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70년 함께한 포항역 사라졌지만, 업소 30여 곳은 여전히 영업

성지영 인턴기자
등록일 2024-08-06 14:38 게재일 2024-08-07 4면
스크랩버튼
불 꺼지지 않는 포항의 홍등가 <1>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해결책은 없나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속칭 중대)입구의 모습이다. / 성지영 인턴기자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속칭 중대)입구의 모습이다. / 성지영 인턴기자

그곳에 켜진 붉은 등은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해가 지고 밤 8시쯤이 되면 낮엔 커튼으로 가려져 있던 조그만 가게들의 대형 유리창이 빨간 조명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포항시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 속칭 ‘중대’다.

현재 포항시에는 약 35개의 성매매 업소가 남아 있다. 1950년대 6·25전쟁 직후 옛 포항역 주변에 형성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70여 년 세월이 흐르며 변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어째서 이곳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성매매 집결지 운영은 포항만의 문제는 아니다. 각 지자체의 공통적인 문제였기에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시 차원의 집결지 정비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다. 하지만, 포항시는 집결지 지척에서 도심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해당 구역을 개발 구역에 포함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본지는 2004년부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포항의 성매매 실태를 파악하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6·25 전쟁 직후 하나둘씩 들어서 

미군부대·대형공장 가동 등 영향

한때 100여 곳까지 불어나며 성업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줄이은 폐쇄 조치에도 살아 남아

 

옛 포항역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사업대상 구역에도 포함 안시켜

구도심 활성화 걸림돌로 골머리

올해 초 결성된 TF 역할도 미미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소홀’

▲ 성매매 집결지 6·25 직후 포항역 주변에 형성

지루한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밤, 옛 포항역 주변에 있는 중대 거리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말로만 듣던 유리방(성매매 업소)이 다닥다닥 모여 있었다. 일반인들은 다니기가 꺼려지는 골목길이었다. 각 업소마다 한 명 또는 두 명의 여성이 유리방에 앉아 소위 ‘손님’을 기다렸다. 

이런 곳에 누가 올까. 의문도 들었지만 그 사이, 옷깃을 여민 한  남성이 유리방 한 곳으로 재빨리 들어가는 광경이 눈 앞에 들어왔다.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는 70여 년 전인 6·25전쟁 직후 포항역 주변에 하나 둘씩 형성됐다. 당시 남편을 잃은 여성들과 생활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이 모여들면서 성매매 업소들이 생겨났다. 이후 미군 부대가 포항에 주둔하고 대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100여 곳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오랜 기간 그 지역에서 살던 주민 A씨는 “성매매 업소가 많을 때는 골목을 넘어 대로변까지 붉은 조명이 넘실거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2015년 포항역이 중앙동에서 흥해읍으로 이전했고, 옛 포항역은 2021년 완전 폐쇄됐지만, 성매매 업소들은 아직도 거기 남았다.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업소 중 하나, 낮에는 커튼으로 가려져 업소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 성지영 인턴기자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업소 중 하나, 낮에는 커튼으로 가려져 업소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 성지영 인턴기자

▲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로 폐쇄 논의 확산 

2000년 9월. 전라북도 군산시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전국에 산재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군산 성매매 여성 15명은 철문과 쇠창살로 폐쇄된 방에 감금된 상태였기에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사람들은 성매매 집결지의 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됐고, 2004년엔 성매매에 대해 형사 처벌을 대폭 강화한 특별법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장상담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부터 2023년도까지 폐쇄된 전국의 중요 성매매 집결지는 총 14곳.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강원도 춘천시 장미촌 △2010년 강원도 동해시 동해부산가 △2013년 춘천 난초촌 △2014년 부산시 범전동300번지 및 해운대 609 △2020년 인천시 숭의동 옐로하우스 대구시 자갈마당 △2021년 서울시 청량리 588 등이다. 

그 결과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10여 곳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영등포와 부산 완월동 등이다. 

포항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도 성매매특별법 제정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운영되는 업소 수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다.

▲ 민관이 힘 모아 문제 해결한 대구 ‘자갈마당’

성매매 근절에 노력하는 단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포항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 사실일까?

포항시가 그동안 성매매 집결지 문제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책이 늘 미온적이다 보니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포항시가 성매매집결지 바로 앞, 구 포항역 일원에 개발하고 있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시는 이곳 땅을 용도 변경, 69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가능토록 해줬다. 

하지만, 성매매 집결지 공간을 사업 대상 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시가 업소 건물주 및 업소 대표들과 협의에 나섰으나 불발되자 개발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시는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세워지면 주변 땅값이 상승해 ‘중대’가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시가 간과한 것이 있다. 타 지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사례 가운데 ‘자연 도태’ 방식으로 정비가 이루어진 곳은 없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폐쇄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정비 사업 유형을 살펴보면 경찰 단속 등의 자율 정비가 6곳, 도시환경 정비 사업이 2곳, 도시계획시설 사업이 2곳, 도시재생사업 2곳 등이다. 유형들 모두가 시가 정비의 주체가 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경찰과의 협업을 통해 정비한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성매매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알선자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성매매 집결지 주변의 물리적 환경 개선으로 집결지를 서서히 사라지게 한 것이다. 

AI로 제작한 성매매 집결지 이미지 / Chat gpt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AI로 제작한 성매매 집결지 이미지 / Chat gpt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대구 도원동(자갈마당)은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시는 민간개발업체(도원개발)와 함께 대대적인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자갈마당 부지 소유주들이 시세보다 높은 땅값을 요구하거나 매매 비용을 일시불로 요구하는 등 개발사와 갈등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민간개발업체는 대구시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행정적, 금전적 지원을 받아 이를 토대로 정비 사업을 추진해 냈다. 

그 과정에서 대구시는 집결지 폐쇄 기한을 정해 그곳 건물주와 성매매 여성들에게 이전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집결지 주변 CCTV 추가 설치(6대), 현금인출기(ATM) 2대 철거, 보안등 47개 교체 등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또 성매매 방지 홍보물(전단지 8000매, 포스터 300장)을 제작·배포하고, 대구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 600명을 대상으로 성 인식 개선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금전적 지원도 해줬다. 

대구시는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여성에게 1인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지급하며 자활을 도왔다.

▲포항 성매매 집결지 정비 TF 구성

그렇다면 포항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안하는 걸까 못하는 것일까.

포항은 지난 2021년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대책 지역협의체’를 발족하고 그간 성매매 집결지 대책 마련에 관한 각계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또, 옛 포항역 개발 결정 후인 올해 초엔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정비 TF’를 만들었다.

올해 초 결성된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정비 TF’역시 그간 2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