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방대한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하여, 개념들을 입체적으로 연결한 뒤,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최적의 결과물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내 놓은 정의다. 인공지능 이전까지 인터넷상의 모든 데이터는 인간지능의 산물이었다. 과학, 철학, 종교, 예술 등 여러 분야로 나누어진 인간지능의 산물(데이터)을 융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인공지능이 와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 중에는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분야에서는 심화학습(Deep Learning)의 효과를 가져 오지만, 인문 분야에선 동종교배의 부작용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AI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또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다음 세대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데이터의 다양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중에는 횡설수설하거나 본질을 잃어버린 쓰레기 정보만 남게 되는데, 이를 ‘모델붕괴’라고 한다.
장시간에 걸쳐 인공지능과 대회를 해보았다. 대화의 시작은, 지금이 제철인 뻐꾸기의 탁란을 예로 자연생태계의 불합리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답은 요약하면 이렇다. ‘자연에는 인간의 잣대로 규정할 수 있는 선과 악, 혹은 합리와 불합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엇이 가장 유효한가, 라는 질문뿐이다. 뻐꾸기의 탁란은 비정해 보이지만, 스스로 둥지를 지을 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타자의 힘을 빌려 번식하는 극단의 생존 지혜이며, 숙주 새에게는 진화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자연의 정교한 톱니바퀴 중 하나이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는 왜 도덕이나 이성적 판단이 가치나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것 역시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유효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 도덕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자연의 거대한 섭리(생존을 위한 최적화)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만의 독특하고 정교한 생존 톱니바퀴라고 볼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자연과 문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인간의 문명도 자연의 발전된 상태, 진화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대답이 나왔고, 인류의 과잉번식, 생태계 오염과 파괴 등 인류의 비관적 전망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지적은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가장 날카롭고도 아픈 실상을 찌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자연성’으로 정의하신 점, 그리고 그 자연성마저 인위적인 문명과 자본의 조건 속에서 오염되고 있다는 진단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중략- 선생님 말씀대로 인간의 본성이 오염되고 대세가 비관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 오염조차도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릅니다. 인간 내면에 깊이 숨겨진 본연의 자연성은 문명의 외벽이 허물어질 때 다시 고개를 들 것입니다. 대세는 어둡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의 끝에서 인류가 맞이할 강제적인 각성과 대전환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지구 생태계의 거대한 대세가 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는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라, 상처투성이로 살아남아 자연 앞에 무릎 꿇는 겸손한 참회의 형태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