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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경한 시인 등단 40년 ‘12번째 시집’

시인이자 시조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는 양경한 시인이 등단 40년을 맞아 12번째 시집 ‘허공의 메아리’를 펴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90여 편의 시가 담겼다.문학평론가 이철균씨는 시인의 시세계를 “이미지의 형상화와 섬세한 시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 “진실된 체험에서 빚어 올린 서정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미지 형상화로 그리움과 순수성을 자아가 외적 세계를 부드럽게 수용하는 성향이 새로운 시적 감흥을 높여준다”고 했다.양경한 시인양시인의 시는 시적 이미지가 시의 주제와 조화를 잘 이루고 시의 작품이 신선하며 독창적이고 감각적 체험을 바탕으로 시적 캐릭터의 독특함과 비유와 상징, 메타포의 역동적으로 결합된 작품을 차원 높게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 받는다.‘한국을 움직이는 인물’과 ‘한국을 빛낸 문인’으로도 선정된 양.시인은 이번 시집을 출간한 소감으로 “시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통해 작가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의성 출생인 양 시인은 문학세계시문학상, 시와의식시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수필문학상, 중앙일보시조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시집 12권을 비롯해 10권의 시조집과 수필집, 53권의 동시집 등 약 150여 권의 책을 출간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31

111개의 전생으로 가는 문을 열다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9)의 신작 장편소설‘기억’(전2권·열린책들)이 나왔다.그는 ‘개미’, ‘뇌’ 등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이 특히 사랑하는 외국작가 중 하나다.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세계관이 이번에도 소설 곳곳에 넘쳐흐른다.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우리의 정체성에서 기억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유지하는지를 전생이라는 장치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서양적 사고와 동양적 세계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특징도 여전하다.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르네 톨레다노다.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한다.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르네. 문 너머에서 엿본 기억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이었다. 최면이 끝난 후에도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한편 르네는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제1차 세계 대전 참전병 외에도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 본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전생은 놀랍게도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어떻게든 게브를 구하고 싶어 하고, 판도라의 상자 무대에서 만났던 최면사 오팔이 르네의 조력자를 자처한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쫓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생에서는 대홍수가 예고된 가운데 과연 르네와 게브의 운명은?누구나 한 번쯤은 전생 아니면 내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베르베르는 주인공 르네의 입을 통해 지금의 생이 전부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틀란티스인 게브는 물론 제1차 세계 대전 참전병, 고성(古城)에 사는 백작 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까지…. 르네가 문을 하나 열 때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나라에서의 삶이 펼쳐진다. 그러나 기억의 문 뒤에는 보물과 함정이 공존하고 있다. 르네는 전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속도감 넘치는 예측 불허의 모험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판도라의 상자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최면사 오팔은 관객들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인간의 정체성에서 기억이 어느 만큼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지켜 나가는지가 이 작품의 화두다.르네는 일상 생활에서는 건망증이 심해서 하던 이야기도 까먹을 정도지만, 최면을 통해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심층 기억에 도달한다. 르네의 직업이 역사 교사인 것도 의미심장한데, 역사는 다시 말해 집단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르네의 아버지 에밀은 알츠하이머 때문에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반면, 최면사 오팔은 기억력이 지나칠 정도로 좋아서 괴로워한다.그 외에도 ‘기억’의 등장인물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기억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억을 어떻게 대하는지 눈여겨 본다면 소설의 재미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작가는 전생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가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개개인의 기억은 소멸될 수 있지만 그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 집단의 기억, 즉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28

황석영 문학 50여년 결정판으로 만난다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거장’소설가 황석영(77)의 중단편 대표작 전집(문학동네)이 새롭게 출간됐다.전집은 모두 5권으로 구성됐는데 처음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중단편전집의 체재와 표기 등을 가다듬고, 장정을 새롭게 하고, 신작 ‘만각 스님’까지 포함해 완전한 중단편전집으로 개비했다.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중편 ‘객지’와 ‘한씨연대기’는 온전한 주목을 요하는 작품인 만큼 각각 독립된 단행본으로 엮었다.이로써 19세의 나이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등단작 ‘입석 부근’(1962)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28년 만의 단편소설 ‘만각 스님’(2016)까지 황석영 문학의 50여 년을 결정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황석영의 중단편들은 당대 현실에서 체화한 치열한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들로서 한국문학사의 획을 그은 걸작으로 손꼽힌다.발표순으로 묶인 중단편전집의 1권 ‘탑’에는 고등학생 때 발표해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은 ‘입석 부근’을 비롯해 표제작‘탑’ ‘돌아온 사람’ ‘낙타누깔’ 등 전쟁과 인간, 당대 사회의 병리를 날카롭게 묘파한 작품들이 실렸다.2권 ‘삼포 가는 길’은 ‘삼포 가는 길’ ‘돼지꿈’ 등 소외된 이들 사이의 애틋한 연민과 연대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대표 명편들을 비롯해 ‘섬섬옥수’와 ‘장사의 꿈’ 등 당대 남녀의 욕망을 깊이 성찰한 작품들이 함께 묶였다.3권 ‘만각 스님’에는 잘 알려진 또다른 대표작 ‘몰개월의 새’ 등과 함께 1980년대의 ‘일기초’ 연작과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최근작 ‘만각 스님’이 실려 작가와 함께 시대의 흐름을 곱씹게 한다. 1983년 소설가인 ‘나’가 잠시 거처한 암자에서 만난 ‘만각 스님’의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만각 스님’은 역사의 고난과 곡절 속에서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를 반복할지언정 ‘누구에게나 일상을 견디는 일이 쉽고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잔잔한 깨달음을 안기는, ‘역시나 맑고 깊은’(문학평론가 신형철) 작품이다.이와 더불어 각각 단행본으로 선보이는 ‘객지’와 ‘한씨연대기’는 두말할 것 없는 작가의 대표 걸작들이다. ‘객지’는 1960년대 후반 바닷가 간척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던 떠돌이 노동자들이 쟁의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쟁의의 현장을 최초로 형상화해 1970, 80년대 노동소설의 선구로 평가받는 소설이다.또한 ‘한씨연대기’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북쪽과 남쪽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양심적인 한 피난민 의사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끝나지 않은 분단체제가 낳은 인간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 ‘객지’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근대소설의 협소한 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고투’(문학평론가 신수정)이자 ‘포괄적 인간 진실의 힘’(문학평론가 정홍수)을 보여주는 걸작이다.황석영은 1943년 만주 장춘에서 출생해 등단작 ‘입석부근’을 비롯해 대하소설 ‘장길산’과 장편소설 ‘손님’ ‘오래된 정원’ ‘무기의 그늘’ 등 50여 년 작품활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모순들에 끈질기게 주목해왔다. 20세기 전체의 한국적 상황과 사람살이를 통찰할 수 있는 체험의 넓이와 인식의 깊이를 지닌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21

