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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입 막은 사람들의 도시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그런 말 마시오, 오늘은 당신이 이런 꼴을 당했지만, 내일은 내가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는 거 아니오,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요”199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Jos00E9 Saramago)가 쓴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첫 장면에 나오는 대사이다. 운전을 하여 집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남자가, 자신의 차를 대신 운전하여 집으로 데려다 주는 남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하자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한 말이다. 이렇듯 눈먼 자를 위로하며 친절하게 집에까지 데려다 준 남자는 눈먼 자의 차를 훔치는 도둑으로 전락하고, 머지않아 그도 눈이 멀고야 만다.이 장면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하나둘씩 실명하게 되고, 결국은 ‘의사의 아내’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도시 사람들 모두가 눈이 멀게 된다. 정부는 이 도시의 눈먼 사람들을 차례차례 정신병원으로 쓰던 건물에 격리 수용한다. 소설은 수용소 안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참혹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다. ‘눈먼 자들’의 이름은 중요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어느 누구도 서로를 볼 수 없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이성이 닫히고 윤리의식을 내팽개치는 사람들, 필부필부(匹夫匹婦) 바로 우리들의 본능적이고 추악한 자화상 노출이 있을 뿐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추악한 ‘눈먼 자들의 도시’가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눈을 크게 뜨고 사실을 보아야 한다. 귀를 바로 열고 진실을 들어야 한다.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입 막은 자들의 도시’와 같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집밖을 나설 수가 없다. 마스크 몇 장 구하러 수많은 시민들이 황망히 뛰어다니고,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부단히 애쓰고 있다. 바이러스는 신분과 지위의 높고 낮음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도시와 농어촌을, 여와 야를,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니, 바이러스의 위세가 잦아들 때까지는 코와 입을 잘 막고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도 내 이웃을 위해서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옳다.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과도한 비난과 비판의 제어를 위해서도 입을 가려야 한다. 중앙정부의 인식이 안이했다고 비난할 수 있다. 지자체의 부실하고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엄혹한 시기이다. 내부의 다툼은 잠시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다독이고 하나된 우리를 세워나가야 할 때 아닌가.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자. 불안과 공포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입을 함부로 벌리지 말자. 차별과 비난의 바이러스가 나에게서 새나가지 않도록 입은 꾹 닫고 마음은 활짝 열자.“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요.”차 도둑의 내일은 불행으로 귀결됐지만, 우리들 내일의 ‘무슨 일’은 부디 좋은 열매이기를!

2020-03-03

근자열 원자래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는 논어에 나오는 글귀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2천500년 전 전국시대 공자가 초나라 섭공이라는 제후와 나눈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섭공은 “백성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고 세수도 줄어 걱정”이라며 공자에게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란 여섯 글자를 써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한다.“사람을 소중히 대하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군주가 백성을 잘살게 하면 백성은 기뻐할 것이며 먼 곳에 사는 백성은 그 소문을 듣고 짐을 싸들고 군주한테 모여들 것”이라는 말로 풀이한다.군주의 선정(善政)이 백성을 떠나게도 하고 모이게도 한다는 ‘백성이 주인’이라는 민본정신을 당시에 가르쳐 준 대목이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도 같은 말이다. 백성이 편한 정치를 하면 백성은 배를 띄우고 그렇지 않으면 배를 뒤집는다는 말이다.“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도 가혹한 정치의 폐해를 가르친 교훈이다.민심을 근본으로 하는 민본정치는 바로 민주주의다. 헌법 1장 1조에 명시된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은 국가 주인이 백성이라는 뜻이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는 국민을 혼란과 불안감으로 몰아넣었다. 정부 정책의 거듭된 실패로 불신감도 팽배하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바랐던 민심을 외면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대통령 탄핵청원으로 이어져 청원수가 140만을 넘었다. 민심이 크게 동요한 결과다. 청와대가 지금 민심을 어떻게 볼까 속내가 궁금해진다. 한차례 지나가는 바람처럼 보는 건 행여 아닐까 해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03

고전 읽기의 괴로움과 즐거움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어떤 사람은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플라톤을 한 시간 꼭 읽는다고 한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요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관찰력과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고전의 가치를 새삼 깨닫던 참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전을 선뜻 손에 잡기는 힘들다. 어렵게 손에 들었어도 한두 장 읽다가 책장을 덮는 경우도 많다. 저자의 정밀한 사유를 따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지나가기도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입문서를 쓴 오선민 씨도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미 아는 내용만 읽고, 낯설거나 불편한 문장은 자기도 모르게 지나쳤다고 한다.고전 읽기가 어려운 것은 나의 사유 능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그 고전이 나온 시대와 문화가 현재와 많이 다르다는 점도 장애 요소가 된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혀 접해보지 않은 문화를 단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고, 아예 읽지도 않고 스쳐지나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고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괴로움이 먼저 들이닥친다.그럼에도 고전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어쩌다 만난 한 문장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그 괴로움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프루스트는 해질녘 마을 종탑이 석양에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나서 종탑 뒤에 숨은 글자를 발견한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그 문장을 처음에는 읽기 어렵지만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그 기쁨의 한 조각을 나눠 갖는 듯한 기분이 든다.이렇듯 작가가 묘사한 장면을 눈에 또렷하게 그릴 수 있게 되면 즐거워진다. 어떻게 하면 또렷하게 그릴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읽으면 된다. 처음에는 한 문장, 한 페이지만 읽어도 좋으니 단숨에 읽으려 들지 말고 책갈피를 들어 언제든지 멈출 준비를 하자.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보기도 하고,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들이 오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는 것도 더욱 선명해진다.그러니 고전을 읽을 때는 한 권을 1년을 잡고 천천히 읽어보면 좋겠다. 70세에 하루 영어 한 문장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분이 84세에는 외국인 관광 안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뚝심으로 고전을 읽어가 보자.몇 년 전 동네 주민센터에서 이웃과 함께 논어를 1년 간 읽은 적이 있다.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면서 삶에 적용해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고전을 읽는 것은 괴롭지만, 이렇게 꾸준히 읽어가다 보면 느닷없는 순간에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논어’에 손이 춤추고 발이 뛴다는 말이 있다. 고전에서 얻는 즐거움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2020-03-02

퍼펙트 스톰

퍼펙트 스톰은 복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를 가리킨다.원래 퍼펙트 스톰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자연현상을 의미하며, 위력이 세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을 만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태풍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퍼펙트 스톰’은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태풍에 휘말린 ‘안드레아 게일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알려졌다.경제용어로서는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가 대표적인 비관론자로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견할 때 사용했다. 2011년 7월, 그는 미국경제의 이중침체, 유럽의 경제위기, 중국의 경제 경착륙 등 악재들이 겹쳐서 빠르면 2012년, 늦어도 2013년까지 세계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국가적 차원 또는 세계적 차원에서 직면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퍼펙트 스톰’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돼왔다. 미국발 퍼펙트 스톰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의미한다.미국은 그 이전 10여 년 동안의 경기호황에 힘입어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주택가격으로 인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하면서 주택을 압류당한 개인은 거리로 나앉고, 대출금 미상환에 따른 금융기관 파산이 이어졌다. 2008년 베어 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AIG 등이 그 피해자였다.이제는 중국 우한지방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번진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온나라가 코로나19가 불러온 퍼펙트 스톰을 이겨내는 데 힘을 합쳐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02

남아있는 것으로

네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왼쪽 다리를 못 쓰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Itzhak Perlman)은 10세에 첫 대중 연주회를 했으며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19세에 레빈트릿콩쿨에서 우승해 명성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는 보잘것 없는 외모에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딛고 일어선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1995년 11월 18일, 뉴욕 링컨센터(Lincoln Center) 에이버리피셔홀(Avery Fisher Hall)에서 열린 이작 펄만의 연주회 때 벌어진 일입니다.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마치 총소리처럼 ‘탕’하고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졌습니다. 그 순간 예측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바이올린을 바꾸거나 줄을 갈아 끼우지 않고 계속 연주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바이올린 현 세줄로 교향곡 연주가 불가능함을 익히 잘 알았던 이작 펄만은 연주를 진행하는 동안 매 순간 즉석에서 편곡하고 다시 머리 속으로 음표를 그려가면서 작곡해 전에 들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음을 창조해 나갔습니다.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친 후 애버리피셔홀은 경이에 찬 침묵에 사로잡혔습니다. 한동안 깊은 울림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청중은 오로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긴 침묵이 끝나자 모든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습니다.이작 펄만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땀을 닦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을 갖고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가 하는 일이지요.” 휴스턴 크로니클지가 보도하며 이 일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매일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방법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매 순간 그 자원을 편집하고 재창조하며 집중하는 일입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02

