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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부입법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발의하는 입법은 야당의 공세에 잘 막힌다. 그러나 국회의원에 부탁해서 `의원입법`으로 발의하면 공격도 덜하고, 절차도 훨씬 간편하다. 이것을 `청부입법`이라 한다. 행정부입법은 절차가 복잡하다. 관계부처와의 협의와 공청회,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만 있으면 바로 발의할 수있다. `처남 좋고 매부 좋은` 청부입법은 그 대신 후유증·부작용을 낳는다.청부입법이 통과되면, 행정부처는 산하기구가 생겨서 퇴직 관리가 낙하산 타고 내려갈 `자리`가 생기고, 예산이 배정된다. 대표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에는 산하기구가 유치돼 `의원의 공적`이 생긴다. 정부입법의 경우 `예산부처와의 협의`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예산을 배정하기 곤란하다”는데는 별 수 없다. 여기서 많이 좌절하지만, 의원입법으로 하면 `예산장벽`이 없으니, 나중에 예산부처가 큰 고역을 치르고, 납세자는 `봉`이 되는 것이다.국회의원들에게는 `법안발의실적`이라는 부담이 있다. 실세의원이나 당 지도부는 매우 손쉽다. 정부에서 매우 완성된 법안을 만들어 상납하기 때문이다. 국감때 잘 봐달라는 선물이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으니, 청부입법 수주(受注)에 나서서 법안 발의 실적을 맞춰야 한다. 시의적절하고 내용이 좋은 청부입법안이 있으면 상임위 의원실 보좌관들 끼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부입법이 횡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예산`이 들어가고 `산하기구`가 만들어지는 법안은 대체로 청부입법이다.이같은 청부입법은 국가재정의 왜곡을 유발한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손뼉을 맞춰 `주고받기`를 하는 동안 돈을 내는 납세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불요불급한 곳에 국민혈세가 새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누수(水)만 막아도 복지예산 조달이 쉬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청부입법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온다.법제처는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에 대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의원발의 법안의 경우에도 행정입법 처럼 예산이 필요할때는 관계기관 간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규제영향평가` 등 각종 심사를 의무화해 심의과정을 까다롭게 해서 정부입법이나 의원입법이나 같은 절차와 관문이 만들어지면, 굳이 `청부`를 할 필요가 없다.그리고 `수입만큼 지출한다`는 원칙을 세워서 예산 뒷받침 없는 입법을 금지하고, `재원조달방법`이 확실하지 않은 법안은 아예 상정조차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청부(請負)`란 용어는 그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다. 청부살인이란 말이 바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청부입법이란 용어 자체가 사라지도록 국회가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5-04-13

인문학 비중이 높아진다

대기업들의 입사제도가 인성과 적성,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Fact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 인격적으로 덜 성숙된 자 등은 반드시 문제를 발생시킨다. 150명이 탄 항공기를 고의로 산맥에 추락시킨 독일 모 항공사 부기장 같은 인간이 적지 않다. 그런 극단적인 우울증 환자는 아니더라도 `문제 있는 인간`은 도처에 널려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적성 검사를 강화하는 입사시험 HATCH를 본다. 한국사 등 60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면접시험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인·적성검사와 함께 `역사 에세이`시험도 본다. 지난해 출제된 에세이 주제는 “현명한 사람과 우매한 사람 구별법”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들 찾기” 등이었다.삼성은 독서와 경험에 기반한 종합적·논리적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LG는 지난해부터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10개씩 출제한다.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인문학적 소양을 가장 중요시하는 대기업은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앞으로 인문계 출신의 채용비율을 대폭으로 늘릴 생각이다. 대학들이 인문계 학과를 줄줄이 폐과시키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비판적·발전적 사고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닮은 사고방식이다. 그는 역사책 읽기, 글쓰기, 토론 등을 강조하면서 유명 교수들을 초빙해 직원들을 위한 특강을 자주 한다.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상경계 출신 50%, 인문계 30%를 신입사원으로 뽑았으나, 올해는 인문계 43% 상경계 35%의 비율로 선발했다.정부도 공무원을 뽑을 때 면접 비중을 높였다. 공직가치관과 직무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함이다. 필기시험 성적만 가지고는 그 사람의 인품과 가치관을 알 수 없다. 인사혁신처 조성제 채용관리과장은 “면접시험이 형식적으로 흐르다 보니 윤리관 직무능력 인성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고 다양한 평가기법으로 응시자를 입체적으로 알아보겠다” 했다.인사혁신처는 새로운 평가체계를 개발했는데, 토론과 발표, 상황형·경험형 면접 질문 등이 포함된다. 5급 공채 면접시험의 경우, 집단토의 시간도 기존 60분에서 110분으로 늘리고, 한 주제에 대해 논문·정책보고서·외국 사례·신문 칼럼 등을 읽고 팀으로 나눠 토론하는 방식이다. 7급과 9급 공채의 경우, 60분 간의 집단토론과 5분간 스피치 평가가 도입된다.우리나라 공직사회에는 `사상적으로 이질적인`자들이 도처에 광범하게 침투해 있다. 이들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다. 면접에서 이런 부류들이 철저히 걸러져야 하겠다.

2015-04-13

균형발전과 지역언론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해부터 지방의회와 지자체들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치적 자치는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재정은 여전히 중앙에 목매여 있으니, 언제까지 `반쪽 자치`로 갈 것인가 하는 항의였다. 정당공천제 때문에 지방의회까지 중앙정당에 매달려 있으니, 자치는 점점 더 벼랑끝이다. 대통령은“중앙과 지방이 함께 규제개혁이라든가 부정부패 척결, 창조경제 성과 확산, 안전 사회 건설, 재정 건전성 제고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에서는 정부정책이 다소 성과를 내고 있으나 지역은 아직 미흡하다면서, “규제와 안전, 이 두 가지만큼은 여러분을 중심으로 각 지방의회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겨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지방자치 20년을 맞는 올해 지방자치가 국민눈높이에 맞게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정부는 각 지방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각 지역은 지역 마다의 특장이 있으니, 이를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니,`재정적 자립`과 `법적 뒷받침`에 대한 약속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그동안 지방에서 외치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화답이라 볼 수 있다.이 시점에서 지방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언론의 자생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관심을 바라고 있다. 최근 지역언론인클럽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 특별법은 `10년 기한의 한시법`으로, 내년에 시한이 만료된다. 그러면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도 끊어진다는 뜻이다. 10년간 지원했으니, 그만하면 지역신문도 자생력이 생겨 정착기에 이르렀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들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종편시대에 지역신문은 설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지역신문의 정착`이란 거의 불가능하다.지역신문이 폐간되거나, 중앙언론에 종속되면,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낼 매체가 없어진다. 언론은 제4부이므로, 지역발전과 지역언론은 늘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 대통령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지역신문의 존립을 위한 대책도 생각해주어야 한다. 그 대책 중 하나가 `지역신문발전 특별법을 상시법으로`바꾸는 일이다.지역신문의 존립기반이 사라져가는 종편시대에 그나마의 지원조차 없어진다면, 언론의 다양성과 민주주의 실현과 균형발전 또한 사라져갈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의 지향점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역신문의 존립을 위해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며,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2015-04-10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의 효과

지구상에는 온난화문제, 식량문제, 인종갈등, 종교갈등 등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물문제만큼 다급한 것도 없다. 20년 내로 지구는 기갈이 발등의 불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이미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물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한국도 조만간 물부족국이 될 것이라 한다. 생명의 원천이 물이므로, 물문제는 생명문제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세계물포럼은 그 의미가 크다. 이 행사는 3년 마다 열리는 `물의 올림픽`이다.제7차 대구경북 물포럼은 역대 최대 규모라 한다. 각국 정상과 장·차관, 국제기구 관계자, 물관련 기업인, 학자 등이 참가하며, 물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생태·에너지·교육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을 다룬다. 이번 대구경북대회에는 164개국, 연인원 3만5천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300여개의 소회의가 열리고, 전시회에는 29개국 200여개 기관이 900개 부스를 여는데, 유료 부스 700개는 이미 1월에 판매됐다. 그동안의 철저한 준비로 역대 최대 인원이 참가하는 등 성공의 기미가 뚜렷이 보인다.이번 물포럼에서 대구경북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3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성대한 행사였다는 평가, 대구시와 경주시의 도시 홍보, 물산업의 기반을 마련할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페놀사태를 계기로 정화기술을 적극 개발해 세계 최고의 물정수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 기술을 각국에 수출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물산업을 지역에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외자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성과를 내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이 세계 물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개회식이 있는 12일에는 외국 대통령과 부통령, 총리, 국왕 등 10명 가량의 VVIP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대구경북이 생긴 이래 최대의 정부 수반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우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기대가 크다”고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5개국 정상과의 양자 간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에티오피아 대통령, 헝가리 대통령, 타지키스탄 대통령 등이다. 그 외에 여러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는 다자간 회담도 있을 것이다.정상들이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서 막대한 경비를 써가면서 물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무언가 얻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진기술을 획득한 기회이고, 우리는 첨단기술을 수출할 기회이다. 한국의 경제영토가 눈부시게 넓어지는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이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기를 바랄 것이고, 그래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대구경북 주민들이 잘 협력해야 하겠다.

