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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집 딸기만 찾을까? 쇳물 녹이던 투박한 손, 가장 달콤한 결실을 빚다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5-11 18:05 게재일 2026-05-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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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cm의 과학과 컵 육묘의 고집, 로컬푸드 매장 ‘오픈런’ 부르는 완판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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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딸기 하우스에서 김영득 대표가 갓 수확한 딸기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단정민 기자

포항 산림조합 로컬푸드 직매장에 김영득(76) 대표의 딸기가 입고되면 직원들의 손길부터 분주해진다. 단골 고객은 물론 인근 카페 매니저들까지 “이 집 물건을 먼저 달라”며 선점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하다”는 평가 속에 김 대표의 800평 하우스는 지역 로컬푸드 시장의 확실한 강자로 자리 잡았다.

성공 비결은 철저한 ‘투자’와 ‘데이터 경영’이다. 김 대표의 하우스는 노련한 농부의 감(感) 대신 정교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면에서 82cm 높이에 설치된 재배 시설이다. 기존 시설 아래에 직접 벽돌을 쌓아 올려 작업자가 서서 일할 수 있는 최적의 높이를 맞췄다. 

“허리를 구부리면 몸부터 무너진다. 사람이 편해야 정성이 들어가고 품질도 정직하게 나온다”는 그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기술 투자도 과감하다. 모종 고사율을 낮추려 남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컵 육묘 방식’에 도전 중이다. 

일일이 컵을 수거하고 이쑤시개로 핀을 고정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1만 2000봉의 모종을 완벽하게 길러내겠다는 고집이다. 

유통 전략은 더 날카롭다. 복잡한 공판장 경매 대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다이렉트 판매’를 고수한다. 

가격은 시중보다 저렴한 1kg당 7000원 선을 유지하되 ‘그날 딴 딸기는 무조건 그날 판다’는 원칙을 지킨다. 

저녁 무렵 남은 소량은 과감한 ‘타임 세일’로 모두 소진한다. “재고는 신뢰를 깎아먹는 손해”라는 사업가 시절의 감각은 매일 ‘완판’으로 이어진다.

이토록 치밀한 농업 경영의 배경에는 굴곡진 인생사가 있다. 

그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서 14년을 복무한 직업 군인 출신이다. 전역 후 부산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며 쇳물을 다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는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고향 포항으로 돌아오던 길, 기름값이 없어 화물차 면허증을 담보로 맡겨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천장이 무너지는 환각에 시달릴 정도로 처절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그는 쇳가루 대신 흙을 잡았다. 누님의 부추 농사를 돕던 그를 눈여겨본 한 이웃이 “측은해 보인다”며 선뜻 하우스 7동을 내준 것이 시작이었다. 

절망 끝에 다시 잡은 기회였기에 부추로 기반을 닦았고 4년 전 딸기로 작목을 전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 대표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부 보조에만 기대지 말고 확실한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1974년 군 복무 시절 처음 딸기를 접했던 청년은 이제 포항 로컬푸드를 이끄는 베테랑 농업인이 됐다.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보답하는 흙이야말로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일터다. 

“양심껏 키워 투자한 만큼 얻는 것입니다. 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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