새 학기의 낯선 긴장을 넘어가는 방법

조현명 시인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늦추어지긴 하겠지만 전염병은 지나갈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가 그랬다. 그러나 개학이 늦추어진 것은 초유의 사태이다. 개학은 늘 순탄치는 않았다. 꽃샘추위가 그 으름장으로 긴장하게 했다. 낯선 곳으로 등교하는 신입생들은 더더욱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재학생들도 새로운 반과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새 학기가 안정이 되려면 3월말 4월초의 언덕을 넘어야한다. 서열다툼이나 자리매김이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넘어가는 언덕이다. 남학생들은 힘겨루기로 심하면 주먹질이 오가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이 시기에 가장 많은 학교폭력과 학교부적응이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학기 처음에 상담주간을 둘 것을 공문으로 지시하기도 한다.10년도 넘은 일이다. 그날도 3월 말쯤이었다. 학생으로부터 나는 문자를 받았다. ‘K가 계속 맞고 있어요.’ 자세히 알아보니 K를 중간에 놓고 J와 L이 아침부터 꼼짝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일어서려고 하면 발로 차고 협박해서 화장실도 못가고 있었다. 나는 J와 L을 불렀다. 그리고 훈계를 하고 수시로 교실을 살폈다. 그러나 J와 L은 나를 조롱하듯 변함없이 K를 괴롭혔다. 급기야 K의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문제를 경찰에 신고하고 상위기관에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학생부장에게 알리고 의논했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결국 상담이나 지도, 어떤 수고도 무산되었고 폭력은 계속되었다. K는 점점 야위어갔고 정신병원 치료까지 해야 하는 상태로 치달았다. 그래도 부모가 어떤 이유에서든 참아주었고 상위기관까지는 가지 않았다. 나는 여름방학 전 K에게 책을 한 권 내밀었다. “꼭 읽어라”고 당부했다. 케네스 해긴 목사의 ‘믿는 자의 권세’라는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자존감의 회복이야말로 모든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책을 다 읽고 K가 생각났다.여름방학 후 돌아온 K에게 물었다. “책 읽었느냐?”, “아니요. 아직”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꼭 읽어야만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K는 야윈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몇 주 뒤 K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복도에서 만난 K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그 책은 좀 다르던데요.” 라고…. 나는 더 이상 되어 진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K의 부모님이 웃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폭력문제가 해결된 것에 대해 나에게 감사했다. K는 그 책을 읽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K는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던 또 다른 자아를 끌어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험난한 세상에 맞서서 당당히 부딪쳐라’라는 전언을 들었던 것이다. 괴롭히던 J와 L을 향해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죽음까지도 각오한 용기 앞에 J와 L은 피해 달아났다. 동급생들 사이에서 K는 새로운 싸움 짱으로 불릴 정도가 되었다. 새로운 학기 꽃샘추위와 낯선 곳의 긴장감, 드센 친구들의 괴롭힘에도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불안정한 흔들림을 피하지 않는 일이다. 늦추어진 개학을 기다리며 집에서 쉬면서 좋은 책이라도 한 권 읽어볼 것을 권한다.

2020-03-02

역병과 종교의식

강희룡 서예가한반도에서 역병의 최초 기록은 백제 온조왕 4년(BC15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전염병은 조선 후기 이르러 더욱 많이 유행하여 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인구를 감소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역병은 역신(疫神)이 사람에게 붙어 괴롭히다 데려가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이 귀신을 복숭아 나뭇가지로 때리거나 불을 이용해 겁주어서 쫓아내는 방법인 축귀(逐鬼)와 달래서 귀신을 떼어주는 ‘굿’과 ‘여제(53B2祭)’ 가 시행되었고, 더 큰 신령의 도움을 받아 벗어나는 방법으로 장승이나 성황당 등에 비는 방식이 예방과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여제는 중국 주나라의 제례를 적고 있는 예기(禮記)에 따르면 천자는 일곱, 제후는 다섯, 대부는 세 가지 제사를 지내는데 이들 제사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었다. 조선에는 태종(1400~1418) 때 처음 기록이 보인다. 이 제사는 상시적, 일시적 2가지 형태로 행해졌으며, 왕이 직접 제문을 짓기도 했다. 귀신 섬기기 가장 좋은 날을 택해서 지냈으나, 급하면 길일을 잡지 않고 역병이 난 지역에서 임시적으로 바로 제를 올리었다. 당시의 역병은 이겨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고 삶과 더불어 함께하는 존재로 인식했기에 망자는 저승에서의 극락왕생을 빌어주고, 산 자들은 업을 소멸시켜 극락을 누리게 한다는 법회인 수륙재(水陸齋) 같은 불교의식이 발달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됐다.지금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역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단시 되던 신천지교단이 이 역병의 슈퍼전파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신분과 행적까지 감추고 있어 감염원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 이만희 교주는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짓’이라며, ‘말씀과 믿음을 지키자. 우리는 살아도 죽어도 하나님의 것이다(요 11:25-27)’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이 교단뿐만 아니고 기성교단의 목사들도 이런 재해를 대개 ‘신의 벌’로 해석해 설교하고 있다. 자연에 신이 직접 개입한다고 믿었던 중세인의 사고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하지만 18세기에 프랑스의 천문학자였던 라플라스의 ‘천체역학’ 논문을 통해 신은 과학에서 이미 사라졌다.구약(舊約)의 ‘숨은 신’이 된 것이다. 성경과 우리의식은 엄청난 공간적·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가르친 말씀을 오늘의 한국인을 위한 메시지로 바꾸는 데는 심오한 해석이 필요하다. 임기응변식 해석으로 고대인의 세계관이 오늘의 신자들 머리 속을 지배하게 되면 종교적 상징과 비유를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이어 맹신이나 광신에 빠지기 쉽다. 28년 전 다미선교회의 시한부 종말론(1992년 10월 28일 휴거소동)의 끈을 그대로 잇고 있는 이단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례는 이단일수록 숨은 신을 끌어내어 사람들에게 현시하려는 경향이 높다. 이들과 오늘날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공통점은 이 사회에서 자신이 ‘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 방역이 ‘심각’ 단계로 올라간 날 한기총 회장은 광화문에서 신도들에게 이렇게 토해냈다.‘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코로나여 물러가라!’

2020-03-02

참된 종교인은 일상에서… 경산 불굴사(佛窟寺)

절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이 편하지가 않다. 들리는 소식이라곤 ‘코로나 19’ 확진자 증가수와 그들의 동선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팔공산 뒤편,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불굴사로 향한다.불굴사는 은해사의 말사로 신라 신문왕 10년(690년) 원효대사가 정진하여 득도한 곳에 암자를 세운 게 시초가 되었다. 한 때는 50여 동의 전각과 12개의 부속 암자, 8대의 물레방아로 쌀을 찧어 승려와 신도들의 공양미를 해결한 대사찰이었다고 한다. 소문난 기도 도량으로 알려진 절이지만 초행길이다.썰렁한 절집에 혼자 들어설 거라 예상했는데 드문드문 보이는 불자들이 봄꽃처럼 반갑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봄소식이 멀기만 하다. 모처럼 찾아온 맑은 공기와 햇살이 마당을 서성이며 봄소식을 전하지만, 반기는 이 없는 화창함이 제 그림자와 놀고 있다.침묵에 싸인 풍경들이 서로를 품어주는 경내로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일렁이는 햇살 속에 서 있는 보물 제 429호 삼층석탑 뒤의 극락보전, 조선 후기 건축물로 가장 오래되었다는 약사보전, 그 옆에 관음전까지, 전각들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서 있다. 활짝 열린 법당 문턱에는 서둘러 나온 봄 햇살이 졸고 있다.나도 모르게 발길이 약사보전으로 향한다. 인자하고 온후해 보이는 약사여래입상은 1736년 큰비로 사찰 전각이 무너질 때 매몰되었다가 순천 송광사 노스님의 현몽으로 발굴된 것이다. 파손이 심한 왼손과 얼굴부분은 보수한 흔적이 보이지만,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과 같은 시기인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갓을 쓴 갓바위 부처님이 남성적이라면 족두리를 쓴 불굴사 약사여래불은 여성적이다. 양지인 갓바위와 음지인 불굴사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음양의 조화로 안치된 듯하다. 갓바위 부처님께 기도를 한 후 불굴사의 약사여래불에게도 기도를 하면 훨씬 더 영험함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오늘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하루빨리 놓여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하다. 다른 날보다 더 넉넉히 불전을 놓고 절을 한다.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을 비웃다가 결국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더 큰 불안감에 갇혀버린 나를 위한 기도였으리라.북적대던 오일장과 드나들던 금융기관이 폐쇄된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조용하고 작은 면소재지 마을은 더 이상 정겹지가 않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부터 거리의 한적함은 공포로 변해 밤낮을 배회한다. 대구로 출퇴근하는 남편은 몇 장뿐인 마스크를 재활용하며 견디고 있다. 어린 손녀까지 있어, 마치 전쟁터로 남편을 보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절벽처럼 높다란 바위굴에 있는 홍주암을 향해 철제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원효대사와 김유신 장군이 치성을 드렸다는 약수터 앞에는 나와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불자 한 분이 기도 중이다. 마치 정화수 앞에서 비는 모습처럼 이색적이다.기도 대신 서둘러 사진만 찍고 독성전으로 오른다. 순수한 아이의 눈빛마냥 무심으로 반짝이는 산 아래 풍경에 취해 있는데 봉사자 한 분이 홍주암의 영험함을 강조하며 초파일 등 달기를 권한다. 난처하다. 가진 것이 많아 가는 절마다 등 하나 달아주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좀 전에 보았던 불자가 올라와 시선은 자연스럽게 옮겨졌다.익숙하게 불전을 넣고 촛불을 켜는 일련의 행동들이 익숙하다. 모든 게 정성스럽다. 기도는 천천히, 안정감 있게 행해졌다. 차분한 눈빛과 자태가 그녀와 기도를 훨씬 돋보이게 했다. 나는 넋을 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호기심으로 지켜보던 마음에 묵직한 기운들이 번져오고 온몸이 따뜻해져 왔다.조낭희 수필가어느 순간부터 정부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불안감이 나를 지배했다. 무서운 속도의 전파력을 지켜볼 때마다 육신보다 정신이 먼저 병들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그녀의 일상은 나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 사재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거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지도 않았으리라. 산사는 그녀에게 좋은 도피처이며 위안처였음이 분명하다.그동안 ‘방역실패’라는 말을 매스컴에서 접할 때마다 심장이 얼마나 오그라들었던가. 무능한 정치인과 재난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들, 이해할 수 없는 이단 종교계로 화살을 쏠 때마다 허탈해지는 건 오히려 나였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분노와 비난보다는 감염병이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며 지킬 수밖에 없다.오늘도 대문간에는 두 주 정도 버틸 분량의 마스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넉넉지 않지만 급한 대로 나눠 쓰자는 친구의 말이 밤새 온기로 남아 나를 다독인다. 작은 것들이 쌓여 얼마나 깊어지는지를, 지혜로운 방법으로 위기를 대처할 줄 아는 크리스천 친구에게서 나는 예수님을 본다.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맹목적인 신암심보다는 힘들수록 스스로와 주변을 아름답게 밝힐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이 시대의 참된 종교인이 아닐까?