2015-04-10

독도문제, 국제여론 환기를

일본 아베정권의 독도야욕이 노골화된다. 350만 일본 중학생들이 내년부터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된 교과서를 보게 되고, 일본 외교부의 `외교청서`에도 같은 내용을 담았으며, `한국에 대한 평가`에서도, 전까지 있었던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란 부분을 삭제할 방침이다. 이같은 일본의 독도야욕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일본이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우리 정부는 이달 중 독도영유권을 강화하는 초·중·고교 학습자료와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재를 배포하는 등 맞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일본의 목적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이므로, 그들은 국제 여론을 중시하고, `외교청서`를 영어로 번역, 각국에 배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국제여론 형성`에 소극적이었다. 일본은 외교력을 집중해 우호적 여론 형성에 힘쓰는 반면 우리는 “독도는 당연히 우리 고유영토”라는 생각에 안주하고 있다. 그래서 늘 `조용한 외교`를 표방했고, `일본의 눈치`를 보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왔다.그러나 일본이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그런 소극적·수동적 외교는 국제적으로 `자신감 없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한 일본의 구애작전은 그동안 매우 집요하게 진행돼왔다. 재판관 상당수가 일본인이거나 친일본 인사로 구성돼 있고, 재판소 한 방은 미술품으로 채워져 있는데 작품 중 상당수가 일본 작가의 작품이거나 일본이 기증한 것이다. 이처럼 `친일본적 국제사법재판소`를 만드는 일에 그동안 일본은 외교력을 집중했다.일본이 국제여론 형성에 주력하는 반면 우리는 국내적 `대증요법`에 치중했다. 교육부 또한 “이달 중 독도와 위안부 피해에 대한 집필기준을 강화할 것”이라 했을 뿐 외국어로 번역된 자료를 주요 국가들에 배포한다는 계획은 없다. 향후 일본은 고교 교과서로 독도문제를 확대할 공산이 높은데, 우리는 당연히 `독도 관련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문제`에 독도에 대한 출제비중을 높이는 일이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 것이 한국적 교육풍토이다.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독도 입도 시설` 재추진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관계장관회의에서 외교부의 반대로 무산된 `입도객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다. 그때 국민적 비난여론이 충천했는데, 신임 해수부장관의 의지는 매우 반가운 것이다. 독도에 `강치상`을 세우는 문제도 반대에 부딪혔는데, 이를 재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말아야 하고,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국제여론 조성에 더 힘써야 한다.

2015-04-09

형산강 악취부터 해결하라

이번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경북도는 `물산업 중심지`가 될 계획이다. 2018년까지 6천340억원을 투입하는 `권역별 물산업 육성전략`을 세웠다. 안동, 상주 등 북부권은 낙동강 수자원과 수려한 환경을 바탕으로 물산업 인프라를 강화하는데, 안동댐 입구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든 물포럼기념공원이 있다. 상주보 주변에는 `멤브레인 핵심소재 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하고, 김천, 구미, 칠곡, 경산 등 서남부권에는 멤브레인 기업의 투자유치 확대에 중점을 둔다. 동해안은 해양물산업 육성과 먹는 물 산업화를 강화한다. 영덕, 울진은 동해안 염지하수를 개발해 산업화하고, 울릉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만들고 나리분지 용천수를 먹는 샘물로 개발한다. 그리고 도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후 상수관 교체, 상수도 관리 자동제어시스템 구축,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깨끗한 수돗물`과 관련해서 포항시민들은 불만이 많다. 형산강 하류에 살고 있는 포항시민들은 “경주·울산지역 폐수를 걸러 마신다”는 소리를 듣는다. 강이란 도시를 지나면 생활폐수에 오염되고, 축산단지를 지나면 가축분뇨에 오염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폐수정화시설을 해야 하지만, 형식적인 시설에 그치는 경우도 있고, 관리를 하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시설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형산강은 울산지역에서 흘러와 반월성 앞을 지나 서천에 합류하는 물줄기와 보문단지에서 북천을 지나는 물줄기가 경주 서쪽에서 합류해 포항지역으로 흘러들고, 북쪽에서 오는 기계천이 양동민속마을을 지나 형산강에 합류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니 포항·경주·울산 3개 지역 자치단체들이 함께 관리를 하지 않으면 깨끗한 수돗물을 만들 수 없다. 경주와 울산지역의 축산폐수에 오염된 물을 형산강 하류 포항시민들이 `걸러 먹는다`하면, 이것은 여간 거북한 문제가 아니다.형산강 산책로에는 포항시민들이 많이 나와서 걷는다. 그런데 강변에는 항상 악취가 난다. 시민들이 내보낸 생활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상수도 집수정이 있는 바로 아래 유강리 앞 고가도로 근처에 있는 하수구는 아예 정화시설이 없어서 희부옇고 악취가 진동하는 생활폐수가 그대로 흘러든다. 다른 몇 군데는 그나마 정화시설이 돼 있으나 악취는 완전 제거되지 않았고, 그 주변을 지날때는 불쾌감을 느낀다. 물새들이 도시의 생활폐수에 섞인 음식물찌꺼기를 먹기 위해 그 곳에 몰려든다. 정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포항시민들의 식수문제를 놓고 전에는 자자체 간 갈등도 있었으나, 이제는 경주 울산 포항이 머리를 맞대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생명줄인 강이 반목의 대상이 아니라 상생협력의 매개체가 돼야 하겠다.

2015-04-09

공공기관이 권위를 잃으면

공공기관을 흔히 당국(Authority)라 부른다. 권위를 가졌다는 것은 `믿음성`이 있는 기관이란 뜻이고, 그것이 민간조직과 다른 점이다. 권위와 믿음은 공공기관의 생명인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공공기관·행정기관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기둥이 허술한 집과 같아서 국민은 불안하다. 부정·부패·불법을 적발해 처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믿음과 권위를 잃어가는 공공기관을 찾아내 교정하는 일이 더 긴요하다.조선조 초기 `형산강 부조장`에서 출발한 포항 죽도시장이 `글로벌 명품시장`선정에서 탈락한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시민들은 시행정을 원망한다. “포항시가 죽도수산시장 상인회를 죽도시장 시장활성화구역 내 상인회로 지정하면서 부터 상인간 갈등을 유발시켰고, 이번에 탈락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리고 죽도시장 A상인단체는 경북도를 상대로 죽도수산시장 상인회의 시장활성화구역 지정서 파기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출해 놓고 있다. 상인단체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죽도시장 발전에 지장을 줄 일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포항시의 `섣부른 행정` 혹은 `권위 잃은 행정`탓이다.안동지역 들판에는 토질개량 비료가 수백 포 쌓여 있다고 한다. 석회질 비료는 파종하기 한 달 가량 전에 살포해 흙과 잘 섞어야 하는데, 파종 후에 비료가 도착하거나, 아예 도착도 안 한 곳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비료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내년에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마다 한 번씩 토지개량용 비료가 무료로 공급되는데, 농협이 이 일을 전담하면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광범한 세포조직을 가진 농협이 이처럼 권위를 잃으면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는 질책을 또 들을 것이다.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원전지역특별위원회가 국가예산 6억원을 써가면서 4개월 간 경주지역에서 `사용후핵연료 현황설명과 관리방안 의견수렴`활동을 전개했지만, 얻어낸 과실은 전혀 없고, 원전지역 주민들의 불신감과 불평만 돋구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이 모임에 정부나 경주시, 시의회, 한수원 관계자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강사로 나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관련기관`이란 낱말과 `관계기관`이란 말은 개념이 다르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래서야 어찌 `귄위`를 가지겠는가.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경주시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외면하고 충효동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주시를 원망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3년내 수백개의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경주시가 8만 상인가족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행정을 한다고 비난한다. `시민을 위한 행정`으로 돌아와야 하겠다.

