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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관광공사·카카오 ‘가볼만할지도 캠핑편’ 공개

한국관광공사와 카카오모빌리티는 19일, ‘가볼만할지도 캠핑편(이하 ’전국 캠핑 지도‘)’을 선보였다. 전국 캠핑 지도에는 지난 1년간(2024년 7월~2025년 6월) ‘카카오내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인기 캠핑장 10곳이 담겼다. △영도 마리노 오토캠핑장(부산 영도구) △인천 송도국제캠핑장(인천 연수구) △노을진캠핑장(인천 서구) △더드림핑 글램핑(경기 남양주) △평화누리캠핑장(경기 파주) △자라섬캠핑장(경기 가평)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강원 강릉)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강원 동해) △고사포야영장(전북 부안) △황매산별쿵캠핑장(경남 합천) 등이다. 캠핑장 예약 방법과 월별 방문 추이 등 캠핑장 정보와 함께 인근 관광지, 맛집 등 다양한 여행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아울러 가족친화 캠핑장 Top5, 캠핑 마니아가 선호하는 캠핑장 Top5 등 흥미로운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는 국내여행 정보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카카오 T, 카카오내비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가영 한국관광 공사 국내디지털마케팅팀 팀장은 “캠핑을 즐기기 좋은 가을에 맞춰 보다 유용한 여행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이번 캠핑 지도를 기획했다”라며, “앞으로도 시의적절하고 여행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22

스마트한 ‘축집사’가 다양한 축제 안내해요

문화관광축제 관람객이 보다 쉽고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축제 안내를 도와주는 집사 서비스(이하 축집사)가 나왔다. ‘축집사’ 는 지난해 공사가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서비스로, 축제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방문객 집중에 따른 주차난 △주변 도로 혼잡도 증가 △음식(먹거리부스) 결제 시스템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할 예정이다. 먼저 스마트 지도를 통해 축제 부스 위치와 프로그램, 편의시설 등 일자와 시간별로 달라지는 축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한 AI 카메라 분석을 통해 인구 밀집도를 5단계(여유, 보통, 복잡, 혼잡, 위험)로 나눠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기한다. 이는 고정된 시설 위치만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지도와 차별화된 것으로 관람객은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제 방문 전에 혼잡도까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쾌적한 축제 현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방문객은 사전에 주차혼잡도 정보를 이용해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파악하고 축제 먹거리 부스에서는 모바일을 통해 한 번에 주문, 결제할 수 있다. 아울러 휠체어 대여소, 장애인화장실과 경사로 등 무장애 동선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축집사 서비스를 통해 문화관광축제 관람객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지역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공사는 앞으로도 지역축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22

교통·숙박, 단순 편의 아닌 APEC 품격 좌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하 에이펙 )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 천년 신라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보고(寶庫)인 경주에 세계 21개국 정상과 대표단, 언론이 몰려든다. 도시는 새로운 기회를 얻지만, 동시에 냉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관광 분야에서 경주가 풀어야 할 숙제는 교통·문화재·숙박·안전·지역경제 다섯 가지다. 회의 개최 40여 일이 남은 상황에서 최종 점검해야할 상황은 무엇인지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VIP·관광객 동선 물리적 분리 사소한 돌발 상황도 일정 차질 병목현상·주차문제 해소 관건 정상과 대표단·참가자들 숙소 “작은 소음·돌발 상황 외교 영향 보안·위생·운영 철저히 관리를” ● 글 싣는 순서 1. 교통· 숙박 문제 마지막 남은 퍼즐 2.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3. 친환경과 안전없이 성공도 없다. 4.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경주를 세계에 알리자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 세계의 정상과 대표단이 모여드는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회의 기간 동안 ‘최대 혼잡 구간’이 된다. 교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회의의 품격을 좌우하는 관문이다. △ 회의장까지 1km 병목현상 해소가 관건 서울·부산에서 KTX 신경주역까지는 두 시간 남짓. 포항·울산공항을 통한 하늘길도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 구간이다. 신경주역에서 보문단지까지는 차량으로 25분 안팎. 정상 차량·셔틀버스·일반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병목은 불가피하다. 교통계획 전문가들은 “행사장 접근로를 일방통행화하고, 우회도로와 임시 주차장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셔틀버스, 디지털 예약제로 혼잡 완화해야 경북도와 경주시는 KTX역과 공항, 시내 주요 거점에서 행사장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대별 수요 예측 없이는 혼잡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QR코드 기반 ‘실시간 셔틀 예약제’를 도입해 승객 분산을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수요를 예측하고 분산하면 대기 줄은 줄이고, 안전성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과 대표단 차량이 통과할 순간, 주변 도로는 사실상 폐쇄된다. 행사 관계자는 “VIP 이동 경로와 일반 관광객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며 “예비 경로를 동시에 확보하지 않으면, 사소한 돌발 상황도 회의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 취재 차량과 참가자 버스를 위한 별도 대기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행사장 주변은 ‘주차장화’될 수 있다. 보문단지 일대의 주차 공간은 평시에도 부족하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도심 외곽에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고, 셔틀로 연계해야 한다”며 “택시·카셰어링을 활용한 ‘라스트 마일’ 수송 대책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정상회의의 품격을 지켜내는 첫 관문이다. ‘마지막 1km’를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느냐가 경주 APEC 성공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정상단 숙소,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핵심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의 또 다른 고민은 숙박이다. 정상단과 대표단, 기자단, 의전 인력, 관광객까지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회의는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리지만, 숙박은 도시 전역의 역량을 시험하게 된다. 정상과 대표단은 보문단지 내 특급호텔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철저한 보안과 프라이버시다. 호텔 한 채가 사실상 ‘폐쇄 공간’으로 전환돼야 하며, 동선·승강기·출입구 관리까지 3중 체크가 필요하다. 한 의전 전문가는 “정상 숙소는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외교 공간”이라며 “작은 소음·돌발 상황도 국가 간 외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일반 숙소, 서비스 균등화가 관건 특급호텔이 정상단 숙소로 묶이면, 나머지 방문객은 중소규모 숙소와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서비스 격차가 문제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위생·침구·외국어 안내 같은 기본 서비스가 균등화되지 않으면 도시 전체 이미지에 타격이 간다”고 지적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역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위생 점검과 외국어 안내 매뉴얼을 마련하고,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포항·울산·대구 등 인근 도시의 숙박 자원을 활용하는 ‘분산 전략’도 검토된다. 그러나 이 경우 교통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숙박과 교통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관광학자는 “숙박 예약과 동시에 교통편까지 연계하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박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다. 정상단에게는 ‘안전한 외교 공간’, 참가자에게는 ‘쾌적한 체류 공간’이다. 특급호텔의 보안과 민박의 위생, 컨벤션센터의 운영력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경주 APEC의 품격이 지켜질 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22

봉천사에서 문경새재까지… 천년의 길을 걷다

올해의 여행 테마는 꽃인거 같다. 겨울 동백으로 시작해 벚꽃과 유채꽃이 봄을 장식했다. 여름에는 연꽃과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단풍의 계절인 이 가을, 경북 문경의 작은 절에 개미취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개미취는 쑥부쟁이나 해국, 구절초와 같은 국화과의 가을꽃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청초하고 은은하다. 문경의 가을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문경새재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다보면 평온한 가을이 문득 다가와있을 것이다. △ 개미취가 지천에 핀 봉천사의 가을 서정 문경 월방산은 해발 36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경치가 뛰어나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월방산은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고인돌 같은 선사시대 유적을 비롯해 삼국시대에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산신각까지 역사적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월방산 일출은 전국 일출 명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개미취가 지천에 핀 봉천사가 주목받으면서 사진작가는 물론 여행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월방산 중턱에 있는 봉천사는 차를 타고 가면 1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야 제대로 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찰로 올라가는 길목에 독특한 동물 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두꺼비와 호랑이 형상을 한 바위가 많다. 봉천사 입구에는 울퉁불퉁한 너럭바위가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너럭바위를 중심으로 개미취가 지천으로 피었다. 키가 족히 1m를 넘는 꽃이 산 중턱에 군락을 이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개미취는 꽃대에 개미가 붙어 있는 것처럼 작은 털이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잎새가 갈라진 모양이 마치 별처럼 아름답다. 개미취의 화사한 풍경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가족과 커플이 찾아왔고, 사진작가들까지 몰리며 봉천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말과 휴일이면 하루 15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문경시 관계자는 “문경에 많은 관광자원이 있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개미취와 함께 월방산의 숨은 비경이 최근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뜨거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 사찰주변 200년 넘은 소나무만 100그루 개미취꽃 단지는 봉천사 주지인 지정 스님이 직접 조성했다. 개미취꽃이 활짝 피면 사람들이 봉천사를 더 자주 찾을 것이라는 소박한 소망이 결실을 맺어 관광 명소가 됐다. 개미취 때문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봉천사의 주변 풍경도 매혹적이다. 사찰 주변에는 2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100그루 넘게 있다. 소나무들이 우뚝 솟은 봉천사 바로 앞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안동 학가산과 의성 비봉산까지 보인다. 덕분에 봉천사는 해돋이가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각광받고 있다. 봉천사 바로 앞에 있는 정자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중기 유학자였던 병암 김현규(1765~1842)가 1832년 세운 병암정(屛巖亭)이다. 김현규는 진사에 급제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병암점을 세웠다고 한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정자의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경북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 봉천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경북 최고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진남교반이 있다. 봉천사가 개미취꽃 풍경으로 빛난다면 진남교반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경북 8경 중 제1경으로 알려진 진남교반은 낙동강 지류인 가은천과 조령천이 영강에 합류했다가 돌아나가는 지점에 있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이어지고 강 위로 철교, 구교, 신교 등 3개의 교량이 나란히 놓여 있다. 문경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산성인 ‘고모산성’.진남교반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으면 고모산성에 오르면 된다. 고모산성은 문경지역에 남아 있는 성곽 중 가장 오래전에 세워졌고 규모도 가장 크다. 성으로 오르는 길은 산책로 같은 느낌이 든다. 고모산성은 천하장사 고모노구와 마고노구가 경쟁하며 하룻밤에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성 안쪽에는 돌고개 주막거리가 있다. 고모산성의 성곽은 여러 차례 증축과 개축을 반복했다. 지금은 옛 성벽 대부분이 허물어지고 남문지와 북문지, 동쪽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다. 삼국시대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는 우리 군사 한 명 없이도 하루 동안 적의 진격을 막았다고 한다. 주변 산세가 하도 험하고 성이 단단해 왜적이 뚫고 나갈 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성의 전망대로 가려면 꽤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진남교반이 발치에 놓여 있다. △ 선비들의 발자국과 군사의 비망 쌓인 곳 새재 새재(鳥嶺). 말이 가진 기교 없이도 그 이름만으로 등줄기에 바람이 스친다. ‘새도 한 번에 날아서 넘지 못한다’는 전언은 과장이 아니다. 동래에서 한양으로 이어지던 영남대로의 심장부였고, 임진왜란의 격랑 속에서는 전략적 요충으로 기록된 곳이다. 선비들의 발자국과 군사의 비망(悲網)이 켜켜이 쌓여 있는 길. 문경새재는 그렇게 역사의 무게를 안고 오늘도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제1관문 주흘관은 문경새재의 얼굴이다. 주흘관 앞 석성은 일반적인 원형 성곽과 다르게 계곡을 가로막은 일자형으로 쌓여 있다. 길목을 차단하는 간결한 설계는 이곳이 왜 중요한 통로였는지를 말해준다. 초곡성으로 이어지는 성벽은 길게 뻗어 2㎞가 넘고, 비 오는 날이면 계곡마다 운무가 피어 올라 성벽과 산줄기를 감싸는 풍경은 말로 다 옮기기 어려운 고즈넉함을 만든다. 주흘관을 지나면 곧바로 드라마 세트장으로 알려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나온다. ‘태조 왕건’ 이후 수많은 사극이 촬영된 이곳의 초가와 돌담은 20년의 세월을 품어 진짜 민속마을처럼 보인다. 옛 건물의 빈터를 따라 걷다 보면 조령원 터가 나타난다. 조령원은 옛길에 세운 공립 여관으로, 과객과 상인이 무리를 이루어 길을 넘기 위해 머물던 곳이다. 지금은 한 채의 초가와 돌담이 그 자리를 지키며 달빛여행 같은 프로그램으로 옛 정취를 되살린다. 문경새재 곳곳에는 역사적 흔적이 빼곡하다. 김시습, 이이, 류성룡 같은 이름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고, 교귀정 주변의 선정비는 한 시대의 공덕을 기리는 사람들의 체온을 전한다. 교귀정 앞 용추폭포의 물소리는 길 위 휴식의 배경음이다. 반면 조곡관은 세 관문 중 가장 오래된 문루로, 좁은 길목과 붉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오히려 더 깊은 정취를 준다. 조곡관 인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남아 있는 한글 전용 비석 ‘산불됴심’이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문경새재는 ‘걷기’의 방식으로 그 진가를 보여준다.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 왕복 약 13km. 대부분의 방문객은 제1관문 주변이나 제2관문까지만 둘러보고 돌아가지만, 참맛은 하루를 느긋하게 온전히 투자했을 때 열린다. 길은 명칭뿐 아니라 과거 실제 차량이 오르내리던 길이었다. 전 구간이 비포장이지만, 두 대가 조심스럽게 지날 수 있을 만큼 넓다. 그래서 비나 눈에도 길이 완전히 막히지 않아 ‘날씨가 험할 때의 대안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여행의 작은 즐거움은 사람과 마주치는 지점에서 생긴다. 팔왕휴게소의 즉흥 색소폰 연주, 동화원휴게소의 제철 산나물전과 두부김치,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이 만들어 내는 소담한 풍경들. 한때 아이들이 다니던 조령국민학교 동화원분교 터를 지나며, 산골 삶의 잔상과 오늘의 휴게소 문화가 섞이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문경새재는 도립공원임에도 일부 구간이 사유지와 맞닿아 있어 산행 전 안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 우려가 적고 길 잃을 염려가 적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계절별·기상별 유의사항은 체크해야 한다. 또한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만나는 비문과 명적(名跡), 관문의 자리와 찻집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읽듯이 걸을 것을 권한다. 천 년을 품은 고갯길을 걸을 때, 우리는 단지 풍경을 본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결단과 실패, 인간의 애환과 소망이 쌓여 있는 시간을 밟았다. 문경새재는 그 시간을 걷는 이에게 말한다. ‘속도를 낮추라. 경치를 훑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라.’ 하루가 충분하다면, 새재는 당신에게 더 오래 기억될 한 줄의 이야기를 남길 것이다. /글 _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사진_ 최병일 기자/한국관광공사 제공