2020-03-02

화가 윌리엄 터너가 남긴 마지막 유언

미술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던 미술교육이 국가가 설립한 미술학교로 편입되면서부터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1648년 루이 14세의 명으로 세워진 프랑스 왕립미술학교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를 모범으로 삼아 유럽 각 국가에서 왕립미술학교들이 생겨나는데 1744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그 보다 조금 늦은 1768년 영국 왕립미술학교가 세워졌다. 왕들이 미술학교를 설립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국가의 정치적 이념과 권력을 찬양하는 미술가들을 체계적으로 길러내기 위해서였다. 국가 권력이 미술교육을 주도하면서 상상력과 창작력은 정해진 규칙과 규범 내에서만 허용되었다. 그림들은 등급에 따라 나누어졌는데 그것이 지금 우리도 알고 있는 ‘역사화’,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그리고 ‘풍속화’ 같은 개념이다. 신화나 성서 혹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화는 가장 훌륭한 그림이고, 화가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역사화를 그려야 했다.역사화가 숭상되던 시대에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화가 니콜라 푸생과 클로드 로랭은 한 폭의 자연을 담은 풍경화로 최고의 명성을 떨쳤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은 역사화와 풍경화를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회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분명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인데 그 안에 신화나 성서의 이야기가 눈에 띨 듯 말 듯 전개된다. 푸생과 로랭의 역사적 풍경화 전통은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로 이어졌다.터너는 1775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터너는 작품 활동을 했던 60여 년 동안 쉼 없이 풍경화를 탐구했고, 추상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그 당시 이미 대상성을 배제하고 빛과 색채를 실험했다. 표현이 너무나 극단적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시대 미술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너 탁월함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열네 살의 나이로 런던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했고, 스물네 살에는 벌써 왕립미술원 준회원의 자격을 얻었으며, 역대 최연소인 스물여섯에 정회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터너의 실력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화가로 경력을 쌓아가던 초창기에 터너는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수채화 또한 유화 못지않게 완결된 구성의 대규모 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픽처레스크한 터너의 풍경화는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미술학교를 졸업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유화작품을 그리기 시작했고, 1802년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한 것이 터너의 작품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래부터 풍경화를 즐겨 그렸던 터너는 유럽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알프스를 방문했다. 파리의 미술관에서 푸생, 루벤스, 티치아노를 포함한 거장들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풍경과 사건의 관계, 경험과 재현 그리고 색채에 대한 연구의 깊이를 더했다.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경험한 터너는 회화에 대한 또 다른 경지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림은 평평한 화면에 색을 칠한 것이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빛에 의해 드러나는 실재 세계를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과 색채의 연구가 거듭될수록 그림은 더욱 단순해지고 추상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그려진 터너의 그림을 두고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그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일평생 독신으로 지낸 터너는 자신의 정신과 열정을 오로지 그림에만 쏟았다. 1845년 왕립미술원의 원장 직에 오른 터너는 1851년 12월 죽음을 맞이해 런던 세이트 폴 대성당에 영원히 잠들었다.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술에 대한 터너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터너는 자신이 초기에 그린 두 점의 풍경화를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 두 점과 나란히 전시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술사 최고의 거장들과 겨루고자 했던 것이다. 터너의 회화적 성취는 프랑스 인상주의자들을 매료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태동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포항시립미술관 학예실장 김석모

2020-03-02

코로나19 사태와 전통시장의 미래

이번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사태가 예상치도 않았던 원인으로 대구, 경북은 물론 포항지역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실 2월 초만 하더라도 중국발 전염병 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경제적 영향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역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쉽게 말해 3개 부문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알기 쉽다.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 부문이다. 생산 활동에서는 일부 공장의 근로자가 감염되면서 방역 등을 위해 일시 가동을 멈추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가 확장단계에 있는 호황기가 아닌 관계로 급히 납품기일을 지켜야 할 생산자가 아니라면 대체로 연간 전체의 생산물량에서 재고조정 정도에 그치는 기업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유통과 소비 부문이다. 유통을 도매점과 같은 곳으로만 보기 쉽지만 사실상 대부분 서비스업종은 재화가 아닌 용역을 판매한다는 점만 다를 뿐 광의의 유통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동형 점포나 장날이 서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인 등 일부 특이한 유통 활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정된 거점에서 소비자를 기다린다. 최근에야 온라인 이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소비자들 대부분이 유통 활동의 거점을 찾아가 구매하는 형편이다. 결국, 이번과 같이 전염병이 퍼져 소비자인 시민들의 행동반경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 유통 공급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평소 소비 활동을 생각해보자. 가족들이 모처럼 외출하여 외부 식당(음식업)에서 식사하는 일이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 차나 음료(커피전문점, 제과점 등)를 마시면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 지인들과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관람 등과 같은 문화 소비(공연예술업)도 미루었다. 기업체, 동창회 등 각종 단체가 주최할 예정이었던 다양한 행사(행사기획서비스, 인쇄출판업, 호텔숙박업)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굳이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한 주요 관광지로 여행(항공사, 여행사, 운수업 등)하는 것도 취소되기 쉽다. 그야말로 물건의 중개와 관련된 유통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분야의 전 업종에서 이번 전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특히 이번 사태로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 떠오른다. 전통시장이다. 그나마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무시할 수 없기에 대형마트 등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평소보다 많이 사는 행위로 인해 일부 제품이 품귀할 정도의 현상까지도 나타났다고 한다. 손님 수는 줄었지만 반대로 전화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고 택배로 배달을 요청하는 수요는 여전하여 매출 감소 폭은 생각만큼 크게 줄지는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반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이번처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받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 그렇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전통시장도 일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에서는 외부에 공개된 트인 장소다. 그곳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여 판매하는 곳도 전통시장의 풍경이다. 각종 식자재로 쓰이는 흙이 묻은 자연상태의 신선한 채소들은 전통시장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만지며 고를 수 있는 이른바 ‘접촉’이 자유로운 점은 이번 사태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 쉽다. 실제 위생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렇게 작용하기 쉽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환경보존에 좋지는 않지만 흰 스티로폼 받침에 투명 랩으로 감싼 식자재들은 위생적으로 매우 깨끗하게 보인다.여기에 그동안 전통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과제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소비자들의 바깥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편리 추구는 엄청난 배달서비스업체 성장 속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수없이 많다. 눈이 침침한 어르신까지도 환하게 볼 수 있는 조명에 사시사철 냉난방을 갖춘 상태에서 꼭 필요한 만큼 다양한 부피와 중량으로 가격표를 매겨놓고 있어 가격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근력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물건을 고르거나 품목이 전혀 다른 물건들을 구매하는 데도 장바구니에 힘들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바퀴 달린 카트를 밀면 된다. 집에 돌아갈 때 물건을 싣느라 시내버스 기사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적정 금액 이상만 구매하면 집까지 요구하는 시간대에 배달해주기 때문이다.과연 이번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 포항의 전통시장은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떠한 상황이 변화되더라도 전통시장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적어도 지금 상태의 경영방침 내지는 영업형태를 고수하는 한 생존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전통시장을 화두로 수많은 정책이 제시되고 시행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전통시장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이다. 이번처럼 전염병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특수한 시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점차 위생, 보건, 웰빙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포항의 경우에는 점차 인구사회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인구 변화는 크지 않은데 가구수는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전통시장에서 1인 가구가 한끼나 두끼 식사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구성은 거의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맞벌이 부부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퇴근 이후 장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대를 전통시장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통시장의 서비스는 배달이다. 지금 전국적으로도 전통시장에서는 배달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도 문경시는 지난해 12월부터 개시한 배달서비스로 안전하게 집에서 장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하였다. 과거만을 고집하는 것이 전통시장의 존재가치는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이 되려면 지금 당장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철저하게 자각(自覺)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아케이드를 만들어주고, 정치인이 선거철마다 찾고, 각종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이 발행된다고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적어도 포항의 전통시장이라면 포항시민들이 굳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어쩌면 포항의 전통시장에 가면 원산지 표시가 국내산에 그치지 않고 구룡포산 대게, 흥해산 시금치, 장기산 배추, 기계산 소고기 등과 같이 포항지역의 농수산물을 포항 시민이 구매할 수 있는 곳, 말 그대로 ‘지산지소’의 거점이자 지역 농어가를 살리는 곳임을 명확하게 내세운다면 찾아가는 시민의 발걸음도 가벼워질지 모른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3-01

