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주지·공천 논란 전면 부상
30일 대구T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첫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위기의 대구를 살리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회 초반은 정책 경쟁으로 시작됐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경제 해법을 논하던 자리였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후보들은 날 선 검증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정책 검증을 넘어 ‘이 사람이 시장이 될 자격이 있느냐’를 따지는 인물 공방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토론 초반은 비교적 차분했다. 대구 경제의 장기 침체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에 대해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위기를 진단했다. 그러나 공약 설명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상대 공약의 ‘현실성’을 겨냥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답변이 길어질수록 공방의 톤도 거칠어졌다.
첫 충돌은 미분양 주택 해법에서 나왔다. 유영하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최은석 후보의 ‘미분양 주택 사택 활용’ 공약을 겨냥해 “5400채면 2조 원이 넘는 규모인데, 지역 기업이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사실상 불가능성을 지적하는 공세였다.
잠시 말을 고른 최은석 후보는 “개별 기업 매입이 아니라 공공과 금융, 민간이 함께하는 구조”라며 SPC 방식을 꺼내 들었다. 이어 “단순 주택 문제가 아니라 인재 유입 전략”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미 토론의 흐름은 ‘아이디어 소개’에서 ‘실현 가능성 검증’으로 넘어간 뒤였다.
청년 정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유영하 후보는 윤재옥 후보의 ‘천 원 주택’ 정책을 두고 “공급 규모가 불분명하면 일부만 혜택을 보는 전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윤 후보는 곧바로 “인천 사례보다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맞받았다. “월 3만 원 수준 부담으로 정착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방어에 나섰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건 중반 이후였다.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겨냥한 질문이 나오면서 토론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재만 후보는 추경호 후보를 향해 “강남에 40억 원대 아파트를 두고 대구에서는 전세로 사는 상황을 시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직격하면서 “당장 강남 아파트를 팔고 대구에 집을 살 수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질문이 끝나자 토론장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추 후보는 “대구에서 계속 생활해왔고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받아쳤다. 다만 “서민형 주택 구입은 검토할 수 있지만 1가구 2주택 문제가 있다”며 즉답은 피했다.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재만 후보가 최은석 후보를 향해 “내정설이 있었는데도 경선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꼬집자, 최 후보는 “공천 관련 접촉 자체가 없었다”며 정면 부인했다. 서로의 말을 끊지는 않았지만, 답변 속도와 어조는 점점 빨라졌다.
정책 논쟁도 다시 불붙었다. 홍석준 후보는 유영하 후보의 ‘삼성 반도체 공장 이전’ 공약을 두고 “공정 특성상 분리 이전은 사실상 어렵다”며 정면 반박했다. 유 후보는 곧바로 “용인 단지는 전력과 용수가 부족하다”며 “일부 이전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기술적 현실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그대로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이재만 후보의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 유치 공약을 두고도 공방은 이어졌다. 유영하 후보가 “3조 원대 사업비와 적자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민간 투자 중심의 관광 플랫폼”이라고 맞받았다.
정치 경험을 둘러싼 신경전도 빠지지 않았다. 윤재옥 후보가 “달빛철도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추경호 후보를 겨냥하자, 추 후보는 “기재부 반대를 설득해 통과에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후보가 “시장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추 후보는 “경제 전문성과 정치력을 함께 갖춘 후보가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토론 후반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본선경쟁력이 이슈로 부각했다. 추경호 후보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두고 “정치적 차출”이라고 평가했고, 유영하 후보 역시 “대구를 떠났던 이력은 시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 말미, 1분씩 주어진 마무리 발언에서 후보들은 각자의 강점과 본선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만 후보는 “대구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 1등 공신이었지만 발전에서는 소외됐다”며 “이제는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검증된 행정가로서 대구의 투자와 복지를 책임지겠다.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는 후보, 민주당을 이길 필승 카드”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추경호 후보는 “지금 대구 경제는 매우 어렵고 해법도 쉽지 않다”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경제 전문가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5년 경제 관료 경험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대구 경제를 다시 뛰게 하겠다”며 “경제를 살리는 시장, 시민과 소통하는 유능한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윤재옥 후보는 “화려한 약속이나 경력이 곧 능력은 아니다”라며 “실제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빛철도법 통과와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를 지켜낸 경험이 있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벽을 뚫고 대구 현안을 해결할 리더십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후보는 “대구는 부도 직전의 회사와 같다”며 대구의 위기가 현재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 구조 혁신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며 “연공서열이 아닌 실력으로 성과를 내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홍석준 후보는 “지금은 시장을 제대로 뽑아야 할 어려운 시기”라며 “R&D 인프라 구축 경험과 당을 지켜온 책임감으로 대구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미래, 청년과 문화관광까지 구체적인 수단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유영하 후보는 “삼성 반도체 2개를 반드시 유치해 대구 산업 구조의 판을 바꾸겠다”고 강조하면서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지만 반드시 해내겠다. 대구를 대한민국 중심 도시로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결국 ‘정책 경쟁’으로 시작해 ‘인물 검증’으로 마무리됐다. 공약 검증보다는 '누가 더 준비된 후보인가”를 가르는 싸움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향후 경선 구도 역시 정책보다 인물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