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초고령사회를 살고 있다. 언제 어디를 가도 60세 이상인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가 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건 돌봄에 관한 문제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간판들을 보면 노인돌봄기관이 자주 눈에 띈다.
도로 위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차량보다 노인주간보호센터라고 적힌 노란 차에 타고 내리는 어르신들을 볼 때가 더 많다. 이제는 동네 깊숙한 곳에서도 만난다. 시민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도 아파트 단지 안 가정어린이집은 없어진 지 오래고 제법 큰 규모의 어린이집도 어느 날 갑자기 노인돌봄센터로 간판을 바꾸었다. 이런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인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부모님 돌봄에 관한 이야기가 요즘 주식 이야기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얼마 전에는 한 독서회 회원이 올해 87세가 된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이야기, 100세가 된 부모님을 일흔이 넘은 딸이 집에서 모시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육아의 어려움을 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부모 돌봄 대화가 많아지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야기 중에는 부모 돌봄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 마주했다. 육아의 어려움은 지역 온라인 맘카페에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부모 돌봄은 어려움을 혼자서 감당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로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지인들의 이야기에서 돌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초고령사회를 살면서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가까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남편과 형제들은 수년째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올해 아흔두 살인 시어머니의 아침, 저녁 식사를 자식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챙긴다. 낮에는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노인돌봄기관에 다니다 그만하시고 집에서 지내기를 바라셨다. 돌봄은 자식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이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돌봄을 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아주 가벼운 치매가 있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으시다. 가끔 찾아뵙지만 아직은 큰 힘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자주 가는 남편에게 상황을 물어보는 정도다. 아무래도 남편은 시어머니 돌봄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돌봄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돌봄과 간병의 부담은 모든 연령층에서 70% 이상이었다. 자식들은 부모 돌봄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돌봄을 전적으로 담당해야 할 경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부모를 전문시설에 모실 경우는 직접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도 77%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이 경제와 일상생활을 포기하는 것보다 전문 기관에 모시는 게 옳다는 선택이 2% 더 높았다. 부모 돌봄을 하면서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 생기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응답자의 84%는 거동이 불편해지는 미래에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될까 걱정했다. 또 조사에서 3명 중 2명이 자식이나 배우자로부터 돌봄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내놓았다.
초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돌봄은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내가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념일 빽빽한 가정의 달 5월, 부모와 자식, 돌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