구룡포 출신 시인 전향규가 그려낸 ‘그리움’

포항 구룡포 출신 전향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박실마을 풍경 듣다’(시와표현)를 펴냈다. 시인은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일선 기자로, 편집장으로 일하다 지난 2006년 첫 시집 ‘풍경화를 읽다’를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서정시를 고집하며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신의 창작실로 규정하는 전남 보성의 유서 깊은 박실마을 고택 주월재를 개관하고 ‘주월재에서 풍경듣다’ 시리즈 작품과 ‘남도행’ 등 서정적 카테고리로 정감을 더해주는 50여 작품을 묶었다.‘서정성을 제 가슴에서 퍼 올리는 시인’으로 표현한 시인 전기철 교수(문학평론가)는 “전향규 시인은 제 가슴에 있는 그리움이라는 조약돌을 멀리 쏘아 올리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토속적인 말이 물씬하고, 따듯한 눈이 반짝인다”고 평하면서 ‘그리움을 찾아나서는 연금술사가 바로 전향규 시인’이라고 했다. 또 공광규 시인은 “전향규 시인의 시의 근원은 자연이며 고향이며 연민에 이은 재미”라고 평하기도 했다.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머니, 고향, 지하철 풍경, 촌로의 모습 등을 다소 해학적으로 풀면서 현대 서정시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그리움’이란 메타포를 충분히 녹여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재복 교수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고도의 비유와 상징을 통해 드러내는 시에서 그리움의 감정은 시인의 오랜 수련의 대상으로 존재해 왔다. 그 수련의 정수 중의 하나가 바로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한다’(이조년)는 표현이다. 시인이 앓고 있는 정 많음의 병이야말로 어떤 대상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이 낳은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움만큼 그곳(대상)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전향규의 시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 역시 그러한 그리움”이라고 했다.이번 시집은 그가 과거 황금찬 구상 정공채 등 당대 우리 시단의 거목들에게서 사사했고 추천받은 시인으로서의 역량이 연륜과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 속의 서정성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 이유가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21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사랑스러운 푸른 잿빛 밤’ 번역 출간

“무릎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전쟁 중에 사용했던 ‘방독면 안경’을 쓴 채로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3년만에 귀향한 주인공 베크만 하사는 전후 폐허가 된 조국에 돌아와 죽음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과 베크만 스스로의 죄의식으로 인해서 ‘문 밖’에 서 있는 존재이다.” 패전 후 독일인의 절망적 상태를 그렸던 희곡‘문 밖에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1921~1947). 그는 나치스의 비인간성과 전쟁이 가져다 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전후 ‘과거의 극복’이라는 젊은 독일 작가들의 과제의 실행에서 선두에 섰던 작가이다. ‘폐허문학’으로 지칭되는 독일 전후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는 그의 전집 ‘사랑스러운 푸른 잿빛 밤’(문학과지성사)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보르헤르트의 시집 ‘가로등, 밤 그리고 별들’, 희곡 ‘문밖에서’, 산문집 ‘민들레’와 작가 사후 출간된 산문집 ‘이번 화요일에’등을 묶었다.보르헤르트는 독일 함부르크 태생으로 15세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7세때 최초의 시 ‘기사의 노래’를 신문에 발표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서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연극수업을 받아 20세 때 동부 하노버주립극단의 배우가 됐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징집당해 전선으로 가게 됐는데 불운이 겹쳐 자해행위 및 반(反) 나치발언 혐의로 두번 투옥되고 황달 등의 발병과 부상 등으로 후송과 전선복무를 반복하는 등 혹독한 전쟁체험을 했다. 1945년 포로 신분으로 종전을 맞은 그는 600킬로미터의 강행군 끝에 고향 함부르크로 돌아오지만 군복무 시절의 영양부족과 혹사 등의 원인으로 간에 치명적인 질환을 얻어 병석에 눕게 되고 2년 후 스위스 바젤의 한 병원에서 26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보르헤르트의 거의 모든 작품은 종전 후 죽기전까지 2년간에 쓰여진 것으로 그 대부분에 작가 자신의 체험이 짙게 반영돼 있다.전쟁의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기인한 허무주의적 감상과 이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실존주의적 노력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폐허문학’으로 분류되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 대부분이 당시의 시대사적 맥락을 넘어서는 의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잊혀간 것과 달리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14

