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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칩플레이션’ 본격화⋯IT 기기 가격 줄줄이 인상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6-04-15 17:01 게재일 2026-04-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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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관 컴퓨터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봄 시즌을 맞아 북적여야 할 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관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장 곳곳에는 여유로운 공기가 감돌았고, 손님보다 진열된 제품들이 더 눈에 띄었다. 간간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만이 시장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는 듯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이 본격화되자, 데스크톱과 노트북, 스마트폰 등 주요 IT 기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한 반면, 범용 D램 공급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제품 시장까지 번진 모습이다.

전자관 내 한 PC 판매점 직원은 “요즘은 성능보다 가격을 먼저 묻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예전에는 사양 상담이 길었는데, 지금은 ‘얼마까지 맞출 수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의 여파가 고스란히 체감된다. 램 가격은 올 초 대비 최대 5배 이상 급등했고, 재고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인들조차 정확한 견적을 제시하기 어려워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조립 PC 구매를 고려하던 이모 씨(38·대구 달서구)는 여러 매장을 돌았지만 결국 발길을 돌렸다. 그는 “가격이 너무 올라 원하는 사양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결국 중고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은 노트북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이어진다. 김모 씨(52·대구 서구)는 새 제품 구매를 포기하고 기존 제품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가격 상승폭이 비상식적으로 너무 가파르다. 어쩔 수 없이 램 업그레이드와 간단한 수리로 버틸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신제품 대신 중고·리퍼비시 제품이나 가격 인상 전 재고 물량을 찾는 등 구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실제 매장에서도 중고 제품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완제품 가격 상승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주요 제조사의 최신 노트북은 출시 몇 달 만에 수십만 원씩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 역시 가격 인상 흐름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0%, 90% 이상 급등했다. 2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IT 기기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불용 PC를 정비해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전자관 한 상인은 “손님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까 봐 다들 구매를 미루는 게 더 큰 걱정”이라며 “지금은 시장 전체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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