2025-09-22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아시나요?

경북 영주의 이미지는 극단적이다. 익숙하거나 생경한 도시다. 영주는 산과 물이 겹겹이 쌓여 온전히 시간을 품은 도시다. 소수서원·부석사·무섬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조용히 여행자를 보듬는다. 조선 성리학의 숨결이 남아 있는 소수서원에는 마당과 기와의 그림자가 고즈넉하다. 산길을 오르며 만나는 암벽과 숲의 소리는 영주의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강물이 땅을 감싸며 만들어낸 풍경은 한 장의 그림처럼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 곳. 영주는 여행을 가는 곳이 아니라 스며드는 곳이다. △ 순후하면서도 절묘한 매력의 부석사 영주의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부석사다. 한반도에 많은 절이 있지만 부석사는 순후하면서도 사찰다운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는 곳이다. 영주 부석사 3층석탑영주 부석사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의 유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영향이 크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최 선생의 묘사가 아니어도 부석사하면 역시 무량수전이 떠오른다. 무량수전은 불교에서 서방 극락정토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모시는 건물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고려시대 목조 건축의 기본 구조인 주심포 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면으로부터 3분의 1지점을 가장 굵게 하고 그 위와 아래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게 만들어 안정감을 준 ‘배흘림기둥’도 유명하다. 무량수전 주변의 풍경도 무량수전을 가치있게 만든다. 소백산맥의 능선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과 글이 닿지 못할만큼 웅장하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몸을 슬쩍 기대고 시선을 멀리 보내면 첩첩이 파도치듯 뻗어 내린 소백산이 부석사 앞마당으로 안겨 들어온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운치가 있다. 그중 노을 지는 저녁을 최고로 친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해동 엄에 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화엄종의 수사찰이다. 대사가 당(唐) 나라에 유학하고 있을 때 당 고종의 신라 침략 소식을 듣고 이를 왕에게 알리고, 그가 닦은 화엄의 도리로 국론을 통일하여 내외의 시련을 극복하게 하고자 귀국하여 이 절을 창건하였으며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발원지가 되었다. 부석사(浮石寺)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불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한 데서 연유하였다 한다. 여기엔 의상을 사모했던 여인 ‘선묘’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선묘는 당나라에서 유학 중인 의상을 흠모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가에 귀의해 그를 도우리라 결심한다. 신라로 돌아온 의상은 왕명에 따라 지금의 부석사 터에 절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수백의 도적 떼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본 선묘는 사방 10리나 되는 커다란 바위로 변하여 공중에 떠서 그들을 위협했다. 도적들은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물러났고, 의상은 뜻대로 이곳에 절을 세웠다. 고려 시대에는 선달사(善達寺) 혹은 흥교사(興敎寺)라 불렸다. 1916년 해체보수 시 발견된 묵서명에 의하면 고려 초기에 무량수전 등을 중창하였으나 공민왕 7년 (1358) 적의 병화를 당하여 우왕 2년(1376) 무량수전이 재건되고, 우왕 3년 (1377) 조사당이 재건되었다. 경내에는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무량수전 앞 석등, 석조여래 좌상, 삼층석탑, 당간지주, 석조 기단 등이 있고, 고려 시대 유물인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 여래 좌상, 조사당 벽화, 고려 각판, 원융국사비 등이 있다. 특히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 중 하나이며, 조사당 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 유물관 안에 보관되어 있다. 무량수전 안에 봉안된 여래 좌상은 국내에 전래하는 최고의 소상(塑像)이다. 무량수전 서쪽에 있는 우물은 의상대사의 호법룡(護法龍)이 살았다는 우물이라 전한다. △ 최초의 사립교육기관 소수서원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이미 없어진 학문을 이어서 닦는다’는 뜻으로 본래 이름은 백운동서원이었다. 1542년 이곳 군수였던 주세붕은 우리 성리학의 시조인 안향을 모시기 위해 숙수사 절터(지금의 소수서원 자리)에 그의 사묘를 세웠다. 그리고 이듬해, 안향의 뜻을 기리고 유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백운동서원을 설립했다.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은 1550년 퇴계 이황이 명종에게 현판을 하사받으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주세붕의 후임 군수였던 퇴계 선생은 부임 후 백운동서원의 사액(賜額)을 청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에 명종은 무너진 학문을 다시 일으키라는 뜻에서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친필 편액과 책, 토지와 노비 등을 하사했다. 이로써 최초의 국가공인 사립 교육기관이 탄생했다. 서원 주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수백그루가 숲길을 이룬다. 이리저리 가지를 틀며 수백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송 군락이 마치 소수서원을 향해 경배하는 듯하다. 이는 유생들이 소나무처럼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선비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렸다. 소수서원 바로 옆에 위치한 영주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옛 고을과 저잣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으로, 옛 선비 정신의 계승과 이를 통한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 역사관 확립 등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 선비촌 소수서원 바로 옆에 있는 영주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거닐던 옛 고을과 저잣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이다. 옛 선비 정신의 계승과 이를 통한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 역사관 확립 등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주 선비촌은 크게 4가지의 테마로 거리들이 나누어져 있어 공간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각각 수신제가, 입신양면, 거무구안, 우도불우빈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진 골목에는 해우당 고택과 만죽재, 고암고택 등 실제로 존재하는 경북 지방의 조선시대 고택들을 재현해놓았다. 고택에서 하루밤을 묵는 숙박체험도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아 드라마 ‘추노’를 비롯한 수많은 사극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 물속의 섬같아서 붙여진 무섬마을 영주 시내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면 무섬마을에 이른다. 행정구역상 명칭은 수도리(水島里). 말 그대로 ‘물 위에 뜬 섬’이다. 진짜 섬은 아니고, 강물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돌아 나가는 형상이 마치 물 속의 섬 같아 ‘무섬’이요, ‘수도(水島)’다. 지금이야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가 두 개나 있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는 외나무다리가 유일했다. 그나마도 큰비가 오면 다리가 떠내려가 고립무원의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이렇다 보니 마을사람들의 삶은 늘 신산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외나무다리를 건너 꽃가마 타고 시집왔다가 죽으면 이 다리로 상여가 나갔다’고 했을까. 강물에 다리를 뻗치고 선 외나무다리는 밋밋한 생김새와 달리 건너는 맛이 제법 있다.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얼면 어는 대로 재밌다. 물살이 약간 느껴지는 한두 군데가 스릴 있다면, 나머지는 물 아래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감상하며 노래까지 흥얼거릴 만큼 여유롭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15

외국인 인기 방탈출 게임 ‘K-퀘스트 투어’ 론칭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탈출게임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특히 인기가 높은 스토리는 경주를 배경으로 한 방탈출 스토리 게임으로 이를 기반한 콘텐츠 개발에 적극나설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관광콘텐츠 ‘K-퀘스트 투어’를 론칭하고 방탈출 게임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형 놀이 체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대응이다. 2025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의 이색체험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82.5% 증가했으며, 특히 방탈출카페(1,419.2%), 전자오락실(547.6%) 등에서의 소비가 두드러졌다. 이에 공사는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 트렌드와 한국인의 여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K-퀘스트 투어’는 서울, 경주, 울산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스토리 기반 방탈출 게임을 제공한다. 주요 콘텐츠는 △서울 ‘어서오세요 메모리컴퍼니 고객만족센터입니다’ △서울 ‘한국신과 경복궁 탈환작전’ △경주 ‘잔상일지’ △경주 ‘사라진 시계’ △울산 ‘Mission Code Fe01.’ 등이다. 공사는 국내 방탈출 기업 키이스케이프, 에픽로그 협동조합, 사이시옷 등과 협력해 영어, 일본어, 중어(간체·번체) 스토리라인을 제공하고, 11월까지 체험료 30% 할인 및 굿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K-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며 “지역별 특색 있는 테마 개발로 관광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 오락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방탈출 게임을 재해석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15

‘대구경북 두레미마켓’ 팝업스토어 운영

한국관광공사 대구경북지사(지사장 이국희)는 10월 2일까지 현대아울렛 대구점에서 ‘대구경북 두레미마켓’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대구경북 관광두레 브랜드와 지역 주민사업체의 식음·체험·기념품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팝업스토어는 관광두레 홍보관, 주민사업체 전시관, 관광상품 판매부스, 체험클래스존 등으로 구성됐다. 주요 전시품목에는 △성주 특산물 참외를 활용한 ‘성주꿀참외빵’(더옐롱, 경북 성주) △칠곡 양봉특구의 ‘크림꿀’(꿀벌인, 경북 칠곡) △대구 북구 관광지를 타로 카드로 표현한 ‘지역 관광카드’(크라센, 대구 북구) △의성 마늘껍질과 백엽차를 블렌딩한 ‘의성마늘백엽차’(청백엽, 경북 의성) 등이 포함됐다. 이국희 대구경북지사장은 “현대아울렛 대구점과의 협업으로 지역 특색을 담은 관광두레 상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며,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상생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 공동체가 관광사업체를 창업·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5년 8월 기준 전국 50개 기초지자체에서 235개 주민사업체를 육성 중이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지역 관광 자원의 다양성과 경제적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15