“나는 누구일까?”… 내 안의 심리적 원형

인간 마음의 심층을 탐구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자서전 ‘기억, 꿈, 회상’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이 자기실현을 해 나간 이야기이다.”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아가 있으며, 이 미성숙한 자아에서 역경을 이겨내며 성숙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 삶의 여정이다. 인류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유전돼 온 집단무의식적인 기억을 심리학에서는 ‘원형(아키타이프)’이라 부른다.융 학파의 심층심리학자인 캐럴 피어슨은 ‘나는 나’(연금술사)에서 칼 융의 원형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설명해준다.‘고아 원형’, ‘방랑자 원형’, ‘전사 원형’, ‘이타주의자 원형’, ‘순수주의자 원형’, ‘마법사 원형’이 바로 그것이다.먼저 ‘고아 원형’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하고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심리적 추방자다. 사람을 믿지 않고, 자신을 희생자로 보며, 삶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왜 이토록 힘든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방랑자 원형’은 자신의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이상적인 곳을 찾아 떠나는 유형으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선언을 반복한다. 여행을 가장한 현실도피자가 될 수도 있다.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유형인‘전사 원형’은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개인적 책임감이 강하다. 타인과의 경계선을 명확히 긋지만 그만큼 주위 사람을 혹독하게 다루며 항상 이기려 드는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전사의 이야기는 주로 ‘내가 어떻게 목표를 이루었는가?’ 혹은 ‘어떻게 적을 이겼는가?’이다.‘이타주의자 원형’은 자신보다 숭고한 무엇인가를 위해, 혹은 세상을 더 나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다. 이 유형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 자신이 세상에 주고 싶은 것, 이 삶 이후에 남기고 싶은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강박적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순수주의자 원형’은 삶을 낙관하고 더 큰 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유형이다. 심리적 추방과 시련을 거쳐 순수 세계로 귀환함으로써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치유하고, 자신이 희생자라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자신의 여행을 신뢰하면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끝으로,‘마법사 원형’은 자신의 미래를 마법처럼 변화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삶의 주인을 자신으로 설정한다. 삶을 선물로 보며, 자신이 할 일은 자신의 선물을 세상에 주면서 삶과 완전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이 6가지 원형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평생 동안 한 가지가 지배하기도 하지만 단계적으로 나타나 그 시기의 자아를 형성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들 원형은 함께 활성화돼 자아의 모습을 다양하게 구성하기도 한다.길이 막히고 방향을 잃을 때마다 우리 안의 고아는 회복력을, 방랑자는 독립심을, 전사는 용기를, 이타주의자는 연민심을, 순수주의자는 삶에 대한 믿음을, 마법사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마음의 힘을 우리에게 일깨운다.이번 번역서의 원제인‘내 안의 영웅(The Hero Within)’이 말해주듯이 저자는 인간의 마음, 나아가 영혼의 세계를 주체적으로 탐험케 한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0-05-14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비결이 뭔가요?” 정신과 전문의로 50여 년간 환자를 돌보며 베스트셀러‘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로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설파한 작가이기도 한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25년간 1만 쌍의 부부 및 부모 자녀를 위해 상담하고 마음 치유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서원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 이 두 사람이 만나서 ‘인생’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고민들로 인해 비틀거리고 넘어지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 알려준다.이근후 교수는 여든이 넘은 원로 정신의학자로 방송을 통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전해왔다. 이 소장은 상처받고 분노하는 시민을 위한 치유상담모임(붕대클럽)을 이끌고 있다. 또 cpbc 라디오 프로그램 ‘감정식당’에 출연해 가족갈등 해법을 감정 관리로 풀어가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샘터)은 이근후 교수와 이서원 소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주제로 수개월에 걸쳐 매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 질문 50개를 가려 뽑았다. 이근후 교수와 이서원 소장이 오랫동안 상담해오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과 요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균형 있게 넣었다.이 교수는 ‘욕심 없이 사는 게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자신의 처지를 아는 것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라 조언한다. ‘미워하는 사람이 용서가 안 된다’는 고민에는 “용서가 안 되는 내 마음을 정상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 나를 먼저 용서하라”고 귀띔한다.이 소장은 여는 글에서 “우리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떠나는 존재”라면서 “한 어르신의 평생 쌓아온 인생 원리에서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지, 힘든 삶 속에서 어떻게 웃으며 살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덜 외롭고 더 즐거운 하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1장에는 불안과 욕심, 상처 등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이 담겨 있다. 2장에서는 자존감, 창의성 등 건강한 자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알아보고, 3장에서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다룬다. 4장부터 6장까지는 각각 가족 관계, 부모 자녀 관계, 부부 관계를 다뤄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7장과 8장에서는 사회생활 속 다양한 관계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5-07

자유롭고 무한한 내면을 발견하라

요가는 본래 몸을 가꾸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이른다. 요가의 대표적인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요가의 세 가지 길’로 지혜, 행위, 헌신을 꼽는데, 그중 ‘마음의 요가’(판미동)에서 다루는 즈냐나 요가는 ‘지혜’를 중시하는 방법이다. 즈냐나 요가에서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의 뿌리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無知)로부터 비롯된다고 보고 자유롭고 무한한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찾고, 또한 모든 존재 안에서 신을 발견하기를 권한다. 비베카난다는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라고 말하면서 다만 우리가 우주적 존재라는 사실만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우리가 더 큰 존재라는 확신과 이상이 있을 때 삶에서 보다 적게 실수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의 본성, 어둠과 무지를 뜻하는 마야, 업을 뜻하는 카르마, 선과 악, 영혼의 윤회, 깨달음 등은 추상적인 주제들이지만 그것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 볼 만한 질문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해명해 내는 비베카난다의 다양한 비유와 탄탄한 논리들은 이성적이고 체계적이어서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0-05-07

신비롭고 처절하게 기록된 전쟁의 상흔들

‘밤의 책’(문학동네)은 프랑스 현대문학 거장으로 꼽히는 여류 작가 실비 제르맹(66)의 데뷔작이다. 제르맹은 페미나상, 국제라이온스클럽상, 그레비스상, 에르메스상, 파시옹상, 고등학생 선정 공쿠르상 등 다수 문학상을 받았고, 남미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한다.이 작품 역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과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초자연적 현상과 전설, 민담, 신화를 덧붙여 마술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거대 서사가 펼쳐진다.빅토르플랑드랭 페니엘, 일명 ‘황금의 밤 늑대 낯짝’이라 불리는 인물을 중심으로, 선대의 이야기부터 그의 자손들이 땅 위의 고랑처럼 깊은 전쟁의 상흔들을 살갗 위에 새기며 태어나고 스러져가는 백년의 역사를 담았다. 1870년 보불전쟁부터 1945년 제2차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의 길목에서 살아간 페니엘가(家) 사람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어두운 밤을 통과하며 마침내 엄혹한 세계와 화해해가는 과정을 실비 제르맹 특유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밤의 책’은 나의 최고의 소설이다. 그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 첫 책에서 나는 사람들의 삶이 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망쳐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실비 제르맹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0-05-07