무능하고 뻔뻔한, 그러나 교활한

안재휘 논설위원괴질 바이러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문자 그대로 아작내고 있다. 영남의 핵심 대구와 경상북도가 불행과 혼돈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애먼 희생양들의 숫자에 얼이 빠질 지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 건너 아득한 중국 땅 한복판 우한(武漢)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영상으로나 보던 비극이 순식간에 이 나라 핵심도시 대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참극이 벌어진 것인가.우리는 오랫동안 피땀으로 경제부흥도 일구고 민주화도 이룩해낸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러나 그 번영의 자존심과 명예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무능하고 뻔뻔한, 그러나 교활한 한 정권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집권 이래 ‘촛불혁명’이라는 과장 수사법을 주문처럼 되뇌며 정치보복에만 끈질기게 매달린 문재인 정권은 모든 허물을 ‘남 탓’으로 둘러대 왔다.대통령은 오직 광신적 확증편향에 중독된 비정상 지지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실정(失政)을 거듭해오던 와중이다. ‘우한 폐렴’을 ‘신종 코로나’로, ‘코로나19’로 이름을 거듭 바꿔가며 갈팡질팡할 때부터 이상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의학적 처방인 ‘중국인 입국 전면차단’ 성명을 ‘박사모 회원의 정략’이라며 귀 밖으로 밀어냈다.인터넷에는 소위 ‘문빠’라는 이름의 극성 지지자들이 신천지와 새누리당을 엮어서 ‘코로나19’가 미래통합당의 계략이라고 욱대긴다. 유시민이라는 여권 최고의 궤변가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등에 흉악한 모략의 비수를 꽂았다. 시종일관 ‘중국인 입국 차단’은 실익이 없다고 버티던 문 대통령은 “초기라면 몰라도”라고 말해 처음으로 ’전면차단’의 정책적 가치를 인정했다.‘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라’는 속담이 있다. 작금 이 나라의 정치 풍속도가 꼭 그 짝이다. ‘무능’보다 100배 더 큰 죄(罪)는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도 사과조차 제대로 안 하는 ‘뻔뻔한’ 죄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 제발 사진 찍고 쇼하자고 대구로 달려오는 짓 하지 마시라. “정부의 힘으로는 확산 못 막는다”고 고백하고 행동수칙을 제시하며 국민의 협조를 호소한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정직한 담화가 부럽다.불이 났으니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는 주장 틀린 말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나라 꼴 이렇게 개차반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내놓을 언변은 못 된다. 세기적 괴질 바이러스 ‘코로나19’ 퇴치 문제를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라곤 상식 수준밖에 없는 정치꾼들이 정략적으로 주물러 터트린 행위 자체가 악마적 사태다. “사회적 격리를 위한 민주시민의 자율적 통제가 답”이라며 “즉시 과학자 TF팀을 꾸려 전권을 맡기자”는 포스텍 송호근 석좌교수의 제안은 백번 옳다. ‘의학적 처방’을 외면한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신천지 때려잡기’와 ‘대구 모욕하기’라는 교활한 수작으로 ‘정치적 이득’만 탐닉하는 집권세력은 제발 좀 그 흉계부터 접으시라.

2020-03-01

코로나 블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감염증인 코로나와 ‘우울한 마음’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말이다.자고나면 코로나 확진자 수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돼버린 요즘이라 코로나 블루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국민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도 한다.마치 내 스스로가 좀비 영화의 한 장면에 멈춰 서 있는듯한 기분이 들면서 불안감, 무기력, 외로움,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심지어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코로나 블루’ 말고도 ‘코로나 쇼핑’, ‘마스크 퍼스트’ 등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힌 설문조사는 코로나 19 이후 달라진 일상에 대해 물었다. 응답한 사람 10명 중 8명이 “일상이 달라졌다”고 응답했다.“가장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모임과 친목활동’을 36%라 손꼽았다. 만남이나 모임을 자제한다는 말이다. 또 응답자의 80%는 ‘주말이 황폐해졌다’는 대답도 나왔다.우울증은 일종의 감정 질환이다.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 한다. 하루 종일 집에 콕 박혀 지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찾아올 증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창살 없는 감옥 같다”, “아이가 바깥 구경을 못해 우울해한다”는 등의 글들이 자주 등장한다.중국 심리학회는 최근 중국인의 42.6%가 ‘코로나 19로 정신적 문제에 시달린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결코 아니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01

‘신천지’ 정체는 명백히 밝혀야 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초기 중국 우한사태를 보고 ‘설마 우리까지’ 했던 기우가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3천7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중 대구·경북의 환자가 80%를 넘고 ‘신천지’ 관련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천지의 밀집 형태의 종교 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신천지 신도 20만2천명의 명단을 제출 받아 방역 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러한 신천지 집단 쇼크는 그들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이미 신천지에 관한 소문은 종교계에서부터 수없이 회자되었다. 정통 기독교는 신천지는 사교(邪敎)나 사이비 종교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조건부 종말론’을 내세워 불안한 사람들을 유인하였다. 교주 이만희는 재림 예수로 칭송되었다. 그들은 요한 계시록에 근거하여 독실한 신자 14만4천명만이 완전한 구원에 이른다고 선전하였다. 이는 소위 12지파의 각 1만2천명을 합한 숫자이다. 현재 등록 신도만 23만 명이 넘고, 그들은 한 때 40만 명이 넘는다고 교세를 자랑하였다. 한국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43만 신도와 비견되는 숫자이다.신천지는 철통같은 비밀 조직을 유지하며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들은 포교 대상을 미리 파악하여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특히 한국 기성 교회의 맹점을 이용하여 포섭대상을 확대해 갔다. 기성 교인에 대한 소위 ‘추수 꾼’ 포섭전술은 그들 간부의 평가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들은 현대적 경영기법까지 동원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대변인 제도까지 두었다. 불성실한 일꾼들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우수 신도 포상금 제도까지 있었다. 그들의 지역별 교육 센터와 복음방에는 비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였다. 국제화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 우한 지역까지 해외 선교를 확대했음이 드러나고 있다.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가 널리 퍼진 근원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정신적 불안 세대는 증가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고, 양극화된 사회는 희망의 사다리까지 폐쇄되어버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한 모순을 그대로 고발하고 있다. 신천지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 교묘히 영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천지 바이러스의 부정적 시너지로 확대된 결과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기성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에도 책임은 있다.오래전부터 지탄받았던 신천지의 정체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날 운명에 처해 있다. 신천지는 신도 자료 불성실 제출과 역학조사 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코로나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이다. 교주 이만희는 사실혼 관계인 어느 여인과의 자금유용 협의로 피소되었다. 신천지 교주는 신천지에서 탈출한 신도 ‘피해자 연대’로부터도 청소년 납치 감금 혐의로 피소되어 있다. 그는 새누리당 당명 제작 선전혐의로도 고발되었다. 교주는 이제 재판정에 서서 자신의 혐의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2020-03-01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1990년대 초 독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스폰서는 나이키였고, 최상위 기록을 가진 선수들도 대부분 나이키가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대회는 당연히 나이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는 대규모 후원도 할 수 없고, 후원을 하는 선수도 많지 않으니 애가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당시 아디다스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한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나이키는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 ‘시간과의 경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후원했고 그 전략은 잘 먹혀들었습니다. 만약 아이다스가 똑같은 관점으로 마라톤을 바라본다면, 아디다스는 나이키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잘 그는 알았습니다. 나이키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이키의 절대 우위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도 간파했습니다.아디다스는 마라톤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마라톤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당시로써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었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의 변화였습니다.아디다스는 캠페인을 위해 힘든 상황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 노인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디다스가 정한 구호는 이렇습니다.“마라톤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디다스는 이 노인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것이 스포츠정신입니다. 아디다스.” 사람들은 아디다스의 관점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획일적인 생각, 동일한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갖추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재가 아닐까요?/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3-01

삶은 습관의 합

김현욱 시인올 초 두 여동생에게 예쁜 다이어리를 선물했다.단, “하루 한 줄 일기 쓰기”라는 미션을 주었다. 하루 한 줄도 못쓰겠느냐는 답장이 왔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다이어리를 잃어버리진 않았단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스마트폰 앱 중에 디지털 일기장 ‘세 줄 일기’라는 것이 있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일기장이라고 소개한다. 혼자 쓰는 방식과 같이 쓰는 방식, 공개와 비공개, 커플일기, 독서일기, 육아일기, 일상일기 등의 카테고리도 있다. 작성한 일기는 사진, 이미지 등으로 꾸밀 수도 있고 저장도 간편하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배준호 씨가 아내와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 짧은 후기를 남기기 위해 고민했던 게 ‘세 줄 일기’라는 플랫폼으로 태어났다. 현재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삶은 매 순간의 합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전부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 먼저 갈 수 없다. 책상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이고 진실이다. ‘진실이다’까지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령 두 개를 들고 운동을 한다. 15번씩 3세트를 하려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번 더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도 순간에 충실한 사람일 것이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삶은 습관의 합이다. 그것이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중1 독서습관’을 쓴 김정은, 유형선 부부는 자녀의 독서 습관을 위해 몸소 가족독서토론을 실천했다. 책 읽는 환경을 만들고 부모도 독서토론에 동참한 것이다.아침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을 모아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이라는 책을 펴낸 이태숙 교사는 “매일 아침 20분씩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독서, 글쓰기 강연 때 많은 학부모가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나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라, 가 아니라 하자, 고 하세요. 책 읽어, 가 아니라 책 읽자, 책 읽어줄까, 라고 하세요. 일기 써, 가 아니라 일기 쓰자, 오늘은 뭘 쓸까, 라고 하세요. 같이 하세요. 함께 하세요. 나는 내 것을, 아이는 아이 것을.”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좋은 습관이 아닐까 싶다. 책 읽는 습관, 일기 쓰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명상하는 습관,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 봉사하는 습관 등은 그 어떤 재산보다 귀하다.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 영원한 보물이다.우리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주려면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금 전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뭐해?” “응. 아빠 지금 글 써. 습관에 대해서 쓰고 있어. 은유는 오늘 일기 뭘 쓸 거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물려줄 수 있다.

