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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지방 의료기관 ‘소모품 대란’ 현실화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4-13 16:08 게재일 2026-04-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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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수급 불안정에 따른 의료현장 실태조사. /경북도의사회 제공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 기반 의료 소모품 공급망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구매력이 취약한 지방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필수 비품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며 지역 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3일 경북도의사회가 발표한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사기(33%)와 주사바늘(21%)의 공급 차질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수액백(13%), 폴리글로브(8%), 생리식염수(6%) 등 기본 진료에 필수적인 품목 전반에서 수급 불안이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이미 비상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기존 거래 도매상을 통해서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품목은 2주 단위로 제한 공급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가격 상승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조사 응답자의 76%가 가격 인상을 체감했다고 밝혔으며, 가격이 하락했다는 응답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상승 폭 역시 가팔라 ‘10~30% 인상’이 44.2%로 가장 많았으나, ‘50% 이상 급등’ 사례도 32.6%에 달했다. 

원유 수급 불안이 의료 소모품 단가 상승으로 직결되며 물량 감소와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공급망 충격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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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수급 불안정에 따른 의료현장 실태조사. /경북도의사회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방 의료기관에 특히 큰 타격을 주는 이유로 ‘유통 구조의 왜곡’과 ‘구매력 격차’를 지목한다. 

물류비 상승과 공급 제한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은 결제 규모가 크고 물류 효율성이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지방 중소 병·의원은 후순위로 밀리며 의료 소모품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수급 불안은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네 의원에서 기본적인 처치조차 어려워질 경우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물량 확보가 가능한 대형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 의료전달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경북도의사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길호 경북도의사회장은 “주사기와 주사바늘은 모든 진료의 기본이자 필수재”라며 “현재 상황은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 의료소모품을 전략 물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지방 의료기관에 대한 우선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북도는 14일 도청 호국실에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의료소모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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