유방부터 왕망까지 230년 전한 역사

중국 후한(後漢) 시대 학자·역사가·문학가 반고(班固·32∼92)가 편찬한 전한 시기 역사서 ‘한서’(漢書) 완역본(21세기 북스)이 국내 최초 완역 출간됐다.한 고조 유방부터 왕망이 신(新) 왕조를 수립할 때까지 230년 전한(前漢)의 역사를 100권에 담은 ‘한서’는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 역사서의 모범으로 평가되고 있다.‘후한서(後漢書)’를 지은 범엽(范曄)은 “사마천의 글은 직설적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며, 반고의 글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은 사마정(司馬貞)은 “‘사기’는 반고의 ‘한서’에 비해 예스럽고 질박한 느낌이 적기 때문에 한나라와 진(晉)나라의 명현(名賢)들은 ‘사기’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明)나라 때까지 이어져 학자 호응린(胡應麟)은 “두 저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 정설은 없었지만, 반고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대략 열에 일곱은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서’는 품격 있고 질박한 문장과 풍부하고 상세한 서술로 역사가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반고의 잘 다듬은 문체 덕분에 문학적 가치는 ‘사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송나라 작가 양만리(楊萬里)는 “이백의 시는 신선과 검객의 말이며, 두보의 시는 선비와 문사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문장에 비유하자면 이백은 곧 ‘사기’이며, 두보는 곧 ‘한서’”라고 평했다.‘한서’(漢書) 완역본은 모두 10권이다. 제왕의 행적을 정리한 본기(本記) 1권, 역사 흐름을 연표로 나타낸 표(表) 1권, 주제별 역사를 서술한 지(志) 2권, 인물을 집중적으로 논한 열전(列傳) 6권으로 구성된다.번역은 일간지 기자 출신 고전 번역가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이 했다. 역자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정제된 문장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고증해가며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풀어냈다. 그는 서문에서 ‘한서’를 번역한 이유에 대해 “우리의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깊고 넓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일본에는 ‘한서’가 완역됐는데, 우리는 열전 일부만이 편집된 채 번역된 현실이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30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

최근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 작가인 문서정이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도서출판 강)를 선보였다.제2회 에스콰이어 몽블랑 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인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와 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밤의 소리’ 등 그동안 전국 규모의 문예지 수상작들을 위시해 단편 8편을 추려낸 ‘작품집’이다.삶의 상처와 비극, 인간 욕망의 복잡성 등에 관한 경험담과 깊이 있는 사색을 담고 있다. 온갖 상처와 오명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눈길을 끈다.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소설집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이번이 첫번째 소설집인가.△예. 지난해 6인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를 내고 처음으로 내는 창작 소설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2018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수혜자로 선정돼 소설집을 내게 됐다.-소설집 제목이 특이하던데.△표제작‘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제목으로 지었다. 대학 시절 인문학 읽기 동아리의 구성원들이 30대 후반이 되어 한 멤버의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이후의 일을 그린 작품이다.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육감적인 몸매의 한 멤버가 옛 연인의 영정 앞에 등장하며, 남자들은 그녀와 얽힌 각자의 기억을 끄집어낸다.-소설은 타자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8편의 단편들에는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늘 무언가를 버리거나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나 소설의 이야기는 버림과 벗어남의 직전, 혹은 그 한가운데서 멈추며, 그때 그 욕망은 환상의 상연을 그치고 삶이 껴안아야 할 근본적 아이러니로 날카롭게 귀환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에서 부딪치는 상실과 기다림 등 일련의 것들은 독자들에게‘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문제와 ‘어떻게 살야야 하는가’라는 가치론적 문제를 깊이있게 성찰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소설은 그 본질적 속성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수록작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과 ‘밀봉의 시간’에는 흉터를 가진 이들이 행하는 필사적인 외면의 시도가 담겨 있다. 은성은 옛 연인이 일방적으로 맡겨놓은 조카와 개를 떠나보내기 위해 “과거 청산 프로젝트”(106쪽)에 착수하고(‘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 ‘나’는 연인이자 운동권 선배였던 K와의 기억을 이십여 년 동안 “완벽하게 밀봉”(139쪽)한다(‘밀봉의 시간’). 이들은 버려짐의 상처를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버려짐을 겪은 이에게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경험의 지혜이자, “생존해야 한다는 본능”(116쪽)이다. 그러나 과거가 끈질김을 과시하듯 개를 버리려는 은성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고, 옛 기억들을 잊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나’ 역시 상처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그것들과 고통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과거가 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므로, 나의 소설은 버려진 이들이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 또 다른 타자들을 향한 대처법으로 나아간다. 그중 하나가 “공격적 수비”(45쪽)다.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슬픔은 머리카락처럼 자라나고, 불행은 밤처럼 점점 짙어”(60쪽)가기 때문에 “누구든 나를 치면 피범벅이 되도록 곱절로 되갚아준다”(53쪽)는 것(‘밤의 소리’). 상처로 점철된 이들에게 이보다 확실한 생존법이 있을까.ㅡ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장편을 구상하고 있다. 완성되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이 홍역처럼 치르는 성장기를 추리기법적인 구성으로 그리게 될 것이다. 인물들이 서로를 증오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하며 또한 서로 연대하기도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사건 전개가 빠른 소설이 될 것 같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에 일어난 사회 현상을 담은 단편들도 쓰고 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쓰려고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부산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성장한 문서정은 영남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밤의 소리’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소설 대상,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받았다.