2020-03-01

내 통장은 내가 지킨다

문춘희종합자산관리사작년 말, 본 지면에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필자의 졸고가 실렸다. 강의해 달라는 분도 있었고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격려도 쏟아졌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 글에 관심을 보이셨던 분들 가운데 과연 통장 나누기를 실천에 옮긴 사람은 몇이나 될까?수렁이 깊지 않아 빠르게 방향을 잡은 독자도 있었을 것이다. 굳어버린 소비 패턴에 젖어 수습하기 쉽지 않은 독자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입꼬리가 오르는 순간과 한숨이 푹푹 나오는 순간을 반복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로운 경제 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태어나서 무덤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돈’의 굴레를 벗어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딩동” 급여 이체 알림 문자가 들려오는 즉시 통장 나누기를 실천한다. 맨 먼저 재정관리 전반의 선순환을 위해 ‘예비비 통장’으로 수입액의 5~10%를 보낸다. 다음으로는 3개월 평균 소비 패턴으로 파악한 지출 금액을 ‘소비 통장’으로 보낸다. 이 통장에 연결한 체크카드로 적정 소비습관을 만들어 간다. ‘고정지출 통장’에는 스쳐 지나는 재정을 이체한다. 자동이체로 빠지는 이 항목 목록은 내 삶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를 슬프게도 하는 비밀이 감춰져 있다. 통신비, 아파트 관리비, 학원비, 대출금 상환, 보험료 등. 여기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한 패턴이 아닐까 싶다.필자는 30대 중반, 보도 쉐퍼의 ‘돈’이라는 책에서 “돈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돈은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이다. 이 사실을 터득한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대목을 읽고 기부를 시작했다. 아주 적은 돈으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아이들 후원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한다. 마음 한켠에는 이 기부가 부메랑처럼 더욱 큰 복으로 내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심(私心) 가득하지만, 매년 연말 정산에도 요긴하고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소득에서 언젠가 닥칠 노년을 대비한 내 몫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소득이 줄거나 단절될 때를 위해 최소 10% 이상을 내 몫으로 만들어 가되 수입이 늘면 그 비중을 더 늘려가야 한다. 내 가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입이 있는 동안에는 평생을 쌓아가야 한다. 내 자식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오직 나를 위한 몫이다.아이가 블록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 몫도 만들어 가야 한다.회사 복지가 최상이고, 다양한 장학 혜택을 받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자영업자나 조건이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사립대, 예체능, 원룸, 이런 무서운 단어를 만나더라도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흔들림이 없다. 대학생이 되어 독립시킬 비용을 일찍 준비한다면 귀한 내 몫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노후를 위해서 준비만 하는 게 삶인가? 아니다. 매달 사용하는 ‘소비 통장’이 지금 나를 위한 몫이다. 그것으로 삶을 위로받기는 너무 부족한가? 친구나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가야 하고, 수고한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도 하고 싶지 않을까? 일단 지르고 나중에 갚느라 등골 휘는 것보다 나를 위한 특별한 소비 항목을 정하고 미리부터 일정 부분 준비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목적 자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결혼, 집 구입, 혹은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일 수도 있다. 이 목적 자금 준비가 충실하다면 매달 쌓여가는 기쁨,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종잣돈의 위력을 결국 만날 수 있다. 종잣돈이 커가면서 본인의 투자 성향이 금융 쪽일지 부동산 쪽인지 확인해 깊이 있게 공부해갈 필요가 있다.자산을 쌓는 방법은 수평적 방법과 수직적 방법이 있다. 전자는 수입에서 적절한 비율을 안배해 월급이 오르면 비율을 다시 조정해 가는 방식이고, 후자는 당면 문제부터 해결하고 또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법이든 최종 목적은 노동 소득과 더불어 종잣돈을 투자해 버는 자본 소득이 공존할 수 있는 수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감당해 내야 하는 사랑스러운 통장. 오늘부터 내 통장은 내가 지킨다!

2020-03-01

‘코로나19’ 우리는 꼭 이겨낼 겁니다

이강덕포항시장‘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포항시에서는 지난 21일 양성판정을 받은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와 접촉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의심환자 조기발견과 집단감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전문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마련하는 등 방역의료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경찰청, 교육청, 대학, 군부대 및 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 민·관·군·경이 합심해 긴밀한 협조체계도 구축했다.현재 포항시에는 선별진료소 9개소를 운영 중이며, 신속한 검사와 조치를 위하여 감염이 의심될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염려하는 신천지교회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신도 1천349명에 대한 전수조사와 교회와 전도센터 등 17곳을 폐쇄한데 이어, 경찰과 합동으로 관련시설물을 찾아 폐쇄조치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도 필요하다.대중교통 시설에 대한 방역과 이용객의 안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포항역은 매일 두 차례 이상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열화상감지기와 체온계도 비치해 실시간 발열을 체크하는 등 사전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시내 공공시설과 미술관, 도서관과 체육시설, 경로당과 각급 복지시설은 당분간 전면 휴관을 결정하였고 각종 모임과 체육행사들도 취소하거나 연기하였다. 읍·면지역의 5일장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휴장하고 있다.감염병 예방과 생명의 안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말동안 16만개의 마스크를 저소득계층과 취약 계층에 대해 공무원들이 직접 세대를 방문하여 배부했다.‘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추진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하여 2천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한편, 관광업계 활성화를 위하여 단체관광객에 대한 인센티브를 타 도시의 2배로 지원하고, 봄 여행주간과 연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민생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소비촉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포항사랑상품권’을 당초 1천500억 원에서 3천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지원 및 자생력 강화사업 확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 조성에 이어 취약계층을 포함한 단기성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지방재정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하고 상반기 행정안전부의 재정집행 목표인 57%보다 10%p가 높고, 역대 최고 수준인 67%를 목표로 신속한 집행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관급공사의 지역 업체 수주계약도 80%를 달성하기로 했다.지금은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최단 시간 내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 된 마음과 적극적인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감염병 차단을 위해서는 개인위생이 가장 중요한 만큼 30초 이상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지키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에 직접 가지 말고,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문의한 후 조치에 따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럿이 함께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방문과 다수 집합모임 참석을 자제하고, 당분간 최대한 외부활동은 자제해야 한다.끝으로, 지금도 최 일선 현장에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의 의료인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많은 의료인들이 과중한 피로감 속에서도 연일 지역의 안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거듭 감사드리고 현장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 포항시에서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포항시는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소식을 시민 여러분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도 잘못된 뉴스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시와 보건당국의 안내를 믿고 따라 주시길 바란다.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건강과 지역 공동체의 안전이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는 마음으로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2020-03-01

포카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각국의 대학들은 라이벌 전이 있다. 해외에서도 명문 대학끼리 대항전은 두 대학에 신바람을 넣어주는 활력소이다.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조정경기 대항전은 옥스브리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빅게임이라는 미식축구 경기, 또 일본의 와세다와 게이오 대학의 소케이센은 사력을 다해 이기려는 두 대학 동문들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한국에도 연세대-고려대의 연고전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는 1965년 시작되었다고 한다. 엄청 유명한 라이벌 전이다.연고전이냐 고연전이냐로 명칭싸움도 치열하다. 서로 번갈아 부르기로 했지만 연고전이란 명칭이 고연전보다 더 많이 쓰이기에 고려대에서는 음운학적 분석까지 해 보았다고 한다.2002년 시작된 포스텍-카이스트는 포카전, 카포전으로 불리운다.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의 친선경기로 이제 20주년이 다가온다. 또한 서울에 있지 않은 두 명문대라는 것이 흥미를 끈다.연고전이 주로 체육종목에 치우친데 반하여 포카전은 축구 농구 야구 등 스포츠 종목과 해킹, 게임, AI, 과학퀴즈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특징을 띄는 종목이 포함되어 있다. 두 대학의 체력과 함께 두뇌경쟁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그동안 포카전의 승부는 KKPKKPP0PPKKKKPPKP 라고 한다. 0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로 한번 쉰 것이고 17번 시행되었고 현재 전적은 8(포):9(카) 라고 한다. 거의 대등한 결과이지만 카이스트가 학생숫자의 규모상 포스텍의 거의 3배 가까이 된다고 볼 때 포스텍이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한 대학이 계속 이기다가 다른 대학으로 넘어가면 한참동안 지는 패턴이 흥미롭다. 우승의 연속성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당시 대학 구성원의 사기와 대학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분위기가 단합이나 훈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것은 단순히 더 잘한다 못한다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로 보여진다.2002년 시작된 포카전은 초반 카이스트의 일방적 독주였다. 여기에 제동을 걸고 포스텍이 2007∼2011년 연승으로 우승기를 영구 보관한 역사가 기억이 난다. 보직을 맡아 백성기 5대 총장과 함께 하던 시절이다. 당시는 한국대학이 달성한 세계 최고랭킹인 세계 28위(2010)를 포스텍이 달성하던 시절이기도 하다.결국 이러한 분위기 조성이 포카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면, 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무시할 수 없이 구성원들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힘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점에서 금년 포스텍의 승리가 주목을 끈다.대학의 랭킹과 위상이 구성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졸업한 졸업생에게도 계속 프라이드로 작동하고 “스스로를 믿는 자부심이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로젠탈 효과’에 의해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 대학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은 모든 대학이 크게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추구할 일이다.학생, 교수, 졸업생 등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은 대학의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이다.