2015-04-08

KTX포항선 시행착오 많다

포항시장 등 요인 70여 명이 100t급 썬스타호를 타고 해양관광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현장답사에 나섰다. 여객선터미널에서 북방파제~친수공간 8경~호미곶~발산 어촌마을~포스코~송도해수욕장·송림 등을 돌아보는 코스였다. 그동안 포항시민들조차 소원했던 곳을 바다에서 돌아보는 행선이었고, 탑승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관광의 보물이 숨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지금은 명성이 퇴색됐지만, 과거 송도송림과 해수욕장은 포항의 대표적 여름휴양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포항제철소의 위용이 그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그러나 여기에도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호미곶의 험한 파도가 문제다. 이곳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이라 파도가 거칠다. 그래서 호미곶까지 가기는 어렵다. 1901년 일본 수산학교 실습선이 호미곶 인근의 지형을 탐사하기 위해 불법으로 남의 영해를 침범했는데, 이곳의 해류를 몰라 삼각파도에 휘말렸고, 암초에 부딪혀 침몰, 승무원 전원이 몰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호미곶 등대가 세워졌으며, 유족들이 이 해변에 `조난기념비`를 세웠다. 이 험한 뱃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포항시설관리공단은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전통문화체험관 홍보에 나서고 있다. 기계 봉강제,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 고인돌군, 죽장 입암서원을 돌아보고, 전통혼례와 다도 체험, 서당체험, 떡과 두부 만들기 등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영농철에는 고구마 캐기, 사과 따기를 한다. 옥산서원과 독락당과 맑은 계곡이 있는 세심마을은 오래전부터 전통문화체험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포항시는 역사에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영상전화기도 설치했다. 일반전화기에 7인치 대형 LED를 달아 영상을 통해 수화(手話)로 문의하고 수화통역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그러나 시행착오는 많고, 개선할 점도 한둘이 아니다. 개통 3일만에 과속방지턱을 깨부수고 낮추는 작업을 하느라 대혼잡을 이뤘다. 높이 30㎝ 넓이 1m로 만들어두었으니 차량들의 밑바닥이 긁히는 지경이라 버스회사들이 항의를 했다. 과속방지턱이란 너무 낮으면 있으나 마나이고, 너무 높으면 승객들이 충격을 받고 차량이 훼손된다. 그런 기초상식도 없는 사람들이 도로공사를 했으니, 앞으로 또 무슨 문제가 생길지 걱정이다. 시내버스들도 너무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 놓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신경주역에서는 30~40분 간격으로 KTX가 배차되지만 포항역에서는 2~3시간이 보통이고, 심지어 4시간 간격도 있으니, 볼 일이 급한 사람은 신경주역으로 간다. 특히 남부지역민들은 경주로 가는 것이 편하다. 모든 문제점을 신속히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겠다.

2015-04-08

꿈나무들을 사랑하는 마음

경북 상주시 화북초등학교(교장 김조한)에 편지 한 통과 소포가 배달됐다. 올해 80세 되는 최순임 할머니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66년 전 6·25때 이 학교에서 2년간 복무했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했으며,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희생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을 때였다. 교사들의 봉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국정이 어려웠고, 일부 학교들은 군(軍)의 병원이나 사령부로 징발됐고, 학생들은 강으로 산으로 다니며 `야외수업`으로 나날을 보냈다. 최순임 할머니는 편지에서 그 어렵던 시절을 회고하며, 교장·교감 선생님과 다른 교사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서, 늦었지만 그 때의 고마움을 전하며, 당시의 졸업사진 한장과 축구공 5개를 선물로 보냈다. 80세 고령에 66년전 겨우 2년 간 근무했던 그 까마득한 옛시절을 잊지 않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귀중한 사진까지 보내는 그 간절한 마음에 화북초등학교는 감동했고, 이 일이 `아름다운 씨앗`이 되고 있다.학교는 사진 속의 인물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교장은 2대 정재원 교장이었음을 알아냈고, 교사들의 근황을 수소문하고, 지금은 70세 안팎이 된 졸업생들은 상당수가 생존해 있을 것이므로 이들의 거처도 찾아낼 계획이다. 학적부의 사진과 대조하면 가능한 일이고, 속리산국립공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산골마을이어서 졸업생 수도 많지 않았다. 소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보람 있고 감동적인 자리가 될 것인가.학교는 또 이 일을 계기로 삼아 `감사답장 보내기` `우리학교 역사 찾기` `교사와 학생 함께하는 축구대회`등도 할 예정이다. 최순임 할머니가 뿌린 작은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게 될 조짐이다. 동료 사랑 제자사랑의 표본이 될 일이고, 꿈나무들을 잘 키워야 하겠다는 교훈을 준 사례가 되었다.지역에서도 꿈나무를 가꾸는 일들이 많이 보인다. 영천시 보건소는 4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토피·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킬 교육을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도음산문화수련장에서 유아숲제험행사를 개최한다. 52곳의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하며 감성과 심성을 순화시키며, 창의력 개발에도 도움이 되는데, “숲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종일 즐겁게 논다”는 연구도 있다.포스코교육재단은 매년 `스승존중 글짓기 공모`행사를 한다. 진정한 사표(師表)가 되는 스승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글들을 뽑아 시상하고 책으로 묶어 `사제의 정`을 전파하는 메신저로 활용한다. 스승존중과 제자사랑은 항상 사람을 감동시킨다. 이 감동이 바로 교육을 바로 세울 힘이다.

2015-04-07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2013년 9월 교육부는 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을 검토, 총 829건을 골라내 수정·보완을 권고했는데, 이 가운데 788건은 출판사의 수정안이 승인됐지만, 41건에 대해서는 “재수정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교과서 6종의 집필자들은 그 중 30건에 대해 `수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수정명령을 듣지 않은 출판사의 교과서는 발행이 정지된다. 각계각층에서 준동하는 종북좌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RO의 이석기는 중형이 불가피하고, 국회의원직도 잃었다.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고,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역사학계에서 좌편향 교과서 집필진들이 이번에 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좌파정권시대에 길러졌던 주사파들의 입지가 차츰 좁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스스로 `통일일꾼`이라 자처하지만, 그 내심에 적화통일이 숨어 있다면 정부는 결코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박정희정부의 지나친 외자 도입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고,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쓴 교과서도 있었는데, 좌파적 시각이 아니면 이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 수 없다. 그리고 6·25가 북의 남침임을 극력 밝히지 않고,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자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입을 굳게 닫았다. 북한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심지어 한 교과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북한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으로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이라고 한다”면서 북한의 주장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그런데도 이들은 “교육부가 특정 사관의 반영을 요구하고 집필진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적반하장 격의 주장을 하고 있으며, “교육법상 정부 측에는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과용 도서 검정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음”을 들어 행정권에 `검정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판시했다. 정치이념으로 분단된 국가에서 국사 교과서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사교육은 청소년의 국가관, 역사의식, 정체성과 직결된다. 청소년들의 사상체계를 좌편향시킬 수 있는 국사교과서를 어떻게 용인할 수 있겠는가.“가장 이상적인 통일방안은 적화통일이다”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국사교과서가 있다면, 국가가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방관 방치하는 것은 `부정부 상태`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사학계가 좌파들의 놀이마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계와 역사학계에서 `적화통일 일꾼`을 깨끗이 몰아낸다면, 이는 박근혜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것이다.

2015-04-07

전통시장의 상도의(商道義)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글로벌 명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골목형시장`등 3분야로 나눠 특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시장 마다 가진 특성을 집중 육성하고, 특히 글로벌명품시장은 국제적인 관광 명소가 되게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명품시장`에는 포항죽도시장,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국제시장, 대구 서문시장, 제주 동문시장 등 13곳이 신청을 했는데, 대구 서문시장 등 6곳이 선정됐고, 포항 죽도시장은 탈락했다. 또 대구시는 동구 동서시장, 남구 대명시장, 중구 교동시장 등 5곳이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경북도내에는 5곳의 골목형시장이 선정됐는데, 그 중에 포항 연일전통시장도 포함됐다. 1년 간 국비 3억원, 지방비 3억원을 지원받아 지역특산물의 음식특성화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부추와 시금치 등 특산품을 이용한 먹거리골목을 조성해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골목형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바닷바람이 강한 곳에는 시금치와 부추가 특별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특성화가 가능하다. 골목형시장은 지역문화유산과 연계해서 장차 `문화관광형시장`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연일전통시장은 그런 요건을 갖추고 있다.프랑스 파리의 벼룩시장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돼 있고, 어느 나라든 벼룩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서울에는 골동품 중심의 벼룩시장이 오래전부터 열리고 있다. 포항시도 매주 토요일 마다 벼룩시장을 읍·면·동 지정장소에서 개설한다. 도서와 의류, 유아용품, 신발류, 가방, 주방용품 등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이 주요 상품인데, 4일 영일대해수욕장 앞 소공원에서 열린 올해 첫 벼룩시장은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판매금액의 20%는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되는 등 벼룩시장은 `자원 재순환`과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죽도시장이 `글로벌 명품시장`에 신청했다가 탈락된 것이다. 특히 죽도시장의 수산물과 회상가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선정된 6곳에 포함되지 못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죽도수산시장상인회가 각종 이벤트 등 공동마케팅사업에 대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국비를 지원받은 뒤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1천700여만원을 환수하기로 한 결정이 반영됐다고 한다. 관리지침을 어겨 제재 대상이 된 탓이고, 특히 여러 개로 나눠진 상인단체 간의 갈등 마찰이 죽도시장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한 것이다.조선시대 보부상의 상도의, 근현대시대의 개성상인, 일본 오사카상인 등 상도의(商道義)의 표본이 된 상인조직이 많다. 이번 죽도시장의 탈락은 `상도의의 중요성`을 재삼 되새기는 교훈이 되었다. 장차 죽도시장이 ` 상도의의 모범`이 되는 명품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15-04-06