2020-04-30

100세 철학자의 “한번 멋지게 살아볼까”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나이 듦, 건강, 가족, 그리움, 신앙, 사랑, 사회, 소박한 일상 등을 주제로 건네는 70편의 따듯한 글’.대한민국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3일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에세이집‘백세 일기’(김영사)를 펴냈다.1920년 평안남도 대동 출신으로 평양 숭실중과 제3공립중을 나왔으며 일본 조치(上智)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대한민국 10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을 겪었고, 1947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의 경제·정치발전을 모두 목격했다. 서울 중앙중고 교사와 교감으로 근무한 뒤 1954년부터 1985년까지 31년 동안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해왔다.‘행복 예습’ ‘영원, 그 침묵의 강가에서’등 숱한 저서를 냈고, 2016년 8월 펴낸 ‘백년을 살아보니’는 1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그는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써 원고 청탁에 응하고, 되도록 강연 요청도 수락한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소박한 봉사 의식의 발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철학이 ‘백세 일기’로 결실했다.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70편의 글들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엮어냈다. 이번 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한 ‘김형석의 100세 일기’원고에 몇 편의 글을 추가한 것이다.“오래 살기를 잘했다.” 인생의 석양이 찾아드는 지금, 여전히 성실하게 삶의 순간을 채워나가는 이의 짧고 담담한 고백이다. 김형석 교수는 매일 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쓴다. 그렇게 충만한 삶의 시간을 새기고, 과거에 머무르기보다는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살기를 꿈꾼다. 그러한 노 교수의 글엔 앞선 100년이란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성실한 삶의 조각들이 반짝인다.“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29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23

전략적 사고 습관이 선진국으로 가는 방법

성주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와 미육군대학원을 졸업하고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김진항씨가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방법은‘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라는 점을 강조한 저서 ‘전략적 사고’(좋은땅)를 최근 출간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모두가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최빈국 수준의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새마을운동’을 통해 세계 10위 권의 잘사는 나라가 된 경험을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국가차원에서 새마을운동처럼 ‘전략적 사고 권장캠페인’을 추진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전략적 사고는 ‘미래적이고 전체적인 차원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큰 틀에서 생각하는 버릇’을 뜻한다. 즉,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시간적 맥락과 공간적 맥락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해 사전에 여유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대비해나가는 사람이다. 또한 저자는 전략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성과 상상력과 감정이입능력,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적수준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새마을운동처럼 ‘전략문화 확산 국민운동’을 전개해 우리 국민들이 공감하고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미래를 예측해 대비하는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 선진국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2020-04-23

세계와 정면 대결하는 아나키스트의 출현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아시아)은 단편소설 ‘우리 아빠’로 제21회 심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강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심사 당시 구모룡·홍기돈 문학평론가, 방현석 소설가에게 “발랄한 상상력에 현실의 질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우리 아빠’를 포함해 모두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작품집에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상상력을 선보이면서도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우주로 날아가는 이벤트가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에도 사람들은 한없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갈등하고 좌절한다.‘알로하의 밤’은 ‘알로하’라는 특이한 성씨를 가진 동명이인들의 모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그저 성씨가 ‘알’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오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인 시각들을 보여준다. ‘잘 자, 병철’은 역 대합실에서 살아가는 노숙자 ‘병철’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생존하는 것에 급급해 보이는 삶이지만 “권력 구조 바깥으로 이탈하여 그에 맞서는 병철의 면모 및 방식은 아나키즘에 접근해 있다“(홍기돈, 해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23

성공한 사람들의 표현 방법 그들의 말은 어떻게 다른가

“말하는 방식이 바뀌면 당신의 가치를 50% 더 올릴 수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구글, 인텔, 링크트인, 코카콜라 등 세계 최정상 기업과 리더들을 상대해온 미국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코치 카민 갤로가 화법(話法)의 정수가 담긴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CNN 등에서 앵커로 일했고 ‘최고의 설득’, ‘어떻게 말할 것인가’ 등 화술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쓴 카민 갤로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맞춤해 평범한 내용에서 핵심만 남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팩트에 화력을 붙일 무기로 쉬운 단어 쓰기, 유명인이 쓰는 표현 따라 하기, 훅 만들기 등 상황에 맞는 말하기 공식을 만든 것이다. 이 공식에 능숙해지면 하나의 이야기로 듣는 대상, 제한 시간, 주제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해 쓸 수 있는 강력한 스토리 라인을 완성할 수 있다.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2천300년 전에 수사학을 통해 말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제압했다고 말하는 카민 갤로는 신간 ‘말의 원칙’(알에이치코리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근거한 10가지 말의 원칙을 담았다.이 책 1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인류 역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 빛을 발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링컨이 단 2분의 연설로 미국 국민의 가슴에 권리라는 단어를 깊이 새길 수 있었던 방법, 존 F. 케네디가 서른한 번에 걸쳐 수정한 원고에 담긴 동사 활용과 작법을 통해 수십 년간 전해지는 연설문의 정석과도 같은 표현들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현재 각 분야의 최정상급 전문가로 손꼽히는 과학자, 기업가, 성공적으로 적응을 마친 임원까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직시하고, 말로써 이를 돌파한 학자와 기업가들의 공통적인 표현 유형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법의 정수인 파토스(감정)를 자극하는 말하기, 전설의 각본가들이 쓰는 3막 구조 말하기, 최소한의 단어로 한 문장을 만들어 표현하는 방법까지 가슴에 남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우리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나 남다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스스로가 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그저 우물쭈물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어떤 경쟁자도 당신을 앞지를 수 없는 특별한 말기술과 당신을 대체 불가한 존재로 만들 새로운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유연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지금 ‘구글’이라는 거대 기업을 있게 한 두 젊은 창업가들을 보라. 이들은 단 한마디로 자신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할 줄 알았다. “모든 이용자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공짜로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한다”라는, 초등학생도 이해할만한 수준의 문장이 가진 영향력은 창업 투자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고, 구글의 신념을 궁금하게 했으며 실리콘밸리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회원 수가 경쟁사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사이트를 창업 10년 만에 260억 달러(한화 약 31조) 가치로 끌어올린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역시 비유로 요리하고 유추로 고객의 흥미를 자극하라는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투자자의 마음을 돌렸다. 이 원칙은 그가 매년 단 두 명에게 제공하는 창업 지원 조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빌 게이츠와 전설이 된 CEO들의 멘토였던 인텔 CEO 앤드류 그로브 역시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임원부터 갖추라고 했으며, 스스로 정리한 내용을 10분 안에 전달할 수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16