울릉도 관광문제 AI에 물었더니… “운송 안정·신뢰 회복 먼저”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여객선마저 중단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46만명에 달했던 울릉도 관광객은 2024년 38만명으로 감소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16만 9000명에 그치고 있다. 울릉도 관광객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코로나 19 이후 단체 관광이 아닌 개인관광중심으로 변화된 흐름에 울릉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높은 물가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관광객 감소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부실한 관광서비스 문제도 한 몫하고 있다. 삼겹살 비계 논란이나 숙박업소의 시설 문제, 혼밥 거절 등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울릉도 숙박 및 서비스 업체의 바가지나 서비스 부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이 된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AI는 산적한 울릉도 관광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우선 여객선 운항 중단을 막는 ‘긴급 결손보전펀드'를 가동할 것을 권고했다. 중앙(해양수산부)·광역·지방 공동 재원으로 한시적 결손보전(브리지 펀드)을 편성해 최소 필수 항로 운항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한 대형선만 고집하지 말고 수요에 맞춰 소형·중형선을 혼용해 평일·비수기 운항비용을 낮추고 일정 유연화로 결항 위험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유튜브 ·SNS 모니터링팀을 즉시 꾸려 논란성 게시물은 48시간 내 사실관계(업체 진술·영수증·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해 루머 확산을 차단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식당·숙박의 표준가격 표기 의무화 및 ‘울릉 투명가격’ 인증 라벨 도입. 소비자 신고창구 설치할 것도 권유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울릉도의 체류형·고부가 관광상품 출시를 제안했다. 1박 이상 체류를 유도하는 ‘로컬 체험(낚시·해초·약초 탐방)’, 생태·웰니스·리트릿 상품을 개발해 1인당 소비와 체류일수를 늘리라는 것. 사전 브리핑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검증된 리뷰어 중심으로 크리에이터 유튜버 언론인 등을 초청해 사실 기반의 긍정 스토리를 생산할 것도 주문했다. 자체 다큐·시리즈로 섬의 강점을 꾸준히 노출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울릉도 관광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AI는 통합 예약 플랫폼을 구축할 것도 제안했다 좌석·운임·수요를 실시간 관리하면 결항·초과수요 리스크를 줄어든 다는 것. AI의 조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속도있는 협업을 강조한 것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핵심은 중앙·지방·선사·업계가 우선순위를 맞추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다. 뱃길을 지키지 못하면 회복의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동시에 이미지와 상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단기적 지원은 일시적 처방에 그친다. 운송안전과 신뢰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울릉도 관광 회복의 모멘텀(계기)이 만들어 질것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15

인기 웹툰으로 한국 관광지 매력 선보여

한국관광공사는 한국 인기 웹툰 IP를 활용해 국내 관광지를 일러스트로 제작하여 한국의 매력을 새로운 방법으로 선보였다. 이번 협업은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와 손잡고 일본에서 새로운 K-콘텐츠로 급부상하는 한국 웹툰을 한국여행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공사는 △좀비딸 ◇킬러 배드로 △시한부인 줄 알았어요 △못 잡아먹어서 안달 등의 IP로 국내 관광지 곳곳을 알린다. 웹툰의 등장인물이 △순천만 국가정원 △설악산 주전골 △동궁과 월지 △전주 한옥마을 등 한국의 풍경과 정서 등을 간직한 12곳에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이번 일러스트의 배경은 지난 3월, 일본의 한국여행 전문가가 선정한 ‘한국 절경 30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일러스트는 9월부터 10월 말까지 두 달간 한국관광 통합플랫폼 VISITKOREA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한국관광 홍보관 하이커스테이션(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소재), 후쿠오카 코리아플라자 등 한일 주요 관광거점에서 10월 한 달간 전시되며, 한정판 굿즈를 제작해 해당 전시관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증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사는 ‘한일축제한마당 2025 in 도쿄(9.27~28)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25 한국관(9.27~28)에서도 해당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근희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은 “한국 웹툰은 일본의 Z세대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새로운 K-콘텐츠”라며, “웹툰 팬들에게 친숙한 IP를 활용해 한국 관광지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다양한 K-컬처 연계 사업을 통해 역대 최대 방한 일본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08

유등 넘실대는 ‘진주성’ 거쳐 은행잎 수북한 ‘금시당’ 들어서면…

경남도는 6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 18곳을 소개했다. 진주시는 성곽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과 ‘남강유등축제’ 유등이 넘실대는 진주성을, 사천시는 붉게 물든 산과 푸른 녹차밭, 산사의 정취가 어우러지는 다솔사를, 밀양시는 떨어진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고택 마당이 인상적인 금시당을 가을 대표 여행지로 꼽았다. 지리산 오색빛깔 단풍 감상지로 유명한 쌍계사(하동군), 단풍과 운해가 어우러진 절경을 선사하는 해발 773m 지리산 오도재(함양군)도 가을 여행지로 그만이다. 창원시는 산책로에서 맨발 걷기를 하며 꽃무릇 구경을 하는 산호공원을, 의령군은 댑싸리와 핑크뮬리, 코스모스 등 다양한 가을꽃이 만개하는 호국의병의 숲을, 함안군은 가을 햇살 아래 코스모스길을 걷는 악양둑방길을 추천했다. 수백그루 참나무 군락과 함께 캠핑장 주변을 꽃무릇이 둘러친 앵강다숲 생태공원(남해군), 가을 구절초 군락으로 유명한 동의보감촌(산청군), 풍력발전단지를 배경으로 보라색 아스타국화가 만개하는 해발 952m 감악산(거창군), 핑크뮬리가 가득해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인 신소양체육공원(합천군)은 경남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가을 여행지다. 통영시는 바다·섬 뒤로 떨어지는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는 당포성지를, 김해시는 천문대에서 가을 밤하늘을 관측하고 시가지 야경 구경이 가능한 분성산을, 거제시는 양에게 먹이를 먹이면서 자연을 만끽하는 숲소리공원을 대표 여행지로 소개했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 군락이 장관인 천성산(양산시), 황금빛 억새평원으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화왕산(창녕군), 50년생 이상 편백림이 빽빽한 갈모봉 자연휴양림(고성군)도 가을이면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08

