째를 맞은 들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5년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17명이고, 박근혜 정부 10명, 노무현 정부 3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현 정부의 인사행태는 비판받을 만하다. 더구나 정부 출범 당시 협치와 권력기관간 견제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그런 정부가 정작 여야합의로 이뤄지는 청문보고서 없이 이렇듯 자주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적이다. 그나마 어렵게 합의돼 진행될 청문회가 6일 하루동안 진행되고, 증인은 조 후보자의 가족을 제외한 11명으로 결정이 났다.

다만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조 후보자 딸 표창장 관련해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밝혔는 데도 여당이 조 후보자 의혹과 직접 연관이 없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에 반대해 증인명단에서 빠진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더구나 증인을 부르려면 법적으로 최소한 닷새 전에 통보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청문회에 증인들이 꼭 나와야 할 의무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이번 청문회가 조국 후보자의 셀프 청문회 형식이었던 기자간담회와 다른 것은 선서하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위증죄로 처벌받게 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거짓말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한 증인들이 나오지 않게되면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마리’가 나타난 모양새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말처럼 이번 청문회는 오락가락, 갈팡질팡 청문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일필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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