전체주의 몰락에서 배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2020년 벽두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한껏 작아지고 국경도 무의미해진 지구촌에서 ‘서구(the West)’란 더 이상 지리나 인종 상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질병 앞에 인체는 평등하다고 해서 사람집단들이 공유하는 생각과 가치까지 동등할 수는 없다. 서구란 바로 ‘특정 종류의 생각과 가치의 총합’, 서구문명(the Western Civilization)이다. 왜 오늘날은 이처럼 살기 좋아졌는가 왜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가.‘역사의 옳은 편 오른 편’(기파랑)은 미국의 젊은 보수 논객 벤 샤피로(36)의 서구 문명과 역사의 진전에 대해 논한 책이다.저자가 보기에 역사의 옳은 편, 즉 오른편에 섰기 때문에 세상은 오늘처럼 살기 좋아졌고 옳은 편을 저버리는 집단 때문에 세상은 망가지고 있다.그 옳은 편은 3천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서구 문명이고 옳은 편을 저버렸기에 멸망한 집단은 그 반대편에 선 세력으로 지난 세기의 경우 사회주의였다.저자는 서구 문명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되는 유대 기독교와 아테네로 상징되는 이성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개인과 공동체의 존속과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목적’과 ‘수단’은 이로부터 나온다는 것. 다만 “종교적 가치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우리는 신정국가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성만을 신봉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유물론에 기반한 독재국가가 탄생할 것”이라면서 두 기둥 중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인간사회를 꾸려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지난 세기 문명의 반대편에 선 것은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으로 대표는 전체주의 세력이었다.21세기 들어 몰락한 전체주의의 맥을 잇는 세력으로 저자는 사회주의의 옛꿈을 떨치지 못한 좌파와 인간을 한갓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과학만능주의를 꼽는다. 우파의 탈을 쓴 극우 전체주의, 예컨대 인종주의나 이른바 ‘대안우파(alt-right)’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한국어판 서문에서는 “대한민국의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서구 문명의 근본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한 나라를 발견하게 된다. 세계관의 비교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처럼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 주는 사례는 지구상 어디에 없을 것이다” 라고 썼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0-04-09

자신의 마음 돌보고 있나요?

우리는 종종 내 마음과 상관없이 나를 꾸며낼 때가 있다. 상대방의 농담에 화가 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일이 잘 안 풀릴까 걱정돼도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불안감을 숨기며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을 선택한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따르기보다 ‘그래야 한다’라는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다 보니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모른 척하는 것이 습관이 돼 버린다.‘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다산초당)는 국내 최초의 대중 정신건강전문지 ‘정신의학신문’ 창간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정엽 원장이 내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인문 심리서다.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말하는 책은 많지만 정작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저자는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돌본 적이 없다면 몇 살인지와 상관없이 새삼스럽게 자신을 관찰하고 발견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말한다. 더 이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떠밀려가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면, 사는 게 버겁고 힘들어서 자꾸만 무기력에 빠진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일에 이 책이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돼 줄 것이다.△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만드는 자기결정권 연습사람들은 흔히 생각과 감정은 제어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모든 생각과 감정을 점검할 필요는 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생각 때문에 괴롭다면 그 생각의 뿌리를 직면하고 교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사랑스럽지 않아’, ‘나는 아직 부족해’, ‘나는 특별하지 않아’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그 생각을 만드는 생각의 뿌리가 우리 사고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면 마음의 덫이 돼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자꾸 붙잡는다.정신 치료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교정적 감정 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은 생각의 뿌리를 바꾼다. 저자는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뿌리가 스스로를 억압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넨다. 나를 긍정하고 내 생각을 용기 있게 선택할 수 있을 때, 즉 삶의 결정권이 내 손 안에 있을 때 인생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높은 자존감을 위해서는 건강한 자기감이 필요하다최근 몇 년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거의 모든 문제를 자존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는 물론이고 일상의 대화에서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며 ‘높은 자존감’이 또 하나의 스펙이 된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은 자존감의 문제일까?저자는 높은 자존감은 건강한 자기감 위에 세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자신을 존중하는 감각이라면 자기감은 자신을 이해하는 감각이다.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지켜주고 북돋아주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인지하는 자기감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존중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자존감은 주변의 상황, 타인의 반응 등에 의해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자기감은 자신에 대한 개념, 가치관이기 때문에 고정적이고 전체적이다. 건강한 자기감을 갖출 때 스스로도 존중할 수 있고 타인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을 지키는 셀프 심리 코칭정신의학신문의 상담 코너에는 매주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도착한다. 사연을 보낸 이들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나이도 각기 다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을 어려워한다.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뭔가 달라지고 싶은데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조차 모르겠으니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독자들이 전문의를 찾지 않고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만으로도 누구나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셀프 심리 코칭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02