청량산·김생굴… 선비의 고장에서 자연과 역사를 만나다

백두대간 천혜의 자연을 품은 경북 봉화군은 높은 산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 태고의 멋을 간직한 고장이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둘러싼 봉화는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글을 읽으며 지냈던 선비와 충신, 효자와 열녀로 이름났다. 청정자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가 있을 만큼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선조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고색창연한 봉화로 여행을 떠나보자. 소금강이라 불리는 매혹적인 산 청량산 청량산의 천년고찰 청량사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에 있는 청량산도립공원은 봉우리마다 펼쳐진 수려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소금강(小金剛)이라 부를 만큼 아름다운 산은 1982년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07년 3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돼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청량산 입구에 들어서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온다. 다리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에는 마치 주상절리를 옮겨 놓은 듯한 절벽이 솟아 있다. 아름다운 절벽은 예부터 학이 날아와 새끼를 치고 서식해 학소대(鶴巢臺)라고 한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학소대와 좌우로 나란히 서 있는 금강대는 학소대와 자태를 견줄 만큼 비경이다. 청량산에는 가장 크고 긴 봉우리인 장인봉을 비롯해 자소봉 금탑봉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봉우리가 첩첩이 산을 두르고, 봉마다 대(臺)가 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봉우리 동굴 속에서 신라의 대문장가 최치원이 마시고 더 총명해졌다는 총명수가 흐르고, 원효샘에서는 샘물이 솟는다. 신라시대 불교문화의 흔적 남아 있는 곳 고택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띠띠미마을 경일봉 밑에 있는 김생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통일신라시대 글씨의 대가 김생이 이 암굴에서 9년간 글씨 수련을 했다고 한다. 김생은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아 하산하려는데 길쌈을 수련한 청량봉녀가 나타나 실력을 겨루자고 했다. 굴속에서 불을 끄고 서로의 실력을 비교해보니 청량봉녀가 짠 천은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김생의 글씨는 고르지 못했다. 부족함을 깨달은 김생은 1년 더 수련하고 세상에 나가 최고의 명필이 됐다. 붓을 씻었던 우물, 세필정도 남아 있다. 청량산에는 신라시대 불교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높은 봉우리를 의상봉 보살봉 반야봉 문수봉 원효봉처럼 불교식으로 불렀다. 조선 중종 39년(1544), 당시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열두 봉우리의 이름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불가의 산은 유가의 산이 됐다. 청량산이 불교의 요람에서 유교의 성지가 된 이유로 조선시대 최고 학자, 퇴계 이황을 빼놓을 수 없다. 퇴계는 어릴 때부터 청량산에서 글을 읽고 사색을 즐겼다. 도산서원에서 제자를 가르치면서 틈틈이 산을 찾았다. 도산서원을 세울 때 청량산과 현재의 도산서원 자리 중 ‘어디에 서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할 만큼 청량산을 사랑했다. 공민왕당과 천년고찰 청량사등 역사 흔적 곳곳에 장대한 청량산에는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축융봉 일대에는 고려시대 공민왕이 쌓았다는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고, 군율을 어긴 죄수를 처형했다는 밀성대와 다섯 마리 말을 타고 순찰을 다녔다는 오마도, 공민왕을 신으로 모시는 공민왕당이 있다. 공민왕당에는 공민왕의 위패가 봉안돼 있고, 벽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이 그려져 있다. 산자락마다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빛난다. 천년고찰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예전에는 연대사(蓮臺寺)로 불리며 30여 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큰 사찰이었다. 연대사는 무너져 터만 남고, 연대사 부속 건물 중 하나였던 유리보전이 중심전각이 돼 청량사라는 사찰로 이름을 바꿨다. 유리보전은 여러 차례 전란을 겪으면서 정면 3칸, 측면 2칸인 팔작지붕 모양의 소박한 건물로 개축됐다. 유리보전 현판 글씨는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을 때 쓴 친필이라고 한다. 예전에 최치원의 이름을 따서 치원봉으로 불리던 층암절벽, 금탑봉에는 소나무들이 층을 휘감아 암벽 층마다 뿌리를 내렸다. 그 아래에 있는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663년 세워졌다. 금탑봉과 오랜 세월을 지켜온 응진전의 풍경은 청량산의 으뜸으로 여긴다. 청량사에서 응진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청량정사는 퇴계 이황을 기리며 조선 순조 32년(1832)에 세웠다. 퇴계 이황을 흠모하던 학자들이 성지순례하듯 다녀가며 학문과 수양을 쌓았다. 1896년 청량의진이 조직돼 의병투쟁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청량사 유리보전 옆길로 이어진 가파른 산길 끝에 오르면 하늘과 가장 가까운 다리를 만난다. 2005년에 놓은 하늘다리는 해발 800m의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산악 현수교다. 다리를 건널 때 골짜기에서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서늘하지만 100명이 동시에 지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다. 고산 아래 펼쳐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춘양면 서벽리에 넓게 자리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높은 산 아래 골바람이 세고 차서 ‘한국의 시베리아’라고 불린다. 백두대간의 봄은 더디 오고, 봄볕은 짧게 지난다. 그런 이유로 수목원에서는 매화부터 개나리, 진달래, 벚꽃까지 제 차례를 잊고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렸다. 수목원은 백두대간 호랑이를 형상화한 트램을 타고 돌아볼 정도로 넓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의 이점을 살려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산 식물들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돌이 많고 분수가 솟는 암석원에는 해발 1500m 높이에 사는 900여 종의 고산식물이 돌 틈새에서 자라고 있다. 암석원의 높이는 해발 550m지만 해발 1500m와 똑같은 환경을 조성해 지구온난화로 사라져 가는 나무와 야생화를 심었다. 수목원이 조성되기 전, 동네 서낭당 자리에 있던 금강소나무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550년 된 철쭉군락지와 꼬리진달래군락지에서 화사한 꽃잎이 열리면 백두대간은 찬란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담은 사계원,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서 서식하고 있는 나무와 야생화를 심어놓은 백두대간 자생식물원에서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산책길에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미선나무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호랑이 숲으로 가는 길에는 자작나무 숲이 우거졌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숲에서 깊은숨을 들이쉬면 폐 속까지 시원하다. 숲을 나오면 흔히 볼 수 없는 고산식물인 만병초가 살고 있다. 만병초는 5월 중순에 꽃망울을 터트린다. 만병초원을 지나면 백두대간의 상징인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백두대간 중턱 4.8㏊ 숲에 백두산 호랑이가 야생 그대로 지낼 수 있는 숲을 조성했다. 자연에 풀어놓은 암수 한 쌍의 호랑이, ‘한청’과 ‘우리’가 봄볕 아래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다. 노란 산수유가 물들인 띠띠미마을, 두동마을 봉성면 동양리에 있는 띠띠미마을은 뒷듬(뒤에 있는 골짜기)에서 유래됐다. 뒷마을, 뒷뜨미가 세월이 흐르면서 띠띠미마을이 됐다. 정식명칭은 두동(杜洞)마을이다. 산으로 꽉 막힌 마을이라 막을 두(杜)자를 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두곡 홍우정이 참담한 마음으로 벼슬을 버리고 봉화의 깊은 산골 마을로 내려왔다. ‘벼슬하기 위해 공부하지 말라, 산수유만 잘 가꿔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니 공연한 세상일에 욕심을 두지 말고 휘말리지 말라’는 뜻을 담아 마을을 일궜다. 4월이면 봄의 한가운데서 지천으로 널린 산수유나무가 꽃을 피운다. 마을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내성천 가에는 400년을 살아온 시조목 두 그루가 구름처럼 부풀어 무성한 꽃을 피운다. 옥류암, 성경재, 홍의상 가옥 같은 고즈넉한 고택이 남아 있는 띠띠미마을에 산수유꽃이 만발하면 노란 꽃들의 향연 속에서 ‘신춘 시낭송회’가 열린다. 정자와 고택의 고장 봉화 분천역에서 춘양역으로 나가면 정자와 고택의 고장 봉화의 매력에 빠진다. 봉화 만산고택은 조선 말기의 문신인 만산 강용이 1878년에 지은 집으로 긴 행랑채와 너른 사랑채, 서재와 별채, 안채를 거느린 빼어난 건축물이다. 문인과 우국지사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모의한 의양리 권진사댁, 충재 권벌의 후손이 지은 봉화 한수정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춘양역에서 봉화읍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안동 권씨 집성촌 달실마을에 닿는다.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명당으로, 조선 중기의 충신이자 대학자였던 충재 권벌이 일가를 이뤄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돼 오늘에 이른 한옥마을이다. 종가에서는 왕이 명한 불천위 제사를 지금까지 지내는데, 충재 선생의 유품을 모아 정리한 충재박물관에는 불천위 제사의 내용이 자세히 정리돼 있다. 충재 선생이 지은 청암정과 그 아들이 지은 석천정사의 계곡은 달실마을이 품은 보석이다. 국보 제201호로 지정된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도 찾아보자. 호고산 자락의 바위에 새겨진 부조 형식 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지림사는 의상대사가 머물며 축서사 창건의 계시를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림사에서 약 10㎞ 거리에 있는 축서사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재산면 갈산리에서 명호면 삼동리까지 이어진 갈산구곡의 구곡(九曲)은 ‘아홉 물굽이’라는 뜻이다. 물줄기가 굽이굽이 돌아가는 계곡에서 경치 좋은 아홉 곳을 선정했다. 중국의 주자(朱子)가 복건성 무이산(武夷山)의 아름다운 계곡 아홉 곳을 정해 이름 지은 뒤 오곡에 ‘무이정사’를 지어 후학을 가르친 데서 유래했다. 산과 물이 빼어난 영남지역에는 옥산구곡, 안동 도산구곡, 봉화춘양구곡 등 구곡문화가 활발했다. 갈산구곡은 갈천 김희주가 정한 구곡으로 다른 구곡처럼 경치가 뛰어난 곳이 아니라 옛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일곡(一曲) 합강은 재산천과 낙동강이 합쳐진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을 넘어 다니며 장사했으나 지금은 오가는 사람 없이 빈 배만 강 위에 떠 있다. 이곡(二曲)은 하천에 돌이 많아 돌로 담을 쌓았는데, 그 수가 5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많아 쉰담이라고 불렀다. 삼곡, 토골에는 옹기를 굽는 가마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옹기는 전국으로 팔릴 만큼 이름났다고 한다. 삼곡과 사곡 사이에 있는 용소목이는 용가마처럼 생긴 둥근 못에 물이 빙글빙글 돌다가 흐르는 모양이다.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명주실 두 타래를 넣어도 끝이 닿지 않을 만큼 깊고, 가뭄이 심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찬물내기라 불리는 사곡에는 17가구가 모여 살면서 식수로 이용한 샘이 있었는데, 이 샘물은 아주 차갑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 강변에 만발한 진달래 꽃잎이 물에 떠내려가며 꽃냄새를 풍긴다고 해 골내골이라고 부르는 오곡과 육곡, 칠곡, 팔곡, 구곡까지 갈산천 구곡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솔 향기 그윽한 봉화 솔숲갈래길 봉화읍에서 네 갈래로 갈라지는 솔숲갈래길은 봉화 읍내를 흐르는 내성천 산책길, 석천계곡에서 닭실마을로 가는 옛길, 닭실마을 안에 있는 토담길로 이어진다. 길은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다. 선비의 기상처럼 쭉쭉 뻗어 있는 금강송 숲길에서 솔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너럭바위 사이로 흐르는 석천계곡과 그 앞에 별장처럼 세워진 석천정사의 풍경은 마치 산수화를 옮겨놓은 듯하다. 계곡에서 난 오솔길에는 야생화가 손짓한다. 길을 따라 나오면 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푸른 논 너머로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지세의 전통마을, 닭실마을에 고즈넉한 고택이 모여 있다. 오랜 세월의 더께를 입은 정자, 청암정은 멋스럽다. 계곡과 들판을 따라 역사와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솔숲갈래길은 운치 있다.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에서 관창리까지 난 예던길은 낙동강을 따라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다. ‘녀던길’이라고 불렸다. ‘녀던’은 ‘가던, 다니던’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퇴계 이황이 13세부터 숙부 이우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 오산당(지금의 청량정사)까지 걸었던 길이다. 노년에는 퇴계의 종택이 있던 곳에서 청량산까지 50리 길을 제자들과 함께 걸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를 존경하는 후학들이 먼 길을 찾아와 옛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었다. 그런 이유로 이 길에는 바위 곳곳에 퇴계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가 남긴 시를 읊조리며 수려한 풍경 속을 걷는 사색의 길은 고즈넉하다. /글·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2025-09-08

달빛 품은 암자에 내린 밤 풍경… 매혹적 감성 폭발하는 곳

요즘 여행의 코드 중 하나가 바로 ‘감성’이다. 젊은 세대들의 신조어로 ‘갬성’이라고 하는 감성은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감각적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다. 여행지에서 그저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느끼고 공유하는 정서가 바로 감성이다. 그런 면에서 충남 서산은 더할나위없는 곳이다. 달빛 부서지는 풍경이 인상적인 간월암부터 마음이 열리는 개심사, 역사의 향기가 짚게 배어 있는 해미읍성, 백제의 ‘천년미소’ 서산마애불까지 매혹적인 감성이 폭발하는 곳이다. 간월암 고려 말 무학대사 창건… 만공선사 중창 ‘산은 산이요 물은 물…’ 성철 스님 수행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절’ 서산에서 가장 유명 못난 중생인듯 못난이 기둥들 가슴 뭉클 해미읍성 우리나라 읍성 중 원형 가장 잘 보존돼 천주교 신자 순교 현장… 아픈 역사 간직 서산마애불 강댕이골서 만난 백제불교 미술 정수 바위에 새겨진 여래입상 ‘백제의 미소’ △ 달빛 품은 밤풍경과 낙조가 아름다운 간월암 서산시 부석면에는 작은 바위섬에 들어선 암자가 있다. 아니, 바위섬 전체가 암자라고 해야 맞다. 간월암(看月庵). 물이 빠지면 간월도에서 간월암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지만 물이 차면 암자는 섬 속에 갇혀 버린다. ‘달을 보다’라는 뜻을 품은 암자답게 달빛이 내린 밤 풍경이 일품이다. 간월암은 서산방조제 공사로 들어가기가 수월해졌지만 이전에는 스님들이 스스로를 가두고 수행 정진하던 절해고도(絶海孤島)와도 같은 곳이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창건했을 때 이름은 ‘무학사’였다. 이후 쇄락한 이곳을 만공선사(1871~1946)가 새로 중창하면서 간월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만공은 일제강점기에 승려이자 독립운동가로 근현대 한국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충남 예산 수덕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하기도 했다. 만공선사는 간월암을 중창하고 독립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드렸는데 기도가 통했는지 사흘 뒤 광복을 맞았다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 스님도 만공의 권유로 이곳에서 수행했다. 간월암은 아담하다. 법당인 관음전을 비롯해 산신각과 용왕각, 범종각까지 전부 한눈에 들어온다. 절 앞마당에는 석탑 대신 만공선사가 심었다는 사철나무가 있다. 관음전을 등지고 서면 고요한 서해가 앞마당인 양 펼쳐지고, 멀리 고깃배 몇 척이 한가롭게 떠 있다. 드러난 갯벌에서 삼삼오오 봄 바다를 즐기는 여행객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간월암은 낮보다 낙조가 시작될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간월암을 배경으로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고 마침내 장엄하게 사그라드는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간월암에서 나와 왼쪽을 보면 긴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있다. 어둠이 내리면 방파제와 등대에 조명이 들어와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 마음이 열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찰 개심사 간월암과 함께 서산에서 유명한 사찰은 개심사(開心寺)다. 마음이 열리는 절인 개심사는 가는 길도 이국적이다. 개심사로 향하는 647번 지방도는 운산면 목장지대를 관통한다. 운산면의 목장은 1960년대 후반 김종필 전 총리가 조성했다. 정식 명칭은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인데, 4월께는 능선을 따라 벚꽃이 가득 핀다. 솔숲을 짚어 가면 돌계단 끝에 절집이 보인다. 해탈문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외나무다리는 개심사가 유명해지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을 가로질러 큰 통나무 기둥을 길게 반 갈라 떡하니 걸쳐 놓았다. 개심사에는 외나무다리 말고 눈길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굽어 있고 배가 불룩하며 위아래의 굵기가 다르다. 매끈하지 않고 참 못생겼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갖다 쓴 때문이다. 대웅전만 빼고 해탈문, 범종각, 심검당 등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범종각 지붕을 받치고 선 네 개의 기둥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개심사의 못난이 기둥들은 왠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못난 중생도 ‘부처의 집’을 짊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못생긴 기둥들에서 느꼈기 때문이리라. ‘상왕산개심사’라고 쓴 만세루의 현판은 고암 이응노 화백의 스승인 해강 김규진의 글씨다. 마당에 서 있는 정갈한 석탑도 운치를 더한다. △ 조선시대 3대 읍성으로 평가받는 해미읍성 개심사에 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해 세종 3년(1421)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며, 높이 5m, 둘레 1.8km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다. 우리나라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평가받으며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읍성’이라 불린다.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 충청병마절도사가 근무한 영(사령부)이 자리한 곳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1579년(선조12)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전라도로 전임될 때까지 10개월간 근무했다. 읍성으로 들어서기 전에 성곽의 돌을 살펴봐야 한다. 돌에 청주, 공주 등 희미하게 고을명이 있다. 축성 당시 고을별로 정해진 구간을 맡아 성벽이 무너질 경우 그 구간의 고을이 책임지도록 한 일종의 공사실명제다. 읍성 안에는 동헌과 객사, 민속 가옥 등이 있다. 초가지붕을 인 민속 가옥에서는 서산 지역 노인들이 재현하는 다듬이질이며 짚공예 등을 볼 수 있다. 남쪽의 정문 격인 진남루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둥근 담장을 두른 옥사(감옥)도 있는데, 이 옥사에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었다. 서산과 당진, 보령, 홍성, 예산 등 서해 내륙 지방을 내포(內浦) 지방이라 일컫는데, 조선 후기 서해 물길을 따라 들어온 한국 천주교가 내포 지방을 중심으로 싹틔웠다. 19세기 이 지방에는 주민 80%가 천주교 신자였을 정도다. 당시 옥사에는 충청도 각지에서 잡힌 천주교 신자로 가득했다. 옥사 앞에 커다란 회화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 가지 끝에 철사를 매달고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고문·처형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사람을 매단 철사 자국이 있다. 신자가 많아 처형하기 힘드니 읍성 밖 해미천 옆에 큰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다고 한다. 순교의 역사를 뒤로하고 바라보는 읍성은 평화롭기만 하다. 읍성 안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주민과 관광객의 모습이 유적지가 아니라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다.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노는 아이도 있고, 투호나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마냥 정겹다. 읍성 인근에 충청 지역 무명 순교자를 기리는 해미순교성지(해미성지성당 일대)가 있다. 원형 성당은 무명 순교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듯 웅장하게 섰다. 성당 뒤편 일대는 ‘여숫골’로 불린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끊임없이 외쳤는데, 이것이 ‘여수머리’를 거쳐 ‘여숫골’이 됐다고 한다. 성지 한쪽에는 발굴된 유해를 안치한 기념관도 있다. 해미읍성에 얽힌 이런 사연으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을 방문하기도 했다. △ ‘백제의 미소’로 평가받는 절정의 아름다움 서산마애불 해미읍성에 멀지 않은 곳에 서산이 자랑하는 불상이 있다. 운산면 용현리 강댕이골에 있는 서산마애불(서산마애삼존불)이다. 후미진 강댕이골에 백제 시대 불교 미술의 정수가 새겨져 있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중국의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통해 유입됐는데 강댕이골이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서산 마애불의 등장으로 우리는 비로소 백제 불상의 진면목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만큼 서산마애불은 역사적으로도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바위에 새겨진 여래입상은 볼이 터질 듯한 큰 얼굴에 은행 알과 같은 눈과 둥글고 긴 눈썹, 얕고 넓은 코를 하고 있다. 특히 볼에 가득 퍼진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미소가 꾸밈없이 밝고 너그러워서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불린다. 거기엔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권위나 위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오늘날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을 백제인의 따뜻한 모습만이 살아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01

