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밥 헌터스 포항 ‘상해교자’·'달팽이책방' 천장에 달린 등·벽 장식 대만·홍콩 골목길에서나 볼 버반 가게 모습 우욱면과 여섯가지 맛의 딤섬 먹고 후식으론 ‘달팽이책방’서 홍차도
이웃에 살던 친구가 딴 동네로 이사 갔다.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해 전화로 자주 이름을 불러주고 그러다 우리 집에서 가까이 살아 가벼운 차림으로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는지 이사 가는 날도 몰랐고, 심지어 어디로 가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가버렸다. 소문에 효리단길에 터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였나보다, 오늘에서야 친구를 만나러 갔다.
S가 효자 시장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나를 데리러 왔다. 오늘따라 옷차림이 화사했다. 그의 핑크빛 치마를 보니 벚꽃 피는 봄으로 다시 되돌아 간듯하다. 주말이라 효자 시장에 차가 많았다. 오랜만에 찾은 공영주차장은 주차비를 내야 했다.
볼일을 끝낸 S는 가게를 나와 이 동네 맛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효자 시장 주변에는 오래된 토박이가 많아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에 유명한 경리단길을 본뜬 효리단길에 많은 맛집이 있지만, 우리 이웃에 살았던 친구가 떠올라 그리로 향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상해교자’이다. 원래 효리단길에 유명한 튀김집 ‘순이’가 살던 곳인데 더 안쪽으로 떠났고 그 빈자리에 상해교자가 이사 온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만석이다. 종업원이 웨이팅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다행히 5분이면 자리가 날 것 같다며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함께 간 S는 내가 아는 집이니 나더러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우리 동네에서는 딤섬과 짜장면 탕수육을 파는 중국집이었다면 효리단길에 이사 오며 대만이나 홍콩의 어느 골목길에서나 볼 법한 가게로 모습을 바꿔버렸다. 천장에 달린 등이나 벽에 장식이 그랬고, 들려오는 음악은 중경상림의 주제곡이다가 화양연화의 여주인공이 계단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우고 가게 안을 어슬렁거렸다.
짜장면과 탕수육은 메뉴판에 없고 탄탄면과 우육면과 완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고민 끝에 우육면과 딤섬 세트를 골랐다. 딤섬은 우리 동네에 있을 때도 인기 메뉴여서 골랐지만, 우육면은 먹어봐야 알 것 같았다. 염려하는 사이 금방 자리가 났다.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 위에는 시원한 물과 함께 종이컵, 고추기름, 화자오, 딤섬 간장, 우육장, 갓절임 단무지가 있어 덜어 먹으라고 앞접시까지 있었다. 더는 사이 우육면이 나왔다.
취향에 맞게 음식에 추가해 먹을 수 있어서 우리는 우육장과 갓절임을 추가했다. 우리 입맛에는 간이 세다고 느꼈는데 대부분 손님이 좋아했다. 고수도 말하면 준다고 하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면 양이 넉넉했다. 곧이어 딤섬과 함께 생강채를 주며 간장을 부어 딤섬 위에 조금씩 올려 먹으라고 했다. 6개의 딤섬을 가위로 반 나눠 생강을 한 점씩 올려 모두 다 맛보았다. 여전히 맛있었다. 다음엔 가지 만두와 탄탄면을 먹으러 다시 와야겠다. 상해교자는 2014년부터 북구보건소 맞은편에서 10년간 영업을 하다가 이곳으로 이전했다. 매장이 협소해서 예약, 배달, 포장을 하지 않는다.
후식으로 홍차가 맛있는 ‘달팽이책방’으로 갔다. 상해교자 바로 코앞에 있어서 서너 걸음이면 닿는다. 독립 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동네서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홍차를 준비해 놓았다니 놀라웠다. 가장 인기 있는 홍차와 밀크티를 주문하고 난 뒤 책장을 살폈다.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책을 둘러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득 눈을 들어 보니 사장님이 차를 우리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향긋한 차를 들고 창밖으로 상해교자를 보니 손님이 더 길게 줄을 선다. 이사 와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홍차 향이 깊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