감추어진 실체… 중일전쟁에 대한 서구 사회의 편견을 깨다

20세기를 통틀어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사건을 고르라면 제2차 세계대전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1939년 9월 1일 시작돼 1945년 9월 2일까지 치러진 전쟁이라고 알고 있다. 그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광기 어린 히틀러의 탱크부대가 폴란드 국경을 침범해 넘어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일까? 그렇게 보는 게 옳은가? ‘중일전쟁 :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글항아리)를 쓴 래너 미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은 독일 전차가 폴란드 국경을 치고 넘어간 1939년 9월이 아니라, 1937년 7월 7일 중국 베이징 근교에 있는 루거우차오(일명 마르코 폴로 다리)에서 벌어진 중국군과 일본군 사이의 총격전에서 비롯됐다.‘중일전쟁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는 1937년 7월 7일 중국 베이징 근처에서 벌어진 중국군과 일본군의 국지적 충돌인 ‘루거우차오 사변’으로 시작해 중국 전역은 물론 인도차이나, 버마(현재의 미얀마), 인도까지 확대됐다가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패망으로 종결된 8년간의 전쟁을 시대순으로 짚어가며 그 전쟁의 전개 과정과 의미를 분석한다.‘중일전쟁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는 2013년 출간돼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옵서버’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윤희정기자

2020-04-02

항구적 현재에 유폐된 세계서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말하다

‘정크스페이스|미래 도시’(문학과지성사)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의 에세이 ‘정크스페이스’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프레데릭 제임슨이 콜하스 사유를 주제로 집필한 또 다른 에세이 ‘미래도시’를 묶었다. 렘 콜하스가 이끌었던 하버드 대학 디자인 스쿨 세미나 ‘도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쇼핑 안내서’에 수록됐던 글 ‘정크스페이스’는 “20세기에 건축은 실종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지금 도처에서 끝없이 뻗어 올라가고 있는 저 건축물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그에 따르면 그것은 정크스페이스, 즉 쓰레기공간이다. 건축은 더 이상 기념비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게 됐고, 영원한 변화를 갈망하며 언제나 새롭게 재편되길 기다리는 공간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이것은 단지 건축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의 종말, 이 세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영원한 현재에 유폐됨을 의미한다.프레드릭 제임슨의 ‘미래 도시’는 콜하스의 비전과 ‘정크스페이스’가 등장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제임슨은 현대 도시와 건축,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쇼핑과 상품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광범위하게 수행하면서 ‘정크스페이스’가 갖는 의미와 잠재력을 포착해낸다.제임슨은 ‘정크스페이스’가 그 자체로 포스트모던한 텍스트이며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4-02

모르는 사람을안다고 착각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

‘타인의 해석’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제공‘타인의 해석’(김영사)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57)의 6년 만의 신작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뉴욕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 아마존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시카고트리뷴에 각각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말콤 글래드웰은 천재적인 글쓰기와 독보적인 통찰력으로 발표한 여섯 권의 책을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리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경영저술가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기자로 일하면서 2005년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에 선정됐다.말콤 글래드웰은‘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을 통해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이 잘못된 전략의 수정을 제안한다. 책의 주제는‘소통과 이해’다.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진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오류를 조목조목 짚은 다음, 그 이유를 인간 본성과 사회 통념에서 찾아내고,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사건은 백인 남자 경찰관이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 여자 운전자의 차를 멈춰 세우면서 시작된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담뱃불을 붙였다. 감정이 고조되고 입씨름은 거북할 만큼 장시간 이어진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경찰차 계기반 위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에 녹화됐는데, 유튜브 영상은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찰관이 샌드라 블랜드를 차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로부터 사흘 뒤, 샌드라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 비극의 시작은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지면서”였다. 이처럼 최악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의 사례는 무수하다. 우리는 매일같이 타인과 만나고 그를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전문 설계사와 상담한 후에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면접을 치러서 직원을 뽑는다. 그 펀드는 고수익을 냈는가? 면접 점수가 높았던 구직자가 더 능력 있는 팀원이었는가? 이 질문들에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당신도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툰 사람이다.저자는 무엇보다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하지만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낯선 사람은 일종의 위험입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친절한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 판단을 하지요. 하지만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그런 식의 판단을 내리는 데 굉장히 서툽니다. 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런 약점이 있다고 해서 낯선 사람과 대면하는 걸 마냥 피할 수만은 없겠지요. 세상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들은 대부분 과감하게 다른 사람과 말을 터보면서 시작됩니다. 그 첫걸음은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_서문. 한국의 독자들에게(14쪽) /윤희정기자

2020-03-26

“역사 이전 시대‘先史’ 폄하는 잘못된 일이다”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글항아리)는 세계적 권위의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61)가 쓴 전 세계 선사시대 통사다.국내엔 낯선 이름이지만 고고학자로는 최초로 독일 라이프니츠 상을 수상한 헤르만 파르칭거는 고고학의 초국가적 협력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학술적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해온 것을 인정받아 로이힐린 상을 받기도 했다. 스키타이 유적 발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의 평생의 공력을 한 권에 집약한 것이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다.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단은 “고고학적 세부 지식을 펼쳐 보이며 획기적인 해석을 선보였다”(쥐트도이체 차이퉁), “학계의 최신 연구를 포괄했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한 내용이다”(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라디오), “이 명작은 학문의 언어로 쓰인 인류에 대한 소설이다”(타게스슈피겔) 등 찬사를 내놓았다.책은 1천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고고학, 고고유전학, DNA를 통한 고대 인구사 연구 등 전방위적 학문의 성과를 포괄하고 있다.특히 가설과 논쟁을 검증, 비판, 재해석하는 이 책은 독자가 정형화된 해석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하며, 일반에게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바로잡아주는 게 큰 특징이다. 유형 유물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서 증거에 근거해 논하는데 과감한 해석을 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진보의 힘을 읽으려는 긍정적 서사가 돋보인다. 저자는 말한다. “원시시대 조상들 삶의 역사성을 부정하고 ‘역사 이전 先史’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일반적으로 기원전 4천 년에서 기원전 3천 년 무렵에 생긴 기호 체계를 문자의 시초로 본다. 하지만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니드’는 그보다 수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직립 보행하고 무언가를 움켜잡는 데 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신호, 상징, 그림을 이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이 책에 등장하는 문명들은 우리에겐 분명 낯설다. 한때 출현했다가 사라진 문명들이 살아갔던 혹독한 조건은 우리에겐 미지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섣불리 재구성하기보다는 어떤 유물이 발견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목한다. 다시 말해 시간의 퍼즐부터 하나하나 모아나간 것이다. 그러면서 개별적 정체성, 사유재산, 사후세계에 관한 의식의 등장, 나아가 영토와 지배 같은 추상적 범주를 이야기한다.현생 인류의 발전에서 단연코 결정적인 것은 불의 사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이라 불린다. 하지만 결정적인 어떤 변화도 ‘혁명’이라 부르긴 어렵다. 즉, 단시간에 이뤄진 것은 없다. 발전, 중단, 후퇴의 국면을 되풀이하며 인류의 역사는 매우 천천히 진행돼 왔다.인간은 주변 환경에서 생존할 만한 식량과 거처만 확보되면 더 나은 것을 향한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인구 증가의 압박으로 인해 생존법을 도모할 필요가 없는 한 수렵 채집의 현실에 머물렀다. 풍족한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농업 생산이 매우 늦게 나타난 이유다.문명은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석기시대부터 인류는 ‘효율성’과 ‘최적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문자 발명 이전이었지만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인류는 기존에 꿈꾸지 못했던 것을 꿈꾸기 시작했고, 자연이 만들어놓은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곧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가 됐다. 이 책은 문자 발명 이전 인류의 700만 년 역사를 비행하면서 인류가 어떻게 역사적 존재가 됐는가를 탐험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3-19