남해·상하이·미야코지마… 늦캉스 여행지로 인기

아직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면 남해·상하이·미야코지마에 주목하자. 호텔스컴바인과 카약은 자사 데이터 분석 결과 남해·상하이·미야코지마가 늦캉스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각 리조트·도시·섬이라는 다른 매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호텔 검색 플랫폼 호텔스컴바인과 여행 검색 엔진 카약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 중순까지 한국인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9월 투숙 기준 검색량이 가장 크게 늘어난 지역으로 경남 남해(675%), 중국 상하이(183%), 일본 미야코지마(32%)를 꼽았다. 남해는 지난달 문을 연 ‘쏠비치 남해’를 비롯해 아난티 남해, 이제 남해 등 대형 리조트 개장 효과로 검색량이 급증했다. 쏠비치 남해는 총 451객실, 대형 수영장과 전망대, 다이닝 시설을 갖췄으며, 전 객실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마을, 설리해수욕장 등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상하이는 지난해 말 시행된 한국인 대상 무비자 정책 이후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 레고랜드 개장으로 가족 관광객 수요가 늘었고, 광복 80주년을 맞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등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미야코지마는 ‘일본의 몰디브’로 불리며 청정한 자연환경과 한적한 분위기로 각광받고 있다. 인천에서 약 2시간30분 거리의 근접성과 함께 직항 노선 확충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요나하마에하마 해변, 이라부 대교, 산호초 군락지 ‘야비지’ 등은 대표적 해양 관광 명소로 꼽힌다. 호텔스컴바인과 카약은 이번 분석과 함께 트립닷컴, 라쿠텐 등 제휴사를 통한 특별 할인 혜택도 마련했다. 호텔스컴바인 측은 “리조트 휴양, 도시 엔터테인먼트, 섬 자연 체험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행지가 한국인 늦캉스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으로 최신 여행 트렌드를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01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한류 관광으로 연결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전 세계적 흥행 돌풍이 거세다. 한국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서영충)는 케데헌을 계기로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방한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전개한다. 케데헌 공개 직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구글 트렌드 검색 관심도가 꾸준히 상승했다. 연관 검색어의 52.4%가 한국의 특정 장소였고 북촌(11.8%) 낙산공원(9.6%) 올림픽주경기장(9.6%) 등 실제 배경지에 대한 검색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공사는 이러한 글로벌 팬덤의 관심에 착안하여 ‘케데헌 속 한국 명소 알리기’에 나섰다. 주인공 진우와 루미가 OST 프리(Free)를 함께 부른 낙산공원 등은 한국인에게는 이미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케데헌을 통해 막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통합플랫폼 비지트 코리아(VISITKOREA)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케데헌 속 주요 배경지를 소개했다. △낙산공원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 각 관광지 사진에는 한국관광 대표 캐릭터 ‘킹덤프렌즈’가 케데헌 속 장면을 재현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현대’ 중 가보고 싶은 한국 여행 테마를 고르는 SNS 이벤트도 전개한다. 추첨을 통해 방한 항공권, 케데헌 주인공의 커플 아이템인 전통매듭 모티브 기념품 등을 증정할 예정이다. 케데헌 속 골든(Golden)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이 전통 복장으로 궁의 어좌에 앉아 있는 장면과 도심에서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장면이 교차했던 것처럼, ‘전통과 현대의 공존’은 한국관광의 강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남천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전략본부장 직무대리는 “이번 케데헌 열풍이 작품 자체의 인기를 넘어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 나아가 실제 방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공사는 그간 K-POP,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방한마케팅을 주도해 온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콘텐츠 발굴과 방한 프로모션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9-01

힌두의 본고장 찬란한 문화 숨은 보물과 마주하다

우리가 보통 ‘인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힌두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힌두교’하면 ‘인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인도와 힌두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또 그 힌두교가 인도 사람들의 생활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장 왕성한 꽃을 피웠을 그 힌두의 본고장에도 힌두문화의 많은 유산들이 폐허화되어 방치된 곳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곳처럼 과거 대 제국을 이루어 엄청난 규모와 찬란한 문화를 말해주는 곳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1336년 테구르 부족이 세운 ‘비자야나가르’ 제국 남부 최대 제국 ‘부상’ 이슬람국가 방벽역할 맡아 1565년 이슬람연합국에 패배 이후 몰락의 길로… 거친 광야에 남아 있는 탑 ‘고프람’•신전 ‘비탈라’ 사원 ‘비루팍샤’ 등 힌두문화 순례의 발길 이어져 인도 남부의 ‘비자야나가르’. 지금 찾아가고 있는 함피 마을을 중심으로 1336년에 ‘퉁가바드라’ 강변에 ‘테루구(Telugu)’라는 군소 부족의 두 왕자 ‘하리하라’와 ‘부카’라는 힌두교도가 세운 왕국이다. 이때를 ‘상가마 왕조’라고 하는데 건국후 얼마 되지 않아 인도 남부지방에서 가장 큰 제국이 되었다. 이것은 곧 북부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의 침략을 막는 방벽 역할을 함으로써 12-13세기에 혼란과 분열을 겪은 힌두교도의 생활과 행정을 재건하는데 큰 이바지를 하게 된 것이다. 비자야나가르인들은 이슬람교도들을 개인적으로 배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촉을 통해 문물을 받아들였고, 이것은 새로운 사상과 풍부한 창조력의 바탕이 되었다. 나라를 통합하는 원동력으로서 산스크리트 사용이 장려되었고, 지방문학이 꽃을 피웠다. 이렇듯 국경 지역을 제외한 후방에서는 유래가 없을 정도의 평화와 번영을 누려 왔다. 그 전성기 시절은 툴루바 왕조의 ‘크리슈나 데바 라야’의 제위기간으로써 아라비아해에서 뱅골해까지, 데칸고원에서 인도반도의 끝까지를 다스렸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비자야나가르 제국에 대항하는 이슬람 세력들이 연합하기 시작했고, 1565년 그 이슬람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결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 후 쇠퇴해진 국력을 수습하기는 했으나 겨우 명맥만 유지 해 오다가 1614년 내분과 이슬람 슐탄들의 음모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 화려한 막을 내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날 그 유산들만이 이곳 함피 일대를 비롯하여 남인도 각지에서 애잔한 모습으로 지난날을 얘기해 주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크라망’이라는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이곳은 온 사방에 커다란 바윗덩이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자연 환경이 남다른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그 사이 사이로 나 있는 길들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바자르(시장)가 있는 곳이다. 그 바자르의 끝이라고도 할 수 있고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 높이가 52m나 되는 거대한 힌두교식 탑이 우선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비자야나가르’ 제국 당시의 영광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수많은 조각으로 뒤엉킨 이러한 탑을 ‘고푸람(Gopuram)’이라고 하는데, 남인도 일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푸람은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서 그 밑으로 나 있는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어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바자르에서 신에게 바칠 예물 즉, 섬유질을 벗겨 낸 야자, 바나나, 꽃 등을 담은 조그마한 바구니를 하나씩 사든 순례자들이 이곳을 통해 ‘비루팍샤(Virupaksha)’사원 안으로 줄을 잇고 있었다. 그들은 신 앞에 이르러 준비해 온 야자를 그 자리에서 내리쳐서 쪼갠다. 그리고 그 야자 물을 자신의 머리에 바르기도 하고, 살짝 입에 적시기도 하다가 신에게 그 야자 물을 모두 붓어내리면서 무언가 축복을 빌었다. 그래서 그 주변은 항상 야자 물로 흥건해 있다. 누구나가 사원 내에서는 맨발로 다니기 때문에 이 사정을 잘 모르는 이방인이 볼 때는 이것이 대단히 지저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중앙 홀에 모셔져 있는 신전에서는 신도들이 둘러서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열광하면서 사제가 신이 내린 불꽃을 받아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제가 불판을 들고나오니 모두들 그 불꽃에 손을 적시듯 하면서 역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이러한 광경은 남인도 지역의 다른 힌두교 사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원시적으로 비쳐지는 이러한 광경은 마치 ‘인디아나존스’ 영화의 한 장면을 대하고 있는 것 같은 신비감을 준다. 이곳 비자야나가르 유적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단연 퉁가바드라 강변에 있는 ‘비탈라(Vittala )‘ 신전이다. 이곳에는 세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두 개는 신전이고 중앙에 있는 것은 궁전이다.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들은 그 기둥들에 머리는 용이고 몸은 사자인 기이한 동물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일품이다. 또 신전 마당에는 금방이라도 굴러 갈 듯한 ‘돌마차(Stone Car)’ 라는게 있는데 돌을 다루는 솜씨가 마치 나무를 다루는 듯해 석조 예술의 극치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를 진정 놀라게 한 것은 중앙에 있는 궁전 건물이었다. 물론 그것은 조각의 섬세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 궁전(Music Palace)’이라고 한다기에 처음에는 ‘이곳에서 악기를 켜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놀았는가 보지?’하고 평범하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평범한 게 아니었다. 먼저 이곳의 구조를 말하자면, 중앙에 홀(Hall)이 있고 그 둘레에 여러 개의 돌기둥들이 있는데 그 각 기둥들에는 또 다시 여러 개의 작은 기둥들이 마치 현악기의 현(絃)처럼 조각되어 있다. 또 각 기둥들마다 인도 전통의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것은 모두 하나의 돌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자, 여기를 두드려 볼 테니까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귀를 대고 들어보세요?” 하면서 그 관리인이 손 때가 묻은 작은 돌기둥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혹시나 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아, 놀라웁게도 그 돌기둥에서 어떤 울림이 들렸고 그 소리 또한 꽤 맑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안내인은 계속 다른 기둥들을 돌아가면서 두드렸는데 기둥마다 소리가 달랐고, 손가락의 놀림에 따라 음악이 연주되어 울려 났다.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각 기둥에 조각되어 있는 타악기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실제 그 악기의 소리가 울려 났다. 그러니까 북을 치면 북소리가, 장고를 치면 장고 소리가 나는 식으로 서로 다른 소리가 울려 나는 것이다. “제국 시절에 여러 악사들이 아무런 실제 악기도 없이 이 기둥들을 두드리면서 음악을 연주하고, 중앙 홀에서는 그 음악에 맞춰 무녀들이 춤을 추고 놀았지요. 이곳은 이 일대에 남아 있는 비자야나가르 유적들 중에서 최고의 예술품일 뿐만 아니라 인디아에서 가장 귀중한 유물 중의 하나입니다. 또 유네스코의 세계 보존 문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보존상 누구나 함부로 두드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오늘 당신에게는 특별한 써비스를 한 것입니다.” 거친 광야에서 시시각각 다가서는 신전들을 기웃거리면서 순례의 발길은 이어진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발길에 그늘 하나 없어 뜨겁고 팍팍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힌두인들은 순례를 통해 죄악이나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종교적 공덕을 유지하여 내세에서는 하늘에 태어나기를, 더 나아가 윤회에서 해탈하기를 바란다. 수로를 건너고 바나나 밭을 지나니 이번에는 좀 색다른 건축물이 다가섰다. 지도를 보니 ‘하자리 라마 사원(Hajari Rama Temple)‘과 ‘연꽃 궁전(Lotus Mahal)’, 그리고 ‘여왕의 목욕탕(Queen‘s Bath)’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모두가 왕궁터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석조 건축물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양식이 힌두와 이슬람의 혼합 양식이었다. 그러니까 이슬람의 침공 이후 그 영향하에서 건축된 것으로 보여진다. 어떠한 문명도 한 번 힌두 속으로 들어오면 그 힌두에 동화되어 버린다고 하는데 이러한 곳들이 그런 사례인 것 같다고나 할까. 이렇듯 몇 발자욱 옮길 때마다 나타나는 것이 신전 아니면 궁전 등이다. 그 신전에 모셔져 있는 신들의 형태도 어떤 곳은 원숭이 모습을 한 ‘하누만’과 부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매우 인기가 높은 꼬끼리 모양의 ‘가네쉬’ 등의 동물 모양의 형상들도 거대한 모습으로 모셔져 있어 ‘에니미즘’을 비롯한 원시종교의 일 면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힌두교임을 깨닫게 한다. 소달구지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와서 함피 마을과 비루팍샤 사원이 잘 내려다보이는 헤마쿠타 언덕 위에 올랐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옅은 안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황포의 도우티를 두른 한 힌두 사두가 석양빛에 잠겨 있다. 그가 어디에서 와서,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또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살아야 되지 않을까? 당시의 비자야나가르인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인도인들을 이해하려면 힌두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안개 속의 고푸람이 더욱 지난 비자야나가르 제국의 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 정리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25