저녁노을이 더 아름답다

KTX동해선 개통 이후의 미래를 그려보는 청사진이 화려하다. 교통오지였던 동해안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착실한 준비가 필요한 일이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 지역민들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길`을 찾아내는 노력도 필요하다.KTX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면 동해안의 해양관광도 새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출발해 영일만북방파제~호미곶~포스코~송도해수욕장을 경유하는 새로운 해양관광코스를 포항시가 논의하고 있다. 포항운하의 연장선상에서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서 40㎞ 이상의 해양관광코스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북방파제 친수공간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시설이고, 호영8경은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살린 절경이다.포항제철소는 산업관광의 필수코스이고, 특히 제철소의 야경은 `빛의 도시 포항`의 상징이다. 호랑이꼬리 호미곶은 한민족해맞이공원으로 선정돼 있고, 연오랑 세오녀상이 있고, 화석박물관이 있으며,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 한국 최초의 등대박물관이 있고, `구만리 바람`으로 유명한 호미곶 해변에 호미수회가 오래전부터 해송을 심어 성공시켰는데, 울창하게 자란 그 소나무들과 청마 유치환의 `영일만 시`와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를 새긴 노래비도 볼거리다. 구룡포 근대화거리와 감포의 문무대왕 수중릉과 감은사 등 문화관광 자원은 무궁무진하다.대구경북연구원은 “철도역은 접근성과 역세권 개발 수준에 따라 도시중심지역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므로 KTX 신포항역의 역세권은 동해안 중심지역으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개발이 요구된다”며 “포항시내 연계뿐 아니라 동해안 지역으로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해양스포츠 수요에 대비한 기존 거점시설과 연계한 항만 개발”을 제안했다.그런데 우리는 `뜨는해`를 맞기에 정신이 팔려서 `지는해`의 처연한 아쉬움을 잊고 있다. 100년의 추억을 안고 폐쇄되는 포항역과 영영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새마을호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진 저녁노을`이다. 부산~포항 간을 달리는 무궁화호는 신역사에서 운행하게 되면서 포항구역을 영영 떠났다. 그 송별식은 너무 초라했다. 중앙동주민센터 동장과 주민들만 나와 조촐한 환송식을 했다. 포항시장과 부시장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는해`에는 관심도 없었다.그러나 2일 KTX가 정식운행을 시작하는 날에는 사물놀이 축하공연, 승객에 꽃다발 증정, 축하메시지 남기기, 기념떡 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고, 포항시장은 현장에 나가 승객에게 직접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아침노을`도 아름답지만 `저녁노을`이 더 애잔한 이유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2015-04-06

눈을 밖으로 돌리자

대졸자들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몰리고 중소기업을 외면하니, 이 불균형은 `취업난과 인력난`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중소기업 중심인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현상이다. 이것은 `산업불균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고도성장·급속성장이라는 경제정책으로 대기업 위주의 성장드라이브 탓이다.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봉급격차는 너무 벌어졌다. 이 격차를 줄일 방법은 없다. 이른바 `대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봉급을 올리는 경향도 있다.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봉급을 따라가려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성공한 경우는 극히 적다.청년실업이 심각해지자 전문가들이 대안을 내놓았다. 학점·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대신 외국에서 실무능력과 꿈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날개를 펴라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 해외 취업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비지니스 외교는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도화선이다. 중동 국가들이 심한 인력난을 겪으므로, 원자력발전소, 첨단의료, IT기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 청년의 해외 진출의 기회가 넓게 열려 있다.중동지역은 `오일머니`시대가 저물어가자 발빠르게 산업다각화를 시도하지만 기술인력 양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틈새시장을 한국의 기술인력이 파고 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중동목표`를 정해서 언어와 기술을 익혀가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내에서 피투성이 취업전쟁을 치를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블루오션을 만나라는 것이다.대구에 있는 7개 전문대는 해외 취업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3년에는 94명, 2014년에는 161명, 올해 3월 현재까지 197명이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2015년 주요 전문대 졸업생 취업현황을 보면, 영진전문대 90명, 영남이공대 65명, 대구보건대 36명, 대구과학대 6명이다. 그리고 해외취업자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IT분야에 강점이 있는 영진전문대는 일본 취업에 성과를 내고 있으며, 영남이공대는 기계 쪽이 강한 편으로 중국 자동차부품 기업과 일본 풍력발전 관련 기업에 5명이 취업했다. 대구보건대는 치기공과,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같은 외국에서 보기 힘든 의료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여기서 길러진 인재 12명을 데려갔다. 대구과학대는 올해 6명이 일본 이미용업체에 취업했다.이 전문대들은 기숙사에 따로 해외취업 준비생들을 모아 몰입식 외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등 해외취업 특별반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지식과 체험을 제공한다. 이제 아랍어를 배울 시점이다. 중동취업의 길이 열렸으니, 우리 기술인력이 진출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2015-04-03

손발이 너무 안맞다

정부는 1997년 토질 개량사업에 착수했다.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전액 정부 재정으로, 토양의 산성화를 막고 지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토질조사를 해서 산성도를 측정하고, 이런 토질에는 어떤 성질의 비료를 얼마만큼 시비하면 최상의 토질을 유지할 것이라는 진단을 낸 후 그에 맞는 비료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농업강국들과의 FTA를 시도하는 시기여서 정부가 토질개량사업을 주도해 농업경쟁력을 높이려 한 것이다. 토질 개량용 비료의 공급은 3년마다 실시하고, 공급되는 비료는 석회질과 규산질인데, 석회질 비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퇴비와 혼용하면 비료의 효과가 떨어지고, 과다 시비를 하면 흙을 굳게 만들며, 인·아연·마그네슘·붕소 등 다른 영양소의 효과를 감축시키고, 질소비료와 혼용하면 질소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3년 시한을 두고 시비토록 한 것이다. 지나친 석회질 시비 때문에 농토를 황폐화시킨 사례가 러시아에서 있었다. 처음 몇 년 간은 농사가 잘 됐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토지가 단단하게 굳어서 농토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이다. 석회질의 성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탓이었다.토질개량용 비료의 무상 공급은 부작용도 있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신청을 하고 3년 후 비료를 받게 되는데, 농촌의 노인들이 `신청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비료를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많은 양의 비료가 그냥 쌓여 있었다. 2012년 3월 경북 김천시 구성면의 이장 A씨가 농협으로부터 받은 토질개량용 비료 중 절반 가량을 자동차로 유출시켰다가 농민의 신고에 의해 다시 회수하는 소동을 빚었다. “공짜로 주는 것이 뭐 좋은 것이겠나”라는 불신감에서, 신청 농가의 절반 가량은 찾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지금은 농민들의 토질개량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져서 적극적으로 개량제를 수령하는데, 이번에는 공공기관들이 불협화음을 냈다. 농사란 `때를 놓치면 실패하는`사업이어서 파종과 시비를 절기에 맞게 해야하는데, 비료 공급도 파종시기에 맞추지 못하면 헛일이다. 전에는 비료 공급을 지자체들이 맡았으나 지금은 농협이 발주에서 공급까지 주도하면서 혼선이 빚어진다. 남부와 북부 기온차에 따른 공급시기 조절도 제대로 못해 너무 늦거나 아예 오지도 않는 경우도 있어 시비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안동 B농협은 이미 밭갈이를 마치고 감자 등 밭작물을 심은 후에 비료를 배포해서 원성을 샀고, C농협은 비료 발주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4월 중순께나 배포할 것이라 한다. “신청 발주 등을 전산시스템으로 개선해 신속 정확히 비료를 살포토록 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하지만 지방에서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니,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어찌 농업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인가.

2015-04-03

세계물포럼 성공을 위해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와 경주 하이코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같다. 주최측은 물포럼이 성공하면 물산업과 물문화 육성을 통해 2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와 2천5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경주 시민들은 “국제적인 행사 개최로 국위 선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개최지의 고용창출이나 경제적 파급효과, 관련 산업의 발전에는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다.이런 염려를 잠재우고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주최측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물포럼특별위원회는 2012년 직전 개최지였던 프랑스 마르세이유 세계물포럼위원회를 찾아갔다. 한 수 배우기 위함이었다. 프랑스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대구와 경주의 개최 장소를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가이드북 제작 등 홍보에 주력하고, 참가자들이 회의에 시간 맞춰 도착하도록 특별교통대책을 마련하고, 단지 물산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일반인, 학생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것 등을 조언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세계물포럼에 맞춰 도시철도 3호선 개통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도시철도는 지하철과 달리 도시경관을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에 `달리는 전망대`로 불리운다. 도시열차를 타고 대구시내를 관광하는 것인데, 우선 철도 주변의 경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벽화사업, 간판 정비, 야간조명등 설치 등이 필요한데,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까지 95억원을 투입해 주변 시설물 4천168곳에서 지붕개량·옥상녹화 및 도색, 간판정비 등을 시행했다.대구시는 이번 세계물포럼에서 크게 자랑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신천하수처리장은 대구의 생활하수 75%를 처리하는데,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하수처리 시설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달성군 다사읍 문산정수장과 함께 각국에서 온 정치인, 고위관료, 물분야 전문가들의 견학장소로 선정됐으며, 이 기술을 이용해 해외 상수도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을 건설해주고 운영까지 맡을 수 있는 수준이 됐는데, 앞으로 이 분야가 효자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험한 파도가 강한 사공을 만든다는 금언도 있지만, 대구시가 `수출가능한 효자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1991년의 페놀사건과 그 후의 다이옥신 소동을 겪으며 환경투자를 대폭 늘려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대구시민과 경주시민, 그리고 경북 도민 전부가 이번 국제행사 성공을 위해 성원하며, 우리 정수기술의 세계 진출을 위해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2015-04-02