조지 오웰이 들려주는 ‘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일용할 양식이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마음의 양식’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독서란 기호에 불과할까, 기호라면 얼마나 값비싼 기호일 것인가? 뭇 인간에게 드리워진 압제를 고발하고, 탁월한 방식으로 인류애를 피력해 온 20세기 문필가 조지 오웰은 이 같은 호기심을 지극히 형이하학적으로 해결했다. 오웰은 책에 한 해 25파운드를 쓰고, 담배에는 40파운드를 썼다. 물론 지독한 애연가에게 독서는 흡연보다 값싼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계산은 그저 저렴하고 유익한 취미 활동에 투자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나 투정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책 소비가 계속해서 저조하다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현상이 적어도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그리고 펍에 가서 한잔하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이지 돈이 훨씬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오웰은 날카로운 화살을 제 자신에게 돌린다.산문집 ‘책 대 담배’(민음사)에는 책을 쓰고, 팔고, 빌리고, 사 본 조지 오웰의 진솔한 면모가 살뜰히 담겨 있다. ‘어느 서평가의 고백’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찬사해야 하는 고통이,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에는 책의 저술을 둘러싼 실질적인 자유에 대한 의구심이, ‘책방의 추억’에는 책이라는 물질을 사고파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진절머리가 기록돼 있다.포장되지 않은 오웰의 산문들을 하나하나 소화하다 보면, 어느새 한 인간의 정직한 지성과 의지만이 줄 수 있는 양분이 전해질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3-19

지금,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세계 4대 성인(聖人)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는 우리 인류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의미심장한 철학적 메시지를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수 세기 세월이 흐른 후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넌 누구냐(Who that’s)’라는 경이로운 질문을 또다시 우리에게 던졌다. 과연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가. 무엇에 인생의 가치를 둘 것인가.기업인 출신의 수필가 김인환 씨가 최근 수필집 ‘넌 누구냐(하움출판사)’를 출간했다. 김 작가의 첫 수필집 ‘넌 누구냐’는 기업경영 경험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삶을 성찰하는 진솔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일들을 고사(古事)와 함께 엮어 편안한 문장으로 펼쳐내고 있다.김 작가는 나눔경영을 실천해 성공한 기업가이자 유능한 CEO로서 정평이 나 있다. 글 마디마디마다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이 배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젊은 시절 추억과 사회의 현실, 미래지향적인 방안 등 다양한 색깔의 수필 작품이 빼곡하다.책에서 김 작가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3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유엔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현시대를 사는 우리가 조국을 살려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예리하게 제시하고 있다. 웨딩 산업의 위축, 아동용품 소비급감, 텅 빈 교실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학정원 축소 등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사회적인 부작용 같은 암울한 미래를 열거하면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도 현실감 있게 내놓고 있다.어쩌면 권력의 힘 앞에서 사라질뻔했던 역사적 사실도 가벼이 터치한다. ‘청와대 비서실장 저격 사건’, ‘김대중 선생 납치사건의 진실’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독특한 해석을 제시해 독자들이 반감을 일으키지 않고 읽도록 유도한다. 국가관과 통일관 확립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용기 있는 필력을 발휘하고 있다.일부 진보 인사들의 편협된 시각에 영향받아 온통 비행만을 저지른 것으로 여기기 십상인 일반의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화합해 나가야 할 숙명적인 공동체임을 강조한 것도 신선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문제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점도 이채롭다.+과연 우리 시대에 ‘제5대 성인’을 볼 수 있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어쩌면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시대 보통사람들이 곧 성인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해석도 제시하고 있다. 영원한 시대의 어른이자 ‘바보 형님’인 김수환 추기경의 위대함도 다시 새겨보고 있다.이번 수필집 제목 ‘넌 누구냐’는 셰익스피어가 대표작인 ‘햄릿’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의문이자 교훈이다. 우리 인간들의 본성을 일깨우기 위한 세기적 질문인 셈이다.김 작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숙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화두를 던진다.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을 통해 생애는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귀한 교훈을 얻게 한다.작품 곳곳에서 매사에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업인으로서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 수필가로서의 남다른 자부심과 각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숱한 만남 속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유려한 필치로 묘사된다.김인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면서 참다운 모습으로 고귀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면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누구나 지난 과거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역사를 알고 시대를 반추하며 햄릿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해갈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