치어리더 이다혜와 함께하는 특별한 전북 여행

대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치어리더 이다혜와 함께하는 특별한 전북여행 상품이 출시됐다. 현재 대만에서 활동하는 이다혜는 해외 진출 1호 치어리더로 대만 현지에서 가수로 데뷔, 유튜브 인기 크리에이터 1위에 오르는 등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공사는 이다혜의 고향인 전북 전주를 함께 여행하는 상품을 기획했고, 대만 내 한국상품 최다 판매 여행사인 ‘콜라투어’를 통해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대만 관광객 150여 명은 이다혜와 함께 전주비빔밥 만들기 체험을 시작으로 한복을 입고 전주한옥마을을 산책하고 보물찾기 미션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을 즐겼다. 또한, 완주 대승한지마을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서는 야구 응원 동작 배우기, 한국 전통놀이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됐다. 이날 전라북도는 이다혜 치어리더를 전북관광명예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올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K-치어리더 테마 지방여행상품은 2026년에도 계속된다. 지난 7월 이아영 치어리더와 선보였던 ESG 부산여행상품에 이어 이번 이다혜 치어리더와 함께한 전북여행상품에 대한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미식여행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25

여행정보 통합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 회원 100만명 돌파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여행 정보 통합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회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전국의 여행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 국내여행 플랫폼으로, 1997년 공사 누리집에서 여행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2011년 출시한 모바일 앱은 2018년에 반응형 웹 기반으로 통합하여 현재와 같은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 전국의 여행지, 음식점, 숙박 및 축제‧행사 등의 여행정보 △지역별 인기 여행지‧음식점‧숙소 정보(‘지역’ 메뉴) △연령대 및 취향별 맞춤형 여행지 추천 서비스 ‘AI콕콕’ △원하는 지역‧일정‧테마를 반영한 여행코스 제작 서비스 ‘AI콕콕 플래너’ △계절‧트렌드별 여행지를 추천하는 정기 큐레이션 서비스 ‘가볼래-터’ △인구감소 위기 지역에서 여행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등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여행기사와 댓글을 자동 요약해 제공하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더불어 카카오모빌리티, 티맵과의 협업으로 여행자의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수요가 높은 인기 여행지나 시기별 방문 흐름을 반영한 생생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공사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회원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100만 회원 달성 기념 퀴즈 이벤트’를 연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총 100명에게 지역 곳곳의 매력을 담은 선물 랜덤박스, 모바일 기프티콘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이벤트 메뉴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25

바다에 깃들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바다가 성큼 문 앞에 다가왔습니다. 문학적 표현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필리핀의 작은 섬인 ‘푸에르토 갈레라’의 니르바나(열반) 리조트에서는 바다가 바로 방문 앞까지 다가옵니다. 푸에르토 갈레라 라는 낯선 지명의 섬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입니다. 필리핀에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한국인 사장님을 따라 취재를 간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한국인 사장님은 섬에 작은 집을 사서 1년에 두 달 정도 그곳에서 사는 분이었습니다. 술도 좋아하고 성격도 호방한데다 잔정도 많은 분이어서 지역의 필리핀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많이 했습니다. 필리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옷을 입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국인 사장님은 아름다운 가게나 의류 업체에 지원받아서 수백 벌의 옷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이 작은 섬에서 사장님은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입니다. 어느 날 사장님이 “최 기자님, 이 동네 작은 리조트가 있는데 거기 한번 묵어 보세요. 시설은 별로 안 좋지만 경치가 끝내 줍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해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리조트에서 하루를 묵어 보니 섣부른 오해였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시설은 열악했지만, 리조트에서 보는 달과 별과 태양과 바다는 남달랐습니다. 밤에 비추는 달은 슈퍼문이 무색할 정도로 크고 은은하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밤바다 위로 별들이 쏟아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감미로운 노래에 귀 기울이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면 바다가 가볍게 방문을 두드립니다. 발 하나만 더 떼면 바다로 잠길 것 같은 리조트의 풍광은 대단히 독특했습니다. 무엇보다 니르바나의 일출은 황홀했습니다. 작은 빛이 올라오다 갑자기 노랗고 붉은 공이 봉긋 튀어 올라옵니다. 그러더니 금방 사위를 밝힙니다. 요즘 친구들 말로 감동돋는 풍경입니다. 금빛 햇살에 혼곤하게 젖을 때면 저 멀리서 고깃배가 항구로 들어옵니다. 항구에는 아이들이 몰려들어 고기가 얼마나 잡혔는지 살펴봅니다. 아쉽게도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지 못했네요. 새벽부터 고기 잡느라 피곤했을 법도 한데 어부의 얼굴은 환하기 그지없습니다. 뱃전에 모여든 아이들에게 필리핀 토착어인 타갈로그어로 무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손마다 들려 있는 작은 바가지나 비닐에 생선을 일일이 나누어 준 어부는 집에 가지고 갈 생선을 들고 기세 좋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리조트 앞에는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작은 가게가 있었습니다. 다소 몸집이 있는 필리핀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어디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도 한국에 살았던 적이 있다며 간단한 한국 음식도 할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것을 달라고 하니 라면을 끓여 줍니다. 반찬으로는 김치가 올라왔습니다. 필리핀 남부의 이름 모를 작은 섬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라면을 발명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노벨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섬을 둘러봅니다. 작은 섬이라 차를 타고 돌면 두 시간도 안 되어서 다 돌 수 있습니다. 시골 마을답게 모든 것이 불편해도 행복했습니다. 이방인에게 기분 좋게 웃어 주고 악수를 합니다. 리조트와 이웃한 자동차 수리점에서는 술 한잔하자는 손동작을 보여 주며 놀러 오랍니다. 염치불구하고 저녁 무렵 수리점으로 놀러 갔더니 불랄로(한국의 갈비탕 비슷한 필리핀 전통 음식)에 필리핀 데킬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수수나무로 만들었다는 술은 치명적으로 독하고 달큰합니다. 술 몇 잔에 불랄로 몇 점을 먹으니 금세 술이 오릅니다.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필리핀의 국민 영웅 파퀴아오의 복싱 경기 중계가 있었습니다. 나도 저 선수를 안다고 하니까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들도 “한국의 손흥민을 안다.”며 연신 엄지를 치켜듭니다. 기분 좋게 복싱도 보고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정 많은 필리핀 친구도 사귀고 돌아오는 길에 니르바나 리조트 아래 바다가 보였습니다. 바다는 점잖게 내일을 준비합니다. 온통 세상을 화려하게 태울 새벽을 준비하며 조용하게 뒤척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바다를 보았지만 니르바나 리조트에서 본 것처럼 생명력이 가득하고 따스한 바다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그 바다에 깃들고 싶습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25