KTX개통식의 `옥의 티`

오늘부터 KTX동해선이 정식으로 운행된다. 평일 16회, 금요일 18회, 주말 20회 왕복 운행된다. 대구까지 30분이니 이웃 마을이다. 대구의 유명 공연을 손쉽게 볼 수 있고, 대구시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서울 가서 볼일 보고 당일에 내려올 수 있는 `한나절 생활권`에 진입하게 됐다. 수도권의 관광객이 대거 몰려올 것이니 포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 그것은 `대도시의 빨대효과`를 덮고도 남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북한을 아우르는 환동해권 물류의 중심으로 포항항이 도약할 것이므로 그 경제적 효과는 대단하다. 2018년 강원도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이 건설될 예정이므로 KTX동해선은 장차 북한을 거쳐 러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철도에 연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물류비의 절감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포항은 그러한 찬란한 미래를 꿈꾸기에 손색이 없는 대과업을 이번에 이루었다. 이 일을 가능케 한 MB정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개통식 치사에서 “작은 포구에서 출발해 철강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제 환동해 발전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면서 도약의 날개를 달게 됐다”면서, 동해중부선 개통과 함께 `동해안시대`를 앞당겨달라고 했다.개통식이 끝난 후 KTX시승식이 있었는데, 기념행사 열차를 운전하는 일은 대단한 영광이다. 이번 기념열차 기장은 안동권(47)씨인데, 안동출신이고, 포항에는 누님과 동생이 살고 있다. 그는 “진동 소음 충격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선로가 매우 안정적이고, 국내 KTX구간 가운데 포항선이 최고”라고 시운전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개통식에 몰려온 시민들은 “포항역사가 신경주역사보다 낫다”고 했다. 상징성이나 예술성에서 뛰어났고, 편의시설이나 매장도 훌륭했다는 평가였다.그러나 옥(玉)에 티는 있었다. 주인격인 이강덕 포항시장이 축사에서 빠진 것이다. 당초의 일정과는 달리 박명재 의원이 대신 축사를 한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측이 전날 최종 협의과정에서 이 시장을 끝까지 배제했다”는 말도 나왔다. 포항시장에 대해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던가, 아니면 무슨 로비가 들어간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니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시승식 장면에서도 포항시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원과 함께 서 있는 모습만 찍혔다.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운집했는데,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시켰고, 멀리서 구경도 못하게 울타리까지 쳐두었다. 단골 승객은 `높은 분들`이 아니라, 바로 이 시민들이다. 이 시민들을 박대하고, 시민의 대표인 포항시장을 괄시해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권위주의시대가 다시 온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2015-04-02

KTX동해선은 역사탐방길

KTX동해선이 우여곡절 끝에 개통을 보았다. 개통 예정일 발표에 혼선을 빚었고, 정식 개통 전 임시운행 계획을 발표했으나, `매표 창구 직원도 모르는 깜깜이 홍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소통 부재를 보였다. 또 `깜깜이 행정`으로 불안감을 돋궜다. 결함 논란이 있는 신형차량 투입 여부를 놓고 국토부와 코레일이 각각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동해안 교통의 혁명`이라 불려지는 KTX 개통이어서 그만큼 파장도 컸다. 그러나 역사적 개통을 맞는 마당에 비판보다 축하의 말을 보내면서 KTX동해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화역에서 건천 모량 경주를 거쳐 양동마을과 형산강을 바라보며 달리는 노선에는 역사유적이 즐비하니, 승객들은 이를 살피는 일에 눈이 바쁠 것이다. `KTX동해선은 역사 탐방길`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고, 이 지역이 신라천년의 핵심지역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역사서에 나타난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그 한가운데로 KTX는 달려가기 때문이다.아화역을 지나면 오봉산이 나타난다. 신라 도읍지 서라벌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인 `오봉산 부산성`을 눈앞에 두고 달리는데, 선덕여왕과 관련된 오봉산 여근곡 밑으로 열차가 지나간다. 오봉산을 지나면 곧바로 단석산이 나온다. 김유신 장군이 수도했던 신선사 석굴이 있고, 단석산의 유래가 된 단석(斷石)이 있으며, 김유신 장군의 연병장이었던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건천을 지나 단석산을 끼고 달리면 금방 금척리 고분군을 만나게 된다. 금척리는 신라 왕의 처갓곳이었으니 이 곳의 고분들은 `왕가 외척들의 분묘`라는 추정이 가능하고, 마을 이름 또한 방내(芳內) 화천(花川) 등으로 `화려한 이름`이 붙었으니, 화려한 의복 차림의 귀족 화랑들이 많이 찾은 곳이라 추정할 수 있다. 현재 금척리에는 원로 시인 구림 이근식 선생이 살고 있으며 그의 시비가 동구밖에 있다.모량리에는 박목월 시인의 생가가 있다. 열차 오른쪽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마을 윗쪽에 복원된 생가가 보인다. `북에는 김소월, 남에는 박목월`이라 할 정도로 목월은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이고, 모량리는 목월의 시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나그네`가 대표적 직품이다. 모량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멀리 경주 남산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보이는 모든 산들이 국립공원이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형산강을 끼고 조금 달리면 양동민속마을을 지나는데, 입향조 손소 선생과 중시조 손중돈 선생의 마을이고, 회재 이언적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20여분 사이에 경주지역 핵심 유적지를 다 바라보며 여행의 종착역에 당도하는 이런 `역사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KTX동해선 뿐이다. 열차내 방송을 통해 이런 역사강의를 해주는 것도 승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5-04-01

포항교통 혁명의 날

3월 31일 개통식이 열리고 4월 2일 KTX가 운행된다. 새마을호로 서울까지 5시간 20분 걸리던 것이 2시간 15분으로 좁혀졌다. 2011년에 착공했고, 1조2천126억원을 들여 완공한 KTX동해선이다. 2018년에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가 이뤄지고,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놓여지고, 삼척까지 동해중부선이 건설되면, 포항~울산 고속도로와 함께 “동해안은 교통오지다”란 말과 영원히 작별한다. 포항은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함께 환동해권 물류 중심도시가 될 것이다.3월 31일의 개통기념식에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국토교통부장관 등 관계 장관들과 이 지역 국회의원들, 인근 시장 군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KTX포항역사 건설과 개통은 단순히 동해안지역의 교통망 보강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삼척을 거쳐 원산 나진 선봉, 러시아 하산을 거쳐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통일시대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그 초석을 지금 놓는 것이다.KTX동해선 건설이 가능했던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덕분이다. “신경주역에서 노선을 따서 포항으로 오면 건설비가 크게 절약된다”며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MB정권 아니었으면 한 없이 늦춰질 수도 있었던 사업이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힘을 보탰으니, KTX동해선 건설은 더 힘을 받은 것이다. 동해안 지역민들은 이 은공을 잊어서 안된다.포항노선에 투입되는 열차는 기존의 열차보다 좀 더 향상된 시설을 갖췄다. 의자 밑에 전원 콘센트가 설치돼 있어서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고,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며, 8가지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흥해의 포항신역사도 매우 상징성 있는 건물인데, 고래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영일만의 파도와 산업의 쌀 철강도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내부 시설도 첨단과학을 활용해서 지열(地熱)에 의한 냉난방시설과 태양광 발전설비가 갖춰져 있다. 또 매표소 옆에 임산부를 위한 수유실도 만들어두었다. 그래서 “역사 자체가 구경거리로 충분하다”할 정도이다.많은 손님을 맞는 포항 시민들의 마음 자세도 `손님맞이 모드`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 관광관련 업체, 민박이나 펜션 업주 등은 `홍보대사`란 사명감을 가지고 `포항 이미지 향상`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퉁명스러운 태도 등은 포항관광의 독이다. 포항시가 중심이 되어서 대대적인 친절운동을 벌일 일이다.그리고 폐쇄된 구 포항역사를 재활용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구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건물이며, 그 속에 깃든 추억과 역사는 소중한 포항의 자산이다. 그 자산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2015-04-01