2020-02-27

낙원(樂園)을 보다

유튜브(YouTube)를 둘러보다가 모처럼 감동적인 영상물을 만났다. 중국 쓰촨성 깊은 산골에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리즈치라는 아가씨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이다. 이십대 후반인 그녀는 어려서 부모가 이혼을 한 데다 아버지가 일찍 사망해서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외지로 나가 식당 종업원, DJ일 등을 하다가 할머니가 병에 걸리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생계를 위해 타오바오(淘)라는 오픈 마켓에서 직접 생산한 물건을 팔면서 홍보를 겸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집 주변의 정원과 논밭에서 직접 가꾼 농작물이나 산과 들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이용해 전통음식을 전통 도구와 방식으로 만들거나,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드는 등 농촌지역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그녀의 동영상이 보여주는 놀라운 점은 한둘이 아니지만 우선은 감동적인 영상미(映像美)를 꼽을 수 있다. 미학적 관점이나 기술적 측면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름답고 아늑한 정경에 빠져들게 한다.주로 보여주는 풍경은 집 주변 산과 들, 온갖 채소와 과일과 화초가 만발한 정원인데, 그 속에 리즈치라는 아가씨가 등장하면 사물이 돌연 유정하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자연과 그녀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시너지효과로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고 있다.다음으로 경이로운 것은 그녀의 다양한 소질과 능력이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궁금할 지경으로 다재다능(多才多能)하다. 온갖 농사일과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집을 짓고 화덕을 만들고 각종 가구와 공예품, 먹과 종이와 붓과 연적을 만드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그냥 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종일 땀을 흘리며 추수를 하고 타작도 한다. 작고 가냘픈 체구에서 괴력에 가까운 힘이 나와 무거운 짐도 거뜬히 들어 옮긴다. 그녀의 일손은 어디 한군데 서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거침없다. 그 모두가 상당히 힘이 드는 노동일 터인데 마치 숙련된 발레리나의 춤동작처럼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수십 편의 동영상에서 수많은 일들을 보여주지만 설명이나 대화가 거의 없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새소리 물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와 일하면서 내는 소리 외에는 식사를 하시라고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와 어쩌다가 한두 마디 대화가 전부다.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어떤 말도 췌사가 되고 사족이 되는 정경이야 말로 최상의 메시지가 아닌가. 너무나 시끄러운 세상, 난무하는 말의 파편에 상처 입은 현대인들에게 좋은 힐링이 되는 이유다.중국의 농촌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의도적으로 연출을 했다는 것과 상업적 수단이 되어버린 점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기획과 연출로 수천만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치유를 안겨줄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일이다.아무튼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괴질까지 나돌아 인심들이 불안하고 흉흉한데, 잠시 눈길을 돌려 어떤 삶이 자아내는 잔잔한 감동에 젖어보시기 바란다.

2020-02-27

알렉산드로스가 말하는 정의(正義)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스라엘에 원정을 왔을 때 어떤 유대인이 물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금과 은을 갖고 싶지 않습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대답합니다. “금은보화는 이미 아주 많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유대인 전통과 당신들이 생각하는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오.”마침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있는 곳에 두 사람이 랍비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이 넝마 더미를 샀는데 그 속에서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넝마를 판 사람에게 “나는 넝마를 산 것이지 금화를 산 것이 아니니 이 금화는 마땅히 당신 것이오.”했고 넝마를 판 사람은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에게 넝마를 이미 팔았으니 그 속에 들어 있었던 금화도 당신 것이오.”양쪽 주장을 들은 랍비는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신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으니까 이들을 결혼시킨 후 그 금화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옆에서 듣고 있던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랍비가 물었습니다. “대왕님의 나라에서는 이러면 어떤 판결을 내리십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이런 경우라면 판결은 아주 간단하지요. 두 사람을 죽여 버린 후 그 금화를 내가 갖소. 이것이 내가 아는 정의요.”등골이 오싹해지는 가치관입니다. 넝마 안의 금화가 누구 소유냐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던 유대인들이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낭만적인 양보는 모두 사라지고, 치열하게 자기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온갖 교묘한 수사를 동원해 포장하겠지요. 2천500년 전 플라톤이 그의 책 국가에서 던졌던, ‘올바름’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7

시험무대 된 코로나 사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코로나19 사태가 정치권의 리더십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대구를 찾아가 특별대책회의를 갖고,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과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교회가 소재한 대구남구청 등을 찾아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코로나19로 흉흉해진 대구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였다. 문 대통령의 뒤를 이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27일 대구시청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민심을 헤아려야 할 정치 리더로서 당연한 행보로 읽혔다.반면 대구·경북지역 자치단체장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혹독한 리더십 시험무대를 맞고있다. 특히 코로나확진 환자의 과반이상이 쏟아져 나온 대구를 책임진 권영진 대구시장은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허술하고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대표적인 것이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권 시장이 대구 신천지 교인들에 대해 유증상자만 검사가 가능하고, 교인들 전부를 검사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일주일이 지난 26일에야 전체 신천지 신도 대상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번복한 사실이다. 또 대구시 공무원 내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천지 교인인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에 대한 허술한 조치도 구설수에 올랐다. 보건소 감염예방 총괄팀장인 그는 지난 20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대구시에 통보한 신천지 교인 2차 명단에 포함돼 자가격리를 권고받았고, 다음 날인 21일에야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도 권 시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분이 해당 직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결과이고, 이에 앞서 그 분이‘신천지 신도’였을 뿐인데 이를 문제삼기 어렵다”고 사실과 다르게 비호하려했다. 이처럼 초기 신천지 내 감염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은 까닭에 ‘늑장’ ‘뒷북’ 대응이 이뤄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코로나19 확진자수 300명을 돌파한 경북도의 수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리더십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이 지사가 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에 발표에 이어 ‘신천지 신도들에게 전하는 협조 말씀’이라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지사는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신천지 신도들의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의 신천지교회 신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역감염을 막기 위해 강제력까지 동원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당한 ‘뒷북’당부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실제로 서울시는 서울 전 지역에서 신천지 집회와 제례 등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했고, 경기도도 신천지 집회, 모임을 전면 금지하고 시설을 강제 폐쇄하는 내용의 긴급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25일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진입해 교인 명단을 확보하는 강수를 뒀다.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다르게 표출되는 지를 잘 보여주는 듯해 씁쓸했다.

2020-02-27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다. 질병을 하늘이 내린 천벌로 여겼던 당시, 질병을 물리쳤던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은 괴력의 헤라클래스의 힘과 견줄만 했다. 2천500년 세월동안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사상에 영향을 끼쳤다면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사상에 그만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히포크라테스 전집’은 고대에서 시작하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학계가 공인한 서적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유명구절도 이 전집에서 나온다. 이 구절은 본래 히포크라테스가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와전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글귀다.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금도 많은 의학도가 의사의 길을 가기 전 가슴에 새기는 글귀다. 히포크라테스가 전한 의사의 윤리 지침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의사로서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하는 것 등 의사가 평생 지켜야 할 덕목을 담아놓았다.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인종과 종교, 국적, 정당정파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고 한 내용이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존중이 의술의 모두라는 것이다.‘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는 서른 살에 의학 공부를 시작하여 의사의 길을 갔다. 더운 아프리카에서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자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그곳에서 질병을 치료하며 평생을 바친다. 신학자, 철학자, 음악가인 그에게 헌신적 삶을 살게 한 것은 바로 인간생명 존중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대구경북 코로나19 현장에 자원봉사 의료진이 속속 찾아온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27

대구, 코로나19

대구 사는 박 시인은 내 절친 중에서도 절친, 그래 2월 말에 서울에서 한 번 꼭 만나자고 했다.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친구는 점점 더 없어지고 새로 사람 사귀는 일 어려운 것 모르는 사람 없다.만나는 김에 그와 같이 책 쓸 때 함께 했던 황 모도 보자고, 그럼 참 재밌겠다고 해서 우연히 마주친 황 선생에게 약속도 받아냈다.날이 갈수록 사람 사는 일은 점점 더 재미 없어지니 이렇게 세 사람이 서울 은평 하고도 연신내 연서 시장에서 만나 서대구이에 막걸리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다. 거기 똑순이 아주머니 손맛으로 김 구워서 밥도 한 공기씩 하면 더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아 그날은 세상 없어도 꼭 보자고 신신당부 해놓았던 터다.그런데 이 박 시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대구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서 위험하니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보자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일백 명 안쪽으로 헤아리던 때다. 그게 무슨 얘기냐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는 판에 몇 명 되지도 않는 환자수 때문에 뭐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더니 될 말이냐고 펄쩍 뛰었다. 아니란다. 당장 자기 자신이 보균자일지도 모르는데 기차 타고 서울 가서 슈퍼 전파자 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참, 걱정도 팔자다,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게 경제 불황이라고, 가뜩이나 자영업자들 생난리에, 가뜩이나 손님들 없어 죽겠는데, 코로나 타령으로 아예 끊겨버리면 어쩔 테냐 말이다. 혹시, 같이들 모여 노는 게 싫어 그런 것 아닌가, 정 떨어진 거야? 하는 농담조 소리를 하고는 올라오지 않겠다는 사람 억지로 청할 수 없었다.친구 중에 정 모라 하는 친구가 실제로 그런 소리를 했다. 코로나19로 죽는 사람 숫자보다 경제난으로 자살하는 사람 숫자가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며칠 전 얘기니까 코로나가 한 사백 명 할 때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나 역시 박 시인 따라 ‘겁’을 배워 목숨이 중하지 돈이 중하냐 하고 반박을 했지만 우리 정 모는 들을 생각을 안 했다.거, 섭섭하다, 하고 몇 개월만에 한 번 만나려다 무산된 약속을 충분히 아쉬워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였다. 기하급수라는 말이 이런 때 쓴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다. 대구 신천지는 말할 것도 없고 대전에도, 광주에도, 서울에도, 나 사는 은평구에도 성모병원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했다.낮에 자동차 고치느라 카센터에 갔는데, 바로 옆 식당이 한낮에도 불이 꺼져 있다.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이니 한 봐도 사정을 넉넉히 알 수 있다. 큰일이다. 보통 일 아니다.대구서 은평까지 어디 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 최근에는 포항에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여럿 나와 아리랑횟집도 텅 비어 버렸다. 어떻게들 사나. 어서 썩 물러가기를 두 손 모아 바랄 뿐이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