“열대야 식혀줄 아름다운 밤명소로 마실을 떠나보자”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밤이 주는 특별한 감성에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고궁을 거닐어도 좋고 바다로 나가도 낭만적이다. 열대야를 식혀줄 아름다운 밤명소로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손을 잡고 밤마실을 떠나보면 어떨까? 고즈넉한 고궁 정취 즐길 수 있는 수원 화성행궁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 피어올라 백제 무왕 때 만든 한국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 부여 궁남지 세련미·애잔함 가득 오색 불빛 반짝이며 하늘 수놓는 부산 바다의 야경… 근대사 함께해온 시장도 볼거리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 멋진 보트와 케이블카서 한려수도의 절경을 둘러 보자 ◆달빛 아래 누리는 고궁의 정취 수원 화성행궁 달빛 아래 운치가 색다른 곳이 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수원 화성행궁(사적 478호)이다. ‘달빛 정담’이라는 주제로 고즈넉한 고궁의 정취를 즐길 수 있게 야간에도 개장한다. 행궁은 임금이 머문 임시 궁궐로, 평소에는 관아로 사용하기도 했다. 화성행궁은 고상하고 기품 있는 건축물 덕분에 ‘왕의 남자’ ‘대장금’ ‘이산’ 등 영화와 드라마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화성행궁의 색다른 매력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부터 볼 수 있다. 궁궐 곳곳에 조명이 켜지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피어난다. 화성행궁 밤 산책은 ‘국왕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뜻이 있는 신풍루(新豊樓)에서 출발한다. 궁궐로 들어가면 ‘달빛 정담’이라는 글자 옆에 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단아하게 빛나는 초롱을 따라가면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연 봉수당(奉壽堂)이다.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로, 실내에 부드러운 조명을 설치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몽환적인 봉수당의 아름다움에 걸음을 멈춘다. 방에서 누군가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봉수당에서 정담을 나눈 혜경궁 홍씨와 정조를 상상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봉수당 옆에는 정조가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 노래당(老來堂)이 있다. 이름도 ‘늙음이 찾아오다’라는 뜻이다. 어둠이 내리면 11~14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 수원 화성과 정조대왕 능행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노래당 옆은 낙남헌(洛南軒)이다. 화성행궁이 철거된 일제강점기에 훼손당하지 않은 건물로, 특별 과거와 군사들의 회식 등 각종 행사를 치렀다. 낙남헌 앞에는 ‘달토끼 쉼터’라는 포토 존이 있다. 여기도 보름달 조명이 설치되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궁의 밤을 즐기기 좋다. 낙남헌부터는 청사초롱이 어둠을 밝힌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未老閒亭)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현란한 도시 불빛이 어우러진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하고,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차분하다. 바닥에는 나비 모양이 어른거린다. 아련한 분위기에 젖어 걷다 보면 화성행궁 전경과 수원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미로한정이 나타난다. 밤의 낭만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잠시 정자에 앉아 여유를 누려보자. 마음에 시나브로 작은 틈이 생기는 듯하다. 정조의 어진을 모신 화령전(華寧殿, 사적 115호)은 단순하지만 견고하다. 화령전의 운한각(雲漢閣)과 복도각(複道閣), 이안청(移安廳)은 2019년에 보물 2035호로 지정됐다. 검소하지만 격조 있는 건물을 부각하기 위해 건물 밖 조명에 공을 들였다. 화성행궁에 흐르는 국악과 달리, 화령전에는 처연한 대금 독주가 나온다. 대금 선율과 함께 화령전을 돌아보면 생각이 한없이 깊어진다. 낙남헌 앞에는 환한 보름달을 형상화한 ‘달토끼 쉼터’가 있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 부근에서는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함께 현란한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화령전(사적 115호)도 밤에 더 빛난다. 검소하지만 격조 있는 건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명과 음악에 공을 들였다. 수원 화성(사적 3호)도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심을 감싸는 5.5km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다. 방화수류정과 용연 주변은 밤마실 명소다. 화성행궁을 등지고 서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공방거리가, 왼쪽에 나혜석생가터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화성행궁 건너편 수원통닭거리도 빠뜨리면 안 된다.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가게가 모여 있어, 언제 가도 바삭한 통닭과 흥겨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백제의 밤 여행.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야경 여행지는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다.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무왕 때 만든 것으로 보이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여름에는 치렁치렁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거대한 습지에서는 형형색색 화려한 연꽃이 핀다. 밤이면 연못 안 포룡정 일대에 조명이 들어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일품이다. 정림사는 백제 성왕이 사비성(지금의 부여)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그 중심에 세운 사찰이다. 인적이 뜸한 밤에 조명이 들어온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는 적막하고 고요하다.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 아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석탑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부여가 자랑하는 드라마 촬영 명소인 서동요테마파크, 세상을 떠돌던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만수산 기슭의 무량사, 많은 연인이 찾아와 사랑나무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적 4호)도 들러보길 권한다. ◆화려함과 짜릿함이 가득! 버라이어티한 부산의 밤 부산의 여름밤을 즐기고 싶다면 송도해수욕장으로 가자. 해변 동쪽에 조성된 송도구름산책로는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밤이면 송도구름산책로가 주변 야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그 위로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는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더욱 짜릿한 시간이 된다. 부산의 대표 도보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약 2km에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본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에 올라가면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도시를 밝힌 야경이 근사하다. 초량전통시장은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해온 곳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안에는 먹거리도 많다. 암남공원은 청량한 숲길과 푸른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힐링 포인트다. 6월 초 암남공원과 동섬을 잇는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개통했는데, 벌써 부산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해안 절벽 둘레를 걷고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통영 밤바다의 감미로운 유혹, 통영밤바다야경투어 미항(美港) 통영은 야경 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다. 노을 속으로 멀어지는 섬과 화려한 조명을 담아낸 호수 같은 바다가 답답한 도시에서 온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멋진 보트를 타고 밤바다를 돌아보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선택이다.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통영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통영운하를 따라간다. 통영해양스포츠센터가 있는 도남항에서 출발해 강구안과 충무교, 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50분 남짓. 입담 좋은 항해사가 들려주는 통영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남망산 자락에 있는 디피랑도 야경투어 명승지로 이름이 높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통영의 동피랑, 서피랑의 벽화가 살아 움직인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했다. 1.5km 산책로를 따라 다채로운 빛과 미디어 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인터랙티브 기술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한 체험이 가능하다. 통영 앞바다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통영케이블카가 정답이다. 통영의 시가지는 물론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다. 낮에는 미륵산 정상까지 울창하게 숲을 이룬 편백나무를 볼 수 있고 밤에는 통영대교를 비롯한 환상적인 통영의 밤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옥상전망대와 스카이워크가 마련된 상부역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오르면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절경을 둘러 볼 수 있다. /글·사진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8

단양구경시장 '드라큘라 갈릭 나이트' 이색 콘텐츠 선보여

충북 단양시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단양구경시장’에서 미식 축제 ‘드라큘라 갈릭 나이트’를 열고 이색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단양구경시장에서 단양의 특산물인 ‘마늘’과 마늘을 싫어하는 ‘드라큘라 백작’을 접목해 방문객의 흥미를 유도하고 단양구경시장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됐다. 단양구경시장은 공사가 선정한 K-관광마켓 10선 중 한 곳이다. 사전 예약 참가자 60명은 드라큘라 백작이 직접 서빙하는 특별한 마늘 다이닝 코스를 즐겼다. 웰컴 드링크인 단양구경주 칵테일, 마늘빵, 마늘 순댓국, 마늘 떡갈비(닭강정)와 디저트로 제공된 흑마늘 아이스크림까지 이색적인 마늘 요리가 제공됐다. 코스요리에 포함된 메뉴는 단양구경시장에서 상시로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바 △디제잉 및 재즈 밴드 공연 △드라큘라 포토존 △마늘 비즈 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방문객들이 단양구경시장과 축제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펩시코리아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펩시콤보는 1시간 만에 준비된 수량 300개가 모두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펩시콤보는 단양 마늘을 활용한 불망치돈까스, 치즈떡갈비, 닭강정 등과 어울리는 ‘펩시 제로슈거 모히토향’ 음료가 함께 제공되는 세트 메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8

한우·맥주 어우러진 ‘횡성 소맥축제’ 9월 5일 개막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와 맥주가 어우러진 이색 축제가 펼쳐진다. 횡성군 공근소맥축제추진위원회는 오는 9월 5∼7일 횡성베이스볼파크에서 ‘제3회 공근 소(牛)맥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횡성 한우 맛 체험과 함께 원주 브로이하우스, 히든트랙브루잉, 몽트비어, 여주맥주 등 인근의 주요 수제맥주 업체 4곳이 참여해 다양한 맥주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먹거리 부스도 운영된다. 젊은 세대의 참여 확대를 위해 감성 포토존을 설치하고, 횡성 이모빌리티 페스타와 콜라보 프로그램으로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 이모빌리티 페스타 스탬프 투어 완주자에게는 맥주 1잔 무료 쿠폰을 현장 지급하고, 공근 소맥축제 스탬프 투어 완주자는 안전한 귀가를 위해 대리운전·택시비 5천000원 할인쿠폰을 지급한다. 소맥축제위원회는 앞서 성공적인 축제 준비를 위해 5회에 걸쳐 추진위원회를 열어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자생 단체별 임무를 분담했다. 개막일에는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람객 동선·응급 대응·교통·귀가 지원까지 세밀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전명수 소맥축제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제3회 공근 소맥축제가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공근면 단체장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한우와 수제맥주가 어우러진 특색 있는 축제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8

“관광 거점 ‘허브’ 중심으로 지역관광 활성화해야“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려면 관광 거점인 ‘허브’를 중심으로 인근 소도시인와의 연계관광으로 관광 수요를 분산하면서도 권역 중심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6일 야놀자리서치,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 & T 애널리틱스 센터가 공동 주관한 ‘지역관광활성화의 패러다임과 실행전략 세미나에서 나온 것이다. 서울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방소멸위기에 처해있는 현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가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연설에 나선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교수는 “2047년에는 우리나라 시군구 229개 중 157개(68.6%)가 소멸 고위험 지역”이라며 “지역 생태계를 살리고 지방에 인구 유입을 늘리는 효과적 대안 중 하나가 지역 관광 활성화”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관광산업에 몰입해야하는 이유로 관광 산업은 서비스 산업의 핵심으로 전 세계 GDP의 10.5%를 차지하는 우량 산업인 점을 들었다. 일례로 세계 항공 여객 운송량 추이로 미뤄봤을 때, 15년마다 매출규모가 2배 이상의 규모가 커졌다고 했다. 그는 내수 진작과 외화벌이 측면에서도 관광산업은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장교수는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1인이 국내여행 시 평균 188만원을 쓰고 간다. 이는 2024년 국민 연간 소비지출액인 1542만원의 12.2%다. 외국인 관광객 8.2명이 지역 소비 인구 1인을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지역관광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장 교수는 쏠림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중 78.4%가 서울에 방문했다. 2위는 부산으로 전체의 16.2%만이 부산을 찾아 1위인 서울과 격차가 상당했다. 내국인들이 꾸준히 국내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문제다. 관광수지 적자는 예정한 수순. 2024년에는 한국인 2869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장 원장은 전체 인구가 아닌, 활발한 여행이 가능한 여행인구(79세 이상과 3세 이하 제외)는 4300만 명 정도로 사실상 여행인구 3명 중 2명이 1년마다 해외로 나간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황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지역관광의 근본적 문제점은 ‘수요 부족’이다. 지역으로 여행하려는 외국인도 심지어는 내국인도 많지 않다는 것. 외국인 관광객이 외국인의 서울 여행에 쏠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교통수단이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73.7%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방 공항 노선이 활성화돼 있지 않으니,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지도 자연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좁혀진다. ‘지역 고유 콘텐츠의 부재’한 것도 지역관광을 외면하는 요인이라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2024년 기준 전국 출렁다리 254개, 2025년 6월 기준 관광용 케이블카 43개, 2025년 기준 레일바이크 25개, 2024년 기준 지역축제 1170여 개다. 서로 베끼고 베낀 지역 관광 콘텐츠의 결말은 ‘공멸(共滅)’이다. 어느 지역을 가도 출렁다리, 케이블카, 레일바이크, 비슷한 축제가 있다. 어느 관광객이 어딜 가도 비슷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싶을까. 장 교수는 지역관광활성화를 위해 ‘여행객 입장’에서 고객의 여정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경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을 소비자로 고려한 국내 이커머스(e-commerce)서비스 체계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 대중교통·배달앱·숙박앱·관광지 등 플랫폼에 외국인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가령 다국어 지원, 해외 신분증으로 본인인증, 해외 카드 등록 및 결제, 해외배송 등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 그 예다. 장 교수는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연결’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역관광이 잘 되기 위해서는 실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정량적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만들고 꾸준히 이를 측정하고 결과를 축적해 나가야 지역 관광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8