카롤린스카 연구소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왕립의 연구중심 의과대학으로, 1810년에 설립됐다. 이 대학 의학교수 50명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한다. 그런 힘을 가진 의과대학이므로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이 연구소와 연결고리를 맺기 희망한다. 이 연구소는 학부생 6천200명, 대학원생 2천300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유럽 최대의 의과대학이다.올해 1월 초 경북도와 포스텍은 대사질환공동연구센터 주관으로 `제2회 포스텍·카롤린스카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양 대학 간 대사질환분야 연구는 2009년부터 시작됐고, 공동연구를 통해 1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지난해 6월에는 스웨덴의 한 바이오 기업과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세계적 수준의 생명과학 국제공동연구기반을 마련해 기업 유치, 벤처기업 육성, 기술의 사업화 등 생명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꿈을 키우고 있다.도내에는 지금 방사광가속기·양성자가속기·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단 등 생명산업 연구기반을 잘 갖추고 있으며, 오는 9월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완공될 예정이다. 4세대 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는 세계 3번째 보유국이 됐다. 4세대는 3세대보다 100억배 밝은 광원을 갖고 펄스폭이 1천배 짧은데, 이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에 획기적 도움이 되고, 신물질·신소재 분석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뿐 아니라 IT·반도체 소재산업과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발전에 기여한다. 4세대는 9월께에 완공되면 3개월 간의 시운전을 거쳐 올 12월에는 사업완료가 가능할 것이다.포항시는 27일 국회의원과 도의원 초청 정책간담회를 열었는데, 종합토론 과정에서 박명재 국회의원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유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교수들의 연구에 왜 시비(市費)를 들이나, 고용창출효과가 미미하지 않은가,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보도이다. 그리고 이병석 국회의원과 방진길 시의원도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연구소의 생태를 알만한 분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의아할 뿐이다.연구소란 전문가집단이 하는 일이어서 제조업 생산공장 같은 그런 고용효과는 아예 없는 것이고, 연구결과도 곧장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답답한 면도 있다. 그러나 “천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란 말이 과학연구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약품 하나만 잘 개발해도 대박이 나는 곳이 생명과학연구소이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포항시가 이런 연구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과실을 포항시가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연구소들은 아무 곳에나 함부로 분원을 설치하지 않는다. 포항의 연구인프라가 `동반자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성원을 보낼 일이지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2015-03-31

`물백신` 책임 엄히 물어야

구제역과 백신의 상관관계가 지금 쟁점이 되고 있다. 접종을 했는데도 구제역은 계속 발생한다. 한때는 `구제역 청정국`이란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은 “단언컨대, 구제역 청정국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효과가 극히 떨어지는 물백신`을 지난 4년간 주사해서 바이러스가 백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했으니, 어떤 백신도 효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백신을 주사했는데도 잊힐 만 하면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니, 이건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백신의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지난해 12월부터 경북 영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의성 안동 봉화 경주로 번지고 있는 중이고, 돼지 2만3천300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를 두고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는데, 농가들은 “경북도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아닌가” 원망하고, 정부는 “구제역이 번지는 것은 차단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축산농가의 책임이다. 백신만 접종하면 구제역을 막을 수 있는데 농가가 철저한 접종을 하지 않은 탓”이라며 책임을 농가에 돌리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물백신`을 정부가 공급했음이 드러났다. 영국에 있는 세계표준연구소로부터 `요 마니사` 백신주와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을 검사한 결과 `R1`값이 0.1~0.3로 나왔다는 것이다. 국내로 수입된 백신주의 경우 대부분 0.1이므로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효력은 별로 없는` 물백신을 정부가 축산농가에 공급해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농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는 `구제역 실험실`이 있어서 백신의 R값을 측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영국까지 보내 시간을 길게 끈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문제는 수입 백신주가 별 효과 없다는 것을 당국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실험실에서 효과를 알아보지 않았을 리 없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백신을 계속 수입해서 축산농가에 공급한 그 이유를 중앙감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조사를 해야 할 일이다.축산농가들은 전부터 “백신에 문제 있다”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백신 접종후 2주 정도 지나야 항원이 생기는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했고, “백신을 한 번 접종해서는 항원이 안 생길 수 있고, 간격을 두고 2~3 번 접종해야 된다”면서 책임을 면하려 하다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자, 물백신을 인정했다.무책임한 당국자들이 축산농민을 속이는 동안 바이러스는 저항력을 키우며 활개를 치며 재생산됐고, 국가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했으며, 구제역 청정국은 물건너 갔다. 담당자들을 철저히 징벌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이다.

2015-03-31

시민의 뜻을 존중하라

베스트웨스턴호텔과 롯데마트 문제를 놓고 두호동과 장성동 자생단체들이 나섰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롯데마트 간의 갈등이 포항의 오랜 숙원사업을 원점으로 돌릴 지경에 이르자, “무엇이 소리(小利)이고 무엇이 대리(大利)인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협의회에 참여한 단체는 현재 두호동 28개, 장성동 21개이나, 향후 인근 마을로 확대돼 참가 단체가 더 불어날 것이 예상된다. 이들의 한결같은 뜻은 “포항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형 호텔이 개설돼야 하며, 그러려면 롯데마트도 함께 입점해야 할 법적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롯데마트가 입점하지 않으면 호텔이 문을 열 수 없다. 두호복합상가호텔 건물이 시중은행 5곳에 담보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입점하지 않으면 STS개발(주)는 매달 200억원을 갚지 못하게 되며, 담보로 잡힌 건물에서는 모든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와같은 법적인 이유도 있지만, `마트 없는 호텔만의 영업`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지방 호텔이 객실점유율 50%에 그치는데, 호텔 수익만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마트에서 벌어 은행 빚을 갚아야 하는 재정적 이유도 있다.두호동과 장성동 주민들, 그리고 인근 다른 지역 시민들도 이같은 사정을 알기 때문에 “포항 관광의 발전을 위해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승적인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면서, 포항시가 적절한 타협안을 가지고 중재에 나서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KTX라는 대망의 교통망이 확보되어서 포항이 교통오지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맞았고, 수도권 등 외지 관광객들이 증가할 것이고, 물류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형호텔의 건설은 시의적절하고, 이 일이 차질 없이 수행되어서 포항발전의 초석을 놓자는 시민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다.현재 대형마트는 대부분 포항 남구에 집중돼 있다. 포스코와 철강공단이 남구에 있어서 구매력이 북구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북구에는 죽도시장이 있어서 포항시 경제의 효자 노릇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롯데마트가 입점되면 다소의 손실이 예상되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반대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기 마련이고, 서로 양보정신을 발휘하면 쉽게 타협안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포항관광과 물류의 확대`라는 대의(大義)를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외지 관광객들 중에는 죽도시장의 활기찬 어시장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재래시장 자체가 관광자원인 것이다. 관광객들이 호텔에 부속된 마트에서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재래시장에서 더 많은 수산물을 살 것이다. 그것은 `머물러 가는 관광`을 매개하는 대형 호텔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2015-03-30

이념에 휘둘리는 국사교과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싸이나 소녀시대 같은 K팝 스타를 기술한 교과서는 6종이나 됐지만 천안함 폭침을 담은 것은 3종에 불과하다”고 했다. 교학사·두산 동아·지학사 3개사가 그것인데, 그나마 이를 구체적으로 자세히 설명한 것은 교학사 교과서가 유일했고, 다른 두 교과서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이란 표현이 단 한 번 나왔다. 또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북한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사례를 여러 문단에 걸쳐 상세히 적시한 교과서는 교학사 밖에 없었고, 다른 5종은 한 두 문장으로만 요약했다. 한 의원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교과서 집필진의 자격 기준이 없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단체 소속 인사들이 대거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데 이어 7명이 전교조 소속이었고, 주진오 교수와 정재정 교수 등 2명은 역사문제연구소 소속이고, 한철호·김기승 교수 등 4명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라고 했다. 역사문제연구소는 “6·25때 미군의 개입으로 한반도 통일이 실패했다”는 칼럼을 쓴 김정구 전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가 속해 있고, 민족문제연구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 고문으로 있는 단체라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냐, 적화통일이냐, 두 가지 통일방안을 놓고 이념갈등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북한에서 “자유민주주의식 통일을 해야 한다”고 외치거나 그 비슷한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총살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갈 것이지만, 남한에는 북한을 편드는 인사들이 적지 않고, 아직 숨쉬고 있다. 그리고 수시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다. 그들의 내심에는 `적화통일`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종북 좌파`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좌파정권 10년 동안에 그런 기류가 형성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국사교과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이유가 바로 이같은 `이념을 달리하는 인사들`이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단국가의 숙명`이라고 체념할 수만은 없다. 서로 다른 내용의 국사교과서, 반대로 기술된 국사, 정치이념에 휘둘리는 역사를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중심` 잃은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사교과서 내용이 달라진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다.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됐던 그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까지 대거 참여한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 침몰 원인”이라고 밝혔음에도 굳이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인사들이 국사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국사교과서에 관한 한 `국정`으로 가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03-30