2020-02-27

불교의 지혜와 자비

효상 스님포항 운흥사 주지불교는 제법(諸法)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알아내는 지혜(般若)를 매우 존중합니다. 왜냐면 그러한 지혜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올바른 종교적 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믿음(信)만 있고 앎(解)이 없으면 미신에 흐르기 쉽고, 앎만 있고 믿음이 없으면 오만하게 되기 쉽습니다. 불교에서는 믿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을 합니다.그래서 그러한 믿음과 함께 이지(理智)의 중요성을 또한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불교는 매우 지(智)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발현되는 인간애를 불교에서는 자비(慈悲)라고 말합니다.자(慈·maitri)는 어원적으로 ‘우인(友人·mitra)’이라는 말에서 파생한 말로, 진실한 우정·순수한 친애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비(悲·karuna)는 애련·동정 등의 뜻으로써 보통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따라서 자비는 ‘남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慈, 與樂), 불이익과 고통을 덜어 주려는(悲, 拔苦)’ 인간애를 의미합니다.불교에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는 교설이 있는데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마음을 일체 중생에 대해서 무한히 가지라는 것입니다.자(慈)와 비(悲)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고, 희(喜)는 남이 즐거움을 얻었을 때 그것을 흔연히 기뻐해 주는 것이며, 사(捨)는 다른 사람에게 애증원친(愛憎怨親)의 마음을 갖지 않고 항상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그러면 불·보살이 이렇게 무한한 자비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해서, 고통 받고 있는 형제자매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비록 시름과 괴로움을 여의었다고 하더라도, 무수한 중생들이 죽어가는 저 슬픈 울음을 어찌 듣고만 있겠습니까?불교 경전 중 ‘우바새계경’에 나오는 말씀을 조금 살펴보겠습니다.“지자(智者)는 일체 중생이 생사의 고해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건지고자 하므로 슬픔을 일으킨다. 사도(邪道)에 헤매는데도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음을 보고 슬픔을 일으키고, 재물과 처자에 얽매여 빠져 나오지 못함을 보고 슬픔을 일으킨다. 또 중생들이 악업을 짓고 고계(苦界)를 받으면서도 탐착(耽着)을 하는 것을 보고 슬픔을 일으키고, 행복을 구하면서도 그 원인을 닦지 않기에 슬픔을 일으킨다.”이와 같이 불교의 지혜와 자비는 참으로 크고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괴로움을 여의고, 깨달음을 얻어, 남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에게 그 큰 지혜와 자비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것입니다.

2020-02-26

교육 백신 5 - 평가를 평가하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먹먹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1월이 총알처럼 지나고, 2월이 어영부영 물러나려고 한다”라고 쓰려 했다. 그런데 3월을 한 주 남겨둔 지난주부터 1분 1초가 1년보다 길다. 기하급수라는 말이 부족한 이제는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前門拒虎後門進狼(전문거호후문진랑)이라는 말이 있다.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에서 이리가 닥쳐온다”라는 뜻이다.바이러스와 숫자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람들은 패닉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또한 우리 국민이 거뜬히 이겨내리라는 것을!필자는 주말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교복을 찾으러 시내에 있는 교복사에 갔다.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아이가 말했다.“아빠, 코로나 때문에 교복사 앞에서 전화하면 바로 준대. 차에서 내리지 말고 꼭 전화해. 알았지”교복사로 향하는 내내 눈부시도록 맑고 아름다운 하늘이 자신을 봐 달라며 따라왔다.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뉴스는 사실이었다. 동네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차를 몰고 나가자 바다를 배경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그들을 보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자가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예방수칙을 지키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필자의 면역력까지 높여주었다. 예방이 백신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거리의 많은 상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교복사에 도착할 무렵 도로를 응시하고 있는 어느 상점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눈, 그 눈에서 기대와 희망을 찾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필자의 오판이었다. 가계를 지나치려는 찰나에 밖을 향해 손 흔드는 그를 보았다. 그 손 흔듦은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말해주는 손사래였다. 도로까지 나와 교복을 건네는 직원의 밝은 미소에서 필자는 희망을 보았다.집으로 가면서 필자는 조수석에 놓인 교복을 보았다. “벌써”라는 말이 소리 없이 터지기 시작한 산수유꽃처럼 터져 나왔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아이는 만개한 봄꽃이 되어 교복을 맞이했다. 그리고 바로 교복을 입고 패션쇼를 했다. 그 모습에 필자의 가족은 코로나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됐다.그런데 즐거움도 잠시였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느낄 암담함을 필자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학원을 가도 걱정이고, 안 가면 더 걱정이니 어떻게 안 보내겠어요”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시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교육 관계자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제안한다.“수행평가, 서술형 평가와 같은 보여주기식 시험 개선! 지나치게 높은 수행평가 비율 조정!”이 나라 교육이 지금과 같은 혼돈에 빠진 것은 평가 때문이다. 평가를 개선하지 않고는 결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교육계의 진리이다. 그런데 그 평가가 정권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 예전의 평가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다간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의 힘으로 곧 종식되겠지만, 교육계의 혼돈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2020-02-26

1만2천500번의 노크

이그나티우스 피자라는 미국의 한 젊은 박사가 의학 공부를 마치고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베이에서 클리닉을 개원하려 했을 때. 그 지역의 의사 협회는 “이미 클리닉이 너무 많으니 다른 곳에서 개원하라”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굳게 결심한 그는 그날부터 무려 넉 달 동안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집집이 찾아다니며 노크했습니다.“제가 어디에 클리닉을 내면 좋을까요?” “클리닉 이름은 A와 B중에 무엇이 더 좋을까요?” “제 클리닉 개원식에 초대합니다. 와주시겠습니까?”피자 박사는 당연히 수없이 거절을 당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하지만, 그는 지역 사회 1만2천500가구를 모조리 방문했고, 그 중 절반인 6천500명에게 말을 건네는데 성공했습니다. 넉 달 뒤 그는 개원했고, 첫 한 달 동안 233명의 환자를 진료, 7만2천달러의 기록적인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살아가면서 우리는 ‘거절’ 당할까 걱정합니다. 가끔은 그 두려움이 너무 커서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절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생활 일부입니다. 거절당한다 해도 나빠질 것은 크게 없습니다.위신이 떨어진다고요? 창피하다고요? 1만2천500가구의 집 문을 노크해 6천번 이상 거절당했던 미국의 한 박사도 있었습니다.제가 늘 새벽 편지를 쓰는 이곳, 클북이 출판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여덟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책 출간 이후 다양한 저자들의 반응을 봅니다. 낯가림이 심한 분은 책을 내고도 칩거하는 숨는 분도 있고, 자신이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많은 분을 만나고 여기저기 노크하는 분도 있습니다.1년에 4만권도 넘게 쏟아져 나오는 새 책의 홍수 시대입니다. 자신의 책을 알리고자 오늘도 애쓰며 노크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저자를 응원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2-26

우한폐렴과 TK코로나

김규종 경북대 교수‘코로나19’가 극성이다. 코로나19는 애초 ‘우한폐렴’이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리다가 질병관리본부 건의로 코로나19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월 11일 감염증의 정식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지만, 영어표현이 길고 생소해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지역 거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70% 가까운 비중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잖게 충격적이다.중국 호북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막아보자면서 통합당과 보수언론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은 ‘우한폐렴’과 ‘중국인 입국금지’였다. 2015년에 마련된 세계보건기구 명명법 기준에 따르면 특정지역 이름을 따서 감염병 명칭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올바르지 않다. 정부는 1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한폐렴’ 대신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했다.대구와 경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보수언론은 대구 경북 거주민을 우롱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2월 20일 ‘중앙일보’에 “파장 커지는 TK 코로나”를 필두로 2월 21일 채널A는 “대구 코로나”, SBS는 “대구 고담시티”, 연합뉴스 텔레비전은 “대구발 코로나”를 줄지어 보도한다. 여당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이 대구와 경북을 모욕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할 정도로 대경 지역민을 폄훼하고 모독하는 짓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가관인 것은 ‘우한폐렴’을 주장한 통합당 의원이 “대구 코로나” 명칭에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중국에 혹시나 흠이 갈까 봐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사람들이 이제 아예 대구 코로나라고 부르나”라는 희한한 논리를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우한폐렴 대신 코로나19를 사용하는 것이 중국 눈치 보기나 사대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한폐렴은 되고, 대구 코로나는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2월 20일 통합당 원내대표 일갈도 흥미롭다. “국민이 알기 쉽게 맨 처음에 사용했던 우한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중국 눈치를 너무 보고, 제대로 대응조치를 하지도 못하면서 중국 심기만 살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지금 우한폐렴 명칭을 쓰고 있다.” 국민의 낮은 눈높이를 고려하고,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를 비난하려고 우한폐렴 명칭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자들의 단견을 웅변한다. 바이러스가 행정적인 국경을 따라 이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엄중한 환란을 맞이하여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과 더불어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0-02-26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

