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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이장선거 갈등, 농촌 공동체 붕괴 초래

정안진 기자
등록일 2026-03-30 11:01 게재일 2026-03-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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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어른을 모시던 자리에서, 이제는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드는 자리로 바뀌었다.”

예천군 이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주민 간 분쟁을 넘어, 농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현재 예천군내 12개 읍·면 281개 리·동에는 5만40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은 대부분 선거로 선출되고 있다.  과거 덕망 있는 어르신을 추대해 맡기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특히 최근 월 40만 원의 수당과 출무수당 4만 원, 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비 30만 원까지 추가된데다 마을에 크고 작은 공사에 대해 이장의 동의를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보니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선거에서 낙선한 측의 상당수 주민들이 이장 선거 후 행정기관을 찾아 마을과 관련된 각종 민원제기와 함께 불만 등을 쏟아내면서 마을공동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좁은 농촌 마을에서는 이장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져 주민들 사이의 화합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일쑤다.

일각에서는 예전의 정겨운 농촌 풍경은 사라지고, 갈등과 반목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한 구조를 만든 주체가 행정인 만큼 이제 관이 나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명목 아래 이장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각종 행정 절차를 이장을 통해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주민들은 필연적으로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주민 A모씨는 “행정기관을 찾아 주민들이 갈등 해결을 호소해도 ‘마을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온다”며 “이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행정 전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 후유증이 심각한 마을에 대해서는 공개 모집과 임명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예천군은 이장선출 규정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읍·면장이 이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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