포항시의 중재역량이 기대된다

포항시의 관광산업이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스쳐가는 관광지로 계속 남을 것인가, 머무는 관광지로 도약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법원은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사업 시행사인 STS개발(주)와 롯데쇼핑(주)가 포항시를 상대로 낸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했고, 체인 본사인 BGH코리아(주)가 오픈 포기 결정을 내림에 따라 31일부터 철수 절차를 밟는다. 롯데마트 입점이 문제다. 지역상권을 침해한다 해서 마찰이 발생했고, 급기야 법원에 결정을 맡기게 됐다.법원은 지역상권 보호를 중시했지만, `법적 판단`과 `행정적 고려`는 다르다. 법적 판단에는 `예·아니오`가 분명하지만, 행정적 판단에는 `융통성의 여지`가 남아 있다. 대형 관광호텔이 없어 관광객을 경주에 고스란히 뺏기는 상황에서 대형호텔의 포기가 과연 포항경제를 위해 바람직한가 하는 것은 `행정적 판단`에 맡길 일이다. `전부 아니면 0`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찾는 타협과 협상과 양보의 정신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제로섬 게임`으로 가면 사업자와 포항 양측에 큰 손실이 돌아간다. 업체측은 초기 투자금 20억원에 계속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포항은 머물러가는 관광의 요체인 대형호텔을 잃게 된다. `지역상권`과 `포항의 미래`를 놓고 비교형량을 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고, 이 문제를 놓고 호텔사업자와 포항시, 지역상인, 포항시민이 모두 나서서 지혜를 모으고,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도 상생의 길을 찾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포항시 관계자가 실마리를 이야기했다. “사업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마트 규모를 축소하거나 판매제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반대측 시민을 아우르고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 말에 해결책이 들어 있다. `상생을 위한 양보정신`을 발휘할 장(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KTX 포항선 개통으로 포항관광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때를 맞춘 호텔 오픈이 무산된다는 것은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는 일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일`을 위해 행사참석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그 `일`이란 것이 바로 갈등을 봉합하는 중재노력이다. `얼굴 내놓기` 시간을 줄이고 `정책구상`에 더 시간을 배정하겠다면 우선 `롯데마트`문제에서 역량을 보여야 한다. 포항에는 `양보정신의 선례`가 있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허상호 삼도건설 회장이 양보를 했고, 그전에는 박병재 범한산업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아름다운 양보정신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에 접목시킨다면 그것이 바로 상생의 지혜가 될 것이다. 포항시장이 중재에 나서고, 시민들이 응원하고, 이해관계자들이 한 걸음씩 물러선다면, 포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2015-03-27

`특수교육법`의 이상과 현실

`장애인의 인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 하는 수준에 따라 국격(國格)이 달라진다. 선진국 대학에서는 `장애학생 단 한 명만 입학해도 휄체어 길`을 만든다.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가지는 것이고,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은 과거처럼 사회의 짐이 아니라 당당하게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법조계와 언론계, 국회, 행정부 기업 등으로 진출해 활동하는 장애인이 많아졌고, 생산현장에서도 장애인을 고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장애인만을 고용해 표창과 지원금은 받는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5월 22일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공포했고, 그후 9차례에 걸친 개정이 이뤄지다가 2013년 12월 30일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수교육법이 마련됐다. 이 법은 장애인 학생과 보호자의 권리와 참여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교육기회 보장과 교육의 질 향상에 필요한 관련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화된 법이다.법 38조에는 처벌규정도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의 배치를 요구받은 교육감 또는 국립학교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하며, 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의 입학을 거부하거나 입학전형 합격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등 차별을 행하였을 경우에는 교육기관의 장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체에서는 `벌금을 감수하고` 장애인 의무고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처벌규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더 큰 문제는 `법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취학할 경우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지도교사와 시설, 설비, 교재 및 교구를 갖춰야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과서 공급은 법의 취지와 동떨어진다. 점자교과서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들은 교사의 강의를 듣고 점자로 필기하며, 교과서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옆에서 가족이 법률서적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법학 공부를 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시각장애인도 있지만,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다 그럴 수는 없다.국정교과서는 점자교과서를 구하기 쉽지만, 검정교과서는 학교마다 다르니, 그에 맞춰 점자교과서를 일일이 구색 맞게 준비하기는 어렵고, 그래서 주문한 지 1년 후에나 점자교과서가 도착한다니, 법과 현실은 전혀 톱니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일반학교에서 차별 없이 공부한다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는 “점자번역을 언어번역기처럼 기술적인 개발을 통해 인력 부족에 관계없이 점자도서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관심 있게 들어볼 의견이다.

2015-03-27

경주박물관의 우리문화 강좌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어릴 때부터 받은 가정교육 덕분이다. 마을마다 작은 박물관이 있고 어머니들은 수시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곳을 찾는다. 자신의 고유문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길러주고 은연중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자기의 전통문화는 자기의 정신`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역사가 절반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문화적 열등의식`을 그렇게 보완하는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그동안 국민들이 흥미로워할만한 전시회와 강좌를 부지런히 열어왔다. 어린이박물관학교는 현재 62기 입학생을 모집한다. 12월 12일 수료식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박물관 유물 관람과 남산 답사 등 56가지의 다양한 강좌와 현지 답사, 체험과정으로 구성돼 있고, 국립박물관 큐레이터와 현직 교사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강좌를 맡는다. 어릴 때 이 박물관학교를 거쳐 나온 사람들이 지금 대부분 강사로 활동하며 `국민된 자긍심`을 심어준다.경주박물관은 또 `우리가족 일요 박물관 여행`프로그램을 마련했다. 7월 1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박물관 전시품을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하고 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주제는 `신라의 무덤`인데, 무덤에는 부장품이 함께 묻혀 있어서 그 부장품을 보고 신라의 일상적인 문화를 유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라의 무덤이 바로 신라의 역사인 것이다. 가족들은 부장품을 통해 신라사회를 알고, 직접 그 부장품을 만들어 보는 입체적 체험도 하게 된다.동양화의 신경지를 개척한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이 경주박물관에서 `우리 그림 교실`을 진행한다. 종이와 먹물과 붓이 어울리는 수묵화 실기 강좌이고, 박 화백이 성인층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한다. 내년 2월까지 1년 과정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박물관 `수묵당`에서 열린다. `우왕비문을 통한 글과 선의 조형성 탐구` `왕휘지 성교서` `자화상 그리기` `대표 한국화 모사`를 비롯, `가을야외스케치` `한국회화사 특강`등이 진행된다. 우리문화를 수묵화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안목을 넓혀주려는 것이다.또 박 화백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4월 4일부터 6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먹그림의 즐거움`을 주제로 강좌를 진행한다. `우리 그림 교실`을 수료한 성인들이 이 강좌를 돕는다.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면서 그림을 만들어가는 그 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나의 얼굴과 우리의 봄꽃 그리기, 우리의 문화유산을 표현해보면서 창의력을 키우고 예절과 인성을 가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귀중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하겠다.

2015-03-26

포스코청암상과 한동대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1971년 `제철장학회`를 설립했고, 2004년 기금을 더 출연해 `장학에 시상제도`를 추가했으며, 2009년에는 재단기금을 2천억원으로 올렸다. 현재 `포스코청암재단`은 3가지 중점사업을 수행하는데, 포스코아시아펠로십, 청암과학펠로십, 그리고 포스코청암상이다. 청암상은 과학·봉사·교육·창의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개인과 단체에 2억원의 상금을 주며 2006년에 제정됐다. 청암재단은 올해 2월 6일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과학상에는 건국대 물리학부 박배호 교수, 교육상에는 포항의 한동대, 봉사상에는 `미얀마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신시아 마웅 여사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NGO단체인 비나 스와다야 재단이 공동 선정됐다. 박배호 교수는 응집물리학 및 나노 과학분야의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박 교수가 발표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은 150건이 넘고 그의 논문을 인용한 횟수도 6천번에 달한다.봉사상 공동수상자 신시아 마웅 여사는 1986년 양곤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메타오병원을 열고 난민과 이주민, 소외계층 중심으로 매일 4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25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연간 15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2005년에는 여성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고, 아웅산 수치와 함께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했다.공동수상자인 인도네시아 비나 스와다야 재단은 지역사회개발과 농민들의 자활 빈곤퇴치에 힘써온 인도네시아의 새마을운동 중심이고, 아시아 지역의 `사회적 기업` 표본이다. 공동수상에는 상금이 각 1억원씩 주어지는데 어려운 상황인 미얀마와 인도네시아로서는 청암상이 재정문제를 해결할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교육상을 수상한 한동대는 “이번 청암상 수상은 개교 20년 이래 최고의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장순흥 총장의 감격스러운 소감에서도 나타났듯이 그 의미가 깊다. 한동대는 그동안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소수정예로 입학생을 선발했고, 전국을 돌며 널리 인재를 구했다. 수도권 34%, 경상권 27%, 호남권 12%, 충청권 12%에다가 해외에서도 12%의 학생을 선발해 이런 전국적 고른 분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국구 대학교`이다.한동대는 총 13개 학부를 두고 있는데, 국제화 교육을 위해 100%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과정(GM, IT, UIL) 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법률대학원은 미국식 로스쿨 교육과정을 도입해 졸업 후 미국 변호사시험 응시가 가능하게 했는데, 그 성과가 뚜렷이 나타난다.청암상 시상식은 25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렸다. 모든 수상자들과 특히 한동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포항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겨났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2015-03-26