누구나 사랑을 경험을 할 때엔 무슨 열병이라도 걸린 듯 가슴은 두근거리고, 속은 울렁거린다. 오직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무슨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삶은 일상적 현실 위로 둥둥 떠올라 표류한다. 이런 때에 우리는 그런 비현실적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기만을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이 바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이제는 너무 나이 들어 그런 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심술이 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알게 되어 하는 말이다. 도대체 그렇게 현실감을 잃은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몇 날, 몇 주, 몇 달, 몇 년 그렇게 사랑에 빠진 상태를 계속 견디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가능할 것 같지 않고, 삶은 그 사랑으로 모두 망가지게 될 것이 뻔하다.“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졌다.”2003년 작고한 미국의 시사 문화 평론가인 닐 포스트만 뉴욕대학교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과학기술에 매혹되어 과학기술이 미국 사회에 끼치는 유의해야 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미국인들을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파우스트의 거래(Faustian bargain)와 같아서 늘 주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과학기술을 잘 사용하려면, 꼼꼼히 손익을 따져 거래를 하는 것처럼 깨어있어야 하는데 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져 눈멀고 귀먹어 현명한 거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헌데, 돌아보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정도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과학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사랑은 강렬하다. 눈멀고 귀먹기에 충분히 달콤하다. 과학기술이 펼쳐 보이는 내일은 항상 희망으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그 희망은 결코 내 품 안에 잡혀 차분히 머물지 않는다.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도망간다.”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애정 행각엔 마지막 목적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YOLO! 한 번 사는 인생!”,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Carpe diem! 이 순간을 잡아라!”, “지금 이 순간!”, “부러우면, 지는 거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첨단 과학기술 제품 광고의 끊임 없는 권고,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속 PPL 광고,이 모든 것들의 무차별 폭격 속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들에 대한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채워지지 않은 갈망 때문에 굶주린다.사랑에 빠진 연인 간에서 “사랑을 향한 굶주림”이라는 말은, 그 허기가 채워지는 날,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있기에 아름다운 시구가 된다. 하지만 현대과학에 대한 배고픔은 과연 채워지는 날이 올까? “현대 과학기술,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날은 과연 올까?컴퓨터 메모리에서 두 배의 집적도가 가능해진 순간, 네 배로, 다시 여덟 배로의 목표가 세워지는 것은 자동적이다. 생각해보면 기술적 혁신을 이뤄 낸 연구팀을 “이제 이만하면 되었으니, 집에 가세요”라고 연구팀을 해체할 수 없는 노릇이니, 과학기술은 제동장치가 없는 기관차처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한다.이런 현상을 보고, 프랑스의 사회비평가 자크 엘륄은 “기술은 자율적이다”라는 주장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과학기술이 어떻게 자율적인가? 하지만 과학기술 현상 자체를 볼 때, 그의 주장은 매우 호소력이 있다. 한번 발전이라는 방향을 향해 나선 과학기술은 멈추지 않고 그 발전 방향을 지속하려 한다는 것이다.혹자는 과학기술이 가는 길은 과학기술자의 선택으로 “구성”되어지기 때문에, 결국 과학기술은 인간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연구할까?”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과학기술인들은 자신이 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할까?“저는 연구실에서 연구만 했기 때문에 그런 건 잘 모릅니다”라는 말은 무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종종 과학기술인들에겐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은근히 부각시키려는 복심에서 하는 말일 때가 있다. 요컨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너무나 깊은 사랑에 빠져서,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눈멀고, 귀먹었다는 말인데, 그러니 “제 삶이 부끄럽지 않아요, 저는 사랑에 빠졌거든요”라는 고백으로 들리는 대목이다.마하트마 간디는 우리 시대에 주의해야 할 일곱가지 치명적인 죄악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양심없는 쾌락, 원칙없는 정치, 윤리없는 상거래, 성품없는 지식, 인간성 없는 과학, 노동없는 부, 희생없는 종교적 숭배. 이 일곱가지 죄악 중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와 과학이 분리되는 것이 커다란 오류일 수 있다는 지적으로 현대과학기술의 대세를 볼 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돌아보면 과학기술은 한국인이 사랑의 대상으로 삼을만하기도 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쓸 때, 경제를 부흥시키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때, 늘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더없이 고마운 친구였다. 지금도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한 혁신을 통해, 또한 세계적 기술 벤처 창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유일한 수단이 과학기술의 추구에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공감대일 것이다.그렇기에 더욱 이 모든 국가적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어 갈 과학기술인들은 지금보다는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으며, 누구의 수고로 내가 누리는 행복이 가능하며, 어떤 미래가 우리, 더 나아가 모든 인류를 행복하게 할 것일지에 대해 고민하는 일에 우리는 좀더 시간을 써야 한다. 더욱더 귀 기울여 듣고, 힘써 공부하고,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지럽게 격변하는 이 시대에 현대 과학기술을 그래도 한자락씩이라도 이해하는 과학기술인들의 어깨엔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역사적 책임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물론 과학기술인의 손에 과학기술이 잡혀 있기에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과학기술인이 지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학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그 결과물이 거래되는 시장이 결정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과학기술의 산물을 사고 소비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의식이 더욱더 중요한 시절이 되었다.‘인간을 생각하는 경제’라는 부제가 붙은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중요한 미덕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은 오래된 책이지만, 슈마허가 강조한 이 중요한 절제의 미덕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수록 더욱 중요해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닐 포스트만 뉴욕대 교수.과학기술은 마술처럼 우리를 매혹한다. 과학기술이 펼쳐 보이는 과학기술의 재주는 우리의 삶, 우리의 미래를 내어 맡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그 사랑도 우리를 눈멀고 귀먹게 하도록 내어 버려 두어서는 아니된다.과학기술이 주는 유익은 한껏 향유하면서도 그것이 주는 유익과 함께 따라올 결과에 조금 더 눈을 돌리는 일은 성숙한 시민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와 그 안의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져올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혹여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는 이웃이 있을지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살피는 일에 조금 더 마음을 쓰는 것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지혜롭고 성숙한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수영 포스텍 교수

2020-02-26

정치와 선거는 내려놓기로 하자

장규열 한동대 교수가히 광풍이다.‘코로나19’가 온 나라를 삼켜버렸다. 깊은 우려와 함께 높은 관심이 치솟는다. 날마다 알려지는 확진자 숫자는 위험이 순간순간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든다. 대구와 경북은 초유의 위기를 만났고, 신천지와 대남병원은 진원이라는 의심을 산다. 초중고 학교들 개학이 연기됐지만, 일주일이 충분한가 의심스럽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들도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강의로 대체하는 등 지혜를 모은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적 위기가 되어가는지 이란과 이탈리아, 급기야 미국에도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사람은 가장 어려울 때 진면목을 드러낸다. 사회도 마찬가지. 오늘처럼 힘든 일을 만나니 보수든 진보든 이념의 향배가 그리 힘을 쓰지 못한다. 총체적 위기 앞에 정치적 경향성은 별것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 앞에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기보다 협력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정략으로 혼돈을 거듭할 일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시급한 과제는 신천지가 아닌가.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모든 일에 잘 대처하였는지 평가와 분석은 문제가 지나간 다음에 하기로 하자. 정부도 돌아볼 일이 있을 터이지만, 위기를 정략으로 대하는 당신이 더 문제가 아닌가.정치와 선거는 내려놓기로 하자. 문제 앞에 이념이 힘을 잃듯이, 건강과 생명 앞에 정치와 선거는 또 무슨 소용인가. ‘코로나19’를 넘지 못하면, 국민에게 그 어떤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캐나다의 정치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Ignatieff)는 “세상에는 정치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많다”고 하면서 국민건강 과제는 정치적 담론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믿어야 한다. 신천지교회가 잘못 대처한 일을 종교의 자유에 연결하는 실수도 문제가 아닌가. 특정교단을 차별함이 아니라 그들이 혹 이 모든 감염과 전파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우려함이 아닌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눈에 보이는 위험과 실수는 반드시 규명하여야 한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지원해야 하며, 불필요한 정쟁은 거두어야 한다. 언론도 의견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결책에 집중했으면 한다.위기는 지나간다. 어떻게 지나가게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하며, 지나간 시간을 붙들고 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려움의 터널을 통과한 다음에, 또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잘잘못을 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코로나19’의 가파른 언덕을 넘은 다음, 정치와 선거의 문을 다시 열었으면 한다. 주장과 의견에 휘둘리기엔 심각함이 도를 넘는다. 해결과 극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으기로 하자. 힘내라, 대구경북!

2020-02-26

공포지수

공포지수(fear inde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증시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이 지수는 1993년 미국 듀크 대학의 로버트 E. 웨일리 교수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개발한 SP 500 지수옵션에 대한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기대 지수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예를 들면 VIX 30(%)이라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해, VIX지수(Volatility Index)를 ‘공포지수’라고 부른다. VIX지수는 주식시장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식시장의 변동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것이고, 이는 투자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후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이러한 VIX지수가 최고점에 이르면 공포심리가 극에 달해 매도세가 소진되면 주가가 바닥을 형성, 증시 반등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대한 공포로 미국증시의 공포지수도 이틀연속 급등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7.72%나 치솟은 25.23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엔 27.91로 11.51%나 더 솟구쳤다.코로나19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