임금님 밥상 먹고, 역사문화 옛길 한번 걸어볼까~

어느덧 처서. 뜨겁고 독한 더위는 조금씩 뒤걸음질 치고 있다. 남도의 여름은 유혹이 많다. 바다는 반짝이고, 산은 푸르며, 밥상은 넘친다. 여행자는 고민한다. 이번 여름, 어디로 갈까. 순천에서 시작해 부여, 공주, 부안을 잇는 길은 맛과 역사, 풍경과 발걸음을 모두 채워주는 여정이다. 맛 - 전라도의 참맛을 찾아 떠나는 순천여행 전라남도 순천은 예로부터 물자가 풍부한 지역이었다. 맑은 계곡이 흐르고 바다를 면하고 있어 살기 좋은 자연적 지형은 두루 갖춘 곳이다. 조선시대 때 순천은 산과 들에서 나는 각종 식재료를 비롯한 약재, 맛있는 제철 과일과 바다에서 거두는 해산물까지 약 28종의 다양한 농수산물을 나라에 바쳤다. 순천을 대표하는 요리를 선뜻 꼽을 수 없다. 것은 출중한 요리의 가짓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만 가지 재료를 조합하여 만 가지 반찬을 차려 내니 종류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을 터. 올여름, 식도락 여행을 위해 순천을 찾았다면 수많은 선택의 폭에서 이것만 기억하자. 왕의 밥상을 받을 것인가? 스님의 밥상을 받을 것인가? 순천의 남도정식은 순천만 칠게요리와 미나리 떡갈비를 맛 볼 수 있고 식사 반찬이 무려 11가지나 된다. 동그란 소쿠리에, 반찬 접시를 빈틈없이 채운 밥상을 보면 군침이 절로 흐른다. 가성비도 좋다. 1인 1만5000원부터 시작하며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순천은 전국 꼬막 종패 생산량 약 70%를 차지 하는 꼬막의 고향이다. 이 꼬막 동네에는 색다른 꼬막 요리가 있으니, 일명 ‘꼬막장’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하지만 심심하면서도 감칠맛이 돈다. 임금의 밥상에 올린 산해진미도 즐길 수 있다. 고급 한정식을 선보이는 이곳에선 미식가들만 즐긴다는 홍어삼합이 다만 한두입 맛보는 반찬이다. 즉 모든 반찬이 귀한 요리와 같으니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다. 조계산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우리나라 불교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채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순천은 다양한 산사의 음식이 발달했다. 순천산사를 즐기기 전에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되새겨보자. 산사의 만찬은 더덕, 도라지, 연근, 두부, 머위 등 귀한 농산물이 그 주인 공이다. 건강한 재료들로 차렸으니 속도 부담 없다. 역사 - 배울 것 많은 가족여행지 부여 부여는 개성 강한 가족 구성원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머리 맞대고 코스만 잘 짠다면 이번 가족여행 일기의 제목으로 ‘처음으로 다투지 않았던 여름 휴가’가 낙점될지도 모를 일이다. 궁남지는 올해 ‘한국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유서깊은 가족여행지로 이름이 높다. 낮에는 연꽃을, 밤에는 달빛이 반사된 연못에 취할 수있다. 신라시대 인공호수인 안압지보다 무려 40 여 년 먼저 만들어졌다. 궁남지의 형태에는 신선사상이 담겨 있다. 물론 신선사상이나 조경에 대한 관심 없이도 수양버들이 둘러싼 연못은 그저 무한히 아름 답게 보인다. 만개한 연꽃을 복작복작하게 즐기다가 연못 한가운데에 고요히 자리한 포룡 정을 바라보면 들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퇴근길, 멀리 ‘우리 집’이 보이는 것같은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포룡정으로 향하는 좁고 긴 다리를 가족과 손잡고 건너면 어느새 한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궁남지는 연꽃이 개화하는 여름도 아름답지만,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겨울이나 특유의 색을 뿜어내는 가을과 봄 또한 매력적이다. 성흥산성 끝자락에 자리한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그 모양 때문에 유명하다. 이 나무는 동글동글한 여느 나무와 달리 웬일인지 몇 군데 가지가 유독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온 독특한 모양이다. 특정 각도에서 보면 마치 하트모양을 닮아 ‘사랑나무’라 불린다. 하트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사진에 담아보는 것이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재미다. 여러 TV 드라마에도 이 아름다운 나무가 배경으로 담겼다고 한다.유명세를 차치하고서도 400년 된 생명을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일이다. 이 오래된 나무 앞에서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가족을 떠올려보자. ‘네가 가고 싶은 대로 마음껏 뻗어나가 보렴.’ 제 마음대로 뻗어나간 가지는 뿌리로부터 들려오는 이 응원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내는 것만 같다. 이곳에서 하트 모양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괜찮은 이유다. 문화 - 천년 문화의 고향 공주 공주는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문화유산의 도시다. 63년간 백제 도읍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충청감영이 있으며 동학농민혁명 4 대 전적지인 우금치를 비롯해 유관순, 백범 김구 선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는 곳이다. 공주의 마곡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643년에 창건되어 1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 다. 이곳은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1896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선생이 수감 중 탈옥하여 은거한 곳이 마곡사다. 출가 당시 삭발을 했던 터가 남아 있고,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거닐었을 길은 ‘솔바람 백범 명상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산책코스와 트레킹 코스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산사의 평화로움과 잠시나마 번뇌를 내려놓게 해주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의 한옥마을에 지쳤 다면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공주한옥마을로 가보자. 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고분군과도 가까워 잠시 둘러보기에도 좋다. 숙박하지 않아도 백제놀이터, 족욕체험장, 북스테이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인절미 만들기, 백제 복식체험, 다도, 백제책 만들기, 국궁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도보 20~30분 거리의 금강 변 고마나루 솔밭은 공주 10경 중하나로, SNS에서 사진 명소로 떠오른 곳이니 이곳에서 여행의 추억을 남겨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은 특히 금강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산성 안 성곽 둘레길을 걸으면 공주의 구·신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간직한 오랜 역사만큼 얽혀 있는 이야기도 많으니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것은 공산성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꿀팁. 근처에는 공주시 음식특화거리인 백미고을이 있어 여행자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공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밤파이, 밤음료도 맛볼 수 있다. 유구색동수국정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변에 형형색색과 다양한 수국을 비롯한 수종을 심어 조성한 정원이다. 비용과 관리를 지역 시민이 맡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수국이 만개하는 시기는 6~7 월이지만 해바라기 등 다양한 수종을 식재해 가을에도 유구천의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 걸으면서 여름을 이기는 부안 전라북도 부안은 관광지로는 친숙한 곳이다. 깊고 울창한 변산, 기암괴석이 켜켜이 쌓인 채석강, 천년고찰내소사 등은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다. 새로움이란 없을 것 같던 부안에서 청춘 영화 <변산>이 탄생했다. 영화 속 청춘들은 드넓은 갯벌에서 묵은 화해를 위한 질펀한 싸움을 벌이고 마을 뒷산에 주저앉아 어쩐지 슬프지만 언제나 빛나는 노을을 바라본다. 투박한 듯, 촌스러운 듯, 아름답다. 부안은 그런 곳이다. ‘마실길’은 부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약 66km의 트레킹 코스가 변산반도 해변 쪽으로 나 있어 밀물 때는 힘찬 파도 소리를 듣게 되고 썰물 때는 직접 갯벌을 체험할 수도 있다. 서해 낙조의 황홀경은 덤이다. 마실길 코스 중 2코스인 노루목 상사화길은 변산해수욕장의 남단 움푹 파인 곳에 자리한 송포항에서 출발한다. 송포항선비마을을 거쳐 상사화군락지, 노리목고사포, 성천포구에 이르는 5.3km 정도의 길이며 1시간 15분걸린다. 철책 초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 조성된 상사화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꽃과 잎이 동시에 있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지닌 상사화는 7월 말 개화해 8월에 만개한다. 3코스인 적벽강 노을길은 성천에서 출발해 부안의 빼어난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천 하섬 전망대에서 출발해 반월마을, 작은당사구, 적벽강, 채석강, 격포항까지 9.8km 의 길이다. 2시간 30분 걸린다. 변산해변의 적벽강은 붉은색 바위와 절벽이 어우러져 맑은 물에 붉은색이 비친다. 석양 무렵 바위가 햇빛을 받으면 진홍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5코스는 갯바위 낚시터에 놓은 테크를 따라 걷는 낭만적인 길이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늘어진 모항해수욕장이 대표 구간이다. 송산농장산림수련원, 모항해수욕장., 갯벌체험장까지 이어진 5.4km 구간이며 1시간 20분걸린다. 썰물 때는 조개 캐기, 진흙 놀이 등 갯벌 체험도 가능해 어린아이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반길 만한 곳이다. 몽포해수욕장에서왕포마을에 이르는 6코스의 백미는 쌍계재아홉구비길. 오르막과 내리 막이 반복되지만 원시림과 같은 청정의 숲길을 거닐며 빽빽하게 자란 신우대가 휘어져 만들어낸 터널을 지나면 자연과 하나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6.5km이며 2시간 걸린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1

관광두레 신규 주민사업체 45곳 선정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2025년 관광두레 신규 주민사업체 45개소를 선정해 31일 발표했다.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2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이번 공모에는 121개 주민사업체가 참여했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 공동체가 숙박, 식음, 기념품, 여행, 체험 등의 분야에서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사업으로, 2025년 7월 현재, 50개 기초지자체에서 193개의 주민사업체를 육성, 지원하고 있다. △여주를 대표하는 도예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을 알리는 ‘오감(경기도 여주)‘ △자연방목형 목장에서 즐기는 생태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식회사꿈꾸는목장(강원도 태백)’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인 ’다시,정읍(전북 정읍)‘ △지역 특산물인 ’설도복숭아‘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복사꽃길청년들(경남 함양)‘ 등 지역색을 부각한 매력적인 관광사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신규 주민사업체 중 20개소는 △경기도 여주 △강원도 태백 △충남 당진 △전북 정읍 △경남 함양군 등 관광두레를 처음 시작하는 지역에서 선정됐다. 주민사업체의 사업 분야는 ’체험‘이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식음(22%), 기념품(18%), 여행(7%), 숙박(4%)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사는 최종 선정된 신규 주민사업체에 앞으로 최대 5년간 교육, 컨설팅, 법률 및 세무 상담 등의 맞춤형 지원을 할 계획이다. 공사 이영근 관광기업지원실장은 “관광두레를 기반으로 진정한 로컬 매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공사는 주민사업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지역 대표 관광사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1

'바가지·불친절·위생논란'…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유명관광지의 바가지, 불친절, 위생논란이 화제가 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관광도시로 유명한 여수의 한 리조트형 호텔에서 걸레 수건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객실에 있는 수건으로 아이를 닦아주고 보니 ‘걸레’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는 이용자의 경험담이 담긴 게시물에는 이 호텔이나 여수에 대한 불만족 사례를 공유하는 댓글도 잇따랐다. 이에 앞서 여수는 맛집을 소개하려는 유튜버가 홀로 식사하는 사이 “빨리 먹으라”고 면박한 유명 식당의 영상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강원 속초시 대표 포장마차촌 ‘오징어 난전’에서도 여수와 비슷한 불친절 사례가 화제가 됐다. 지난 6월26일 한 여성 유튜버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당일치기 속초 오징어 난전 혼술, 그런데 많이 마쉽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A씨는 바다가 보이는 가게 바깥 자리에 홀로 앉아 오징어회 2마리와 오징어 통찜 1마리, 소주 1병을 주문했다. 오징어회가 나온 지 10분 뒤쯤 종업원은 A씨에게 “이 아가씨야, 여기서(안쪽에서) 먹으면 안 되겠니?”라고 말한 뒤 사라지는 모습이 비쳐졌다. A씨는 당시 매장에 빈자리가 많은 상황이었기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징어 통찜이 제공된 뒤 2분가량 지났을 때 종업원은 “아가씨 (음식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오면 안 돼?” “빨리 잡숴” “너무 오래 있네” 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울릉도의 한 식당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여행 유튜버 ‘꾸준’은 지난 19일 올린 ‘울릉도는 원래 이런 곳인가요? 처음 갔는데 많이 당황스럽네요’ 영상에서 1인분 120g에 1만5000원인 삼겹살 2인분을 시켰는데 비계의 양이 고기보다 많은 삼겹살 두 덩이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조회수 280만여회를 기록한 해당 영상에는 “찌개용도 저렇게는 안 먹겠다. 불판 코팅용으로 쓰는걸”(네이버 이용자 cbro***), “저거는 고기를 굽기 전에 불판 기름칠하는 비계덩이 아닌가요?”(happ***) 등의 분노성 댓글이 쏟아졌다. 식당주인은 직원이 고기를 내놓는 과정에서 삼겹살 용이 아닌 고기를 내놓으면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겹살 파동이 일어난지 며칠 후 또 다른 유튜버가 택시 바가지 요금을 고발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또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유튜버는 울릉군 북면의 한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서면에 위치한 식육식당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목적지 거리는 17km였고 택시 요금은 2만3000원으로 예상됐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기사는 5만 원이 넘는 요금을 요구했다. 택시에서 내린 유튜버는 “택시기사가 (앱의 경로와) 반대로 가더라”며 “반대로 가는 게 절대 더 빠를 수가 없다. 앱으로 봤을 때 2만3000원 나온다고 했는데 5만 원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는 “유명관광지에서 지속적으로 불친절, 바가지 사례가 적발되는 것은 재방문객보다 첫방문이나 단기체류객의 비중이 높아서 상인입장에서 단기 이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나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방문 후기, 기반 평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제주의 경우처럼 착한가게 인증제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주문했다. 나 대표는 또 “가격을 표준화하고 부당 요금을 적발하면 과태료 뿐만 아니라 영업정지 등 강력제재를 하는 한편 친절업소와 정찰제를 지닌 업소에는 세금 감면이나 홍보혜택을 주는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