후속조치라도 제대로 하라

인천 강화도에서 일어난 캠핑 가족 5명의 참상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밤중에 불꽃이 일어났고 3분만에 텐트 속이 불바다로 변했다. 가스 난방기나 석유 버너를 켜놓은 채 잠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일산화탄소가 텐트 속에 가득찬 가운데 점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큰 이른봄이라 밤에 가스난방기로 켜놓았을 수도 있다. 석유버너를 켜놓은 채 잠들었다가 질식한 사례도 있었는데, 이것은 일산화탄소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탓이고, 그램핑 관리자가 사전에 주의를 주지 않은 불찰도 있다. 그램핑이 요즘 유행이다. 겉은 텐트지만 속은 여느 펜션이나 민박과 다름없는 시설이 돼 있다. TV와 전기장판, 가스난로, 취사시설이 다 돼 있는 `화려한 캠프`이다. 오래전에 대마도에서 처음 선보였던 캠핑시설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를 배워서 지금 성업 중이다. `내용`은 펜션이지만 겉은 `텐트`이므로 법적 규제도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지만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규제는 되도록 없어야 하지만, 안전과 관계되고, 소득이 있으면서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 영업시설이라면 규제를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법규는 6월 1일부터 시행되게 돼 있으니, 그전에는 지도 감독을 할 수도 없다.관광지 경주에는 그램핑이 매우 많다. 보문단지와 불국사 주변, 양남·양북을 비롯한 바닷가 주변 등 풍광이 좋은 50여곳에 대형 캠핑장이 성업중인데, 이용료는 10만원에서 20만원 선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는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건축물인 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조세 있다`는 기본원칙에서 한참 벗어났는데, 급기야 이번에 강화도에서 참상이 발생했고, 그램핑에 대해 펜션 수준의 법적 규제를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정부 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인 가운데 당정협의회를 열 예정이고, 이번 사고 발생 텐트가 미등록 시설이어서 소방점검 사각지대로 남은 점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아 현행 캠핑시설의 신고제를 등록제 혹은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협의한다. 그램핑의 경우 `사실상의 숙박시설`이므로 그에 준하는 규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가연성 텐트 소재를 불연성으로 교체하도록 의무화하고, 소방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도록 지도할 것이라 한다.포항북부소방서와 포항시, 포항시의회는 기계면에 있는 그램핑장과 송라면의 B캠프장을 찾아가 주의를 당부했다.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는 부산을 떨다가 차츰 잊어버리는 `안전건망증`이 이제는 재발되지 않도록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겠다.

2015-03-25

청렴은 국가발전의 관문

신임 국무총리의 첫 화두가 부패 척결이었다. “경제를 살리고 개혁을 위한 첫 과제는 부패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 했다. 방위산업 관련 불량 장비 불량 무기 납품, 뇌물수수, 민간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뇌물, 해외 자원 개발 관련 배임과 부실투자 등등 이런 부패를 그냥 두고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국가청렴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박근혜 정부 3년차에 나온 국가청렴도 제고 정책에서 검찰이 먼저 `무관용의 칼`을 뽑아들었고, 중앙감사기관도 나섰다. 감사원은 무려 1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해 모든 자치단체들의 돈 씀씀이를 감사한다. 5월까지 1차로 70여 개 지자체를, 그다음부터는 나머지 지자체와 행정자치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타당성이 모자라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지자체와 교육자치단체를 찾아내고, 고위직에 대해서는 특별조사국이 투입되는 등 감찰활동도 병행한다. 항상 예산타령을 하면서도 예산낭비를 하는 자자체에 철퇴를 내린다.이번 감사는 그 `방향`이 좀 다르다. “왜 인허가를 해주었느냐”를 따지는 것보다 “왜 인허가를 해주지 않았느냐”하는 소극행정을 따진다. 공무원들은 감사에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적극행정`을 피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그래서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해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무사안일·복지부동·오불관언 등은 부패보다 오히려 더 행정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예산낭비를 막은 공직자에는 포상도 한다.경북도는 이번 전국적 사정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도는 23일 공직 바로세우기 보고회를 통해 공직비리 익명신고제, 민간 암행감사, PRIDE 암행감찰단, 기강해이 사례 집중감찰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PRIDE암행감찰단은 상시 가동돼 도정현안, 관행적 고질적 비리, 도민불편 방치 및 직무태만 등에 대해 고강도 감찰을 벌인다. 다만, 지나친 감찰로 공직사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청렴한 공직자들이 일할 맛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관피아`와 `정피아`로 불리우는 재계와 정·관계의 검은 고리는 항상 `비자금 조성`과 관련돼 있다. 이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 하는 것이 청렴국가로 가는 관건이 된다.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포스코를 시작으로 동국제강, 동부그룹, 신세계, SK건설 등으로 광범하게 번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재계 전반이 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 재계는 늘 `불경기`를 내세워 사정의 칼날을 피해왔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돈을 쌓아두거나 부동산 투기나 했다. 정·관·재계가 대오각성해서 청렴한국·선진한국으로 만들어갈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2015-03-25

한국 철강업이 나아갈 길

이달 초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세계 철강산업의 구조변화 분석과 시사점`에서 “한국 철강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능품 위주의 고품질·고부가가치의 철강제품 생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에 당면하고 있지만, 기술격차 등 제품의 차별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연구 개발과 융복합철강 기반 클러스터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기존의 생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산과 수요를 고려한 생산전략으로 재편할 것을 조언했다.생산의 다양화, 다품종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고품질·고기능성 제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경량화 추세에 따라 고장력강·초고장력강 등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친환경성, 인체친화성 등의 기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량 맞춤 체제`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 내 철강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철강클러스터 전반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전체적인 시야에서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구조로의 이행이 절실하다고 했다.이미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마그네슘(Mg) 판재를 독일 포르쉐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신형911 GT3 RS`지붕재에 적용시켰다. 상용 금속중 가장 가볍고 강도가 뛰어난 Mg 판재가 자동차 외부에 적용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차량 경량화는 세계적 추세인데, 포스코는 2007년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 측은 “성능과 연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포르쉐의 기술력에 우리의 마그네슘 판재가 더해져 차량 경량화를 획기적으로 달성한 덕분”이라고 했다. 이전 모델보다 10Kg 가량 무게를 줄인 것이다.22일 한은 포항본부는 `최근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시사점`을 발표했는데,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대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술혁신울 통한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의 자급률 향상 및 노후화된 설비의 폐쇄, MA 등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집중도 제고, 환경오염물질 배출 감소 등을 주요 목표로 한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는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포스코는 FINEX공법과 같은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제조원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 기술력 우위를 보여주었다.지금은 기술력 경쟁 시대이고, 포스코는 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에 주력해왔으며, 지곡단지에 철강대학원이 설립돼 있어서 철강기술에서 늘 앞서 가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와 중국 업계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15-03-24

민·관이 다 정신 차려야

경주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디지털관광안내도`와 `관광안내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고장난 채 장기간 방치돼 있다. 그런데도 시는 같은 기기를 대능원 앞에 다시 설치했다. 고장난 기기를 수리할 돈은 없다면서 새로 설치할 돈은 있는 모양이다. 디지털관광안내도는 4개소에 설치돼 있는데, 관광정보 뿐 아니라 포토존이 있고,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4개중 3개가 고장나 터치 인식이 잘 안 되고, 사진이 흐리게 나오며, 전송도 안 된다. 포토존이 없는 소형 관광안내 키오스크는 2009년도에 42대를 설치했지만 현재 12대가 고장나 있다. 그런데도 지난 2월 말에 대릉원 앞에 있던 기존 관광안내도를 떼어내고, 4600만원을 들여 새 장비를 설치했지만, 2주도 안돼 카메라는 초점이 맞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고장이 났으면 고장이라고 써붙여야지, 괜히 사진 찍는다고 시간만 낭비했다”고 불평한다. 수리할 돈은 없다면서 새 기기 설치할 돈은 있다니,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안동시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개인이 수십년간 국가 소유의 도로를 마당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관할 면사무소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하순 안동시 서후면 한 마을에서 농로 포장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 주민이 공공용지를 마당으로 사용해왔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의 구간을 제외한 채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개인이 불법으로 점유한 사실이 드러났으면 행정기관이 당연히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인데, 예산 800만원이 없다고 덮으려 한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다.포항시 북구 신광면사무소 한 켠에 있는 국보 제264호 냉수리신라비의 관리가 허술하다. 또 옥성리에 있는 흥해향교 대성전은 유형문화재 451호인데, 구조물에 온갖 낙서가 있고 바닥에는 깨어진 유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한다. 이 향교는 청소년들의 탈선·우범지대로 알려져 있다. 포항시에는 국보·보물 17개, 도지정문화재 47개, 등록문화재 2개 등 총 66개의 지정문화재가 있는데,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그 관리는 매우 부실하다.부산지검 형사5부는 경남 창원의 기획부동산 대표 박모(여·43)씨를 구속기소하고, 바지사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포항의 개발예정지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대대적인 광고로 땅값을 올린 후 비싸게 팔아넘겼으며, 법인세 소득세 등 44억원을 포탈했다. 안동시의 한 종교인은 상습적·반복적 민원 제기로 안동시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내용의 민원을 반복적으로 온갖 기관에 제기하고, 1시간이나 이어지는 전화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이런 악성 민원인을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201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